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8화
358. 반역과 혁명 (1).
플로란스만 있었다면 요한도 바 로 척추 뽑고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가로무도 있는 데다가 레 일라가 보내준 병력도 있다.
그러니 며칠 정도는 여유를 가져 도 되겠다 싶었다.
그 시간 동안 레일라가 움직이는 동안 맛집이나 순회하고자 했다.
“요새 밤이 적적하십니까?”
얼굴을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물 들인 레일라는 허둥거리며 손사래 를 쳤다.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요한은 음 료를 들이마셨다.
“맛집이나 적어주십쇼.”
그가 양피지를 내밀자 레일라는 입을 꾹 다물고 적었다.
빼곡히 적힌 맛집을 확인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서로 바쁠 테니 알아서들 해봅시다. 정확히 일주일 후에 움 직이겠습니다.”
“그,그래.”
아직도 아까의 실수 때문인지 레 일라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그녀를 힐끔 본 요한은 씩 웃었 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저 잡겠다 고 움직이는 놈들 있으면 바로 목 날려버릴 겁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해 줄 생각은 없다.
요한이 냉정하게 말하자 레일라 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입장에서 요한을 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 일과 관련된 귀족들 은 반드시 요한을 치고 싶을 터.
그들은 분명히 암살자를 보낼 것 이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상대 봐가면 서 해야겠지요.”
차갑게 웃은 요한이 나가버리자 레일라는 묵직한 한숨을 쉬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귀족원장이며 마드모스 왕 국의 유일한 후작인 트린드 후작부 터 만나야 했다.
레일라는 바로 수정구를 꺼내 들 고 그에게 연락했다.
* * *암살조직 붉은 날개의 일급 암살 자인 일로진은 완전히 굳어버린 채 움직이지도 못했다.
다른 암살자들과 다르게 그는 요 한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저건 괴물이고,절대 이길 수 없 다는 것을.
그렇기에 요한을 공격하지 못했 다.
그저 덜덜 떨며 서 있기만 할 뿐.
그 사이 그와 함께 왔던 다른 암 살자들은 처참하게 학살당했다.
뒷골목에 피비린내가 넘쳐나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암살자들의 시체 가 즐비해 있었다.
그 시체들을 만든 요한은 싱글벙 글 웃었다.
“누가 보냈냐?”
“그,그건……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의뢰라고 생각했다.
상대는 현 천하십강 중 최강자라 불리는 요한이다.
그런 요한을 어떻게 암살하냐.
차라리 방심이라도 했다면 기회 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오히려 암살자들을 끌어모 으려는 듯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 만을 다녔다.
이런 괴물을 잡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 또한 괴물이리라.
일로진은 아직까지는 자신이 사 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이기에괴물을 이길 수 없기에.
일로진은 요한의 질문에 바로 답 했다.
“레베이 카트로 백작입니다. 그.••… 세키드 왕자의 최,최측근으로서……“오호. 그_럼 하나 더. 암살자들이 라면 정보망은 따로 있겠지?”
“그렇긴 합니다……“검은 무쇠산 쪽에서 병력 빼는 것에 동의한 놈들 이름 아는 대로 불러 봐.”
그는 고민했다.
여기까지 말해도 되나 싶었다.
그를 향해 요한은 씩 웃었다.
“야.”
“힉? 예,예에?”
“너 소속이 어디지?”
“그게……“내가 해야 할 일들 다 끝내면진짜 할 일이 없어.”
마왕 잡고나면 인생을 즐기는 일 만 남았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놀고먹기 만 하겠는가.
적당히 때려 부수기도 해야 할 것이다.
그때 할 일 중 하나가 이렇게 주 제 파악 못 하고 덤벼드는 암살조 직을 분쇄하는 것이다.
“형이 암살자들을 싫어하거든? 나중에 소일거리 삼아서 암살자들 다 죽이러 다닐까 생각 중이야.”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요한.
바그너 후작가의 장남이지만 후 계자가 아니다.
그의 동생인 프란츠가 아카데미 를 졸업하고 윌카스트 후작의 밑에 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된다면?
‘할 일 없는 천하십강이…… 그 것도 요한은 얌전한 것도 아니고 괴팍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진짜 소일거리 삼아서 암살자들 때려잡으러 다닐지도 모른다.
침을 꿀꺽 삼킨 그는 황급히 복 면을 벗었다.
“헤,헤헤. 저는 일로진 리카르도 라고 합니다. 붉은 날개의 일급 암 살자지요.”
“보니까 익스퍼트 같은데…… 익 스퍼트 정도 됐으면 암살 같은 건 하지 말고 기사나 하지 그랬냐.”
칼 한 번 뽑지 않았는데 요한은 자신의 실력을 눈치챘다.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요한은 자신의 상상을 아득히 넘 어서는 강자라는 것을.
그렇기에 일로진은 숨기는 것 없 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사정이 있습니다요.”
그가 암살자가 된 것에는 바다보 다 깊은 사정이 있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 을 그가 말하려 하자 요한은 손을 들었다.
"됐고. 너는 날 공격하지 않아서 봐주는 거야. 그러니까 불어.”
“……예?”
“네가 알고 있는 것 전부.”
암살자로서의 자존심인가.
아니면 생존을 위한 희망인가.
일로진은 고민하다가 선택했다.
“무엇을 말씀드려야 할까요?”
비굴하게 웃는 그를 향해 요한은 종이와 목탄을 던졌다.
“붉은 날개 위치부터 시작해서 이번 일 관련된 놈들에 대해서 적 어. 다른 놈들 것도 비교해서 확인 할 거니까 거짓말이면…… 네 척추 도 뽑아주지.”
“아. 알겠습니다.”
일로진은 잽싸게 자신이 아는 모 든 것을 적었다.
그가 내민 종이와 더불어 어제 잡은 암살자들을 고문해 얻은 정보 를 비교했다.
똑같다.
요한은 만족하며 종이를 챙겼다.
“솔직히 나한테 칼 들이댄 놈이 면 바로 팔을 잘라야겠지만……“저,저는 안 들이댔는데요!?”
“알아.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 자체도 용서할 만한 일은 아니지.”
“으으윽•"… 사,살려주세요.”
“그런고로 너를 내 노동자로 삼 겠다. 일로진이라고 했지?”
“예……“최선을 다해서 일하도록.”
일하라고 하지만 뭘 해야 할까.
궁금해하던 일로진은 획 고개를 돌렸다.
골목 쪽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있 었다.
“자,자작님? 지금……바닥을 거치는 소리는 쇳소리였 다.
기사들이 착용하는 강철 부츠가 부딪히는 소리가 이렇다.
요한은 히죽 웃었다.
“뭐 해야 하는지는 알겠지?”
골목에 어느새 기사들이 자리 잡 았다.
마드모스 왕국의 정규 기사들은 아니다.
다른 귀족의 사병이라 생각되는 그들은 요한과 일로진을 향해 창을 겨눴다.
“이래서 암살자들 따위는 믿을 수 없다니까.”
"붉은 날개도 꽤나 허접하군. 상 처 정도는 입혔을 것이라 생각했는 데……“그래도 저정도 임살지를 상대했 으니 지쳐있을 거다. 자. 쳐라. 우 리의 로드를 위해서!!”
“잠깐…… 너,너희들!! 설마 우 리를 이용한 거였냐!?”
“머저리 같은 놈들. 너희 같은 암살자들을 뭘 믿어야 하지?”
일로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들은 그저 요한의 힘을 깎아 내기 위한 패에 불과했던 것인가?
그저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도 나 죽이려고 온 주제에 네 가 왜 화를 내냐? 화는 내가 내야 지.”
그리고 화를 내는 일로진을 보며 요한은 어이없어했다.
비록 일로진이 자신을 치지는 않 았지만 어쨌든 공격하러 온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왜 얘가 화를 내나 싶었 다.
“그리고 사람 잡을 때는 그냥 노 동이다 생각하고 싸워. 괜히 증오 심 넣어봤자 동작만 흐트러진다.”
요한도 한때는 암살자 노릇을 했 었다.
그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이야기다.
암살을 할 때 증오심을 담을 필 요는 없다.
그냥 늘 하는 일 한다 생각하며 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일로진 역시 비슷한 이야 기는 들었었다.
그렇기에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 고 검을 잡았다.
그의 검에서 붉은색의 오러가 피 어오르자 요한은 기사들을 향해 웃 었다.
“레베이 백작이 보냈냐?”
“알 것 없다.”
“아니면 스틸만 백작? 호른 자작? 아니면……요한은 목록에 있는 이름을 불렀 다.
서른이 넘는 이름을 호명했는데 도 기사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것을 본 요한은 히죽 웃었다.
“세키드 왕자냐?”
“쳐라.”
더 들을 것 없다는 듯 기사들이 움직였다.
그것을 본 일로진이 검을 꽉 잡 고 달려나가려는 찰나.
요한은 바닥에 있던 암살자의 단 검을 들고 획 던졌다.
-퍼격!!!
투구를 부숴버린 단검이 기사의 머리에 꽂혔다.
일격에 즉사다.
놀란 기사들이 우물쭈물하는 순 간 요한은 바닥에 있는 단검이나 암기를 회수하며 말했다.
“죽을 줄도 모르고 덤벼든 그 충 심. 바론님 앞에서도 계속 유지하 길 바란다.”
말을 마친 순간 요한의 손에서 오러가 담긴 암기들이 쏘아져 나갔 다.
한 무리의 기사들이 쓰러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 다.
일로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이건 예상 을 훨씬 뛰어넘었다.
"자작님!! 자작님께 충성을 바치 겠습니다!”
“충성은 됐고 노동력이나 바쳐 라. 자. 슬슬 시간 됐나?”
기사들을 쓸어버린 요한은 골목 에서 빠져나갔다.
레일라와 약속한 사흘이 지났다.
그럼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사 냥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골목을 빠져나간 요한은 곧장 마 드모스 왕국의 귀족원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쫓던 일로진은 조심스 립게 물었다.
“자작님. 지금 가시는 곳…… 혹 시 귀족원이십니까?”
"응. 거기 모여있겠지?”
“하,하지만 귀족원에는 병사들 과 기사들이 많을 겁니다. 저희 둘 이 싸우기에는……“왜 둘이야?”
“그럼 혼자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아니고.”
멀리 귀족원이 보이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기사들을 본 요한은 피식 웃었다.
과연 레일라가 어떻게 행동을 했 을지 기대가 된다.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제대로 수 업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타이밍 정 도는 잘 잡겠지.”
“그게 무슨……“간다.”
요한을 발견한 기사들이 경악했다.
그들이 무기를 들어 올리고 싸울 준비를 하려고 할 때.
그 기사들의 뒤쪽에 있던 기사들 이 움직였다.
“끄아악!!”
“페,페르도 자작! 뭐하는 짓이 오니?”
후방에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을 이끌던 귀족은 차갑게 웃으며 외쳤 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멍청한 왕자를 따를 필요는 없다니 우리는 이제부터 레일라 왕녀님을따르기로 하였다!!”
“뭐라고!?”
후계자조차 되지 못한 왕녀 따위 를 따른다?
당황한 왕자파 귀족과 기사들이 나서려는 찰나.
요한은 빠르게 뛰었다.
“헉!! 온다!!”
뒤에는 배신한 기사들.
앞에는 요한.
사이에 낀 왕자파 기사들은 어떻 게든 상황을 반전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끄아아악!!”
“아악!!”
이미 흔들린 상황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배신을 당한 순간부터 사기는 크 게 떨어졌다.
간단히 그들을 제압한 요한은 기 다리던 페르도 자작을 보았다.
“왕녀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어디 보자•…" 음. 댁은 없군.”
암살자들에게 얻었던 목록에 페 드로의 이름은 없었다.
요한은 그를 향해 히죽 웃었다.
“왕녀님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이미 귀족들을 따로 모아놨습니다.”
“그래?”
역시 보통이 아니다.
요한은 그의 안내를 받으며 귀족 원 안으로 들어갔다.
“뭐냐!?”
“네,네놈은!?”
마침 단상에 있던 레일라는 요한 과 페드로에게 손짓했다.
“지금부터 왕국을 위한 구국의 결단을 시작하겠습니다.”
“레,레일라 왕녀!! 이것은 반역 이오!! 반역!!”
왕자파의 귀족 중 하나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흥분한 그를 마주하던 레일라는 드레스를 살짝 잡고 예를 표하며 말했다.
“반역이 아니라…… 혁명이겠지 요. 마드모스 왕국을 위한 혁명.”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