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권 4화
379. 여기까지 왔는데 (1).
"요한 자작님!!”
미나는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그녀의 외침을 들은 주점의 사람 들은 순간 멍청하게 굳어버렸다.
“자,잠깐.”
"요한 자작? 설마……칼밥 먹고 사는 자들 중에 요한 의 얼굴은 몰라도 이름을 모르는 자들은 없었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야. 아까 내 욕한 놈들 얼굴 봤 으니까 거기 그대로 있어라.”
몇몇의 안색이 하얗게 물들었다.
이대로 있다간 죽는다.
아까 욕을 했던 용병 하나가 슬 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그머니 도망치려던 그를 향해 요한은 포크를 던졌다.
-푹!!
"끄아아아악!!!”
갑옷을 뚫고 허벅지에 포크가 박 혔다.
그가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내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자 요한은 히 죽 웃었다.
"그…… 검성이라고 하셨던가? 그럼 검 뽑기 전에 죽여놔야겠네.”
-우지끈!!
요한은 들고 있던 의자를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덩굴에 묶여 있던 그가 피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맞았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그를 짓밟던 요한은 플로란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우.”
윌르크가 욕하던 대상에는 플로 란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요한의 손바닥을 툭 치고 지팡이를 들었다.
“끄아아악!!”
쓰러져 있는 윌르크를 지팡이로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그 사이 요한은 아까 욕했던 이 들을 잡아와 무릎 꿇렸다.
“어디 한 번 더 떠들어보시지?”
"히이이익……"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없는 자리에서는 국왕을 욕해도 누가 뭐라고 하겠냐. 그런데 어쩌 나? 우리가 있었는데. 앞으로 욕할 때는 누구 있는지 확인하고 욕하렴. 뭐…… 앞으로가 있을지는 모르겠 다.”
광왕 요한이 여기에 있을 줄 누 가 알았겠는가.
용병들은 두려워하며 그에게 고 개를 조아렸다.
“요한 자작님! 그, 그만하세요!”
처참하게 두드려 맞던 윌르크의 목을 덩굴이 감쌌다.
고통스러워하던 그가 축 늘어지 자 미나는 화들짝 놀라며 요한을 잡았다.
다른 이들에게도 덩굴이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들은 그저 불만을 표시했을 뿐입니다. 세상에는 바론님께 불만 을 표시하는 이들도 많다구요."
"알아. 하지만 바론님은 아주 자 비로우신 분이라 넘어가겠지만 나 랑 재랑 저기 늙은 어르신은 속이 좁아 터져가지고 이런 건 그냥 못 넘어가거든.”
씩 웃은 요한이 미스릴 검을 들 었다.
그리고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며 겁에 질린 이들에게 말했다.
"내가 얘들 죽이는 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와.”
문제가 있을 리가 있나.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은 자 신이 지는 법이다.
애초에 요한이 자비로운 사람도 아니다.
아니,그걸 떠나서 천하십강들은 대부분 성격이 더럽다.
그중에서 가장 더러운 성격을 지 닌 요한을 욕했고,그게 걸렸다?
그럼 그 책임은 자기가 알아서 지는 것이다.
이들과 같은 테이블에 있던 이들 조차도 고개를 돌려버리자 죽기 직 전의 용병들과 모험가들은 당황했 다.
"저,저놈들도 평소에 욕했습니 다!”
“저희만 이런 것이 아니라구요!!”
“오. 그래?”
씩 웃은 요한이 자신들을 바라보 자 테이블에 있던 이들은 식겁하며 외쳤다.
"그럴 리 없잖냐!!”
"요한 자작님께서 하신 영웅적 업적이 얼마나 많은데. 그,그래!! 악마를 쓰러트리기도 하셨잖아!”
“난 안다!! 난 알고 있어!! 요한 자작님께서 지옥문 사건 때 정체불 명의 괴인을 잡으셨다는 것을!”
"나도 알아!! 헨드릭 산맥의 악 몽이라 불리는 케리만도 잡으셨다 고!! 그런 영응을 왜 욕하겠냐!! 광 왕!! 저 개 같은 놈들이 헛소리하 는 겁니다!!”
사실은 욕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알게 뭔가.
지금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는 것 이 우선일 뿐이다.
주점에서 갑작스러운 요한과 바 그너 가문에 대한 찬양이 시작되었 다.
그것을 듣던 요한은 획 고개를 돌렸다.
“자기들 살아남으려고 저런 선량 한 이들을 끌어들이려 하다니. 이 건 더 용서 못 하겠다.”
“히이익!!”
더 이상의 질답은 필요 없었다.
간단히 그들을 제거한 요한은 창 백하게 굳은 주점 주인에게 손짓했 다.
“경비병 불러. 그리고 이건 처리 비용으로 치라고.”
요한은 주머니에서 전표를 꺼내 주인의 손바닥 위에 올려주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그리고 시체들이 바닥을 더럽힌 다는 것.
또 광왕 요한이 여기 있다는 것.
여러 가지 충격적인 일로 기겁하 던 주인은 전표를 보자 정신을 차 렸다.
"오만 골드나 주시다니!!”
“우리 대신 귀찮은 일을 해줄 텐 데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합당한 일을 하면 보수는 확실히 주는 요한이다.
그렇기에 그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지불했고 주인은 기뻐했다.
"얼른 경비병 불러!! 그리고 시 체들 치워라!!”
평소 용병이나 모험가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 그런 것일까?
이런 일이 꽤 있었는지 종업원들 은 두려워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였 다.
그들이 시체를 처리하자 요한은 자리로 돌아갔다.
“……어.”
아까까지만 해도 소란스럽던 주 점이 조용해졌다.
용병들과 모험가들은 요한이 있 는 쪽의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슬쩍 자리를 비웠다.
“거기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와서 앉든가. 아니면 주문을 하든가 하 지그래?”
“아. 예.”
상황이 정리가 되자 미나는 고개 를 끄덕이고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미나를 향해 에밀리 는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미나 성녀 님. 전에 캐슬 오브 로디악에서 잠 깐 뵈었었지요?”
“어?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님 아니신가요?”
바론 교단의 행사 때 잠깐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를 떠올린 미나는 밝게 웃다 가 요한을 보았다.
"그런데 왜 부단장님께서 여기 계세요? 어머어머H 설마!?”
눈을 반짝이는 그녀를 향해 요한 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야. 그나저나 넌 왜 여기 있냐?”
"아. 그게요…… 그런데 저분은 누구시죠?”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맥주를 홀 짝이는 레이몬을 향해 미나가 조심 스레 물었다.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레이몬은 한숨을 쉬었다.
“상아탑의 레이몬이라 한다네. 성녀.”
“아…… 반갑습니다. 레이몬 님.”
“……진짜 모르는 건가?”
"예? 어. 죄,죄송합니다. 상아탑 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송구스러워하는 그녀에게 레이몬 은 씁쓸해했다.
그사이 그녀의 뒤에 있던 성기사 가 작게 속삭였다.
"앗!? 암왕님이셨던가요!? 죄,죄 송합니다.”
“못 알아볼 수도 있지. 하하,,하지만 조금 실망한 표정이다.
레이몬을 향해 미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야. 묻는 말에 답변이나 하시지. 넌 왜 여기 와 있냐니까? 하이마스 대부님의 수업 끝났어?”
“아뇨. 교단의 요청을 받고 돌아 오지 않는 자의 숲으로 가고 있습 니다.”
“허.”
요한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화를 내려 하자 미나는 당 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그 기둥에 다가가려는 것 은 아니에요!! 그저 그곳에 모여드 는 사람들을 돌려보내려고 하는 것 이지.”
톨리간 백작의 일이 퍼진 이후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들을 막기 위해 바론 교단에서 도 성녀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마법사들은 복귀하지 않으려나? 레이몬. 상아탑에서 다시 지침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상아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 며 에밀리가 물었다.
하지만 레이몬의 표정은 좋지 않 았다.
“마법사들이 모두 상아탑에 소속 된 것은 아니니까.”
“아......”
"특히나 모험가나 용병에 속한 자들 같은 경우는 오히려 반발하겠 지.”
상아탑에 소속되지 않은 마법사 들은 그 권위를 부정하려 든다.
특히나 모험가나 용병으로 활동 하는 마법사들은 더욱 그런 경향이 있었다.
질문은 에밀리에게 했지만 레이 몬은 설명을 미나에게 해주었다.
바론 교단에서도 이해를 해달라 는 의미임을 모르는 자들은 없었다.
“상아탑에서 고생해주신 바에 대 해서는 저희들도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크흠. 별말씀을. 하지만 그런 상 황인데 바론 교단에서 간다고 해서 그들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군.”
“특히나 힘도 별로 없는 성녀 하 나가 간다고 해서 말이야.”
플로란스가 툭 내뱉자 미나의 표 정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뒤에 있던 성기사들이 살 짝 인상을 쓰자 요한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어쭈? 잘하면 치겠다?”
“광왕. 백왕의 말은 성녀님과 저 희 바론 교단의 권위를 무시한 것 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실은 때론 가혹한 법이지.”
하이마스의 대자이기도 한 요한 이 저리 말하니 성기사들은 기가 막혔다.
하지만 미나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그들은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쨌든 저희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각지에 있 는 다른 사제분들께서도 그곳으로 가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래. 뭐 가는 건 좋은데 그 기 둥에 들어가지는 말라고 해둬.”
“알겠습니다. 저기…… 요한 님. 괜찮으시다면 거기까지 함께 가시 는 건 어떤가요? 마차도 있으니 까……"아니. 그건 좀 힘들겠는데. 우리 는 얘 타고 갈 거라서.”
플로란스가 노루로 변해서 세 명 을 태우고 갈 것이다.
요한이 딱 잘라 거절하자 미나는 아쉬워했다.
“이거 안타깝네요……"바론 교단의 마차도 빠르긴 하 겠지만 얘의 도움을 받으면 그게 더 빠르거든. 아무튼 그렇게 하자 고.”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녀가 받아들였을 때 주점의 안 으로 병사들이 들어왔다.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는 신고를 받았다!”
"어떤 놈이 감히 트링킨 자작님 의 영지에서 감히 살인을 저질렀느 냐!!”
“나다.”
요한이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병사들과 기사들은 그의 곁으로 다 가갔다.
너무 당당한 그를 보며 병사들은 의아해했다.
“모험가인가? 아니면 용병?”
그런 이들이 사고를 치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듯 병사는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렸다.
“모험가 길드만 믿고 있나 본 데……"뭐야. 나 몰라? 신고할 때 누가 했다고 신고 안 했어?”
“알 바냐!!”
으르렁거린 병사가 버럭 소리 지 르자 요한은 품에서 패를 꺼냈다.
“일단 난 로드만 왕국 사람이니 까 할 말 있으면 수도에 연락해서 나 잡아가라. 아니 그런데 왜 신고 할 때 나에 대해서 말 안 한 거야? 누가 신고했냐?”
밑에서 점원들과 청소를 하던 주 점 주인이 살며시 손을 들었다.
머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보던 요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식아. 괜히 싸울 뻔했잖냐.”
"죄,죄송합니다. 저희 애들이 실 수를 한 모양입니다.”
주점 주인이 고개를 조아리자 요 한은 패를 흔들었다.
“로드만 왕국에서 오신 분이 왜 여기서 살인을 저지르신 겁니까?”
아무리 타국 사람이라고 하더라 도 이렇게 대놓고 살인을 저지르다 니.
어쩌면 국제적인 문제로 커질 수 도 있었다.
특히나 죽은 이들은 모험가 길드 에 속해 있는 자들.
자칫 잘못하면 그 뒷감당을 이곳 의 영주가 해야 할지도 몰랐다.
"죽일 놈 죽인 건데 문제라도 있 나? 아. 야. 됐고.”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은 주머니 에 손을 꽂은 채 말했다.
“오늘 잘 곳 마련했으니까 거기 가서 잡시다. 미나. 너희도 따라와. 그냥 여관에서 자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어디 가려는 거냐?”
“여기까지 왔는데 이곳 영주에게 인사라도 하고 가야지.”
여유롭게 말한 요한은 병사의 어 깨를 잡으며 물었다.
"그런데 여기 영주관저의 요리 사. 요리 잘하냐?”
너무도 당당한 요한의 행동에 당 황하던 기사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기사단 밥은 잘 나옵니다.”
"그럼 됐어. 가자고.”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