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9화
359. 반역과 혁명 (2).
요한이 준 시간을 허투루 날려 먹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레일라가 선택한 것은 바로 상아탑의 지원을 받는 것이었 다.
그녀 역시 상아탑에 소속된 해주 술사.
그렇기에 상아탑에 연줄 정도는 얼마든지 있었다.
또한 이번 마드모스 왕국의 결정 은 상아탑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아탑의 지원을 일부 받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중립파 귀족들 중 에서도 친한 몇몇 귀족들을 포섭해 냈다.
일주일단 일주일만에 그 준비를 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해낼 수 있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요한이 깔아 준 판 덕분이었다.
남쪽에서 바그너 후작가의 군이 대기하고 있다.
북쪽에서 필로틴 제국의 군이 대 기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 데다가 천 하십강 중 둘이 마드모스 왕국을 대놓고 적대하고 있었다.
숲에서는 무적이라 불리는 플로 란스.
그리고 광왕의 이름을 얻은 이후 무패 신화를 펼친 요한.
이미 귀족들의 불안감은 꽤나 커 져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괜히 불똥 될까 두려워 하던 귀족들은 레일라의 제안을 냉 큼 받아들였다.
자기가 한 잘못도 아닌데 피해를 볼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런 작업들을 하느라 지난 시간 정말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었다.
"준비는 끝났어. 손을 잡아 줄 자들은 전부 마련했지.”
“준비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 절반이 저일 텐데.”
반역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명분과 무력.
명분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후계자인 세키드 마드모스는 잘 못된 선택을 하여 마드모스 왕국을 위기에 빠트렸다.
그에 대한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자에게 후계자의 자질이 과연 있겠 는가.
명분은 이것을 내세우면 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무력을 마련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현재 마드모스 왕국을 수호하는왕궁 수비대장과 왕가의 기사단장 은 세키드를 따르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수도에서 확보한 병력은 소수의 중립파 귀족들의 사병들과 기사단뿐.
하지만 그럼에도 레일라가 자신 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 기 있었다.
요한.
막강한 무력을 가진 존재가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
“후. 그럼 처형부터 바로 하고 싶지만 척추 뽑는 데도 시간이 걸 리니 나중에 해야겠군요.”
페르도 자작과 그의 사병들은 벌 써 왕자파 귀족들을 포박하고 있었 다.
재갈까지 채워진 그들이 저항하 기 시작하자 요한은 페르도 자작에 게 말했다.
“고생했네.”
"별말씀을. 그보다 이제부터는 왕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광 왕. 앞장서시겠소?”
“그래 주길 바라면서 뭔 제안이 야.”
어깨를 으쓱인 요한이 몸을 돌렸 다.
그가 나가자 레일라는 한숨을 쉬 었다.
“상아탑의 마법 지원은 받을 수 없을 거야. 우리뿐만 아니라 왕자 측도. 이번 일에 손 안대기로 협상 했으니까.”
“그럼 역시 광왕을 내세워 최대 한 빠르게 움직여야겠군요.”
“그래야지. 수도 수비대로 바로 사람을 보내. 수비대장부터 잡아야 한다.”
“수도 수비대에 속해 있는 제 동 생과 동생의 친구들이 움직일 겁니 다. 걱정 마십시오. 다만…… 전투 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생길 것 이다.
레일라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어쩔 수 없으니 그리하도록 해.”
“예.”
여기까지 온 마당에 뭘 망설이겠 나.
전부를 잃는 것보다는 일부를 잃 는 것이 낫다.
만약 요한과 계속 적대하다간 마 드모스 왕국은 필로틴 제국과 로드 만 왕국 둘을 상대로 하는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소모는 고스란히 백성 들의 부담이 될 터.
그것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어. 더 이 상 물릴 수 없다. 요한. 협력을 요 청하지.”
당당하게 나선 레일라의 뒤로 기 사들이 따랐다.
그녀를 힐끔 본 요한은 히죽 웃 었다.
‘그 주사위가 사기 주사위라는 건 숨기고 계시는구만.’
* * *“레일라 왕녀가 반란을 일으켰다 고!”
“귀족원에 귀족들을 구금해 두고 지금 왕궁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 다!”
“적의 수는 총원 칠백여 명!! 토 린드 후작을 따르는 일파들이 왕녀 에게 가담했습니다!”
마드모스 왕국기사단의 기사단장 은 이를 악물었다.
로드만 왕국의 바그너 후작가와 필로틴 제국의 군이 국경에서 살기 를 피워올리고 있다.
거기에 검은 무쇠산에서는 정체 불명의 괴물이 나타났다.
가뜩이나 나라가 위기인데 왕녀 가 반란을 일으켰다.
이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었다.
“폐하와 왕자님께 전해라H 지금 부터 마드모스 왕국의 레일라 왕녀 느......w“옵니다!!”
대로를 통해 적병들이 오고 있었 다.
그것을 본 기사단장은 검을 들었 다.
“내가 바로 나서겠다!!”
그의 손에 오러 블레이드가 맺히 자 기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토린드 후작 일파에는 마스터가 없다.
그러니 기사단장을 중심으로 싸 운다면 저깟 반란군 따위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기사단장이 부하들 과 함께 나간 순간.
토린드 후작의 기사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아,아니!?!”
“어째서!?”
경악과 두려움의 외침이 터져 나 왔다.
핏빛의 오러 블레이드를 든 채 달려든 남자는 바로.
“광왕이다!!”
“요한이 나타났다!!”
“빌어먹을!! 레일라 왕녀는 로드만 왕국과 내통하고 있었던 것인 가!!”
경악이 섞인 기사들의 외침을 들 으며 요한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그걸 이제야 알았단 말 야!?”
당연히 예측해야 할 것 아닌가.
요한의 목표는 세키드 왕자와 자 신을 거슬리게 한 귀족들.
그리고 레일라의 목표는 세키드 왕자를 실각시키고 왕자파 귀족들 을 쳐내는 것.
둘이 사전에 손을 잡지 않았어도 이 정도면 충분히 잡을 만했다.
“이익……!!”
당황한 기사단장은 요한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것을 간단히 쳐낸 요한은 기사 단장의 목을 잡아챈 후 그대로 내 리 꽂았다.
“이름은 모르겠고. 무기 버리고 항복할 생각은?”
“크윽…… 이 한 몸이 죽더라도 마드모스 왕가에 대한 충심은 변하 지 않으리!!”
“저기 나랑 같이 오신 분도 마드 모스 왕가 분이신데?”
“반역자 따위가 어찌!!”
“그럼 죽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데 뭐라 고 하겠나.
지금은 포섭할 여유도,여력도 없다.
그의 목에 검을 꽂아 그대로 제 거한 요한은 싱글벙글 웃었다.
“솔직히 내 심정으로는 너희 다 죽이고 내 석상의 제물로 삼고 싶 기는 하지만……꿀꺽.
마드모스 왕국의 기사들은 긴장했다.
그들을 향해 요한은 여유로운 어 조로 말했다.
“그래도 예의상 물어봐야겠지. 항복할 놈들은 무기 버리고 이쪽으 로 붙어.”
기사들은 눈치를 살폈다.
자신들 중 가장 강한 단장이 제 대로 힘도 못 쓰고 죽었다.
“에이잇!! 저,정신 차려라!! 저 딴 반역…… 크억!!”
망설이는 기사들 중 하나가 분통 을 토해내며 외쳤다.
그를 향해 요한은 망설임 없이 단검을 던졌다.
투구를 꿰뚫어버린 단검 탓에 그 가 절명하자 그는 품에서 단검들을 꺼냈다.
“어디 떠들고 싶은 놈들 있으면 떠들어 봐.”
또다시 침묵이 자리 잡았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한 명의 여 인이 나섰다.
“나는 레일라 마드모스다.”
마법을 사용했는지 목소리가 커 져 있었다.
왕궁에도 울려 퍼질 법한 큰 목 소리로 레일라는 차분히 말했다.
“지금 마드모스 왕국은 바람 앞 의 등불인 상태다.”
필로틴 제국이 북부에 자리 잡았 다.
로드만 왕국이 남부에 자리 잡았 다.
거기에 검은 무쇠산에서는 정체 불명의 괴물들이 물밀듯 나오고 있 었다.
“그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왕가의 후계자인 세키드 마드모스는 지금 도 술에 취한 채 향락만을 즐기고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미 보고가 들어갔는데도 왕자 는 그저 두려워만 하며 어떤 행동 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
요한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자기 방에 틀어박히고 기사들을 잔뜩 배치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왕궁 기사들은 머뭇거렸다.
“마드모스 왕가를 수호하는 기사 들이여. 그대들의 충심을 알고 있 다. 그대들이 왕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것쯤은 알고 있다.”
레일라는 차분히 걸어나갔다.
그리고 기사 중 하나의 손을 살 짝 잡았다.
“그대들의 손이,그대들의 검이 겨눠야 할 것은 마드모스 왕국의 적이 아니더냐.”
“……와,왕녀님.”
“그러니 청컨대. 나와 함께 하여 왕가를,마드모스 왕국을 구하자.”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데도 기사 들 앞에 나섰다.
그것 때문일까?
기사들 중 몇몇의 적의가 떨어지 기 시작했다.
“확실히 두려움 앞에서 벌벌 떠 는 겁쟁이보다는…… 왕녀님이 낫 긴 하지.”
“세키드 왕자님이 왕위에 오르 고……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결국 자기만 지키려고 할 것 아닌가?”
“난 그런 꼴 보려고 기사가 된 것이 아니야.”
기사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떠들 기 시작했다.
그것을 발견한 요한은 빙긋 웃었 다.
‘레일라 왕녀가 꽤 영악하군.’
왕가의 기사단장은 명백한 왕자 파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기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이번 일로 실망한 기사들 이 꽤 있었을 터.
그녀는 그들을 포섭한 것이다.
“나와 싸우고 싶나? 그럼 무기 들어. 원한다면 죽여주지.”
왕녀가 왕가의 기사단을 손에 넣 고자 한다면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낫다.
요한은 미스릴 검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기둥과 같은 거대한 오러가 피어올랐다.
실제 쓰이는 용도는 성문을 부수 는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위압감을 주기 충 분했다.
요한이 대놓고 싸울 준비를 하자 레일라는 그의 앞에 섰다.
“요한. 멈춰라. 이들은 마드모스 왕국의 힘이고,자랑이며,영웅이 다.”
“그 영웅들이 내 앞길을 막겠다 면 벨 뿐!!”
“부디 나를 봐서라도. 저들과 싸우지 말아다오.”
레일라는 요한에게 고개를 숙였 다.
왕가의 인물이 타국의 귀족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명예를 아는 이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 다.
“와,왕녀님이……그리고 기사들 대부분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자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비키쇼.”
“비킬 수 없다.”
“그럼 왕녀님도 베어주지!!”
요한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세 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마주하는 레일라는 식은 땀을 흘렸다.
그럼에도 그녀가 물러나지 않자 기사들 중 일부가 외쳤다.
“자신의 명예가 깎이는 것을 알 고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도 나 서신 진정한 주군을 위해 길을 열 어라!!”
바람잡이로 이미 포섭된 기사 몇 몇이 외쳤다.
그들의 외침은 갈등하고 있는 기 사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천천히 길이 열린다.
그것을 본 요한은 오러를 해제했 다.
“왕녀님!!”
“플레일 소대장. 말해 보게.”
“……제 이름을 기억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귀족조차도 아닌 기사에 불과한 자신이다.
그는 왕녀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 해주자 살짝 놀랐다.
“당신뿐만이 아니야. 그 옆은 작 년에 결혼하고 애를 낳은 레이가스. 또 그 옆은 부모님께 녹봉의 절반 을 매달 보내고 있는 효심 깊은 윌 바츠키.”
기사들을 가리키며 레일라는 하 나하나 그들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일 년의 대부분을 아카데미에 가 있는 왕녀가 자신들을 기억해준다 는 것 때문일까?
왕국기사들의 표정이 뭉클해졌 다.
“왕가를 지키고 수호하는 기사들을 어찌 왕가의 사람이 기억하지 못할까?”
가볍게 한마디 한 레일라가 걸었 다.
그녀를 따라 열린 성문 안으로 들어간 요한은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툭 내뱉었다.
“말은 잘하시네요.”
그의 말을 들은 레일라는 싱긋 미소 지었다.
“암기는 내 특기 중 하나야.”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