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권 17화
392. 두 번째 선물 (2).
이반을 마스터로 끌어올렸지만 딱히 바뀐 것은 없었다.
수도로 가는 일을 멈출 이유는 없었고,대련 또한 멈출 필요도 없 었다.
결국 이반은 수도로 올라가는 내 내 고통받았다.
“헉헉……"자. 그럼 이반. 네가 해줘야 할 일을 말해주마.”
"뭘 해야 합니까? 뭐든 하겠습니 다!”
그러니까 제발 그놈의 대련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얼굴에 난 멍 자국을 만지작거리 며 이반이 말하자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아카데미 가서 프란츠 복학 신 청해놓고……"어? 복학시키실 예정이십니까?”
“이왕 입학한 거 끝은 내야지. 올봄에 다시 복학시킬 거야. 그렇 게 알아둬.”
"알겠습니다. 그리고요?”
“파룬 왔으면 나한테 바로 연락 하라고 그래.”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가 가자 요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세이논은 여전히 그의 옆에 남아 있었다.
"세이논. 괜찮으면 저랑 같이 가 시죠.”
“어디든지 가겠습니다.”
그때 였다.
캐슬 오브 로디악을 걷던 기사들 중 하나가 요한을 발견했다.
“엇!? 요한 자작님 아니십니까!!”
성철쇄 기사단의 기사와 로디악 기사단의 기사들이다.
그들은 요한을 향해 반갑게 웃으 며 다가갔다가 흠칫 놀랐다.
“왜?”
“아니…… 옆에 계신 분은 누구 십니까? 그저 단순하신 일행이십니 까?”
“단순한 일행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고. 에밀리는 요새 뭐하냐? 잘 있지?”
“요새 훈련만 미친 듯이 하고 있 습니다.”
“그래?”
“예. 조만간 지왕 아인낫슈가 찾 아온다고 하는데 그에게 도전한다 고 하더군요.”
그와 대련을 해서 승리하고 천하 십강의 자리에 올라가겠다.
에밀리의 의지를 깨달은 요한은 볼을 긁적거렸다.
“나중에 가서 대련이나 몇 번 해 줘야겠네. 어쨌든 이래저래 도움받 은 것도 꽤 있으니까.”
"기뻐하실 겁니다. 그런데 옆에 브 으...... ,,1上:乂: •.
“녹색 산맥 사이먼에 살고 있는 사냥꾼. 세이논이라고 합니다. 요한 자작님께는 신세를 졌지요.”
"단순한 신세가 아니신 듯싶은 데……로디악 기사 중 하나가 조심스레 묻자 세이논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것에 기사들은 경악하며 수군 거렸다.
“부단장님이랑은 완전히 다른 스 타일인데?”
"엘프라서 그런가?”
"플로란스 님은 라이벌이 아니라 고 했으니까…… 아니 이제 와서 라이벌이라니……근래 요한의 인기가 날로 추락하 고 있다는 것은 사교계에 이미 널 리 퍼진 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에밀리 외에는 요한 의 옆에 있을 여인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 로디악 기사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이 허둥거리며 인사하고 가 버리자 세이논은 조심스레 말했다.
"역시 에밀리 부단장님을……"아무래도 지금 기준으로 에밀리 와 제일 친하니까요. 자. 그럼 저희 도 가시죠.”
세이논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만난 시간과 함께 지낸 시간을 따진다면 에밀리가 자신보다 훨씬 앞선다.
그런 만큼 요한의 옆에 있기 위 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세이논은 슬쩍 요한을 보았다.
그가 앞서 걷기 시작하자 세이논 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식사는 안 하시나요? 괜찮으시면 집을 빌려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해드리고 싶군요.”
“오!! 그거 매우 감사한 말씀입 니다만……!"
지금은 그것보다 우선해야 할 일 이 있었다.
“만날 녀석이 있어서요. 그 녀석 만나고 숙소를 잡죠.”
“아시는 곳이 있으신가요?”
"수도에 올 때마다 빌리는 곳이 있습니다.”
“요리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 습니다.”
세이논이 웃으며 말하자 요한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있습니다. 방도 많구요.”
♦ * *요한은 세이논을 데리고 할렘가 로 향했다.
그녀와 같은 미녀와 함께 있어서 그런 것일까?
할렘가에 있는 몇몇 남자들이 음 흉한 미소를 지으며 접근했지만 요 한을 보자마자 바로 몸을 돌렸다.
"인간이 사는 도시의 할렘가는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생각 이상으 로 멀쩡하네요.”
“그렇습니까?”
“예. 다들 친절하신 것 같고.”
길가에서 담배를 태우던 자들도 요한과 세이논을 보자마자 창백하 게 질린 채 담배를 끄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뿐인가?
싸우던 자들이나 호객행위를 하 던 자들도 모두 외면하거나 친절하 게 길을 내어줄 뿐이었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과 다른 할렘 가의 모습에 세이논이 감탄하는 사 이 요한은 씩 웃었다.
“제가 함께 있어서 그런 것입니 다.”
“그런가요? 역시 대단하시네요.”
“별말씀을. 아. 저기입니다.”
게헤른의 잔에 도착하자 요한은 바로 문을 열었다.
안에서 떠들던 이들은 앞서 들어 간 세이논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하지만 뒤따라 들어온 요한을 보 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삽시간에 조용해진 주점을 둘러 보던 요한은 잔을 닦던 주인에게 다가갔다.
"양유위 있냐?”
“예. 안내하겠습니다.”
그는 둘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 다.
도둑 길드의 도둑들은 요한을 보 자마자 바로 공손히 인사를 하며 그를 반겼다.
식은땀을 흘리며 환영하는 이들 을 지나 양유위의 방문을 걷어차 연 요한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잘 있었냐?”
안에는 꽤나 먹음직스러운 요리 들이 차려져 있었다.
양유위는 빙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오신다는 말씀 을 듣고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습 니다.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식사는 나중에 하고.”
양유위는 입을 쩍 벌리며 기겁했 다.
저 요한이 식사를 미루다니.
"어디 아프십니까?”
“안 아파. 혹시 이거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있냐?”
“흠…… 이게 누구 겁니까?”
“타이근 로로바.”
“로로바 영지의 전 가주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밖으로 나간 그가 돌아왔을 때는 한 권의 자료가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타이근은 여러 가지 요리를 고안 해 영지민들을 배부르게 만들었다 고 한다.
“찾아보니 이런 여행자가 다녀간 곳은 꽤 있더군요. 그중에 타고다 상가도 있습니다.”
마을.
혹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 요리 점.
그 외에 다수.
무려 일흔 한곳이나 되는 곳에 여행자가 다녀간 후 그들은 특별한 요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게 뭐라고 생각해?”
“글쎄요.”
“이렇게 자료를 모아놨다면 너도 뭔가 아는 것 아닌가?”
양유위는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자료들을 쓱쓱 펼쳐 본 후 진지하게 말했다.
"제 전의 도둑 길드 마스터가 조 사해 놓은 자료입니다. 음…… 의 뢰자는 세지노 발칸이라는 자군요.”
"그게 누군데?”
"자작님. 혹시 미식클럽이라고아십니까?”
“알아. 지금 파룬이 클럽 회장이 라면서?”
“파룬 공자의 외조부이며 전대 회장이 바로 그입니다.”
요한이 입을 다물자 양유위는 차 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세지노 발칸은 죽었고 이후 미 식클럽의 활동은 없었습니다. 그리 고 몇 년 전부터 미식클럽이 다시 활동했다고 하더군요.”
“몇 년 전이라면?”
“요한 자작님께서 활동하셨을 때 부터 입니다.”
요한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양유위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자작님……?”
“일단 다 제쳐놓고. 자식아 넌 왜 그걸 이제야 말해.”
“미식클럽이라고 해봤자 그냥 맛 있는 것 먹는 모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임은 생각보다 많습 니다.”
위험하다거나.
하다못해 권력자들의 모임이라거 나.
그것도 아니면 상인들의 모임이 면 양유위도 얘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식클럽은 말 그대로 그 냥 미식을 위한 클럽에 불과했다.
"일례로 미술 클럽이나 사교 클 럽이라는 것도 있죠. 또 에인델의 달이라는 귀족 모임도 있고. 에인 델의 달은 윌카스트 후작님도 가입 하셨습니다.”
즉 개인 친분으로 모인 자리라는 거다.
요한은 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렸 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어? 맛있 는 거 먹는 모임이면 나한테도 얘 기는 해줬어야지.”
“자작님이야 항상 바쁘시니까 그 런 겁니다. 원하신다면 이런 클럽 들 목록을 드리겠습니다.”
양유위는 벽장에서 자료를 꺼내 내밀었다.
현재까지 대륙 각지에 구성되어 있는 모임들의 목록이었다.
그것을 보던 요한은 활짝 웃었 다.
“야. 디저트 클럽도 있네?”
“그건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엘마 가입시키면 괜찮아. 오. 헬 스클럽?”
"거긴 미하엘 님이 클럽 회장이 십니다.”
"나중에 꼭 가봐야겠군.”
생각보다 소일거리로 할 일이 많 을 것 같다.
요한은 웃으며 자료를 품에 넣었 다.
"아무튼 이건 그렇다고 치자고. 그럼 그 여행자는 뭐지?”
"조사해보겠습니다.”
“도보다만 왕국의 헬링스 자작령도 그 여행자가 다녀간 곳 맞지?”
“예.”
요한은 양유위가 준 자료를 툭툭 쳤다.
“지금 파룬 어딨냐?”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지금쯤 외부 수업이 끝나고 복귀 중일 것 같군요. 이제 슬슬 아카데미도 방 학 시즌이니까요.”
방학식은 해야 할 테니 말이다.
양유위가 설명하자 요한은 고개 를 끄덕였다.
“그들의 이동 경로는 알지? 파룬현재 위치 파악해서 바로 알려.”
“알겠습니다.”
* * *볼 일을 마친 요한은 마고 후작 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가 수도에 왔다는 것에 저택의 사용인은 놀랐지만 순순히 문을 열 어주었다.
"요한 자작님. 저는 장 보러 갈 생각인데……“같이 가시죠.”
세이논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녀와 시장으로 향한 요한은 장 바구니에 담기는 재료들을 살펴보 았다.
꽤 여러 가지 재료들이 담기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던 요한은 느긋하 게 걷다가 말했다.
"오늘 저녁은 뭡니까? 소라본? 소라본 재료는 아닌 것 같은데,,“소라본 재료는 이따가 살 거랍 니다. 그리고 오늘은 엘프 전통요 리 말고 제가 예전에 배웠던 요리 를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뭡니까? 세이논의 요리 솜씨라 면 뭐든 맛있겠지만.”
전에 먹어 본 요리들을 떠올리며 요한은 입맛을 다셨다.
기뻐하는 그에게 세이논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구절판이라는 요리인데…… 아 시는지 모르겠군요.”
순간 요한은 딱딱히 굳었다.
아는 요리다.
문제는 그 안다는 것이 이 세상 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닌,다른 차 원에서 알게 된 것이라는 거지만.
“……혹시 그거 밀가루 전병에 여러 가지 채를 썬 재료를 넣고 싸 먹는 요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머? 아세요? 드셔 보신 적이 있으신가 봐요?”
세이논■이 놀라자 요한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거 어디서 배우신 요리입니 까?”
"전에 말씀드렸지요? 저는 마을 에서 쫓겨났다고. 그때 여행을 하 다가 우연히 만난 여행자에게 배웠 습니다.”
"그 여행자가 어떻게 생긴 자인 지 알고 계십니까?”
“그냥 특별할 것 없게 생겼는 데…… 아.”
천천히 걷던 그녀는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한 남자를 보고 감탄했다.
“저 인간처럼 무성한 수염을 지 닌 중년인이었답니다. 그에게 이것 저것 많이 배웠죠.”
세이논은 과거를 회상하며 부드 립게 웃었다.
“사냥술이라든가. 체술이라든가. 그리고 헤어질 때 이렇게 말해줬습 니다.”
그녀는 살짝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언젠가 제 요리를 먹고 기뻐해 줄 사람이 생길 거라고.”
"그렇습니까?”
세이논은 파 한 단을 산 후 요한 을 보며 수줍게 웃었다.
“저는 그게 요한 자작님이었다면 좋겠네요.”
"그자가 다른 말은 안 했습니 까?”
“으■£「...... «...... •손가락을 들어 가름한 턱에 올리 고 생각하던 세이논은 고개를 끄덕 였다.
"이 레시피를 가르쳐 준 이유가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고생을 한 자를 위한 두 번째 선물이라고 하 던데요.”
“……그래요?”
요한은 피식 웃었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선물 잘 받아줘야 겠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요한이 말 하려고 할 때.
그의 앞으로 푸른 머리의 여인이 모습을 보였다.
“……옆에는 누구?”
“오. 에밀리. 왜 여기 있냐?”
“순찰 중이다. 그런데 옆에는 누 구시지?”
"누구냐라……요한은 어딘지 모르게 긴장한 듯 한 세이논을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 다.
"아주 대단하신 분이 준 두 번째 선물 중 하나.”
‘회귀라는 선물 말고도 이런 걸 주다니. 앞으론 예배도 가야겠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