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24화
374. 그는 더 자야 한다 (2).
톨리간 백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이곳은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게 뭐란 말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 황야 속에서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들 을 바라보고 있었다.
“묻겠다! 그대가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에 검은 기둥을 만든 자인가!?”
여인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기질적인 표정을 지으며 톨리간 백작과 그의 병사들을 바라 보기만 할 뿐.
그녀가 답하지 않자 그는 창을 잡았다.
“답하라!!”
수정구를 통해 대륙의 많은 이들 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멋진 모습을 보여 야 한다.
영웅의 면모를.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정도 의 위업을.
그가 이를 드러내며 창을 겨누자 여인은 잡고 있던 나팔을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_0후。무。卜卜무。卜|아아아아아!! I노랫소리와 같은 비명이 터져 나 왔다.
그것을 들은 톨리간 백작은 자신 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아름답지만 섬뜩하기 그지없는 소리다.
그 소리를 들은 그의 부하들 모 두 긴장했다.
“공격을 준비하라!”
한 차례 외친 여인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톨리간 백작은 몸을 떨었다.
두렵다?
아니다.
두려운 것이 아니다.
'이건……여인에게 저항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하는 행동은 모두 옳다고 생각되었다.
마치 드라이어드 같은 몬스터의 매료에 걸려버린 것 같다.
그는 이를 악물고 주변을 둘러보 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 든 이들이 다가오는 여인에게 무기 조차 겨누지 못하고 있었다.
“쏴…… 쏴라!”
주먹을 꽉 쥐며 그가 외쳤다.
그 명령에 놀란 궁병들은 당황했 다.
왜 공격해야 하는 것인가.
저 여인은 옳은 일만 하고 있는 것인데.
하지만 숙련된 병사들은 결국 자 신의 마음을 어기고 활을 들었다.
-피피피피핑!!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풀어지 며 화살이 쏘아져 나간다.
수백 발의 날카로운 화살촉은 여 인의 몸을 관통하거나 그대로 박혀 버렸다.
그렇지만 여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걷기만 할 뿐.
다가오는 그녀에게서 병사들은 죄악감을 느꼈다.
“배,백작님!!”
“이건 아닙니다! 저 여인을 공격 해서는 안 됩니다!”
병사들이 외친다.
자신들의 죄를 밝히고,옳은 일 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 를 내렸다.
“멍청한 놈들!! 너희는 매혹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 차려니 틴그루드!! 뭐하는 거냐H 어서 매 혹을 막아라!”
몬스터들 중에는 정신공격을 통 해 상대의 적의를 막는 몬스터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드라이어드 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을 방법 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신 계열을 다루는 마법사들 중 에는 그 매혹을 막아낼 수 있는 자 들도 있었다.
그리고 톨리간 백작의 부하들 중 에는 그 마법이 가능한 마법사가 있었다.
그가 보유한 두 자루 명검 중 하 나가 바로 마법사 틴그루드였다.
틴그루드는 그와 같이 명검의 취 급을 받는 동료 마스터 헤겔과 함 께 몇 차례나 마녀나 드라이어드를 잡아보았다.
그 정도로 정신계 공격에 대한 저항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이미 하고 있습니다.”
틴그루드는 어린애처럼 울고 있 었다.
저 여인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악감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 다.
그의 지팡이에서 홀러나오는 마 력으로 보아 그가 거짓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톨리간 백작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마치 어머니에게 대드는 것과 같 은 죄악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칼을 들이대는 듯한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통스러워하는 톨리간 백작군을 향해 여인은 손을 뻗었다.
“아…… 아아……슬픔이 몰아친다.
이미 부모가 오래전에 죽은 이들 도.
영지에 실제로 부모가 있는 이들 도가족을 잃은 것 같은 엄청난 상 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죽여!! 저년을 죽여니”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이곳의 모습은 대륙 각지의 위엄 있는 자들에게 보여지고 있었다.
이런 추태를 계속 보일 수는 없 었다.
그렇기에 그는 검을 뽑았다.
“하아아아앗!!”
막대한 죄악감을 느끼며 검에 오 러를 담고 그는 뛰었다.
자신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 는 여인에게 달려간 그는 그녀의 목을 후려쳤다.
-서걱!
머리가 잘려나간다.
죄악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여 인을 잡은 백작은 웃었다.
그녀를 쓰러트린 백작은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이것으로……-푹!!
거칠 게 웃은 백작의 배에 창이 꽂혔다.
그 고통에 비틀거린 백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자신에게 충실했던 부하들이 무 기를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그들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이의 배신은 정말 믿을 수 없 는 일이었다.
“헤,헤겔…… 어째서냐……?”
자신의 부하 중 가장 충성스러운기사였다.
종자 때부터 직접 훈련해 자신을 대부처럼 생각하는 기사.
자식보다 더 신뢰하는 기사인 헤 겔이 공격했다.
그 충격과 상실감에 톨리간 백작 은 말조차 제대로 꺼낼 수 없었다.
“네가…… 쿨럭! 쿨럭! 왜……“감히!! 감히!!! 네놈이 내 어머 니를!!!”
검을 들고 달려든 헤겔은 톨리간 백작의 가슴을 갈랐다.
원수라도 보는 듯한 적의를 마주하며 그는 힘없이 말했다.
“너…… 어머니가…… 없잖…… 아……그 짧은 한마디가 톨리간 백작의 유언이 되었다.
그리고,그것을 끝으로 톨리간 백작의 부하들끼리의 살육전이 시 작되 었다.
“저분은 나의 어머니가 되실 분 이다!!”
“나다! 나만이 오로지 저분의 자 식이 될 것이다!!”
“어머니를 위하여!!”
살육.
서로 자신의 어머니라 주장하며 싸움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싸우고 난 후 유일한 생존자가 된 헤겔은 피투성 이가 된 채 여인의 머리를 들었다.
"어머니……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그도 상처 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버 렸다.
* * *톨리간 백작의 부하들이 한참 살 육전을 펼치다가 마법사들이 죽자 수정구의 통신마법이 끊어졌다.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수정구 를 보던 토도 백작은 할 말을 잃어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일단 그여인은 죽었으니…… 끝난 것 아닐까요?”
베르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 얼 거렸다.
하지만 창밖을 보니 하늘까지 이 어진 검은 기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당장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 쪽 을 확인해 보도록 해!!”
정말 여인이 죽고 끝났다면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다.
토도 백작이 외치자 마법사는 바 로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 쪽에 있 는 이들에게 통신마법을 요청했다.
“아니 그런데 톨리간 백작은 왜 그녀를 공격한 것이지?”
오히려 문제를 키운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토도 백작은 낮은 어조로 말했 다.
“일단 상아탑에 이 사실을 알려 보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암왕과 백왕,그리고 도브다만 왕국의 명예 자작인 요한이라면 뭔 가 알지 않을까?”
그들이 말하길 검은 기둥에 접근 하지 말라고 했다.
단순한 경계일까?
아니면 뭔가 알고 있기 때문일 까.
어서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어느새 마법사들이 들어와 각지 에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온 첫 번째 연락 은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 방면에 서였다.
“검은 기둥이……마법사는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수정구를 들었다.
수정구에 비치는 검은 기둥은 전 보다 더욱 커져 있었다.
“이건……검은 기둥이 확장되는 속도가 눈 에 보일 정도다.
빠르게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을 삼킨 기둥은 어느새 녹색 산맥과 도브다만 왕국의 영토를 집어삼키 고 있었다.
“•크- ”
이걸 그대로 둬야 할까?
베르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상아탑에 연락이 닿았나!?”
“지금 레이몬 님께 연락을 따로 드리고 있습니다!”
상아탑에는 그가 없다.
지금 그가 가 있는 곳은 바그너 영지.
그쪽에 연락을 하라며 상아탑에 서 그의 직통 코드를 알려줬다.
도브다만 왕국에 소속된 마법사 들은 필사적으로 암왕에게 연락했 고 결국 암왕이 통신마법을 허락했 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찾는 거 지?]
“암왕! 들리십니까!? 여기는 도 브다만 왕국입니다!”
[그래. 그런데 뭐 어쩌라고.]
시큰둥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토 도 백작은 신음했다.
잠시 망설인 그는 마법사 대신 나섰다.
“암왕. 토도 엘도만 백작입니다.”
[흠•…" 그 녀석의 아비인가?]
현재 자신의 딸인 헤이로나가 바 그너 후작가에 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래서일까?
레이몬은 토도 백작을 향해 조금 은 누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일단 그 멍청한 녀석은 잘 봤 지.]
“그걸 어떻게 보셨습니까?”
토도 백작은 얼굴을 감싸 쥐었 다.
추태를 부리려면 차라리 왕가에 만 할 것이지.
망신도 이런 망신이 더 없을 정 도다.
토도 백작이 신음하자 레이몬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그쪽에 더는 접근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것을 당당하게 어기다니. 참 간도 크군.]
“그…… 이번 일은 그의 독단으 로 행해진 일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브다만 왕 국의 통제력이…… 이번 일은 기억 하고 있겠네.]
에인스타인 국왕은 한숨을 쉬었 다.
왕가를 부정하는 반역자가 사라 진 것은 좋다.
하지만 아직 도브다만 왕국의 위 기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암왕. 도브다만 왕국 에인스타 인 국왕입니다.”
[호오. 국왕 폐하 아니시오.]
“이번 일…… 그 검은 기둥은 도대체 뭡니까?”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한 나 팔…… 이라고 하더이다. 아까 그 멍청이가 잘 보여줬잖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의아해했 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 그들을 보며 레이몬은 천천히 설명했다.
[그 나팔이 울리게 된다면 이 세 상이 무너진다고 하더군.]
“……그게 정말이십니까!?”
상대는 천하십강이며 상아탑의 로드 중 하나인 암왕 레이몬이다.
그가 괜한 헛소리를 할 이유는 없다.
“그,그럼 어떻게든 막아야 하잖 습니까!”
[그거 막으러 출발했다네.]“예?”
[요한이 출발했다고. 플로란스와 함께.]“……아니 잠깐만. 그걸 왜 알리 지 않으셨습니까?”
당황한 토도 백작을 향해 레이몬 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 검은 기둥은 신경쓰지 말고 접근하지 말라고 했잖은 가.]
그것을 무시한 것은 도브다만 왕 국이다.
에인스타인 국왕이 입을 다물자 토도 백작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 다.
“지금 검은 기둥이 확장되는 속 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 그래서라니요.”
[자네들은 뭔가 착각을 하는 모 양인데. 만약 그 기둥에 그들이 접 근하지 않았다면 별다른 피해 없이 요한이 그 기둥을 없앴을 것이야.]
그런데 괜히 멍청한 놈 하나가 끼어들어서 일을 크게 만들었다.
[도브다만 왕국의 귀족이 자기들 멋대로 행동한 결과를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건가?]
“그건……[이보게 토도 백작. 헤이로나의 얼굴을 봐서 이번은 그냥 넘어가 주는 것이야.]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바로 이 통신마법도 끊었을 것이다.
레이몬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 다.
토도 백작의 뒤에서 얌전히 서 있던 세이논은 조심스레 물었다.
“암왕. 저는 엘프 세이논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런데 왜 그런가?]
“……지금 뒤에서 고기 굽는 분 옆에 계신 분. 혹시 요한 자작님 아니십니까?”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을 들은 레 이몬은 한숨을 쉬며 수정구를 음직 였다.
[야. 걸렸다. 그러니까 빨리 가자 니까. 자식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 은 먹어야죠. 그리고 저희는 경고 했잖습니까. 자살하러 가는 사람을 왜 말립니까?]
플로란스만 데리고 간다던 요한 은 에밀리와 플로란스,레이몬과 함께 먹기 위해 팔자 좋게 고기를 굽고 있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