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13화
363. 하나는 정리되었다 (3).
바그너 영지로 찾아간 요한은 입 을 다물었다.
레이몬,엘레나,솔베드.
셋은 코 밑을 쓱 닦으며 흐뭇해 하고 있었다.
“어떠냐?”
“저희가 만들었지만 정말 역작이 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에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셋은 무척이나 흐뭇해하고 있었 다.
그런 그들을 힐끔 본 요한은 장 갑 부분을 가리켰다.
“다 좋은데 납 장갑을 저렇게 만 든 건 누구 센스입니까?”
골렘의 앞쪽에는 용의 머리가 달 려 있었다.
그리고 몸체는 가시가 나 있는 등껍질이 있었다.
그뿐인가?
골렘의 양 사이드에는 마법구가 달려 있어 전격 마법을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더 멋진 건 저 용의 입 이지.”
레이몬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안 쪽에 탑승하고 있던 마법사가 마력 구에 손을 얹었다.
그것과 함께 용의 입에서 전격 마법이 발휘된다.
단번에 전방에 있는 장애물을 바 삭하게 구워버리자 엘레나는 손을 들었다.
“저도 만든 것이 있답니다!!”
엘레나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거북이 등껍질에 있던 가시들에서 전격이 흘러나왔다.
“골렘에 접근하려는 자들은 저걸 로 다 구워버릴 수 있습니다!”
“……왜? 변신 기능도 만들지?”
그냥 죽음의 대지에 들어가는 동 안 피폭되지 않으려고 납으로 둘렀 을 뿐이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다.
황당해하던 요한이 중얼 거 리 자 기다렸다는 듯 솔베드가 손을 들었 다.
“하하!! 그러실 줄 알고 준비했 습니다!! 체인지!!!”
-우우우웅! 철컥! 철컥!!
골렘에게서 응장한 음악과 기계 음이 흘러나온다.
그것과 함께 골렘의 형태가 변하 기 시작했다.
바퀴가 변형하고 다리가 만들어 졌다.
네 개의 다리로 바닥을 지탱하며 일어나자 솔베드는 당당히 말했다.
“이 정도면 동력원에 에너지를 얼마나 보내느냐에 따라 산도 쉽게 넘을 수 있습니다!”
“시간과 예산만 더 있었어도 하늘도 날 수 있게 할 수 있었을 텐 데……레이몬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를 빤히 보던 요한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죽음의 대지에는 산 같은 것은 없었다.
“이딴 예산과 시간 낭비를……“오. 지정된 예산은 넘기지 않았 다고.”
“변신 부분은 저희의 취미였습니 다.”
“잘 거 안 자고,놀 거 안 놀고.
먹을 것 안 먹으면서 만들었으니까 칭찬해주셨으면 합니다.”
흐뭇해하는 그들을 보던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하겠나.
어쨌든 필요한 기능만 잘 작동하 면 된다.
“그럼 시험운전을 해 봐야겠는 데……“이걸로 죽음의 대지에 들어갈 수 있느냐지? 그것만큼은 자신할 수 없군.”
“그걸 확인해 보려면 직접 가봐 야 합니다.”
“안에 들어간 마법 물품이 많아 서 이건 아공간 주머니에도 넣을 수 없습니다.”
결국 직접 몰고 가야 한다는 이 야기다.
요한은 골렘을 지켜보다가 말했 다.
“어쩌겠습니까. 가야지. 이동 준 비는 다 되셨습니까?”
가서 문제가 생기면 정비도 해야 한다.
안 그래도 제대로 시험가동을 해 보고 싶었는지 이들은 요한이 오기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가보자고!!”
“아. 예.”
그들이 신나 하는 것을 본 요한 은 바로 윌카스트 후작을 찾았다.
“아버지. 저 필로틴 제국에 좀 다녀와야 합니다.”
“그러니……윌카스트 후작의 표정은 어두웠 다.
그의 표정을 읽은 요한은 쓰게 웃었다.
“이번에 마드모스 왕국에서 있었 던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음…… 네가 너무 많은 자들에 게 원한을 살까 두렵구나. 필로틴 제국도 그렇고,마드모스 왕국도 그렇고……요한이 간 곳마다 파란이 일어난 다.
아니,정확히 말하면 그가 파란 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그런 파란 의 중심에 있는 자는 항상 불행하 고 위험했다. 요한. 아비로서 부탁 한다. 조금 자중해줄 수 없겠니?”
아무리 요한이 강하다고 하더라 도 아비는 항상 자식을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이 영웅이 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웅이 추락하 기를 바란다.
빛이 강하면 그만큼 그림자가 큰 법이라는 것을 윌카스트 후작은 잘 알고 있었다.
“네 덕분에 우리 가문은 정말 강 해지고 있단다. 하지만 강해진 만 큼 적도 늘어나겠지."
“그러겠죠.”
“그러니…… 앞으로는 좀 자제해 다오. 그리고 이번에 마드모스 왕 국에서 얻어낸 영토는 그들에게 다
시 되팔도록 하마.”
그리고 남은 재화를 로드만 왕국 내의 귀족들과 왕가에 나눠준다.
그럼으로써 바그너 후작가의 독 주에 대한 견제를 막으려는 것이다.
“아버지. 마음이 너무 약하십니 다.”
“네가 너무 강한 거다. 녀석아.”
월카스트 후작은 쓰게 웃었다.
그를 마주하던 요한은 어깨를 으 쓱였다.
그게 윌카스트 후작의 선택이라 면 막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시죠.”
“미안하구나. 네가 고생해서 얻 은 것을……“그 또한 아버지께서 가문과 저 를 위해 하시는 일 아닙니까.”
“……요한.”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고맙구나. 이해해줘서.”
“별말씀을. 그럼 대신 아버지도 제 뜻을 좀 존중해주셨으면 합니 다.”
윌카스트 후작은 고개를 들고 기 대감을 품었다.
영지도 원하지 않고 재산도 딱히 바라지 않는 요한이다.
그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뭔 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다.
‘혹시 레일라 왕녀님과……?! 왕 녀와 짝이 된다 해도…… 나쁠 것 은 없지.’
요한 정도라면 그 정도 짝은 돼 야 하지 않나 싶었다.
월카스트 후작은 기대감을 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다! 뭐든 들어주마.”
“프란츠 휴학 좀 시키죠. 마스터 도 됐으니 율리아 영지에서 일 좀 시켜야겠습니다.”
윌카스트 후작의 기대감이 폭삭 내려앉았다.
* * *죽음의 대지를 탐사하는 동안 율 리아 영지를 다스려 줄 사람이 필 요했다.
다행히 프란츠가 이번에 마스터 에 올랐으니 인력 걱정도 할 필요 가 없었다.
'거기에 플로란스에 광약에……덤으로 할 일 없이 줄래쭐래 쫓 아 온 가로무까지 있었다.
그들을 활용한다면 율리아 영지 에서 생길 균열을 막는 데 큰 도움 이 될 거다.
그렇기에 요한은 안심하고 죽음 의 대지 쪽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골렘이 움 직이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가는 동안 분명히 시비를 걸 사 람들이 있을 겁니다.”
레이몬과 솔베드가 걱정스레 말 했다.
지금 만들어진 골렘은 대놓고 전 투용이 다.
마법 물품이 덕지덕지 붙어 있 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라 생 각될 정도의 형태의 골렘이다.
병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것은 필로틴 제국까지 끌고 가는 것도 일이다.
고민하는 그들을 요한은 한심하 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왜 이렇게 만들 었습니까?”
“멋있기 때문이다!!”
“로망이지요!”
“변신과 합체야말로 골렘 제조가 들의 꿈!”
셋의 외침을 무시한 요한은 손을 내밀었다.
잠시 후 뒤에서 다가온 바그너 기사단의 기사가 상자를 내밀었다.
그 상자에서 붉은색 깃발을 꺼낸 요한은 골렘의 위에 푹 꽂았다.
“이거면 됩니다.”
바그너 가문의 깃발이었다.
이 골렘은 바그너 가문의 것이니 죽기 싫으면 모른척하라는 이야기.
거기에 호위를 위한 병사들도 데 리고 갈 거다.
이 정도면 로드만 왕국에서는 어 느 영지든 시비를 걸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필로틴 제국 쪽은?”
“그쪽은 가서 얘기해야겠지요.”
일단 율초아에게는 말해 둘 생각 이다.
만약 그녀가 방해한다면 싸우면 되고.
요한의 답을 들은 레이몬은 히죽 웃었다.
“그거 잘 됐군. 가자.”
“레이몬도 가시는 겁니까? 일 안 하시고? 상아탑에서 허가했습니 까?”
“새로운 골렘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지. 이 또한 테스트 겸 일이 라고 해두면 된다.”
기껏 만들었는데 성능확인에 참 여하지 못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을 거다.
레이몬이 거칠게 답하자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그러시죠.”
* * *요한의 생각대로 로드만 왕국에 서는 골렘을 보고도 길을 내어 주 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을 보고 경악 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바그너 가문의 깃발 때문 인지 쓸데없는 공격이나 질문은 없 었다.
그렇게 별 무리 없이 요한 일행 은 검은 요새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요한. 내가 항상 생각하는 건데 넌 도대체 뭘 바라면서 사는 거냐?”
공식적으로 검은 요새의 사령관 이 된 나마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거대한 골렘을 만들어서 가 지고 오다니.
누가 봐도 저걸 보면 무기라고 생각할 거다.
“만약 바그너 가문의 깃발이 아 니었다면 바로 공격했을 거다.”
“그래서 깃발 꽂았잖습니까.”
“끙……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 무튼 필로틴 제국에 간다고?”
“예.”
“허가증은 써주지. 하지만 저 거……나마스는 골렘의 용머리 부분에 있는 마법구를 보았다.
용의 입에 물려 있는 구체는 누 가 봐도 위협적이라고 생각되었다.
“필로틴 제국에서도 허가할지 의 문이군.”
“허가 안 하면 어쩌겠습니까?”
일행 중에는 요한뿐만 아니라 레 이몬까지 있다.
바그너 후작가와 상아탑의 로드 를 적대할 생각이 아니라면 공격하 는 미친 짓 따위는 못할 거다.
요한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나 마스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잠시 기다려라.”
나마스는 기사에게 몇 가지를 지 시했다.
잠시 후 그가 커다란 상자를 들 고 오자 나마스는 그 상자를 내어 주었다.
“로드만 왕가에서 인정한다는 것 이다.”
저 위협적인 골렘을 어디에다 쓰 려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요한 이 허튼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로드만 왕가,그리고 바그너 후 작가의 깃발이 있다면 필로틴 제국 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겠지.”
“뭐 왕가까지 나설 필요가 있나 싶지만…… 아무튼 감사합니다.”
신경을 써준다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요한은 살짝 묵례하며 상자를 받 았다.
“그럼 바로 떠날 건가?”
“예. 보급만 받고요.”
프란츠에게 휴학을 명령하고 율 리아 영지를 다스리게 했다.
하지만 언제 두 번째 균열이 열 릴지 모른다.
요한도 최대한 빨리 볼일을 보고 복귀해야했다.
“그나저나 저 골렘……“왜 그러십니까?”
“크흠. 그 뭐냐. 나도 타볼 수 있 나? 놀기 위해서는 아니고. 뭐랄까. 나중에 로드만 왕국을 위해서 쓰일 것 같으니……가성비가 최악이라 절대 쓰일 일 은 없었다.
애초에 요한 정도의 오러를 지니 지 못하면 제대로 가동도 할 수 없 을 테니까.
하지만 나마스는 애써 변명하며 헛기침을 토해냈다.
그런 그를 데리고 골렘으로 향한 요한은 내부를 보여주었다.
“호오. 이거 신기하군.”
커다란 골렘의 크기에 비해 내부 는 생각보다 그리 넓지 않았다.
여기저기를 구경하던 나마스는 살짝 흥분감이 감도는 어조로 말했 다.
"이거 움직일 수는 없나?”
“가능하죠. 잠깐 시험운전 좀 합 시다.”
밖에서 정비를 하던 이들이 들어 왔다.
정화를 위한 사제까지 탑승하자 요한은 동력원에 손을 올렸다.
그곳에 그의 오러가 투입된 순 간.
“오오오오옷!!?”
텅 빈 벽에 바깥이 보이기 시작 했다.
용머리에 있는 수정구로 바깥을 비추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골렘이 움직이기 시 작한다.
“으하하하!! 최대 삼백 마리의 말이 내는 힘을 보유한 차세대 골렘! 트론바이터H 발진이다!!”
“트론바이터라니요?! 블러디 로 즈마리 이호기인데?”
“드워븐 디스트로이어 아니었습 니까?”
셋이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요한은 이런 것에 이름 붙이는 취미가 없다.
하지만 셋은 달랐는지 계속 자신 이 지은 이름을 제시하고 있었다.
“자자. 갑니다.”
굉음과 함께 골렘이 움직였다.
빠르게 오가는 골렘을 보며 나마스는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거 끝내주는데!!? 나도 갖고 싶군H 아니! 이 골렘이 수십 대만 있어도……‘있어도 못 쓸 텐데.’
이 골렘은 효율도 안 좋은 데다 가 가성비도 광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기뻐하는 나마 스와 그를 향해 자랑하듯 떠드는 레이몬을 보며 요한은 생각했다.
'역시 남자는 몇 살을 먹어도 애 군.’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