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4화
354. 그녀의 이유 (2).
요한에게 비범하다는 평가를 받 은 프란츠는 죽을 맛이 었다.
“좌측!! 밀린다!! 드워프 부대!! 좌측을 지원해!!”
요한은 모두를 지휘하여 모여있 던 적들을 한 번에 쓸어버렸다.
이후 균열에서 나오는 괴물들의 처리를 남은 자들에게 맡겼다.
그리고,그들의 지휘는 자연스럽 게 프란츠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마법사!! 쏴라!! 하늘로 날아오 른…… 저 박쥐 같은 놈들부터 쏴!!”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지휘를 배 웠기 때문일까?
프란츠는 생각 이상으로 잘 지휘 하고 있었다.
어찌나 잘 지휘를 하고 있는지 모험가들조차도 그를 따르고 있었 다.
“우측이 밀립니다!!”
방패를 들고 있는 마드모스 왕국 의 기사들을 향해 거대한 뿔을 지 닌 소 같은 괴물이 달려들었다.
돌진력이 보통이 아니다.
괴물의 힘에 방패병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프란츠는 이를 악물었다.
“가인!!”
방패병들의 뒤에 있던 모험가들 이 움직였다.
오러를 뽑아낸 그가 뛰어올라 소 같은 괴물의 머리를 갈라버렸다.
철퇴와 같은 꼬리가 움직여 머리 를 치려 했지만 그것은 이반이 잘 라내었다.
“헉헉…… 프란츠 공자님!! 무리 입니다!! 전선을 뒤로 물려야 합니다!!”
적들은 끊임없이 나오는데 아군 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일 열은 뒤로 빠져!! 이 열!! 회 복이 되었으면 나서라!!”
“아직입니다!”
“조금이라도 치료된 자들부터 보 내!!”
악을 쓰며 지휘를 하던 프란츠는 원숭이를 닮은 괴물이 자신에게 튀 어오자 그것을 베어 넘겼다.
뜨거운 피가 머리를 적신다.
하지만 그것을 닦아낼 겨를 따위 는 없었다.
“방패병!!”
-쿠우우웅!!!
균열에서 거대한 돌이 움직였다.
아니다.
돌이 아니었다.
돌처럼 생긴 괴물에 불과했다.
그 무게를 이용해서 선두에 있던 방패병들을 튕겨낸 돌이 여섯 개로 분리되어 달려든다.
“이야아아압!!”
그들에게 드워프들이 붙었다.
곡괭이와 해머를 이용해 바위 괴 물들을 부숴버린 드워프들은 이를 갈았다.
“허억. 헉……처음 요한이 이곳에 수비를 위한 진을 구축한다고 했을 때 그게 무 슨 소린가 싶었다.
그래도 강철의 혼을 받을 수 있 으니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잘한 일이었다.
방호벽이나 참호.
회복을 위한 시설.
방어력이 낮은 마법사들이 머물 구역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저 균열을 감싸는 높은 방벽과 숲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미 이곳은 저 괴물들에 의해서 뚫려버렸을지도 모른다.
“제길……!!”
그래도 수가 너무 많다.
거기에 적들도 너무 강하다.
드워븐 시티의 드워프 전사들을 있는 대로 끌고 왔지만 모자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드모스 왕국에서 지원은 없는 거냐!!”
“윽…… 이,이제 올 겁니다!!”
“제기랄!! 멍청한 인간 놈들!!”
드워프 중 하나가 이를 갈며 외 쳤다.
균열이 생기고 나서 마드모스 왕 국에 상황을 전달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추가 병 력을 보내지 않았다.
돌아온 전령의 말로는 지휘관을 맡아야 할 자가 없다는 것 때문이 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미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 이 물밀 듯이 쏟아진다고 들었다.
그곳에 가면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적어도 많은 병력을 잃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마드모스 왕국의 귀족 들은 참전하는 것도,자신들의 병 력을 보내는 것도 꺼리고 있었다.
만약 저들이 뚫리기라도 한다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자신들을 지 켜 줄 자들이 없다면?
자신만을 생각하는 욕망이 병력 과 지휘관을 보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사정을 알고 있는 마드모스 왕국 의 기사는 드워프의 비난에도 아무 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젠장!! 다시 요청해!”
그나마 다행이랄 것은 상아탑이 나 모험가 길드는 참전했다는 것이 다.
하지만 전황이 여전히 불리한 것 은 사실이었다.
“요한 자작님이라도 모셔와!”
“윽…… 알겠습니다!!”
“뭘 모셔. 잘 싸우고 있는데.”
어느새 요한이 전장에 참여했다.
프란츠는 그와 그의 뒤에 서 있 는 플로란스를 보며 기뻐했다.
“형님!! 플로란스 님!!”
단 두 명이 참가했을 뿐이지만 어떤 지원보다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란츠는 기뻐하며 요한에게 달 라붙었다.
“어서 지휘를!!”
•호 ......”.
달라붙는 프란츠를 옆으로 밀어 낸 요한은 전황을 살폈다.
생각 이상으로 프란츠는 지휘를 잘하고 있었다.
“비싼 돈 내고 아카데미에서 쳐 놀았던 것만은 아니군.”
“쳐 놀다니요…… 그래도 지휘 쪽에서는 수준급에 들어갑니다.”
“됐네. 그럼 마스터로 올라가기 만 하면 되겠다.”
“예?”
“여기서 있었던 전투는 너한테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이미 요한에게 들었다.
율리아 영지에도 이런 일은 반드 시 생길 것이다.
심지어 그곳은 협곡조차도 아니 다.
그렇기에 이미 율리아 영지에 있 는 노동자들이 전부 달라붙어 균열 이 생길만한 위치에 방어진을 만들 고 있었다.
“네가 거기서 잘해주면 내가 좀 편해지니까. 좋은 기회다 생각하고 지휘하는 걸 연습해봐.”
“어…… 형님!”
당황한 프란츠는 요한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그 손을 냉정하게 뿌리쳐 버렸다.
“정신 차려. 프란츠. 너 네가 백 작가의 후계자라고 생각하냐?”
“으......W“나나 아버지가 계시지 않을 때 가문을 지휘해야 하는 건 너다.”
후작가라는 거대한 가문을 음직 여야 하는 것이다.
한순간 잘못 내린 판단 하나가 가문을 무너트릴 수도 있었다.
그도 알지 않는가.
로만 후작이 어쩌다가 한방에 가 버린 것인지.
“이런 좋은 기회는 드물어.”
“으으음……알겠습니다.”
“그리고 헤이로나는 어디 갔냐?”
“지금 전방에서 싸우고 있습니 다.”
한 자루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헤이로나는 괴물들과 잘 싸우고 있 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플로란스는 지 팡이를 흔들었다.
-딸랑!!
숲이 움직인다.
시체들을 받아들인 땅이 덩굴을 올려보냈다.
헤이로나에게 접근하던 피에로들 을 잡아낸 가시덩굴은 그들을 간단 히 분쇄해버렸다.
“스승님!!”
무시무시한 피에로들이 다진 분 쇄육이 되자 헤이로나는 기뻐하며 달려왔다.
그녀를 잡은 플로란스는 지팡이 를 흔들었다.
“꺄악!!?”
플로란스의 손에 있던 씨앗이 발 아하며 덩굴이 되었다.
그것으로 헤이로나를 묶어버린플로란스는 요한을 보았다.
“이 녀석은 돌려보내겠다. 아니 면 후방에 놓든.”
“지휘관 나 아니다.”
요한은 프란츠에게 눈을 돌렸다.
그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 닿자 프란츠는 움찔했다.
헤이로나의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플로란스의 무언의 압박.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프란츠는 자신할 수 없었다.
“저…… 형님.”
“후작가의 후계자로서 선택할 줄 도 알아야 하는 법. 여기는 너한테 맡기지.”
씩 웃으며 말한 요한은 느긋하게 전장에 참여했다.
바그너 기사단에서 차출된 기사 들은 정말 잘 싸우고 있었다.
그간 훈련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 였다.
“어이. 할만하냐?”
균열에서 나온 거대한 날개를 지 닌 사자 괴물을 쓰러트린 테오는 땀방울을 닦았다.
조금만 더 하면 뭔가 알 것 같았 다.
조금만 더.
하지만 그 조금이 아쉬웠다.
“아직 모자랍니다.”
“좋아. 그럼 더 할 수 있다는 이 야기겠고…… 이반!!”
“헉!? 예?”
“너도 할 수 있지?”
“어……솔직히 힘들다.
애초에 그는 자기가 왜 여기까지 끌려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냥 시키니까 하는 것뿐.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꽤나 잘 싸우고 있었다.
“넌 그쪽만 좀 더 잡고 프란츠한 테 붙어. 개가 시키는 일만 좀 해 라. 그쪽이 더 안전하니까.”
“예!!”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빠진다는 기쁨 때문일까?
이반은 더욱 열심히 싸웠다.
남은 기사들에게도 조언을 해 준 요한은 한쪽으로 향했다.
원숭이를 닮은 괴물과 싸우던 헤 로도톤은 힘껏 검을 휘둘렀다.
-캬아아악!!
하지만 그 검을 피해낸 원승이 괴물은 두 개의 꼬리를 휘둘러 그 를 후려쳤다.
공격에 맞고 나가떨어진 헤로도 톤이 일어나려는 찰나.
원승이 괴물은 그의 가슴에 주먹 을 날렸다.
“커억!!”
가슴이 아팠다.
일어날 수 없었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향해 요한 이 웃으며 말했다.
“도와줄까?”
“……자…… 자작님……“전에 초심의 유적에서 내가 나 섰던 것처럼 말이야. 무리라고 생 각하면 말해.”
히죽 웃은 요한은 쓰러진 헤로도 톤을 잡기 위해 몰려드는 다른 원 승이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너희가 최종적으로 가야 할 던전에는 내가 없겠지만. 지금 이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
명백하게 도발하는 말이다.
헤로도톤은 이를 악물며 가슴 위 에 달라붙은 원숭이를 잡았다.
-키이익!?
그리고 그 손가락을 꺾어버린다.
부러진 손가락 때문에 고통스러 워하던 원숭이를 차낸 헤로도톤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말대로였다.
여기서 요한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예전 초심의 유적 때가 떠올랐 다.
힘이 없어서 요한이 악마를 잡으 러 갈 때 따라가지조차 못했다.
그 이후 그가 길드직원들과 드레 이크를 잡으러 갈 때도 함께하지도 못했다.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싸우고자 하는 자가 약한 것은 죄악이라는 것을.
“제기랄!!!”
포효하며 일어난 헤로도톤은 검 을 내질렀다.
그때 였다.
그의 검에 은은한 기운이 맺혔 다.
불안정하지만 선명히 드러난 기 O바로 오러였다.
“정신 집중해라.”
가볍게 검을 휘둘러 거인을 베어 넘긴 요한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헤로도톤은 검을 꽉 잡았다.
집중.
이 흐름을 놓치면 오러는 끊긴 다.
그렇기에 그는 오로지 검과 적만 을 생각했다.
-서걱!! 서걱!!
단순하게 검으로 벨 때는 두꺼운 가죽을 제대로 벨 수 없었다.
하지만 오러가 실리자마자 원승 이들을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허억…… 헉……“오러를 유지하며 그대로 싸우도 록 해.”
“으…… 아,알겠습니다.”
“육체의 단련도 좋지만 정신의 단련 역시 중요한 거야.”
고개를 끄덕인 헤로도톤이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바그너 기사단원들을 한 번씩 돌봐준 요한은 씩 웃었다.
“그럼 나도 슬슬 제대로 싸워야 겠군.”
아까는 지휘를 해야 했기에 제대 로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결국 헤이로나를 후방으로 뺀 것 으로 문제를 해결한 프란츠는 다시 지휘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힐끔 본 요한은 미스릴 검을 쥐었다.
“프란츠!! 내가 어디로 가야 하 냐!!”
거센 전투 속에서도 요한의 외침 은 명확했다.
그것을 들은 프란츠는 확성기를 들고 균열을 가리켰다.
요한은 이곳에서 가장 강한 패 다.
그렇다면 어디에다가 써야 할지 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균열 바로 앞입니다!!”
“하하!! 정답이다!!”
요한은 광소를 터트리며 괴물들 이 나오는 균열을 향해 뛰었다.
* * *모두가 요한처럼 계속해서 전투 를 치를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그를 제외한 나머지 전투원 들이 한계에 도달하자 후방에 있던 이들이 나섰다.
그들과 교대하여 주둔지로 복귀 한 요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 왔을 때보다 주둔지에 있는 인원이 적었다.
“뭐 이리 사람이 적어? 다들 어 디 갔냐?”
요한이 묻자 주둔지에서 현재 가 장 높은 위치에 있는 롤카드는 송 구스러워했다.
“그게……“마드모스 왕국에서 지원 안 왔 어? 아니 그걸 떠나서 있던 애들 어디 갔는데?”
그의 질문에 롤카드는 결국 한숨 을 내쉬었다.
“이곳에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복귀명령이 내려졌답니다.”
요한과 플로란스,드워븐 시티.
그리고 모험가들과 마법사,연금 술사들이 상아탑에서 잘 싸우고 있 지 않은가.
그러니 마드모스 왕국군은 빠져 야 한다.
그런 명령을 받았다며 절반 이상 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복귀해버렸 다.
그 말을 들은 요한은 어이없어하 며 물었다.
“호오. 그건 누가 내린 건데?”
“……마드모스 왕국의 제 일왕 자. 세키드 마드모스입니다.”
“아. 그래?”
히죽 웃은 요한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 미친 자식한테 전해.”
“뭐라고 합니까?”
“목 씻고 기다리라고.”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