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25화
350. 준비는 됐으니 싸울 일만 .
남았다 (1)
“어라?”
요정들과 함께 있던 엘마는 프란 츠의 비명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헤이로나는 밝게 웃으며 다가갔다.
“반가워요. 우리 전에 봤었죠? 후후후.”
“어……‘?”
지옥문 사건 때 봤었지만 엘마는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녀를 향해 요한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저기 있는 네 둘째 오라비의 약 혼녀 비슷한 거다.”
“어,어머. 약혼녀라니……“아니야? 그럼 그냥 친구라고 해 두자.”
“약혼녀가 좋을 것 같네요.”
이정도면 요한은 허락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자꾸만 나오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헤이로나가 히죽거리자 엘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뭐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요? 약혼녀님?”
“그냥 새언니면 괜찮아요.”
헤이로나는 최대한 우호를 담아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검을 다루느라 굳은살이 박여 있 는 손을 보던 엘마는 그 손을 살짝 맞잡았다.
“새언니?”
고개를 갸웃거리던 엘마가 활짝 미소 지었다.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매력이 넘 쳐 흐르자 헤이로나는 자신도 모르 게 엘마를 끌어안았다.
“아아〜 사랑스러워〜”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쓱쓱 쓰 다듬어 준 헤이로나는 획 요한을 보았다.
“안 줘.”
" O _ O_ ......”.
“크흠. 저기……프란츠는 헛기침을 하며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엘마가 윌카스트 후작의 양녀가 된 지 꽤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프란츠는 엘마에게 최대한 잘 보 이기 위해 애써 멋있는 척을 시작 했다.
“반갑다. 내가 네 오빠! 프란츠 바그너 다.”
“오빠......?”
“커흑!”
프란츠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 달콤한 목소리에 귀가 녹는 것만 같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름다운 눈 을 마주하던 프란츠는 창백하게 물 든 얼굴로 간신히 요한에게 눈을 돌렸다.
“월 봐”
“형님. 도대체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는 어디서 만나신 겁니까? 사 람 같지 않은 매력인데……“재 인간 아니야. 아버지가 말씀 안 해주셨냐?”
“요정 같은 것이라고는 들었습니 다.”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셨군.’
나중에 프란츠가 아카데미를 졸 업하고 복귀하면 가르쳐주려고 했 나 보다.
요한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굳이 밝힐 필요는 없었 다.
“요정 비스무리한 게 맞긴 하지. 그나저나 너희 할머니한테는 인사 안 해?”
그제야 둘은 퍼뜩 정신을 차렸 다.
실례도 이런 실례가 없었다.
“윽. 죄송합니다. 할머니.”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어이구. 아니야. 아니야. 후후. 엘마를 보면 다들 그러는 걸. 괜찮 단다.”
“그런데 할머니…… 어째 몸이 전보다 더 좋아지신 것 같네요?”
“으응? 그게 보이니?”
“예. 피부도 더 좋아지신 것 같 고……거기에 살짝 굽어 있던 허리도 펴져 있었다.
정정한 노인이 된 듯한 모습을 보자 헤이로나는 기뻐했다.
“할머님께서 건강해지셔서 다들 기뻐하시겠네요. 후후. 저도 기쁘답 니다.”
“고맙구나. 그런데 프란츠랑은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예. 물론이죠.”
“잘 부탁한다. 남자는 몇 살을 먹어도 어린애 같은 모습이 있어서. 너처럼 똑 부러진 아이가 옆에 있 어 주면 얼마나 좋겠니.”
“아하하하〜 물론이죠. 프란츠. 들었지?”
“내가 뭐 어린애 같은가……구시렁거리는 그를 무시한 채 헤 이로나는 빌헬미나와 이야기를 나 눴다.
그들을 지켜보던 프란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형님. 진짜 뭡니까? 아카데미에서는 저런 요정은 없다 고 배웠는데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면 아카 데미 졸업해. 아버지가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라면 이유가 있겠지.”
“아버지와 형님께서는 엘마에 대 해서 정확히 알고 계신 겁니까?”
“그래.”
즉 자신만 모른다는 이야기다.
프란츠가 서운해하자 요한은 그 의 등을 가볍게 쳤다.
“때가 되면 가르쳐줄 거니까 투 덜거리지 마라.”
“그 때라는 것이……?”
“네가 진실을 알 수 있는 위치가 되면 되겠지. 아카데미를 졸업하든. 아니면 마스터에 오르든.”
“으음…… 안 그래도 그것 때문 에 형님과 상의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아카데미의 훈련은 능숙 하게 해낼 수 있었다.
마스터에 오르기 위해서는 특별 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도 알 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대련이 필요하고,또 수많은 명상이 필요 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내가 누구냐. 다 준비해놨다.”
“오!! 그렇다면!”
이번 방학은 요한에게 배우며 율 리아 영지에서 엘마를 보고 쉴 수 있을 것이다.
기뻐하는 프란츠를 향해 요한은 웃으며 찬물을 뿌렸다.
“커리큘럼 짜놨어.”
“직접 가르치시지는 않으신다는 겁니까?”
“나 할 일 많다. 그리고 엘마도 데리고 갈 거야.”
“헉!! 내,내 마음의 안식처 가……“네 마음의 안식처는 네 사랑스 러운 약혼녀로 삼아라.”
냉담하게 말한 요한은 굳어 있는 프란츠를 두고 빌헬미나에게 다가 갔다.
당분간 엘마를 데리고 바그너 영 지로 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말해주자 빌헬미나는 아 쉬워했다.
“나도 따라갈까?”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드릴 일 이죠.”
“후후.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렴. 이쪽을 정리하고 금방 갈 테니까 말야.”
“네. 부탁드릴게요.”
이제 율리아 영지에서 할 일은 끝났다.
요한은 굳어 있는 프란츠를 가리 키며 헤이로나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재는 애 같은 면이 있으니까 관리 잘해.”
“하하하하…… 알겠어요. 자작님. 그럼 약혼 건은……“내가 아버지에게 전해드리지.”
“정말 감사합니다!!”
요한의 허락을 받았다면 반은 성 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윌카스트 후작도 자신을 좋게 보고 있었다.
그럼 약혼은 큰 문제가 없을 것 이다.
“그런데 너희 아버님께서 괜찮다 고 하시디?”
“예. 후계자가 없어지기는 하는 거지만…… 재혼이라도 하시겠죠.”
지옥문 사건 이후로 하거나 혹은 가문을 잃은 귀족들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을 후처로 맞이 하거나,혹은 재혼을 하는 이들은 많았다.
“안 그래도 관심이 있는 분이 계 신 모양이더라구요/“그래? 그럼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인정해주셔서.”
“감사한 줄알면돈 좀 빌려줘.”
“……예?”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라 말이 나 오지 않았다.
당황한 그녀에게 요한은 사정을 설명했다.
돈이 필요한데 현재 자금이 모자 라다.
그러니 대출 좀 해달라는 것이었 다.
“얼마 정도요?”
“대충 이백만 골드 정도……“으윽. 너무 많은데요? 그리고 지금 저희 가문도 자금이 좀……도브다만 왕국에 지옥문이 나타 나고 많은 영지들이 파괴되었다.
그러다 보니 왕국의 재정이 크게 흔들렸고,그것을 엘도만 가문이 지원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융통할 자금이 적 을 거예요.”
“얼마 정도 있으려나?”
“오십만 골드 정도……?”
“됐어. 그럼.”
“아, 아버지께 한번 여쭤볼까요?”
혹시나 요한이 이것 때문에 약혼 의 파기를 명령할까 싶었다.
걱정하던 그녀가 잡자 요한은 고 개를 저었다.
“차라리 내가 필로틴 제국 갔다 오는 게 낫지.”
아공간 주머니 캡슐과 던전,유 적에서 얻은 것들을 팔면 그 정도 자금은 쉽게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시간이 아깝다는 건 데…… 그건 어떻게 해야 하나…… 마고 후작님께 요청해야 하려나?’
마고 후작도 어느 정도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터.
그러니 그에게 요청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재는 부탁한다.”
“예에…… 도움이 못 되어서 죄 송합니다.”
“아니야. 나중에 도움될 일 있을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라고.”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 요 한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율리아 영지를 프란츠에게 맡기 고 요한은 엘마와 함께 바그너 영 지로 향했다.
이미 온다는 이야기를 해놨기 때 문일까?
바그너 영지에는 벌써 환영인파 가 나와 있었다.
그들의 환대를 받으며 돌아오자 마자 요한은 연구실로 향했다.
"저 왔습니다.”
“오. 돈은?”
“자. 여기 전표 있습니다.”
상아탑과 바론 교단의 보증이 적 힌 전표다.
그것을 받은 레이몬은 씩 웃었 다.
“좋아. 하지만 아직 모자란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엘레나. 너는 뭐 필요한 것 없어?”
“연금술사 길드에 외상으로 받아 온 재료나 약들이 있습니다. 그것 부터 해결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 다.”
석필을 든 채 벽면의 공식들을 보던 엘레나는 며칠째 감지도 못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제는 아카데미의 미녀 교관이 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순수한 연구자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그녀는 맨발로 솔베드에게 걸 어갔다.
“솔베드. 이거 만들 수 있나요?”
“어디 보자…… 예. 가능은 합니 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지금까지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이 없는 골렘이라서 그런 것일까?
셋은 꽤나 열정을 보이며 작업을 하고 있다.
요한은 그들을 향해 피식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여긴 내가 낄 필요 없겠군.’
저 셋이라면 지원만 잘해주면 내 버려둬도 잘할 거다.
그럼 그사이 다른 일을 하는 것 이 맞았다.
‘어쩔 수 없지만 필로틴 제국에 다녀오는 게 낫겠군.’
물론 파룬을 불러 매입을 시켜도 되겠지만 필로틴 제국 경매장보다 비싼 값을 받지는 못할 거다.
저택의 방으로 들어간 요한은 팔 물건들을 늘어트렸다.
품질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 스릴이라 부를 수 있는 괴 하나.
마력의 방출이 가능한 팔찌.
황금시대의 귀부인이 쓰던 목걸 이.
커다란 다이아몬드.
이정도라면 충분히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것이다.
‘좋아. 바로 가자.’
망설일 게 뭐가 있겠나.
여유가 있을 때 후딱 갔다 오는 것이 낫다.
-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며 광약이 들어왔다.
그가 인사하자 요한은 손을 휘저 었다.
“마침 잘 왔다. 광약. 나 필로틴 제국에 좀 다녀와야 하는데 그사이 율리아 영지에 좀 가 있어 줄래?”
"상관없습니다만…… 왜 그러시 는 겁니까?”
“프란츠 좀 가르쳐.”
“……그 말씀은?”
“마스터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라 서.”
“고작 여름 방학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정 뭐하면 아카데미 휴학하라고 하면 되니까 괜찮아.”
율리아 영지에 생길 균열에 대처 할 준비도 해야 했다.
만약 균열이 요한이 있을 때 열 리면 상관없다.
하지만 만약 요한이 죽음의 대지 쪽을 탐색하던 도중에 열린다면?
그럼 그때까지 율리아 영지를 지 켜야 할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프란츠가 해줘야 했다.
“혹시 뭔가 걱정하시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응. 나 없는 사이에 문제 생길 수도 있거든. 자세한 것은 나중에 플로란스에게 물어보도록 하고…… 아무튼 가줘.”
“알겠습니다.”
광약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하자 요한은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리고 이번에 패왕 만났어. 그자와 붙어봤지.”
“그러십니까?”
이미 이긴 상대라 그런 것일까?
광약은 별반 관심 없어 보였다.
그를 향해 요한은 히죽 웃었다.
“그자는 더 강해질 거다.”
“그렇다면 제가 꺾으면 됩니다.”
그의 다부진 답을 들은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그래도 대비 정도는 필요하겠 지. 필로틴 제국에 다녀온 후에 대 비를 시작하자고. 이제 아무런 문 제가 없으니까.”
광약은 말없이 요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요한이 의아해하자 광약은 떨떠 름하게 말했다.
“요새 바그너 영지에 연극이 유 행입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한 후에는 꼭 안 좋은 일이 생기더군요.”
그의 답을 들은 요한은 인상을 왕창 찡그렸다.
그때 였다.
“자작님!!”
“뭐야?”
안으로 들어온 전령은 숨을 헐떡 거리며 말했다.
“프,플로란스 님께 연락이 왔습 니다!”
“……하. 진짜.”
요한은 빤히 광약을 보았고 그 시선에 광약은 움찔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