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8화
333. 어려울 것 없어 (1).
율리아 영지의 신전으로 간 요한 은 바로 환대를 받았다.
안쪽에 있는 사제실에 들어가자 야스진은 싱글벙글 웃었다.
"하하하하!! 오늘부로 율리아 영 지의 사제로 발령받은 야스진입니 다!”
그를 보던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 다.
사제실에는 정리되지 않은 짐들 이 꽤나 많았다.
주변을 둘러보던 요한은 가소롭 다는 듯 웃었다.
“여기서 살림 차리려고 하냐?”
“하하. 그렇습니다.”
야스진은 결혼을 한 신관이다.
그렇기에 신전에 살림을 차릴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아예 신전에 신혼집을 마련한 야 스진에게 요한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용케 네가 됐다? 난 좀 더 높은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율리아 영지는 요한이 다스리는 영지다.
그렇기에 바그너 영지와 율리아 영지에는 적어도 상급 사제 정도 되는 사람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막 사제가 된 야스 진이 올 줄이야.
“교단에 뭔 문제라도 있냐?”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왜 네가 왔어?”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수 행 기간이 끝나고 임지를 받았는데 제가 율리아 영지로 가게 되었습니 다.”
“흠…… 뭐 상관없겠지. 야. 너 신성력 많이 높여놨지?”
“하하. 예. 전이랑은 비교하지 않 으셔도 될 겁니다.”
어디 갈 때마다 야스진을 치유사 로 데리고 다니며 요한은 그를 열 심히 굴렸다.
그때마다 신성력이 낮다고 갈꿨 었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린 야스진은 쓰게 웃었다.
“배울 것도 거의 다 배웠고. 신 성력을 보조하기 위한 성물들도 받 았지요.”
“그럼 됐어. 그보다 저들은 누구 냐?”
“아. 제가 제자로 받은 수행 사 제들입니다. 밀레이. 그리고 셀림이 지요. 인사들 드리렴.”
“바,바,반갑습니다! 수행 사제 밀레이입니다!”
“셀림입니다! 요한 자작님을 뵙 게 되어 영광입니다!”
잔뜩 흥분한 소년들이 눈을 반짝 거렸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시선에 요한 은 의아해했다.
“재들은 왜 저래?”
“제 경우가 있으니까요.”
야스진은 요한 덕분에 일개 치유 사에서 빠르게 사제가 될 수 있었 다.
그러다 보니 사제를 꿈꾸는 이들 에게 있어서 요한은 꿈을 이루게 해 주는 자와 같았다.
혹시 아나.
요한의 눈에 들어 바로 추천을 받을지?
“수행 사제도 추천을 받아서 사 제가 되나?”
“가능은 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 해서는 그만한 업적을 세워야 하긴 하지만.”
“그래?”
요한은 기대하는 둘을 향해 피식 웃었다.
아쉽겠지만 그들을 키울 생각 따 위는 없었다.
옛날이야 야스진이 필요하니 데 리고 다녔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요한도 여덟 개의 코어를 지닌 자.
거기에 이제 해야 하는 일 중에 는 신성력이 필요한 일은 거의 없 었다.
“그래. 뭐 열심히 해봐.”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이 인사를 마치자 요한은 탁 자를 톡톡 쳤다.
“앞으로 네가 좀 바빠질 거다.”
“그럴 거라고는 예상했습니다. 어디 또 다녀야 합니까?”
“아니. 바그너 기사단을 좀 개조 할 생각이거든. 신전에서 자주 나 서야 할 거야.”
“하하하…… 그런 것이라면 해야 겠지요.”
기사들을 치료하는 일은 예전에 치유사일 때도 많이 했던 일이다.
그러니 야스진은 별반 부담을 느 끼지 않았다.
"그럼…… 필요한 거 있으면 언 제든지 저택에 얘기해.”
"알겠습니다. 살펴 들어가십시오. 아. 그리고 이번 주 일요일에 미사 에는 참석하실 겁니까?”
“바빠서 못 가겠다. 양해 좀 부 탁하마.”
다른 사제들이라면 적당히 비위 를 맞춰 줄 겸해서라도 참석할 것 이다.
하지만 상대가 야스진이라면 굳 이 참석할 필요도 없다.
요한이 웃으며 나가자 야스진은 두 손을 모으며 그에게 인사했다.
“스승님.”
“왜 그러니.”
“요한 자작님…… 생각보다 무서 운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요?”
소문에 요한은 성격이 괴팍하며 상대를 괴롭히는 자라고 들었다.
야스진도 그의 밑에서 꽤나 고생 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요한은 전 혀 두렵지 않아 보였다.
소문의 광왕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제자들의 반응을 보던 야스진은 쓰게 웃었다.
“그건 너희들이 요한 자작님의 관심조차 받지 못할 정도라는 이야 기란다.”
“아……“길가의 개미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드물잖니. 그러니 저분께 관 심을 받고 싶다면 너희들의 능력을 보여주렴.”
“저,저희들의 능력이라면……“모험인가요!? 자작님을 따라가 는......B“아니.”
씩 웃은 야스진은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앞으로 신전에 찾아오시는 손님 들이 많을 거다. 그때 그 노력을 보여드리렴.”
야스진의 말에 둘은 의아해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그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신전에 본격적으로 부상과 피로 를 호소하는 기사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 * *네 번째 전조를 대비하기 위해서 바그너 기사단의 훈련을 시행했다.
광약도 바그너 영지로 보내버리고 요한은 기사단을 훈련했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났을 때.
저택의 뒤뜰에서 홀로 수련하던 요한은 획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장미와 같은 아름다운 붉은색 머리칼을 한 사랑스러운 소 녀가 마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오빠!!”
마차에서 내린 소녀의 얼굴에 꽃 이 피었다.
매혹적이며,순수하고.
또한 그 안에 담겨 있는 아름다 움을 듬뿍 드러낸다.
그런 미소를 지은 소녀는 요한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넌 왜 왔냐?”
엘마는 꽤나 변해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소녀가 되어 있다.
달려온 그녀는 요한의 품에 안긴 채 활짝 웃었다.
“에헤헤〜”
“잘 있었지?”
“네!!”
"아버지 말씀은 잘 듣고?”
“네!!”
“네 본체는?”
“여기 있다.”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 함께 온 플로란스는 들고 있던 나무를 보여 주었다.
묘목 수준이었던 엘마의 본체는 이제는 꽤나 커져 있었다.
“어디에다가 심어야 하지?”
“할머니가 있는 숲 근처에 심는 게 낫겠지.”
그럼 정령들이 빌헬미나를 지킬 때 함께 지켜줄 것이다.
요한이 말하자 플로란스는 수레 를 끌고 온 유아랑에게 말했다.
“숲으로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유아랑이 수레를 끌고 가려 하자 요한은 품에 있는 엘마를 내려주었 다.
“너도 같이 가서 할머니께 인사 드리고 와라.”
“알겠어요!!”
그녀가 유아랑을 따라 함께 가버 리자 플로란스는 한숨을 쉬었다.
“요한. 얼마 전 꿈을 꾸었다.”
“차원이 열리고 너도 처음 본 괴 물들이 나타난다고?”
“그래. 너.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전의 꿈과 다른 꿈을 왜 갑지가 꾼 거지? 아직 오래된 자들은 나타나 지 않았는데.”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요한은 심 드렁하게 말했다.
“그건 내가 해결했으니까.”
“응?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지? 오래된 자들이 나타나는 균열 은"•…?”
“나 필로틴 제국 갔다 왔잖아. 거기서 세 번째 전조가 일어났지.”
그러고 보니 몇 달 전 윌카스트 후작이 골치 아파했던 일이 있었다.
그때 그는 광약을 어딘가로 보냈 었다.
“그럼 그때……‘?”
“응. 그때 해결했어.”
“혼자서 가능한 일이었냐?”
분명 그 균열 안에서 오래된 자 들이 나타났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들을 모두 쓰러트렸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플로란스를 향해 요한은 씩 웃었다.
“너와 같이 돌아다니며 얻은 것 들이 큰 도움이 되었어.”
“그래?”
“응. 그래.”
사실 딱히 도움된 것은 없었다.
기껏해야 미스릴 검의 자루를 새 로 만들기 위한 청강 정도?
하지만 알 게 뭔가.
플로란스는 그 자리에 없었으니 그냥 요한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행이군.”
“그런데. 그거 잘 입고 다니나 보다?”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빛의 장 막이 었다.
전에 그녀가 입고 다니던 두꺼운 로브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받은 것을 그냥 썩혀둘 수도 없 는 노릇이고……“후드까지 벗고 다니면 더 좋을 텐데.”
하지만 플로란스는 후드를 만지 작거릴 뿐 벗을 생각은 하지 않았 다.
“내가 어떤 차림을 하고 다니는 지보다 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 는 건 어떨까?”
“그래. 그게 낫겠군. 네가 본 것 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해봐.”
요한이 묻자 플로란스는 빠르게 설명했다.
두 번.
두 번의 균열이 나타난다.
첫 번째 균열은 어느 산맥의 근 처 였다.
두 번째 균열은 어느 성 근처였 다.
그리고 그 균열들에서는 수많은 괴물들이 나타나 대륙에 있는 자들 을 공격했다.
“그 균열들이 어디서 생기는지는 모르고?”
“알고 있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물었는 데 생각 외로 좋은 답변이 돌아왔 다.
놀란 요한을 향해 플로란스는 고 개를 저었다.
“난 오랫동안 세상을 떠돌아다녔 어. 이번에 본 곳은 내가 아는 곳이 었다.”
“어딘데?”
“첫 번째 균열은 검은 무쇠산에 생긴다. 그 골짜기. 검은 무쇠산에 있는 드워프들의 도시 드워븐 시티 와 닿아 있어.”
마드모스 왕국에 있는 드워프들 의 도시.
그 근처에 있는 골짜기의 풍경과 닮았다.
“좋아. 두 번째는?”
‘이건 회귀 전과 같군. 그럼 두 번째 균열도 내가 아는 곳이겠네.’
“ o ”
■효.......
플로란스는 머뭇거렸다.
그녀가 말을 꺼내기를 망설이자 요한이 먼저 말했다.
“율리아 영지에 속한 마을이겠 지??”
“……그래. 셸기츠 마을이다.”
이 역시 회귀 전과 같은 위치였 다.
그 당시 요한은 바그너 영지,현 재의 율리아 영지에 거점을 마련했 다.
그리고 그곳에 성벽을 쌓고 사람 들을 불러 모았다.
이후 네 번째 전조가 발생했었 다.
마침 검은 무쇠산에 있었던 요한 은 바로 차원수들과 싸웠다.
‘그때"•… 광약이 죽었지……열린 균열은 하나가 아니었다.
또 하나의 균열을 통해 차원수들 이 물밀듯 쏟아져나왔다.
그때 광약은 차원의 틈에서 나온 차원수들을 상대하며 요한의 거점 을 지키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노력과 목숨을 바친 분전으로 바그너 성을 지킬 수 있 었다.
“너도 아는 건가?”
“대충은.”
플로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이 전부 알고 있다는 것에 그녀는 안심했다.
“그럼 대응책을 생각해볼까? 순 서대로 열린……“응? 그게 무슨 소리야?”
“어?”
“순서대로 열리다니? 한 번에 열 리는 것 아냐?”
요한이 의아해하자 플로란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어떻게 알아?”
“기후가 달랐다. 검은 무쇠산은 무더운 여름. 그리고 셸기츠 영지 쪽은 눈이 내리는 겨울이었어.”
“어? 그럴 리가. 제대로 본 것 맞아?”
“그래. 지독할 정도의 되약볕이 내리쬐는 날. 균열이 열리며 그곳 에서 수많은 괴물들이 나왔어. 그 들은 단숨에 마드모스 왕국을 공격 하며 검은 무쇠산을 파괴했지.”
“흐......wt그 .
“그리고 짙은 눈송이가 내리는 날에도 균열이 나타나 셀기츠 영지 를 시작으로 율리아 영지를 박살 내기 시작했지.”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요한은 입 술을 살짝 깨물었다.
회귀 전에는 분명히 한번에 열리 고 차원수들이 튀어나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잠시 생각하던 요한은 어깨를 으 쓱였다.
‘나야 좋지.’
하나씩 열리면 해결하기도 편하 다.
요한은 잘됐다 생각하며 여유롭 게 말했다.
“그럼 하나씩 해결한다고 치자 고.”
"어떻게 해야 하지? 방법이 뭐 야?”
진지하게 묻는 그녀에게 요한은 무덤덤하게 답했다.
“안 나올 때까지 잡아야 해.”
“그것뿐? 얼마나 잡아야 하지?”
회귀 전의 일을 생각하던 요한은어깨를 으쓱였다.
“대충 십만?”
“두 개의 균열 모두 합쳐서?”
당황한 그녀에게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균열 하나당 십만.”
그 말을 들은 플로란스의 낯빛이 파랗게 물들었다.
일개 고블린이 십만이어도 쉽게 감당하기 힘들다.
그런데 균열 하나에서 십만이라 니.
아무리 텀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 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꿈에서 본 몬스터들은 고 블린은 따위라고 취급할 만한 것들 이 넘쳐났다.
“어떻게 해야 하지?”
“뭘 어떻게 해. 자리 깔고 싸워 야지.”
요한은 아주 간단하고 확실한 답 을 내놓았다.
그리고,그 답을 들은 플로란스 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