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16화
341. 한 번만 해보자 (3).
“잠깐. 철의 인도자라니?”
철의 인도자는 드워프들에게 있 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은인 을 말한다.
의문을 품은 플로란스를 무시하 며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이것 때문에 그러는 거지?”
“그렇습니다.”
대표로 나선 롤카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요한의 손에 들려 있는 검에 드 워프들의 시선이 꽂혔다.
검자루,그리고 검집.
검날 쪽의 미스릴도 탐이 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저 둘이었다.
“저희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신다 면…… 저희 드워프들은 철의 인도 자께 모든 것을 바치겠나이다.”
“금을 원하십니까?”
“보석을 원하십니까?”
“말씀하신다면 드워프 최고의 장비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롤카드의 뒤쪽에 있는 이들이 앞 다뤄 떠들었다.
어떻게든 요한에게 배우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들의 요청에 요한은 차분히 주 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서 이렇게 얘기할 것이 아 닌 것 같은데. 일단 어디 좀 들어 가지? 그•리고 나 식전이야.”
즉 배고프다는 이야기다.
그의 말을 들은 롤카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요리부터 준비해!!”
드워프들은 많이 먹고,많이 마 시지만 그 이상으로 미식을 중요시 한다.
당연히 요리에 있어서는 최고라 불리는 하플링들을 고용하고 있었 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리 따위에는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마련된 하플링 식당을 롤카드는 아예 전세 내버렸다.
“빨리빨e] 가며오}!!”
주방에 있는 세 명의 하플링들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드워프들의 저녁 시간도 이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다섯 개의 화덕에는 불이 붙어 있었다.
두 개의 모닥불에는 고깃덩어리 가 지글거리며 구워지고 있었다.
그뿐인가?
쉽게 구하기 힘든 민물고기찜까 지 만들고 있었다.
자신들의 재능을 총동원해 요리 를 하던 하플링 중 하나가 완성된 요리를 들었다.
“테레바츠 다 됐다!”
테레바츠는 하플링의 전통요리 중 하나였다.
숙성시킨 고기를 하플링만의 소 스에 며칠 동안 담가 맛을 들인 후 정성스레 쪄서 만든다.
밑간도 그렇고 만드는 것도 그렇 고.
손이 많이 가서 귀빈을 대접할 때나 만드는 요리였다.
‘이걸 여기서 낼 줄은 몰랐네.’
테레바츠를 들고 나간 그는 드워 프들을 앞에 둔 사람을 보았다.
건장해 보이는 인간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 있는 테이블의 광경은 청년이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세상에. 지금까지 나온 요리를 벌써 다 먹었단 말야!?”
“쉿.”
이렇게 잘 먹는 인간은 처음이 다.
하플링 요리사는 감탄하다가 요 리를 내려놓고 주방으로 뛰었다.
“야H 재료들 더 꺼내!! 아직 모 자라겠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세 하플링을 지치게 한 식사가 끝나자 요한은 차를 홀짝거 렸다.
성인 드워프 열 명이 먹어도 모 자랄 요리들을 그는 전부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도대체 그 많은 요리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할 정도다.
하지만 롤카드는 그것을 가볍게 외면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드워프들이 듣 고 싶은 것은 그딴 것이 아니기 때 문이었다.
“철의 인도자시여.”
“일단 본론만 말하자면 댁들은 이거 못 만들어.”
요한은 냉혹한 현실을 들이밀었 다.
그의 말을 들은 롤카드의 얼굴에 홍조가 드러났다.
불쾌함과 더불어 분노가 치솟은 것이다.
다른 드워프들도 비슷한 반응을보이자 요한은 탁자를 톡톡 쳤다.
“이걸 만들려면 철에 혼을 부여 할 수 있어야 하거든. 그런데 댁들 은 못하잖아.”
“할 수 있을 겁니다!”
“잘만 가르쳐주신다면!!”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 거수.”
스이칸과 몇몇 드워프들이 눈치 를 살피며 손을 들었다.
상대는 광왕 요한.
위대한 자의 유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이다.
“오래된 자의 힘을 빌려서 특별 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쯤은 알지?”
“으음. 그렇습니다.”
"내가 제련하고 단련시킨 철에 혼을 담는 것도 그것과 비슷한 방 식이라서 그래. 정 뭐하면 한 번 더 보여주지.”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은 손가락 을 튕겼다.
“아. 그리고 마스터 이하는 빠져. 미쳐버리고 싶지 않다면 말야.”
결국 참관을 하게 된 것은 모인 드워프들 중에서도 소수뿐이었다.
그들에게 요한은 어제 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영역을 선포하고 그 영역 안에서 다른 차원에서 썼던 힘을 사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철을 보여주며 그는 천천히 말했다.
“따라 할 수 있겠어?”
“……크윽.”
다른 것은 따라 할 수 있었다.
망치질,풀무질,약을 얼마나 넣 는지.
요한이 한 야금술은 전부 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그가 만들어낸 이질적인 기운 만 큼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롤카드가 나섰다.
제련과 야금술에 있어서는 어떤 드워프보다 낫다고 불리던 그다.
그는 아까 봤던 그대로 요한을 따라 해보았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은 그냥 잡철 이었다.
“이럴 수가……롤카드는 절망했다.
털썩 주저앉은 그를 향해 요한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뭐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 야.”
절망 속에 희망의 밧줄이 내려왔 다.
롤카드가 고개를 번쩍 들자 요한 은 그의 앞에 밧줄을 흔들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물론 쉽지는 않지. 모든 것을 바치고 노력해도 불가능할지도 몰 라. 하지만 가능성 정도는 있어.”
“뭡니까!? 그게 뭡니까?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롤카드는 다른 드워프들을 보았 다.
그들 모두 동의했다.
강철의 혼을 만들 수 있다면 뭔 들 못하겠나.
필요하다면 영혼도 팔 수 있었 다.
그들의 강한 열의를 보며 요한은 씩 웃었다.
“그러려면 너희가 내 일을 좀 도 와줘야겠다.”
모든 드워프들의 눈에 흥분이 걸 린 것을 본 요한은 만족했다.
‘이걸로 드워프들은 쉽게 다룰 수 있겠군.’
* * *가뿐하게 드워프들을 손에 넣었 다.
그들에게 지시해 균열이 생길 지 역에 숲을 만드는 것에 대한 명령 을 내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만은 있었 다.
그리되면 피해가 생기는 대장장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불만은 강철의 혼 몇 조각만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것을 받은 드워프들은 군말 않 고 자진해서 자신의 대장간을 철거 했다.
대장간이야 새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강철의 혼은?
또 언제 구할지 모르는 귀한 물 건인 것이다.
드워프들의 욕망을 이용해 요한 은 너무나도 쉽게 그들을 통제해나 갔다.
그것을 본 플로란스는 입을 다물 지 못했다.
“세상에나……요한이 보통 사람이 아님은 전부 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 야.
저 자존심 강한 드워프들을 저리 쉽게 조련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어떠냐. 오빠만 믿으라고 했 지?”
나무를 베고 산을 초토화하기 바 쁜 드워프들이 자기들 손으로 나무 를 심고 있었다.
오염된 땅을 정화하고 비싼 약을 뿌렸다.
거기에 다른 산에서 가져온 좋은 흙과 비료까지 뿌리며 나무를 심었 다.
숲을 가꾸길 좋아하는 엘프라면 이해한다.
하지만 드워프가 저러니 말도 나 오지 않았다.
- 툭.
요한은 플로란스의 등을 툭 쳤 다.
저들이 준비를 해놓았다면?
나머지는 드루이드가 할 일만 남 았다.
“가서 숲 만들어. 그건 네 전문 이잖아?”
“아…… 아아. 그래. 그래야지.”
균열에서 나올 차원수들과 싸우 려면 이곳을 숲으로 만드는 것이 낫다.
수풀이 많고 생명이 넘치는 곳으 로 만들어야 한다.
나무를 베고 땅을 오염시키고, 산을 죽이는 드워프들이 할 수 있 는 일은 아니었다.
-딸랑!! 딸랑!! 딸랑!!
땅에 씨앗을 뿌리고 지팡이를 흔 들었다.
종이 울릴 때마다 수풀들이 점차 무성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계속 비료를 뿌려!!”
“예!!”
플로란스의 외침에 따라 드워프 들은 이번에 만든 비료를 살포했다.
그 비료들을 흡수하며 묘목들과풀들이 자라났다.
죽음이 깃든 땅이 이제는 생명이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됐고…… 나머지는 내 일을 요청해야겠군.’
“철의 인도자시여. 지시하신 일 은 다 했습니다.”
“이제 또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저 비료 살포기 만든 사람이 누 구지?”
“접니다. 전 저런 부품이나 기계 류를 잘 만들지요. 특히 골렘 만드 는 것이 특기이기도 하고.”
구석에 있던 드워프 하나가 나왔 다.
얼굴 여기저기에 상처와 흉터가 있는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솔베드라고 합니다.”
“아. 그래. 솔베드. 넌 나랑 같이 일 하나만 하자고.”
“무슨 일을……‘?”
“골렘 만드는 일인데. 거기서 일 해주면 월급을 강철의 혼으로 쳐주 지.”
“언제 가실 겁니까!?”
골렘이 아니라 사람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가야 했다.
솔베드가 신나 하자 롤카드는 요 한에게 다가갔다.
그가 기뻐하는 것은 기뻐하는 것 이고 다음 일을 들어야 했다.
“또 원하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저기 근처에 병사들을 좀 주둔 시키고 싶어. 마드모스 왕국군인 데…… 개들이 허튼짓은 안 할 거 야.”
"으음…… 하지만.”
“싫어? 싫으면 관두고.”
여기까지 왔는데 발을 뻘 수도 없었다.
거기에 요한은 너무 달콤한 것을 미끼로 삼고 있었다.
그 미끼를 눈앞에 흔들고 있고, 심지어 어느 정도는 나눠주기까지 한다.
그러니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 다.
"크흠. 그들이 드워븐 시티에 들 어오지만 않는다면……“그건 내가 말해놓도록 하지. 그 리고 허튼짓하면 나와 바그너 후작 가를 적으로 삼는 것이라고 생각하 게 할 거야.”
“또한 나와도 대적해야겠지.”
요한과 바그너 후작가.
바그너 후작가에는 광약도 있다.
거기에 플로란스까지 개입한다 면?
마드모스 왕국도 쉽게 상대한다 고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개들은 걱정 마.”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저곳을 저 리 해 놓으시려는 겁니까?”
“뭐 때문이냐라……요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세상을 구원하려고 그러는 거 지.”
그의 답을 롤카드는 이해하지 못 했다.
* * *순식간에 일이 끝났다.
요한은 싱글벙글 웃으며 짐을 챙 겼다.
내일이면 검은 무쇠산을 떠나게 된다.
일단 솔베드를 데리고 바그너 영 지로 가고 그곳에서 골렘을 만들 준비를 해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대장간을 최대한 돌린다고 하더 라도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는 의 문이다.
거기에 재료들도 상당히 필요하 다.
‘돈 구하러 가야겠군.’
제일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는 것 은 역시 유적과 던전 탐사다.
바그너 영지와 율리아 영지 인근 의 유적과 던전은 다 돌았다.
그렇다면 조금 멀리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자.
그가 골똘히 머리를 굴리는 사이 잔을 들고 온 플로란스는 요한의 앞에 잔 하나를 내려놓았다.
알싸한 향기가 을라오는 것을 보 니 드워프들의 화주 같았다.
“대단하네.”
“뭐 이정도 가지고. 그런데 이건 화주 아니야? 난 독한 술 안 좋아 하는데?”
“그래? 의외네.”
플로란스는 요한의 앞에 놓인 잔 을 가져왔다.
“너는 못 하는 게 없을 줄 알았 는데.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것 아니야?”
그녀가 농담조로 말하자 요한은 정색했다.
다른 건 몰라도 죽은 사람을 되 살리는 일만은 불가능했다.
“그게 됐으면 이 고생은 안 했 지.”
“그래? 뭐 그건 그렇다고 치자.”
“너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어째 너와 함께 있으면 고민거 리가 사라지는 듯싶어서.”
한 모금 술을 마신 플로란스는 빙긋 웃었다.
“그럼 후드 좀 벗어라. 어휴. 보 기만 해도 답답하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플로란스는 술 때문에 달아오른 피부를 감추듯 후드를 잡고 꾹 내 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