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10화
360. 반역과 혁명 (3).
일단은 최대한 기사들과 병사들 을 포섭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 다.
하지만 아예 전투가 없을 수는 없었다.
레일라의 설득에도 왕자에게 충 성을 다짐하는 기사들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요한이 간단하게 처리해냈다.
“자. 그럼 남은 것은 우리 왕자님뿐이네.”
피범벅이 되어 있는 방문 앞에 선 요한이 웃으며 말하자 레일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한.”
“말릴 생각이면 왕자님 옆자리에 왕녀 님 을 앉혀 드리 겠습니 다.”
“……아니 말리려는 건 아닌데. 진짜 척추를 뽑아버릴 건가?”
“예. 산채로.”
요한이 으르렁거리자 레일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리고 이 인간을 어떻게 말리겠 나.
“폐하는 건드리지 말아다오.”
“이번 일에 폐하께서 관련되어 계십니까?”
“내가 알기론 아니다.”
“흐...... w■면' .
요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진위 여부는 요한도 알 수 없었 다.
하지만 만약 마드모스 왕국의 국 왕이 관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상 관없었다.
‘내 일 다 끝나면 소일거리 삼아 오면 되겠지.’
씩 웃은 요한은 방문을 걷어찼 다.
잠겨 있던 방문이 박살 나자마자 술 냄새가 짙게 풍겼다.
“와우.”
안에 있는 것은 나신인 여인들과 벌거벗은 남자였다.
방의 광경을 둘러본 요한은 바닥 에 굴러다니는 옷가지와 술병을 보 았다.
“이야. 팔자 좋네. 자기 지키려고 기사들이 개박살이 났는데.”
“하아……“저 인간이 어쩌다가 후계자가 된 거야?”
“가문 덕이지. 왕비님의 가문인 스린드 백작가는 마드모스 왕국에 서도 꽤나 거대한 가문이니까.”
뒤에 있던 토린드 후작이 말해주 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어쨌든 결말은 이렇게 되 었다.
"어이. 일어나보시지.”
“으…… 으으"•… 술……“술은 됐고.”
- 퍽!!
쓰러져 있는 왕자의 얼굴을 한 대 후려갈겼다.
코.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술이 깬 세키드는 힘겹게 눈을 뜨며 주 변을 둘러보았다.
“허,허헉!! 뭐,뭐냐!! 뭐냐! 네 놈들은 r“보고 못 받으셨나요? 오라버니?”
“레일라!! 도대체 여기서 뭘 하 는 거냐!”
“뭘 하긴요.”
부드럽게 웃은 레일라는 세키드 를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오 라버니.”
“이런 개같은!!”
비틀거리며 달려든 세키드 왕자 를 향해 레일라는 손을 움직였다.
비록 해주술사이지만 그녀는 아 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달려든 세키드를 그녀는 간단하 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럼 나머지는 폐하뿐이군요.”
포박된 세키드를 기사들이 챙겨 가자 레일라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요한 은 토린드 후작에게 물었다.
"폐하는 왕녀님께 맡길 테니 후 작님은 저랑 같이 가시죠.”
“어쩌려는 거냐.”
“왕비부터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 까?”
“……왕비님도 건드릴 생각이냐?”
“그럼 봐줍니까?”
요한은 더 어이없어했다.
상대에게 칼을 들이밀면 자신이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 당연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 람들이 있었다.
“저도 싸울 때 항상 죽을 수 있 다는 각오는 다집니다. 물론 당해 줄 생각은 없지만.”
“하아……“혹시 왕비님이랑 다른 관계라도 있으십니까?”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왕 비님을 공격한다면 스린드 백작가 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네.”
“하하하하하!!!”
걱정하는 그를 향해 크게 웃은 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저는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 * *반란.
아니,혁명은 빠르게 끝났다.
왕자파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기사단장은 요한에게.
그리고 수도 경비대장은 페르도 자작의 동생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서 패배했다.
그들이 빠르게 수도 경비대를 장 악하는 사이 레일라는 기사들을 움 직여 왕궁을 차지해버렸다.
“이 개 같은 계집이!! 천한 핏줄 이 결국 왕가를 무너트리는구나!!”
끌려 나온 왕비는 앙칼지게 외쳤 다.
그녀의 외침을 듣던 레일라는 생 긋 미소 지었다.
“지금 와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저희 어머니도 이렇게 끌려나가셨 지요.”
“망할 계집! 핏줄은 역시 못 속 이는구나 r“그 잘난 핏줄이 잘난 만큼 제대 로 해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요.”
한마디도 지지 않은 레일라는 국 왕에게 눈을 돌렸다.
하루아침에 아내와 아들이 죽게 생겼다.
하지만 국왕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레일라. 꼭 이렇게까지 해 야겠느냐?”
그가 힘없이 말하자 레일라는 고 개를 끄덕였다.
“저도 딱히 이렇게까지 하고 싶 지는 않았답니다. 아카데미도 아직 졸업하지 않았고.”
성큼성큼 왕좌로 다가간 레일라 는 국왕의 거친 손을 잡았다.
“하지만 아버님께서 국정을 돌보 실 여력이 되지 않으시다면…… 그 럼 못난 딸이라도 나서야 하지 않 을까요?”
“……너를 아카데미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레일라를 노려보던 국왕이 입술 을 깨물며 말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원망을 사면 서도 레일라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미 던져진 주사위가 눈을 보였 다면 그 눈대로 움직여야 하는 법 이다.
“폐하를 모셔라.”
“예!!”
국왕이 기사들의 호위와 같은 감 시를 받으며 물러났다.
옥좌를 바라보던 레일라는 그곳 에 앉지 않았다.
그 대신 바로 명령을 내렸다.
“토린드 후작.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렇지요. 일단 귀족들을……“해야 할 일 많은 것은 좋은데 말입니다.”
레일라가 국왕을 별궁으로 옮기 는 것을 보던 요한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저도 바쁜 몸인데 계속 여기 있 을 수는 없습니다.”
“……하아. 요한.”
“처형은 빨리하고 전 가봐야겠습 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수도로 올 적들은 잡아드리지요.”
그래도 검은 무쇠산으로 복귀하 는 길에 싸워주겠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요한 나름의 배려나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
"스린드 백작가를 쳐다오. 그곳 은 왕비의 가문이기도 하니•…" 이 번 일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거야.”
그들은 왕자파 지방 귀족들의 중 심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들은 반드시 쳐내야 했 다.
그러지 않는다면 마드모스 왕국 은 거센 내전에 휘말리게 될 것이 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흐T그 ....... "
“불가능한가?”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걸 혼자 하기는 좀……“물론 혼자는 아니야. 페르도를 붙여주지.”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 가문과는 알아서 얘기하십쇼.”
일단 언급은 해놓겠다.
요한이 말하자 레일라는 안도했 다.
지금 상황에서 로드만 왕국이 움 직이면 골치 아팠는데 잘됐다 싶었 다.
“문제는 필로틴 제국군인데…… 그들이 공격을 좀 해준다면……“그들에게 움직이라고 해두겠습 니다. 됐죠? 그럼 전 작업하러 갑 니다.”
마치 잡초라도 뽑으러 간다는 듯 여유로워 보인다.
물론 그가 뽑을 것은 잡초가 아 니겠지만.
레일라와 토린드 후작은 그가 나 가는 것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중립파 귀족들을 모두 끌어들여야 합니다. 또한 중앙 귀족들의 손을 잡기도 해야 하고……“돕겠습니다. 폐하.”
“폐하라니 요.”
아직 대관식도 치르지 않았다.
레일라는 옥좌를 힐끔 보며 씁쓸 하게 중얼거렸다.
“제가 저기를 볼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역시 인생은 모르는 것입니다.”
그저 왕가를 위한 도구가 될 줄 알았는데.
왕가를 대표하는 존재가 될 줄이 야.
레일라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는 것 같 군요. 바로 움직입시다.”
* * *왕궁의 뒤쪽에 있는 별궁에서 연 신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비명은 젊은 청년의 단말마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작업을 마친 요한은 피로 물든 손을 수건으로 쓱쏙 닦았다.
“후. 다 했다. 야. 다른 수건 좀 줘봐.”
“예…… 예.”
저 괴물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궁내부원을 칭찬해도될 거다.
오들오들 떨던 궁내부원은 요한 에게 수건을 내주자마자 바로 뒤로 물러났다.
“힘썼더니 배고프다. 목욕 준비 는 됐나? 목욕하고 나면 바로 갈 거야. 가면서 먹을 것도 좀 준비해 놔.”
“예에……“안내해.”
“알겠습니다……궁내부원의 안내를 받으며 씻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가 나왔을 때쯤 페르도 자작이 기사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광왕. 검은 무쇠산으로 복귀하 신다 들었습니다.”
“그럴 거야. 아. 얘기는 들었지?”
“예. 지금부터 이 페르도와 휘하 기사단 오십,사병 삼백은 요한 자 작님을 따를 것입니다.”
“그럼 안내나 해. 쳐야 할 영지 가 어디인지.”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한 요한이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걸어가자 페르 도는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별궁에서 있었던 처참한 처형에 대해서는 들었다.
그런 짓을 자행해놓고도 표정 하 나 변하지 않는다니.
‘정말 위험한 자로군.’
힘이 있고,연줄도 많다.
거기에 손을 쓸 때는 자비 따위 는 개나 줘버린 듯 잔혹하기 그지 없다.
연극에서나 나올 법한 피도 눈물 도 없는 잔혹한 지배자와 닮았다.
그런 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 법은 하나뿐이다.
건드리지 말든가.
납작 엎드려 지나가길 빌거나.
페르도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저 인간은 절대 건드리지 말자.’
* * *요한이 떠나고 얼마나 시간이 지 났을까?
그사이 검은 무쇠산의 주둔지에 소문이 돌았다.
마드모스 왕국에 내전이 벌어졌 다는 소문이었다.
레일라 왕녀가 왕국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내전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왕 비의 가문인 스린가 백작가가 음직 였다.
문제는 며칠 후 스린가 백작가가 완전히 박살이 나 버렸다는 것이다.
왕자파 귀족들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스린가 백작가가 무너졌기 때문일까?
상대적으로 왕자파에 밀리던 중 립파 귀족들과 몇몇 왕자파 귀족들 은 잽싸게 레일라 왕녀에게 붙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은 귀족들의 영지를 공격하며 영지를 확장해나 갔다.
“인간들은 참 한심하군.”
“으음…… 부정할 수 없군요.”
숫돌로 검을 갈아 내민 롤카드가 말하자 텔긴 남작은 쓰게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지 확장에만 집중하는 귀족들의 욕망에 그도 질 려 버렸다.
“자. 다 됐네.”
“감사합니다.”
“별말을 다 하는군. 같이 식사를 하고,같이 자고. 같이 싸우는데. 우리는 이제 형제와 같은 자들 아 닌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꽤 나 친해졌다.
만약 이쪽의 균열 문제만 해결된 다면 앞으로 텔긴은 드워븐 시티에 서 내놓는 양질의 무기를 쉽게 공 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남 말할 처지는 아니군.’
텔긴 남작이 이곳에서 싸우는 이 유도 자신의 영지를 지키고 드워프 들과의 관계를 위해서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걸 여기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자신에게 신뢰를 보내는 롤 카드에게 웃어 보이며 부하들에게 외쳤다.
“정비 끝났으면 다시 싸우러 가 자!!”
“예!!”
정체불명의 괴물들과 싸우는 것 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거기에 견본이 될 기사들을 보는 것도 훌륭한 공부가 된다.
기사들은 힐끔 바그너 기사단의 기사들을 보았다.
빠르게 식사를 마친 그들은 쉬지 도 않고 또다시 전투에 투입되려 하고 있었다.
“어이. 바그너 기사단! 좀 쉬지그 래?”
“아니…… 분명 이번 일은 요한 자 작님께서 꾸미신 일일 테니까,••…마드모스 왕국에서 생긴 일은 밥 먹으면서 들었다.
그리고 프란츠를 포함한 바그너 가문의 기사들은 바로 떠올렸다.
이일의 배후에 요한이 있다는 것을.
“형님께서 이렇게까지 하셨는데 우리가 쉬는 것을 보시면……상상만 해도 두렵다.
몸서리를 친 프란츠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주둔지의 입구 쪽에서 소란이 들렸다.
“뭐야!?”
검을 쥔 프란츠가 나가려는 찰나 그곳에서 꽤 많은 병력들이 들어오 고 있었다.
“셀딘 남작가에서 지원을 왔다!!”
“트랄그 자작이 직접 기사들을 이끌고 괴물들과 싸우러 왔다!!”
갑작스레 인원이 늘어나고 있었 다.
그리고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하얀 예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들어 왔다.
“야. 프란츠. 너 왜 여기서 쳐 놀 고 있냐? 마스터 됐냐? 안 싸워?”
꽤나 많은 지원군을 끌고 온 남 자 요한은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고 프란츠는 딱딱히 굳었다.
“지,지금 갑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