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권 19화
394. 내 마음의 친구야 (1).
모험가 길드에서 나온 요한에게 아카데미의 교관들이 따라붙었다.
마지막으로 통신마법이 온 것이 몇 시간 전이고 그 위치는 수도에 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말을 타고 간다면 이틀 안에 도 착할 수 있는 곳인 헤이든 영지 쪽 이었다.
"헤이든 영지의 영주에게는 저희 가 연락해두겠습니다. 그곳에서 지 원을 받으시면 될 겁니다.”
“개들도 거의 광신도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신이 없다고.
신은 잘못되었다고.
그러니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고.
자제 없이 미친 듯이 움직이는 자들 역시 광신도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신념을 신처럼 따르는 자 들이니 말이다.
"괜히 그런 놈들 건드리는 건 현 명한 일이 아니지. 미친놈들은 미친놈이 맡는 게 좋아. 이쪽 일은 나 혼자 맡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괜히 엄한 놈들 보냈다가 피해만 커지느니 그냥 요한이 가는 것이 나았다.
그가 웃으며 배려하자 교관들은 안도했다.
"요한 자작님. 그리고 이번에 도 움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뭐. 아카데미 교관 노릇 같이하 자고?”
“요한 자작님이라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겠지요.”
“됐어.”
소일거리를 찾고 있기는 하지만 애들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
가르치는 것은 바그너 영지의 기 사들로도 충분하다.
할 일 다 하고.
맛집 다 가보고.
놀 거 다 놀고 정 할 일 없을 때 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카데미의 교 관이 될 생각은 없었다.
억지로 권할 생각은 없었는지 교 관들은 쓰게 웃으며 물러났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래. 그리고 모험가 길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분명 세브를 구원하기 위해 몰래 모험가들을 보낼 거다.
그 과정에서 당연하겠지만 유혈 사태는 생기겠지.
요한은 히죽 웃었다.
“그 뒷일은 좀 맡아줘.”
“알겠습니다. 모험가 길드에 정 식으로 항의 문서를 보내도록 하지 요.”
이번 일은 요한이 아카데미의 의 뢰를 받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니 모험가 길드도 각오하고 움직여라.
이 정도만 해놔도 모험가 길드에 서는 함부로 모험가들을 보내지는 못할 거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아. 하 나 더. 지금 마고 후작님의 저택에 내 손님이 있는데 그 손님을 건드 리는 놈들이 없었으면 싶네.”
"알겠습니다.”
그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요한은 성큼성큼 걸었다.
성문을 빠져나가자 이미 아카데 미의 연락을 받은 기사 하나가 군 마를 지급해주었다.
"아카데미의 연락은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혼자 가셔도 괜찮으시 겠습니까?”
“괜찮아. 그럼 수고들 해라.”
“예!!”
기사들의 배응을 받은 요한은 말 고삐를 흔들었다.
한참 달려 저녁 무렵이 되자 그 는 말을 세웠다.
길가에서 말에게 풀을 먹이던 그 는 관도에서 달려오는 이들을 발견 했다.
“뭐야?”
홁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요한은 피식 웃 었다.
“어!?”
한 무리의 모험가들이다.
그들이 멈춰 서자 요한은 검을 까딱거 렸다.
“이야. 이거 아는 얼굴이 나타났 네?”
"요한 자작님 아니십니까!?”
모험가들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다 름 아닌 요미안이었다.
예전 그와 함께 일했던 요미안은 밝게 웃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너는 어쩐 일이냐? 저기 뒤에 있는 작자들은 보아하니 모험가 같 은데.”
동 등급 수준의 모험가들로 보인 다.
열댓 명의 모험가들을 이끄는 요 미안은 웃으며 품에서 두루마리를 보여주었다.
"저도 이제 금 등급을 노리는 모 험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험가길드에서 저에게 의뢰를 주더군요.”
“무슨 의뢰인데?”
"세브 메이츠를 지원하여 필로틴 제국으로 가라는 의뢰입니다. 그는 금 등급 모험가지만 성격이 좀 그 렇고 문제를 많이 일으킴니다. 저 처럼 뛰어난 모험가가……자기 자랑을 펼치려는 그를 막은 요한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어디 있었냐? 수도에 있었 어?”
"예.”
"모험가 길드에서 말 안 하든?”
"무슨 말이요?”
"어찜 이리 한심할 수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을 모르 고 있다니.
요한은 인상을 쓰며 뒤의 모험가 들을 가리켰다.
“너희들. 이번 일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아는 사람 거수.”
모험가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꼴을 보아하니 요미안 빼고 다 아는 듯싶었다.
의아해하는 그를 향해 요한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너 인마. 모험가 길드에서 너 이용하려는 거야. 자식아.”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미안은 그래도 요한과 연이 있 다.
그러니 그를 보내 세브를 보호하 게 하려는 것이다.
성격 더러운 요한이라고 하더라 도 그는 자신과 연이 있는 사람에 게는 그래도 손속에 정을 뒀으니까.
요한이 사정을 설명하자 요미안 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를 제물로 바치려고 했다. 뭐 그런 겁니까? 자 작님 열 받으면 그거 제가 맡으라 고?”
“그런 셈이지.”
-까득.
요미안은 이를 갈았다.
수도의 모험가 길드에 의뢰를 받 으러 갔을 때 어쩐지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때 길드의 직원들이 자신을 데 리고 안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지부장이 직접 고개를 숙 였었다.
"어찜 이렇게 한심할까.”
미나 때 일도 그렇고 지금도 그 렇고.
정말 이용 잘 당한다.
요한은 얼굴을 쓸어 만진 후 진 지하게 말했다.
“솔직히 이번 일 그냥 넘어갈 생 각 없거든?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이니까 돌아가라.”
"으음…… 아니 그런데 요한 자 작님. 꼭 세브를 잡으셔야겠습니 까?”
“그럼 귀족 공격한 놈들을 그냥 둬?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세요〜 이러고 보내? 너 뭔가 착각 하는 모양인데.”
요한은 바그너 가문의 인장을 들 어 올렸다.
“나 귀족이야. 귀족에게 덤빈 놈 을 그냥 용서할 리가 없잖으냐.”
“하,하긴 그렇죠.”
"거기에 그쪽에는 파룬도 있다더 라.”
“하아…… 파룬 공자 님이요.”
바그너 가문과 타고다 가문이 연 계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거기에 파룬이 요한의 밑에서 배 운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요미안도 더는 말하 지 못했다.
"하지만 임무 실패하면……"뭐. 금 등급 못 단다고? 아서라. 야. 익스퍼트 주제에 금 등급 된다 고 뭐 달라질 것 같냐?”
"그래도 금 등급 멋있잖습니까.”
"금 등급의 첫 임무 수행 때 목 떨어지고 싶냐? 넌 지금 은 등급도 과분해.”
대부분 은 등급 모험가들이 마스 터 수준인 것을 생각한다면.
익스퍼트 수준인 요미안이 많이 올라간 것이다.
“내가 그래도 너니까 이렇게 말 하지. 재들만 있었어 봐.”
요한은 슬쩍 검자루에 손을 가져 갔다.
“지금 다 죽여버렸어.”
“으...... W“선택해라. 너라고 하더라도 날 방해하면…… 알지?”
모를 리 있나.
요미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야야. 너희 돌아가.”
“하지만 요미안. 임무 실패의 페 널티는 어쩌려고?”
"어차피 내가 세브 만나면 너희 다 임무 실패야.”
저들이 할 일은 세브의 지원.
하지만 요한은 세브를 만나면 그 냥 둘 생각이 없었다.
즉 결국 임무는 실패라는 이야기 다.
길고 짧은 건 대보자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상대가 적당히 길어야지 그런 얘 기를 해보지 않겠나.
결국 모험가들이 실망한 표정으 로 우르르 돌아가자 요미안은 민망 해했다.
“감사합니다. 자작님.”
"감사는 됐고. 너도 가라.”
“저도 같이 가면 안 됩니까?”
“네가? 왜? 막판에 가서 방해하 려고?”
"설마요. 그냥 어떻게든 자작님 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 그런 겁니 다.”
굽신거리며 그가 말하자 요한은 요미안을 빤히 보았다.
그 시선에 민망해하던 요미안이 눈치를 살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인다. 이번 임무 실패로 생길 불 이익을 내 밑에서 일하면서 메꾸겠 다. 뭐 그런 것 아니야.”
“아하하하……꿩 대신 닭이다.
요한이 세브를 잡고,그 주변에 있는 모험가들을 칠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럼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장비 는?
특히나 세브는 좋은 장비를 지니 고 있었다.
“요한 자작님께는 별 필요가 없 으실 것 같아서…… 그래도 제가 모시면서 다 하겠습니다.”
“뭘 다 해?”
"모험가들의 추적술이라든가. 그 들을 쫓는 것이라든가……"내가 그걸 못한다고 생각해?”
"그래도 귀찮은 일은 줄이실 수 있지 않습니까.”
하긴 그렇다.
요미안이 비록 익스퍼트 수준이 긴 하지만 그래도 숙련된 모험가다.
그럼 추적 정도는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되면 요한은 한결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참 이런 데는 머리가 잘 돌아 가. 그런데 왜 이렇게 이용당하 냐?”
“하하하하……“그래. 뭐 방해만 안 할 거면 상 관없겠지.”
“그럼 세브의 장비는……?"
“확인해보고 나한테 필요 없는거면 너 줄게.”
“감사합니다!! 자작님!!”
요미안은 활짝 웃었다.
꽤나 예전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저자세를 취하며 연을 만들어 놓길 잘했다.
요미안은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선택을 생각하며 히죽거렸다.
* * *하루를 더 달려 헤이든 평원 쪽 에 도착했다.
야영지를 확인한 요한은 턱을 쓰 다듬으며 생각했다.
‘열셋.’
수많은 발자국들.
그리고 침낭이 있었던 자리들까 지.
익스퍼트 수준의 모험가와 마스 터 수준의 모험가들이 있었다.
"마법사도 있었군.”
바닥에 남아 있는 시약의 흔적을확인한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은 전사 열 하나. 정체불명 하나. 그리고 마법사 하나다.”
"예. 그리고 그 정체불명은 아마 소환사일 겁니다.”
"어? 그걸 어떻게 알아?”
이건 요한도 모른 거다.
그가 놀라자 요미안은 목걸이를 들었다.
"전에 바론 교단의 임무를 수행 하고 받은 겁니다. 악마의 흔적을 찾는 목걸이죠.”
"오…… 좋은데? 악마도 잡으려고?”
“아뇨. 피하려구요. 에이〜 제가 요한 자작님도 아닌데 악마들과 어 떻게 싸웁니까?”
아무튼 남아 있는 흔적을 살펴보 니 악마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술 사가 있었다.
“어떤 악마인지는 모르나?”
“예. 하지만 소환술사에게 소환 될 정도라면 그리 강한 악마는 아 닐 겁니다.”
"신을 부정하는 놈이 악마 소환 사를 데리고 다닌다라. 웃기는 놈 이네.”
"세브가 좀 그렇습니다. 흔적은 저기 헤이든 산 쪽으로 향하고 있 습니다.”
요한은 품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예. 요한 자작님.]
“내 얘기 정도는 들었겠지?”
수정구에서 나타난 것은 양유위 였다.
도둑 길드의 길드장이라면 당연 히 수도에 퍼진 소식은 들었을 것 이다.
수정구 안의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파룬 공자님께서는 안전 하다고 하십니다. 다만 동행 중 부 상자가 꽤 있어서 이동이 쉽지 않 다더군요.]
"그래? 그럼 헤이든 산에 숨어서 싸우려고 한다. 뭐 그런 건가?”
[예. 소식을 알렸으니 지원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아카데미의 교관 과 학생들이다.
습격당했다는 것만 알려진다면 바로 지원이 을 것이다.
거기에 위치도 수도에서 그리 멀 지 않은 곳.
그러니 탈출을 위한 위험보다는 버티는 것을 택한 모양이다.
[부상자까지 있는 상황에서 어중 간한 탈출은 오히려 위험할 테니까 요. 좋은 판단입니다.]
"상대는 모험가니까. 추적 정도 는 쉽게 했겠지.”
[그게 파룬 공자의 판단이랍니 다.]
“열심히 가르친 보람이 있구만.”
요한이 파룬에게 가르친 것은 살 빼는 것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전투법.
그리고 전투를 할 때의 마음가 짐.
거기에 바그너 기사단이 배우는 것들을 거의 대부분 익혔다.
“목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줬으니……그때 였다.
-과아아아앙!!
산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마법이 다.
요한은 수정구를 톡 치며 말했 다.
"발견한 것 같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무운보다는 곧 죽을 놈들의 명 복이나 비는 게 나을 거다. 야. 요 미안.”
벌써 준비를 마친 요미안은 검을 쥐었다.
"가자.”
폭음이 터진 곳까지 달렸다.
그곳에 도착하자 요한은 웃으며 검을 뽑았다.
“하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며 달려오는 남자 를 본 모험가들은 흠칫 놀랐다.
“너,넌 요한!?!”
“요한 자작님이라고 해야지! 자 식들아!”
크게 외친 요한은 악마를 소환하 려는 남자의 목을 날려버린 후 당 황한 모험가들에게 검을 겨눴다.
“도망칠 생각 말고 얌전히 있 어!”
“칫! 요한을 쳐라!”
저항하는 모험가들에게 달려들며 그는 히죽 웃었다.
“지금 죽여줄 테니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