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18화
368. 넌 도대체 뭐냐 (3).
“이게 뭔……요한에게 아가트람을 받은 이후 계속해서 수련을 했다.
간신히 아가트람을 자신에게 종 속시킬 정도가 되자 그는 곧장 율 리아 영지로 향했다.
그리고 율리아 영지 근처에 도착 했을 때 경악했다.
평원의 방벽 쪽에서 팔을 닮은 무언가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방벽 위쪽에서 많은 이 들이 그 팔과 싸우고 있었다.
고민이 되었다.
저것을 그냥 둘 것인가.
아니면 함께 싸울 것인가.
그 고민은 오래되지 않았다.
“떨어트려라!!”
황금시대의 마도구인 아가트람에 서 마력이 솟구쳤다.
그 강대한 마력을 통제하기 위해 집중을 시작한다.
당장에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것 같은 아가트람을 억누른 그는 은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가트람!!”
아가트람에 맺힌 강력한 마력이 방출되었다.
쏘아진 빛줄기는 단번에 거대한 팔을 꿰뚫어버렸다.
-크아아아아아!!!
천지가 울리는 비명이 들리며 팔 이 움직인다.
그것을 본 다키스트는 안도했다.
그때 방벽 쪽에서 팔과 싸우던 기사들이 달려왔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귀하께서는……?”
“아. 저는 다키스트라고 합니다. 요한 자작님께 은혜를 받아 그분의 밑에서 일하려고 합니다.”
“그럼 잘 되었습니다! 저희와 함 께 싸우시지요!”
"예? 아니 하지만.”
“저희는 바그너 기사단의 기사들 입니다. 요한 자작님을 따르고 있 습니다.”
즉 같이 일할 사이라는 것이다.
지금 요한은 영지에 없다.
대리로 이곳을 다스리는 것은 바 그너 가문의 양녀인 엘마다.
그녀와 함께 일할 것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함께 싸우자.
기사들의 간절한 제안에 다키스 트는 난감해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기사들의 심각한 표정을 보아하 니 사태는 꽤나 급박해 보였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그들과 함께 방벽에 올라간 다키 스트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 겠군.’
“당신은?”
“다키스트라고 합니다. 전 검은 요새 레인저 캡틴이었습니다.”
“그래? 나는 프란츠 바그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형님께서 나에 대해 말씀하셨다 고?”
그냥 예의상 했을 뿐이지 실제로 는 말한 적 없었다.
하지만 프란츠는 꽤나 기대감을 품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다키스트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예. 아주 훌륭하신 동생이라 고……"후,후후후. 형님도. 은근히 내 자랑을 많이 하셨군.”
기뻐하는 것을 보니 잘 말한 듯 싶다.
다키스트가 어색하게 웃자 프란 츠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아무튼 지금 이렇게 환담을 나 눌 때가 아니지. 좀 도와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건 뭡니 까?”
아가트람의 빛에 맞은 팔이 균열 안쪽으로 되돌아갔다.
남은 것은 균열뿐.
그 균열을 보며 방벽 위에서는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저 균열에서 괴물들이 나올 것 이야. 형님께서는 그들을 차원수라 고 이름 붙이셨지.”
“요한 자작님께서요? 그럼 저기 서 나오는 괴물들은……“음. 형님의 적이라고 볼 수 있 어.”
"알겠습니다. 그럼 죄송하지만 장비를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방벽 밑에 보급품은 얼마든지 있어. 그리고 좀 기다리면 광약 님 도 와주실 거야.”
“알겠습니다.”
다키스트는 방벽 위에 선 채 주 변을 둘러보았다.
균열 주변에는 숲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숲 뒤쪽에 방벽이 있 다.
입구도 없는 방벽이니만큼 괴물 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쉽게 뚫리지 는 않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다키스트는 지급된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었다.
그때 였다.
“나옵니다!!”
균열 속에서 기형적인 형태의 괴 물이 나왔다.
세 개의 팔을 가지고 세 개의 다 리를 지닌 괴물이었다.
두 개의 눈을 끔뻑거리던 괴물이 포효하자 균열 속에서 그와 비슷하 게 생긴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것들은 원거리 공격을 못 한 다!! 활을 쏴!!”
검은 무쇠산에서 봤던 차원수들 이다.
그래서인지 프란츠는 단번에 차 원수들의 상대법을 지시했다.
다키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 음을 지었다.
이들의 전투법은 레인저들과 닮 았다.
기사라고는 하지만 철저하게 상 대방의 약점만을 공격한다.
어떤 방식이든 이기면 그만이라 는 생각대로 싸우고 있다.
그래서일까?
다키스트는 옛날의 추억이 떠올 탔다.
“뭐하나!! 다키스트!”
“아. 죄송합니다.”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황급히 석궁을 잡았다.
* * *이미 율리아 영지와 바그너 영지 에는 꽤 많은 모험가들이 있었다.
비록 요한에 의해 단순 육체 노 동자들로 끌려왔지만.
만약 위기 상황이 된다면 그들은 훌륭한 전투원이 될 수 있었다.
“프란츠 공자님!! 바그너 영지에 서 추가 지원이 왔습니다!!”
바그너 영지에 가 있던 노동자들 이 왔다.
기본 익스퍼트 수준의 실력을 가 진 그들은 방벽 위로 올라와 상황 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와. 이게 뭐야?”
“프란츠 공자님. 저놈들은 팁니 까?”
“뭔지 지금 그거 따질 때 아니거 든? 무기 들고 싸우기나 해!!”
“하하하. 알겠습니다.”
꽤 오랫동안 바그너 가문과 함께 일했던 마세츠는 군소리 없이 검을 잡았다.
어찌나 치열한 전투였는지 방벽 은 꽤나 상해 있었다.
“프란츠 공자님. 방벽을 좀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콘크리트 바를 시간도 없어. 이대로 버텨야 해. 아니면……“아니면 벽에 기름이라도 뿌리는 겁니다. 다가오면 불 질러버리게.”
"그건 안될 거야. 저 균열에서 나오는 차원수들 중에는 불길로 회 복하는 놈들도 있으니까.”
다양한 방법으로 싸우는 자들이 많기 때문일까?
모험가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제시하며 전투법을 논의해나갔다.
그들이 떠드는 것을 보던 프란츠 는 자신도 모르게 쓰게 웃었다.
‘설마 형님께서는 이 상황을 예 견하신 것일까?’
뜬금없이 모험가들을 노동자로 고용해서 영지에 주둔시켰다.
단순 노동만 시키기에는 그들의 가치가 너무 높았다.
그런데도 요한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이것을 예상하고 모아둔 것이라면?
프란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형님.’
물론 크나큰 오해에 불과했다.
하지만 요한은 균열이 나타나는 위치도 맞추고 대비책까지 전부 지 시를 해놓았다.
그러다 보니 저 모험가들도 요한 이 마련한 수 중 하나라고 생각되 었다.
‘이렇게 많다면…… 싸울 수 있 어.’
이 정도라면.
그리고 차후 을 지원들까지 생각 한다면.
아까의 그 팔이 나온다고 하더라 도 상대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율리아 영지에서 아예 여기까지 와 버린 야스진이 부상자들을 치료 하고 있었다.
거기에 율리아 영지에서 내놓은 약재와 식량,무기 같은 것들도 충 분하다.
어찌 보면 오히려 마드모스 왕국 에서 싸우던 것보다 더 편하다고 볼 수 있었다.
“또 나온다!!”
"오우! 슬라임인가!?”
“일단 불화살부터 쏴!!”
특이한 형태의 차원수들을 보아 도 모험가들은 여유롭게 상대해나 갔다.
그들이 참가한 것만으로도 여유 롭게 전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프란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광약 님. 조금 쉬시는 게 어떠 시겠습니까?”
“강한 차원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때를 대비하려면 쉴 여유는 없어. 최대한 수를 줄여야해.”
“그렇겠지요.”
모험가들의 참가로 전투가 유리 해졌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위험 할 수 있었다.
프란츠가 고개를 끄덕이자 광약 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는 쉬어라.”
“예? 하지만……“프란츠. 만약 네가 저들과 같이 싸워야 하는 입장이라면 쉬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달랐다.
프란츠는 마스터이지만 이곳을 지휘하는 지휘관이다.
만약 그가 피로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바그너 기사단과 병사들, 그리고 모험가들을 통제하며 음직 일 자가 없어진다.
“나도,가로무도,플로란스도. 지 휘에는 약하다.”
"아……“이 전장의 주인은 너고,이 장 기판에서 싸우는 선수는 너다.”
그러니 장기 말 따위는 신경 쓰 지 말고 쉬도록 하라.
광약의 말을 들은 프란츠는 고개 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의 배려를 받은 프란츠는 방벽 밑으로 내려갔다.
균열이 나타나고 며칠째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했다.
만약 도브다만 왕국에서 이런 경 험을 하지 못했다면 벌써 쓰러졌을 지도 모른다.
피로가 몰려온다.
방벽의 계단을 비틀거리며 내려 온 프란츠에게 야스진이 달려갔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아. 그래. 괜찮아. 야스진.”
“전혀 괜찮지 않아 보입니다. 얘 들아!!”
"예!!”
“공자님부터 회복시켜드리렴!!”
“나는 됐어. 부상자들은 어때?”
“ fO ”
...... .
솔직히 말하기 미안했다.
사망자도 있고,부상자도 있다.
어쩌면 다시는 무기를 잡지 못할 정도의 부상을 입은 기사들과 병사 들도 있었다.
“괜찮아. 말해줘.”
전투를 진행하며 아예 피해가 없 을 수는 없다.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은 요한처럼 특별한 힘을 가진 자가 싸울 때뿐.
자신 같은 범골은 그런 짓은 못 한다.
그러니 받아들여야 했다.
저 피해도,부하들의 희생도.
자신이 감당하고 받아가야 하는 것이다.
“사망자 삼십칠 명. 부상자 사십 팔 명입니다.”
“……그런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바그너 가문 의 사람들.
도브다만 왕국에서 싸웠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슬픔이 몰려들었다.
‘내가…… 좀 더 지휘를 잘했더 라면…… 형님 말대로 좀 더 노력 했더라면……프란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부들부들 떨자 야스진은 빙 긋 웃었다.
“프란츠 공자님. 예전에 요한 자 작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 니다.”
“뭐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나 하라 고.”
“아……“프란츠 공자님께서 언제나 최선 을 다하신 것은 저희 모두가 압니 다. 그러니 자책하지 마시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야스진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지금 공자님께서 하실 일은 쉬 시는 겁니다.”
“……알겠어. 고마워. 야스진.”
“하하. 별말씀을. 사제로서 당연 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에게 가볍게 인사한 야스진은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막사로 향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신음을 프란 츠는 이를 악물고 받아들였다.
‘그래. 이게 영주가 된다는 것이 겠지.’
다스리는 자는 언제든지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
요한이 아무리 바그너 가문을 크 고 강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것을 이끌어야 하는 것은 자신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잘해야 한다.
프란츠는 검을 꽉 쥐었다.
‘한가롭게 좌절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는 자리에 앉았다.
야스진의 제자인 수행 사제가 가 져다준 힐링 포션을 단번에 들이마 신 그는 눈을 감고 최대한 몸을 회 복시키기 위해 집중했다.
* * *“프란츠 공자님!!”
명상을 하며 오러를 회복시키던 사이 테오가 달려왔다.
피투성이가 된 그는 프란츠를 깨 우며 외쳤다.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균열에서 이상 사태가 발생했습 니다.”
심장이 덜컹거린다.
침을 꿀꺽 삼킨 그는 황급히 방 벽 위로 올라갔고 이를 악물었다.
“……맙소사.”
균열이 벌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벌려진 균열의 안쪽에서 시끄러울 정도의 날갯짓과 발소리 가 들렸다.
그것이 한 번에 몰아치기 위한 것임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적이 나올까.
방벽 위의 모두가 긴장하고 두려 워 했다.
그들을 둘러보며 프란츠는 검을 들어 올렸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니 우리가 두려워할 자는 단 하나!!”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있던 이들 이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
이곳에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단 하나뿐이다.
삽시간에 내려앉은 사기가 치솟 았다.
그들이 평소에 겪었던 공포에 비 하면 저딴 것쯤 두려움 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무기를 들어라!! 우리는 공포의 대명사인 광왕에게 훈련받은 자다!! 그 자격과 긍지를 품에 안고!!”
-와사사사삭!!!
-우두두두두!!
균열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 을 보며 프란츠는 강하게 외쳤다.
“감히 이곳을 침범한 버러지들을 짓밟아버려라!!”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