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9화
334. 어려울 것 없어 (2).
플로란스는 경악했지만 요한은 심드렁했다.
그 반응을 보니 이렇게 놀라는 자신이 우습다 생각될 정도였다.
“ O O 으......”
---仁1 •“딱히 힘들 게 있나? 다른 전조 보다 편해 보이는데."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시 기,위치를 대충이나 특정할 수 있 다.
그럼 준비해놓고 기다리면 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플로란스를 향해 요한 은 대충 손사래를 쳤다.
“쓸데없는 걱정할 필요 없어.”
“그래도 대비책은 세워둬야 하는 것 아닐까?”
“뭐…… 가만히 있을 수는 없 지.”
“그럼 당장 이 사실을 알려야 할 텐데……“누구한테 어떻게 알리려고?”
옆에 둔 바구니에서 샌드위치를 꺼낸 요한은 한입 크게 베어 물었 다.
그의 말에 플로란스는 말문이 막 혔다.
꿈을 꿨다.
그 꿈에서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체불명의 몬 스터가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그것을 누구에게 말하겠나.
아무리 천하십강의 말이라고 하 더라도 쉽게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자신들의 병력을 써야 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럴 것 이다.
“그래도 얘기 정도는 해봐야 하 는 것 아닐까? 검은 무쇠산은 마드 모스 왕국에 속해 있지. 마드모스 왕가와 검은 무쇠산에……“그래. 뭐.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봐.”
첫 번째 균열은 마드모스 왕국 쪽에서 발생한다.
특히나 검은 무쇠산 쪽이라면 그 쪽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터.
플로란스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 다.
“내가 직접 갔다 오도록 하지.”
« o ”
■石".
요한이 자신을 잡지 않자 플로란 스는 의아해했다.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샌드위 치를 다 먹은 그는 차분하게 말했 다.
“개들이 도와주면 좋고,안 도와 주면 어쩔 수 없겠지.”
“그들이 돕지 않을까?”
“글쎄…… 뭐. 갈 거면 같이 가 자. 나도 검은 무쇠산에 볼일이 있 으니까.”
어차피 드워프들과 만나야 했었 다.
죽음의 대지에 들어가려면 그들 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검을 잡았다.
“다음 주쯤에 출발하자.”
그가 다시 훈련을 재개하자 플로 란스는 요한을 물끄러미 응시하다 몸을 돌렸다.
* * *요한이 또 떠난다고 하자 하인스 는 깜짝 놀랐다.
어째 잠잠하다 싶었는데 또 떠난 단다.
하인스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 에 없었다.
“자작님. 자작님께서 가시면♦“내가 가면 뭐. 커리큘럼은 다 짜줬잖아. 이대로만 훈련해. 일 보 면 다시 돌아올 거니까.”
바그너 기사단을 성장시키기 위 한 훈련법은 이미 전수했다.
기사들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훈 련까지.
전부 준비했으니 남은 것은 그들 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이젠 내가 남아서 닦달한다고 될 일은 아니야. 이제는 자기 역량 이라고.”
“그,그거야 그렇지만.”
옆에서 채찍질을 한다고 말이 계 속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켜봐 주면 더 잘 달리 지 않겠는가.
하인스는 다시 한 번 요한을 설 득하려 했지만 그는 꽤나 냉정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 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어 디로 가시는 겁니까?”
“마드모스 왕국.”
마드모스 왕국에 가려면 바그너 영지를 통해서 가는 것이 더 빠르 다.
요한이 지도를 보며 말하자 하인 스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럼 광약 님도 함께 가시는 겁 니까?”
“아니. 광약은 두고 갈 거야.”
“그나마 다행이군요.”
“하인스. 넌 따라와. 바그너 영지 에서 아버지 지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 외에 다른 지시사항은 없었 다.
하인스가 인사하고 나가자 요한 은 보던 서류를 덮었다.
“유아랑. 들었지? 인수인계는 알 아서 받도록 하고…… 한번 둘러보고 와.”
전에도 하던 일이라 그런지 유아 랑은 특별하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나가자 요한은 자리에 앉아 있는 엘레나를 보았다.
“엘레나. 연금술로 골렘을 만들 수 있지?”
“그야 당연하죠.”
“원격 조작이 가능한 건?”
“거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얼마나요?”
“음…… 길게 본다면 여기서 수 도까지?”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혹 시 중간에 상아탑 지부나 연금술사 길드 같은 중계지점이 있나요?”
“없지.”
“그럼 힘들겠는데요……계산을 마쳐 본 엘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부분은 요한도 생각했던 것이 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방안을 내세 웠다.
“그럼 납으로 된 골렘을 만들 수 는 없을까? 이왕이면 사람이 탈 수 있는 거로. 그럼 중계지점 없어도 되는데.”
엘레나의 표정이 굳었다.
납은 연금술에서 꽤나 특별한 금 속이었다.
“연금술과 마법학에 있어서 금은 완벽한 금속,그리고 납은 가장 불 완전한 금속에 속해요. 그건 아시 죠?”
“물론.”
“그렇기에 납으로는 마력과 관련 된 것은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는 게 정설이죠.”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지?”
엘레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랬다.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비용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그 작업을 위해서는 뛰어난 연금술사, 그리고 뛰어난 마법사. 또 뛰어난 기술자가 필요하죠.”
“그리고 그들이 꽤나 열심히 연 구를 해야 하고.”
“예에……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의 연금학의 지식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런데 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했겠는가.
엘레나는 자신의 운명을 빠르게 눈치챘다.
“납으로 골렘을 만들어야 하나 요?”
“아까 말한 원격 조작이 되면 안 만들어도 괜찮아.”
“원격 조작은 아예 불가능이에 요. 차라리 납 골렘이 현실성이 더 있겠군요. 물론 그것도 쉽지는 않 지만.”
“골렘의 외장을 전부 납으로 두르게 하고 사람이 탈 수 있는 골렘 을 만들어야 해. 가능하겠어?”
“음…… 가능은 하겠는데요? 하 지만 비용도 많이 필요하고…… 작 업할 인원도 있어야 해요. 그리고 뛰어난 마법사도 필요합니다.”
“그건 걱정 마. 마법사는 레이몬 에게 요청하면 되니까.”
“뛰어난 기술자는요?”
“검은 무쇠산에서 구해올 거야. 그쪽의 드워프라면 가능하겠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엘레나는 요한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도 뛰어난 기술 자 중 하나였다.
“그냥 자작님께서 직접 하시면 되는 것 아닌가요?”
요한은 검술뿐만 아니라 다른 지 식들이나 기술에도 능했다.
특히나 대장장이로서도 뛰어난 위치에 있는 자였다.
그런데 굳이 다른 이들을 부를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난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아서.”
“매번 바쁘시네요.”
“그러게 말이야. 뭐 이렇게 바쁜지.”
하지만 어쩌겠나.
그냥 손 놓고 있다간 전조를 통 해 마왕이 강해질 텐데.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지금은 바 쁜 게 나았다.
“언제 떠나실 건가요?”
엘레나가 자료들을 챙기며 일어 나자 요한은 씩 웃었다.
“내일 당장.”
갑작스러운 명령에 엘레나는 묵 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 * *다음 날 새벽이 되자 마차가 준 비되 었다.
마차에 탄 것은 플로란스와 요 한,엘레나,하인스뿐.
나머지는 이곳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마스터이고, 후작가 기사단의 단 장이었지만 하인스는 마부가 되기 를 자처했다.
자신이 마스터에 오르게 해 준 요한을 모시는 일이다.
오히려 마부 역할도 영광스럽다 생각하고 있었다.
“광약. 커리큘럼대로 잘 가르치 도록.”
“알겠습니다.”
“재들 유서도 써놨으니까 굴릴 만큼 굴려. 그리고 야스진 도움도 받고.”
“예. 걱정 마십시오. 로드.”
광약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웃자 요한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럼 출발!”
창문이 닫히고 마차가 움직인다.
멀어지는 마차를 지켜보던 엘마 는 유아랑의 손을 잡았다.
“오빠는 왜 항상 바쁜 걸까?”
“하하……“아빠가 그랬는데 귀족은 항상 여유롭고 차분해야 한다는데…… 오빠는 그렇지 않단 말이지. 정말 이상하네.”
볼에 손을 가져가며 엘마가 고개 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태도에 주변 에 있던 사용인들의 얼굴이 풀어진 다.
유아랑은 그들을 둘러보며 어깨 를 으쓱였다.
“원래 요한 자작님께서 귀족 같 은 분이 아니잖습니까. 자. 아가씨. 가시죠. 오늘 배우셔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응!”
이제는 귀족가의 아가씨가 된 엘 마다.
그녀의 정체를 알고,또 태어났 을 때부터 돌봐줬다고 하더라도 지 금까지처럼 평대를 할 수 없었다.
유아랑은 엘마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을 만지작거리던 엘마는 방 긋 웃었다.
“걸어가기 싫은데 업어줘〜!”
“하하하. 그러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둘 사 이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어리광을 유아랑은 가볍 게 받아주었다.
그들이 멀어지자 지켜보던 아단 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째 일거리가 늘어날 것 같네.”
* * *바그너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윌 카스트 후작에게 인사를 했다.
윌카스트 후작은 그를 반기면서 도 의아해했다.
“왜 왔니?”
“하하. 아들이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굳이 아버지에게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잖니.”
“사실 레이몬을 만나러 왔습니 다. 그리고 아버지께 부탁할 것도 있고.”
“네가 나에게 부탁을? 신기한 일 이구나.”
늘 혼자 알아서 하던 요한이 부 탁이라니.
윌카스트 후작은 놀라면서도 기 뻤다.
세간에서 광왕이라 불리는 요한 이 자신에게 기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부탁이라니. 당연히 들어줘야겠지.”
“율리아 영지를 좀 부탁드립니 다. 제가 이래저래 바빠서 손댈 시 간이 없군요. 유아랑과 엘마가 있 다지만 마냥 맡겨둘 수만은 없어 서……요한의 요청에 윌카스트 후작은 씁쓸해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 나는 말이다. 네가 율리아 영지의 영주로서……“헤르듀크 왕자님께 들으셨겠지 요? 저희 가문. 필로틴 제국과 로 드만 왕국이 연합하게 되면 공작가 가 된다는 거.”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이다. 나는 아직 네가……“늘 말씀드리지만 저는 후계자 자리에는 관심 없습니다.”
단순한 백작가 수준이라면 프란 츠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작가라면?
그 자리는 결코 아무나 할 수 있 는 것이 아니다.
윌카스트 후작마저도 공작이라는 위치에 부담감을 느낄 정도다.
그런데 과연 프란츠가 그 무게를 버텨낼 수 있을까?
“프란츠는 잘할 겁니다.”
“아니 그래도.”
“아버지. 아들을 믿어주세요. 저 말고 프란츠를.”
처음에는 당연히 힘들 거다.
하지만 적어도 십 년.
길게는 이십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다면 프란츠도 훌륭한 공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너는? 너는 그저 가문을 지키는 칼과 방패로만 살아갈 생각이냐?”
요한이 안쓰러웠다.
바그너 가문을 이만큼 세워 놓은 것은 전적으로 요한의 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저 허울뿐인 자작 위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준다는 영지도 마다하는 그에게 아버지로서 뭔가 해주고 싶었다.
“저는 프란츠가 잘 챙겨주겠죠.”
“혹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니?”
윌카스트 후작은 요한의 손을 꼭잡았다.
모든 일이 끝나고 바그너 가문이 공작가가 되면 그때 요한이 정처 없이 사라져버릴까 걱정스러웠다.
“요한. 그것만큼은 용서 못 한 다.”
기름을 뿌린 불꽃처럼 격렬하게 불태우고.
그것을 다 소진한 후 사라져버린 다는 것.
윌카스트 후작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가 눈에 힘을 주며 말하자 요 한은 정색했다.
“저도 그럴 생각 없습니다.”
‘편하게 놀고 먹으려면 어떻게든 붙어 있어야지.’
“그,그래? 그럼 다행이고.”
정색하는 아들의 모습에 윌카스 트 후작은 그나마 안도했다.
생각해보니 요한이 그 정도로 남 을 배려할 사람은 아니었다.
바쁘게 살지만 자기 것은 잘 챙 기는 아이이니 알아서 잘할 것이다.
“그냥 이 아비의 쓸데없는 걱정 이었다고 해두렴.”
“하하. 예. 그리고 프란츠도 잘할겁니다. 잘 못 하면……“못하면?”
“잘하게 만들어야지요.”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