- 16권 22화
397. 에필로그 (1).
대륙에 유일하게 위대한 이라는 이명이 붙은 가문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바그너 공작가였다.
한때는 백작가였지만 이후 빠르 게 승작하여 이제는 공작가가 된 지 십 년이 넘은 대가문이다.
필로틴 - 로드만 연합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공작가가 되었지만 바그너 공작가는 시간이 흘러도 그 영토를 넓히지 않았다.
그저 강대하며 위대한 존재로 자 리 잡을 뿐.
바그너 공작가의 초대 가주 윌카 스트 바그너 공작이 은퇴한 이후.
그 뒤를 이어받은 프란츠 바그너 공작 역시 영토 확장에 관심을 두 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대륙의 각국에서는 바그너 공작 가에 대해 견제를 하지 않았다.
그저 위대한 가문으로서 한쪽에 두고 건드리지 않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위대한 가문의 가주인 프란츠는.
“하아아아아……오늘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땅이 꺼지라 내쉬었다.
“내가 아직 서른 후반밖에 안 됐 는데 흰머리가 는다.”
“하하하……유아랑은 프란츠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쓰게 웃었다.
"내가 정말 한숨만 나와.”
"아하하하하……유아랑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일해온 아단 역시 어색하게 웃었다.
"진짜 한숨 좀 안 쉬고 싶은데 맨날 나와.”
이제는 바그너 가문의 마이스터 라 불리는 드워프 헤갈은 고개도 들지 못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지?”
셋은 말할 수 있었다.
그가 잘못한 일은 없었다.
굳이 잘못한 일이라고 한다면 엄 한 형을 하나 뒀다는 죄뿐일 것이 다.
“내가 솔직히 형님을 존경하긴 해. 그리고 우리 가문이 공작가가 된 것도 전부 형님 덕분이고.”
위대한 바그너 가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있었다.
물론 윌카스트 바그너나 프란츠 바그너.
그리고 바그너 가문의 가신들이 노력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
현재 천하 최강이라 불리는 광왕 요한 덕분이었다.
윌카스트 바그너의 장남이며 한 때는 절맥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몰 라 빌빌거리던 그.
어느 날 갑자기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더니 몇 년 만에 천하십강이 되었고.
또 금세 천하 최강자의 자리를 손에 넣었다.
그의 열띤 활동 덕분에 바그너 가문이 이렇게 커진 것이리라.
그렇기에 프란츠는 요한을 존경 하고 동경했다.
자신을 마스터까지 끌어올려 주 고 바그너 가문을 이렇게 키워 준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보고서를 들어 올리며 프란츠는 울컥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피해 보고서 였다.
“아니 세상에 모험가 길드 본부 를 박살 내놓다니…… 이럴 거면 차라리 집에서 맛있는 것이나 드시 지……약 이십여 년 전쯤.
도브다만 왕국에 나타난 거대한 검은 기둥을 없애버리고 나서 요한 은 한동안 바그너령에서 나가지 않 았다.
얌전히 가문의 영지에서 기사들을 키우고.
또 친구인 파룬과 함께 미식클럽 활동을 하고.
가끔은 암살자들 때려잡으러 다 니는 정도만 했다.
그게 다였다.
처음에는 걱정스러웠다.
요한은 침대에서 일어난 이후부 터 검은 기둥을 없앨 때까지 왕성 한 활동을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다 때려치우고 놀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걱정될 수밖에.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게 참 좋은 때였다.
최소한 사고는 안 쳤으니 말이다.
"형님은 어디 계시나?”
“지금 기사단에 가 계십니다.”
“기사단은 또 왜?”
"요새 바그•너 기사단이 해이해졌 다면서……“……바로 가지.”
프란츠는 보고서를 들어 올리고 걸었다.
바그너 공작가의 가주다운 모습 을 보이는 그를 뒤따르며 헤갈은 차분히 말했다.
“이번에는 프란츠 가주 님이 화 를 내실까?”
그의 질문에 둘은 동시에 답했다.
“그럴 리가.”
* * *바그너 영지에 있는 거대한 훈련 장.
그곳에서 바그너 기사단의 기사 들이 개처럼 구르고 있었다.
"뛰어!! 뛰어! 이 새끼들아!! 죽 기 싫으면 뛰어!!”
짙은 검은 수염의 남자가 거칠게 외치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백색의 검 이 번뜩이며 허공에 빛을 그렸다.
그 공격을 피한 바그너 기사단원 들은 미친 듯이 뛰었다.
“꺄아아악!!”
“사람 살려니 미친 마스터가 쫓 아온다!!”
“잡히는 놈은 죽는다!! 뛰어!!”
그 외에도 다른 마스터들이 쫓는 다.
바그너 기사단의 특제 훈련인 술 래잡기다.
익스퍼트급 기사들을 대상으로 마스터급 기사들이 쫓는 것이다.
도망치던 기사들은 슬쩍 한쪽을 보았다.
이 훈련에서 잡힌 자들에게 벌칙 을 제공하는 자가 팔자 좋게 누워 사과나 씹어먹고 있었다.
‘아니 저 괴물은 왜 늙지도 않아?’
젊은 시절과 비교해서 전혀 늙지 않은 요한은 느긋하게 말했다.
"야. 테오. 너 검이 좀 느리다? 이반. 제대로 안 하지? 손속에 정 두는 거야? 내가 쫓을까?”
테오는 이를 갈며 손을 뻗었다.
아슬아슬하게 잡힐 뻔한 익스퍼 트급 기사는 허리춤에 있던 주머니 를 던졌다.
-파악!!
주머니가 터지며 가루가 휘날린다.
기사답지 못한 비겁한 행동이지 만 바그너 기사단에는 그딴 것이 없었다.
일단 살고 봐야 할 것 아닌가.
"크악!! 케일!! 용서 못 해!!”
하얀 가루에 감싸져 있던 테오는 이를 갈며 기사들을 쫓았다.
그때 훈련장 쪽으로 프란츠가 거 칠게 걸어왔다.
“형님!!”
"어이구〜 우리 공작님 납셨네.”
느긋하게 몸을 일으킨 요한은 옆 에 있는 사과를 획 던져주었다.
그것을 받은 프란츠는 요한을 바 라보았다.
“모험가 길드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습니다.”
"응. 그거 처리 좀 해라.”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한 요한이 다시 눕자 프란츠는 고민했다.
화를 낼까?
지금까지 요한이 친 사고는 한둘 이 아니다.
상아탑 소유의 유적을 무너트리 질 않나.
리치와 싸운다며 산 하나를 태워 먹질 않나.
그뿐인가?
타국에 나가서 타국의 왕족을 개 패듯이 두들겨 패기도 했다.
말 그대로 깡패다.
그런 요한의 깡패 짓에 대한 뒷 감당은 늘 프란츠가 처리했다.
“형님!!!”
“왜 소리를 지르냐? 무섭게 시 리.”
천천히 몸을 일으킨 요한은 프란 츠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왜. 공작 되니까 이제 이 형이 거슬린다 이거지?”
"그런 말이 아니잖습니까.”
"아이고!! 어렸을 때 내가 그렇 게 업어 키운 놈이 다 컸다고 자기 형을 윽박지르네!! 동네 사람들!! 나와보소!!”
물론 듣는 동네 사람들은 없었다.
그리고 동네 사람이 듣는다면 오 히려 프란츠 편을 들 것이다.
그만큼 요한이 친 사고들이 잦기 때문이었다.
"형님. 형수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은 생각도 안 하십니까? 에밀리 형수님께선……"이번에 에밀리도 같이 갔다 왔 는데?”
에밀리는 결국 지왕과의 대련에 서 승리했다.
그녀의 뛰어난 센스와 노력.
거기에 바라보는 높이가 높다 보 니 결국 아인낫슈를 이겨버린 것이 다.
이후 그녀는 목표였던 광약을 꺾 고 천하십강에 오르는 것마저 성공 했다.
그리고 그대로 요한에게 프러포 즈를 했고 그는 웃으며 받아들였다.
"아. 진짜요?”
결혼한 이후 요한과 에밀리는 애 도 만들지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인생을 즐길 뿐이 었다.
“세이논 형수님은 어떻게 되셨습 니까?”
세이논도 요한에게 고백을 했다.
문제는 그때가 요한과 에밀리가 결혼을 한 후라는 것이다.
첩이라도 상관없다는 그녀의 말 에 요한은 웃었고,에밀리는 그녀 를 인정했다.
결국 요한은 두 명의 부인을 두 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둘은 그와 함께 바그 너 영지에 빌붙어 요한과 함께 행 동했다.
그 말은 사고 칠 때도 함께 있다 는 이야기였다.
“개도 같이 갔어.”
"그,그럼……"야. 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 데? 응? 내 뒷감당하기 싫어?”
요한의 표정이 바뀐다.
정색한 그가 으르렁거리자 프란 츠는 움찔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공작쯤 되니까 막 무서운 거 없 지? 응?”
“그,그럴 리가요.”
아까까지 보이던 날 선 기세는 사라졌다.
위대한 가문의 가주든.
필로틴 - 로드만 연합국의 공작 이든.
소드 댄싱을 이어받은 마스터든.
프란츠는 요한이 저렇게 나올 때 마다 자신이 그의 동생이라는 사실 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럼 뭔데.”
"사고는 좀 작게. 제가 쉽게 해결 할 수 있게 치시면 안 될까 싶어서 요. 바론님께선 늘 시련으로서 저희 를 시험한다시지만. 그래도 좀 편한 시험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그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요한은 피식 웃었다.
"동생아. 난 널 믿는다. 난 네가 할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 어. 이 거대한 가문을 정말 잘 이 끌어나가고 있잖냐.”
"이끌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난 너를 믿는다니까? 내가 실망 하게 할래?”
실망이라는 단어를 듣자 등골이 섬뜩해진다.
프란츠는 움찔하다가 천천히 고 개를 저었다.
“최,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지? 어휴〜 내가 동생 하나 는 참잘 뒀어.”
그제야 요한은 만족하며 프란츠 의 등을 토닥거렸다.
결국 프란츠는 이번에도 요한에 게 화를 내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 에 없었다.
* * *바그너 기사단을 괴롭히고 저택 으로 돌아오자 꽃 같은 여인과 지 팡이를 든 노인이 웃으며 요한을 반겼다.
“오라버니. 또 프란츠 오라버니 를 괴롭히셨다면서요?”
"괴롭히다니. 누가 그런 험악한 소리를 하는 거냐?”
노인과 함께 있는 것은 엘마였다.
이제는 만개한 꽃처럼 자라난 그 녀는 여전히 혼자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정체가 정체이다보니 어 디로 시집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녀석아. 너도 나이를 먹었으면 좀 얌전히 있어라. 아내들 보기 부 고럽지 않냐?”
“이번에 아내들과 같이 갔는데 요?”
윌카스트 바그너.
이제는 필로틴 - 로드만 연합국 귀족원의 원장이기도 한 그는 인상 을 찡그렸다.
온후하고 착실한 성격의 그지만 큰아들을 보면 한숨만 나왔다.
옛날처럼 결혼도 하지 않고 세월 아 네월아 하는 것 때문이 아니었 다.
워낙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그런다.
“그리고 제가 모험가 길드 본부를 박살 낸 이유는 단 하나. 개들이 먼 저 시비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었으면 그에 걸맞은 행동이 필요한 법이란다.”
“에이〜 그래도 모험가 길드 본부 에서 대놓고 저희 바그너 가문을 무 시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뭘 어쨌길래?”
"겁대가리 없이 우리 엘마를 모 험왕의 아내로 삼겠다 어쩐다 그러 던데.”
“모험왕? 킬하이츠를 말하는 거 냐?”
“예. 킬하이츠는 생각도 안 하고 있던데 자기들끼리 진행하고 있더 군요.”
예전에 요한과 함께 일했던 킬하 이츠는 결국 천하십강의 자리에 을 탔다.
그리고 모험가 길드를 대표하는 모험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 이후 모험가 길드에서는 길드 의 위세를 높이기 위해 소문을 퍼 트렸다.
킬하이츠가 바그너 후작가의 꽃 인 엘마와 연인 사이다.
킬하이츠와 엘마 사이를 요한이 인정했다.
조만간 결혼해서 모험가 길드를 지원할 것이다.
그런 소문들을 모험가 길드는 은 밀히 퍼트려 나갔고 결국 양유위에 게 걸렸다.
“크흠…… 그런 것이라면야.”
"그러니까 슬슬 하나 잡아서 재 시집 보내시죠?”
"녀석아!! 엘마를 그렇게 보내자 는 말이 쉽게 나오냐?”
"아버님. 엘마 아가씨도 마음에 두신 분이 있으시답니다.”
그때 계단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 렸다.
여전히 보기 좋은 근육질의 몸을 지닌 여인 에밀리.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는 정숙한 엘프 세이논이었다.
그들이 내려오며 말하자 윌카스 트는 놀라며 엘마를 보았다.
“정말이니!?”
“예. 아버지.”
화사한 장미와 같은 미소를 지으 며 그녀가 말하자 윌카스트는 부들 부들 떨었다.
“……누구니?”
"그게……그때 저택의 문이 열렸다.
오늘 일을 마치고 들어온 유아랑 은 모여 있는 모두를 보고 웃었다.
“하하. 다들 여기서 뭐 하십니 까?”
“유아랑이에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아랑은 요한보다 더 엘마를 잘 보살폈다.
그래서일까?
엘마는 유아랑에게 호감을 느꼈 고 얼마 전 연인이 되었다.
“너…… 너……!? 요,요한H 넌 알고 있었냐!?”
"그야 당연하죠.”
요한은 웃으며 유아랑의 어깨를 툭 쳤다.
의아해하는 그를 향해 요한은 히 죽 웃었다.
"잘 해봐. 걸렸으니까.”
“……하. 하하. 윌카스트 가주님? 그게 말입니다.”
윌카스트 후작이 쥔 지팡이에 오 러가 맺히는 것을 본 유아랑은 황 급히 고개를 숙이고 요한을 뒤쫓았 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