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권 2화
377. 늘 하던 일 (2).
"사실만 말하는 거다! 사실만!”
레이몬은 요한의 어깨를 꽉 잡았 다.
"운영과는 너를 싫어한다. 그런 와중에 네가 주축이 돼서 검은 기 둥에 접근하지 말라고 하면 그들이 따르겠냐?”
레이몬의 말을 들은 요한은 고개 를 갸웃거 렸다.
상아탑의 운영과와는 딱히 마찰 도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왜 자신을 싫어한 단 말인가.
의아해하는 그에게 레이몬은 어 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엘릭서 만든 비용 회수도 못 했 지. 로드만 왕국의 치안통제국과의 관계도 어그러졌지.”
생각해보니 운영과와 직접적인 마찰만 없었을 뿐 원한을 사기 충 분했다.
잠시 생각하던 요한은 미스릴 검 을 잡았다.
"그럼 상아탑의 운영과를 지금다 쓸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군 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넌 왜 이렇게 과격하냐?”
“거슬리는 놈들 살려둘 필요가 있습니까?”
"무슨 이런 폭군이……레이몬은 플로란스를 보았다.
그녀는 요한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
“위험의 싹은 초기에 제거하는 것이 낫지.”
플로란스나 요한이나 성격 더럽 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 에밀리를 보았다.
"굳이 잘라낼 필요는 없지요. 키 우는 것에 따라 어떤 작물이 될지 는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저 거다. 운영과의 로드가 너를 싫어 하기는 했어. 하지만 그건 로드와 로드를 따르는 몇몇 정도뿐이야.”
나머지 마법사들마저 모두 그렇 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한의 거침없는 행동을 마음에 들어 하는 마법사들도 꽤 있었다.
손만 잘 잡으면 그 거침없음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운영과 내에서 주축이 되지 못했던 마법사들을 포섭할 수 있다면 차후에 큰 도움이 되지 않 겠냐?”
"누구에게 요?”
“나에게.”
운영과는 상아탑의 운영 및 자원 의 배분에 대한 업무를 맡는다.
자체적으로 마법의 연구를 하기 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상아탑의 연 구를 통한 이익 창출에 힘을 쓴다.
그러니 운영과와 친하게 지낸다 면 연구를 위한 물품 조달이 쉬워 진다.
"결국 레이몬 좋자고 그걸 그냥 두자는 거군요.”
"얘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군. 녀석아. 나는 너와 계약을 해서 바그너 영지에서 일해주기로 했다.”
그러니 레이몬이 잘 되면 바그너 영지에도 좋은 것 아니겠나.
레이몬이 설득하자 요한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그럼 법정과와 천리과는요?”
"그들도 포섭할 수 있는 이들은 빠르게 포섭해야지.”
이번에 요한이 세 명의 로드를 한 번에 제거하여 세 과는 크게 흔 들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레이몬의 암흑과 가 그들을 포섭한다면?
그리고 빠르게 상아탑을 잡아나 간다면?
앞으로 마법 연구는 꽤나 수월하 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요 근래 연금술사 길드에서 자 꾸 상아탑의 영역을 넘보더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번 죽 음의 대지의 일 전부터였지요?”
“그래. 상아탑이 보유하고 있는 유적이나 시설들을 매입하려고 하 더라고.”
거기에 이번에 죽음의 대지에 들 어갈 때 썼던 골렘도 연금술사 길 드에서 매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 다.
그 정도로 연금술사 길드가 공격 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상아탑이 밀 릴 수는 없었다.
“아무튼 이번 일은 네 잘못도 있 으니까 너도 좀 돕도록 해라. 빨리상아탑이 정상화 되려면 도움이 필 요하니까.”
“저보고 연금술사 길드와 싸우라 는 말씀은 아니시겠지요?”
“문제가 생기면 적당히 우리 쪽 손을 들어달라는 거지.”
레이몬은 요한의 어깨를 토닥였 다.
지금까지 그가 도운 것도 있으니 힘 좀 쓰라는 이야기다.
잠시 고민하던 요한은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일만 끝나면 그거야 어렵지 않죠.”
“훗. 그래. 그거 잘 됐군.”
요한이 깔끔하게 받아들인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레이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암왕. 할 일 다 했으면 슬슬 갔 으면 하는데? 언제까지 여기 있을 예정이지?”
플로란스는 귀찮아하며 발끝을 톡톡 쳤다.
그녀는 드루이드.
숲이 없는 곳은 꺼릴 수밖에 없 었다.
상아탑이 있는 곳은 숲은커녕 나 무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있는 나무들이라고 해봐야 상아 탑의 마법사들이 기형적으로 만든 나무들뿐.
그런 나무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 다.
당장 나가고 싶어 하는 그녀가 재촉하자 레이몬은 고개를 끄덕였 다.
“아. 그렇지. 이제 가도록 하지.”
나머지는 다른 로드들에게 맡겼 으니 이제 가기만 하면 된다.
레이몬은 커다란 가방을 들었다.
"그건 뭡니까?”
“검은 기둥의 에너지 측정 및 분 석기다. 뭐 때문에 거기서 그런 효 과가 발생하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상아탑에서 오러를 다루는 이들 의 등급을 올려줄 수 있다면?
연금술사 길드 따위는 발아래로 둘 수 있다.
레이몬이 챙긴 장비를 보던 요한 은 한숨을 쉬었다.
“레이몬.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안에 들어갈 생각은 마십쇼.”
“안 들어가. 안 들어가. 네가 작업하는 동안 밖에서 분석하는 정도 는 괜찮겠지?”
"상관없긴 한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라서 분석할 시간 이나 될지 모르겠군요.”
“……어? 그러냐?”
“그럼 천년만년 그걸 잡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신 겁니까?”
“만약이라는 게 있잖으냐.”
아쉬워하며 레이몬은 가방을 들 었다.
그래도 장비를 놓고 가지는 않았 다.
그가 걷기 시작하자 에밀리는 요 한을 힐끔 보았다.
“요한. 너는 그 검은 기둥 안에 있는 나팔수에 대해서 알아?”
“알지.”
“얼마나 위험하지?”
“■증舌r .......w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요한은 볼을 긁적거렸다.
그사이 그들은 도브다만 왕국과 연결된 유적에 도착했다.
레이몬이 있기 때문일까?
별다른 검사 없이 그들은 유적을 통과할 수 있었다.
유적에서 나와 느긋하게 산길을 타고 내려가던 요한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본질은 위대한 자와 같아.”
"(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자신 외의 모두를 미쳐버리게 하지.”
요한이 가진 위대한 자의 석상도 익스퍼트 이상이면 저항이 가능하 다.
마스터라면 손쉽게 움직일 수도 있고.
에밀리가 의아해하자 요한은 고 개를 저었다.
"위대한 자의 석상과 비슷한 수 준이 아니라는 건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네. 석상은 석상일 뿐이야. 본체가 아니라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셋은 섬뜩 함을 느꼈다.
위대한 자를 형상화하고 그 힘을 빌리는 석상조차도 제물에 따라 전 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위대한 자와 비슷한 존재와 싸워야 한다니.
"괜찮겠어?”
에밀리는 걱정을 담아 물었다.
아무리 요한이 강하다고 하지만 그것을 상대할 수준이 될까 싶었다.
“흠•…" 한번 보고 싶은데.”
레이몬이 입맛을 껍쩝 다시자 요 한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시선에 움찔한 레이몬은 어색 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 지.”
“요한. 정말 혼자 가도 괜찮아? 우리가 함께 싸울 방법은 없는 거야?”
에밀리는 요한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걱정 과 안타까움을 읽은 요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축복받은 물건이나 정신 보호를 위 한 장비,혹은 저주받은 비법 같은 것을 통해서도 저항이 가능하긴 해.”
"저주받은 비법?”
"천 마리 검은 양을 쌓는 방법에 나와 있을 거야.”
그의 말을 듣자마자 레이몬은 아 공간 주머니에서 마법서를 꺼냈다.
“에…… 여기 있다.”
깨알 같은 글씨들을 확인한 요한 은 그 대목을 보여주었다.
그에게 마법서를 돌려받은 레이 몬은 빠르게 읽었다.
“위대한 자를 마주하며 멀쩡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다른 위 대한 자의 가호를 받는 것이며 두 번째는 비법을 통해 이뤄내는 것이 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그는 다음 장을 펼쳐 내용을 읽 었다.
"비법을 통해 나팔수의 힘을 막 아내려면 필요한 물건은 세 가지다. 첫 번째. 현자의 돌…… 이런 씨!?”
처음부터 막혔다.
현자의 돌이 그렇게 쉽게 구할 만한 물건은 아니다.
요한이 히죽 웃자 레이몬은 으르 렁거 렸다.
"그냥 불가능한 거잖냐. 아니 그 걸 떠나서. 요한. 너는 어떻게 하려 고?”
"전 예외입니다.”
“왜?”
“체질이라고 해야 하는 게 낫겠 군요.”
그가 무덤덤하게 말하자 레이몬 은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플로란스와 에밀리 모두 입을 다 문 채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지 알 것 같 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이거 지?”
“그래. 요한. 넌 도대체 어디까지알고 있는 거냐?”
“그리고 어떻게 알고 있는 거 지??"
“딱히 그렇게 진지할 필요는 없 는데. 뭐가 그죄 심각해?”
레이몬과 플로란스를 둘러본 요 한은 에밀리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았다.
그저 납득을 할 뿐.
"애초에 요한이 특별하고 이질적 인 존재라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던 것이잖아요.”
의문을 품을 거면 요한이 위대한 자의 석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도 알아봐야 한다.
아니,그것뿐만이 아니다.
절맥에 걸려 빌빌대던 환자가 하 루아침에 낫고,빠르게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도 궁금해야 한다.
그가 가진 막대한 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져야 했다.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없는 것 은 아닙니다.”
“그거야 그렇지……。으음……“그걸 캐묻는 것 자체가 실례라 고 생각합니다. 서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지는 말지요. 그리 고…… 다들 대충은 예상하고 계시 잖아요.”
탈무의 던전에서 교율이 했던 말 이 떠올랐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알람을 끄려 는 자가 누구일까?
그 질문을 떠올리며 에밀리는 요 한에게 말했다.
예상은 간다.
하지만 그가 직접 말해주기 전까 지 그 비밀에 대해서 접근할 필요 는 없다.
에밀리의 배려심 넘치는 발언에 요한은 박수를 쳤다.
“애가 힘은 없어도 사람은 됐네. 좀 보고 배우쇼들.”
“으윽.”
“그거야 뭐.”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댁들 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 나중 에 애들 풀어서 꼬치꼬치 캐묻게 할 테니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요한이나 플로란스,레이몬.
셋 모두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하늘 같은 존재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그들의 힘 정 도라도 얻길 원할 터.
지금 이들이 요한에게 하는 것과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질 수도 있었 다.
“끄응…… 뭐 좋아.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레이몬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고 개를 끄덕였을 때 그의 허리에 있 던 주머니에서 빛이 번쩍였다.
“뭐야?”
"통신마법 같은데?”
레이몬은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그의 말대로 상아탑 쪽에서의 연 락이 었다.
[레이몬!! 큰일입니다!]
“뭔데 그러나?”
[도브다만 왕국에서 검은 기둥으 로 병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것을 차지하는 업적을 자랑하겠다 며 각지에 통신마법을 보내고 있습 니다!]
“……뭐!?”
그들은 뜬금없이 왜 거기로 갔단 말인가.
레이몬은 기가 막혀 하며 요한을 보았다.
하지만 요한의 표정은 별다른 변 화가 없었다.
"거 참. 생각해서 들어가지 말라 고 했더니.”
"자,잠깐 기다려라!!”
레이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마침 유적을 통과한 지 얼마 되 지 않았다.
그러니 가서 그 수정구를 받아와 야 한다.
"금방 다녀오겠다!! 플로란스!! 도와주게나!!”
“알겠다.”
노루로 변한 플로란스를 타고 레 이몬이 달려 을라갔다.
그들이 멀어지자 요한은 자리에 서 일어나며 에밀리에게 말했다.
"우리는 밥 먹을 준비나 하자고. 이 근처에서 뭘 잡을수 있으려 나',팔자 좋게 훙얼거리듯 말하는 요 한을 보며 에밀리는 한숨을 폭 내 쉬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