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23화
323. 고작 이런 거로 안 망한다.
(2)
타키온과 타로트가 어디에 있는 지 몰랐을 뿐이지 본궁의 지리는 거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요한은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뭐야? 사람 없나?”
“지금 전투 중인데 요리를 할 겨 를이나 있겠나. 뭐냐? 음? 넌 처음 보는데.”
“걱정 마. 나도 처음 보니까.”
대뜸 물어보는 요리사에게 요한 은 심드렁히 답했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 다.
“새로 뽑힌 놈이냐? 아무튼 죄다 서궁으로 데려가 버리면 어쩌라는 건지.”
요리사나 보조 중에서도 서궁에 간 자들이 꽤 있나 보다.
그는 투덜거리며 칼을 내려놓았 다.
“그래서? 뭔데?”
“아. 타키온 님께서 다과를 요청 하셨어. 과자를 좀 줘.”
“저기 찬장에 있으니까 가져가.”
그는 귀찮다는 듯 자리에 앉았 다.
소시지를 우물거리는 그를 힐끔 본 요한은 찬장에서 다과를 꺼냈다.
접시에 담고 트레이에 옮긴 그가 다른 요리들도 챙기자 요리사는 의 아해했다.
“다과만 가지러 온 것 아니야? 요리는 왜 가져가는 거지?”
“지금 회의 중이실 테니까. 배고프시면 드시라는 거지.”
사실 요한이 먹기 위해서였다.
아까 문 부수느라 힘을 썼더니 배가 고팠다.
참을 수 있긴 하지만 굳이 참을 필요가 있나.
여기 먹을 것이 이리도 많은데.
“그런가?”
그는 요한을 철석같이 궁내부원 이라 믿고 있었다.
하긴 누가 알겠나.
율경을 죽이고 성문을 때려 부순 요한이 여기에 와 있을 줄은.
“아. 그리고 버터와 치즈를 좀 많이 가져가야 할 것 같아. 버터나 이프 가져가도 괜찮나?”
날도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나이프들을 요한이 한 움큼 들었다.
그것을 본 요리사는 대충 손을 흔들었다.
그에게 씩 웃어 보인 요한은 트 레이를 끌고 주방에서 나왔다.
지금 제도의 성문이 뚫렸는데도 황궁 안은 크게 혼란스럽지 않아 보였다.
궁내부원들이나 궁녀들은 두려워 하고 있지만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왜 계속 정보를 통제 시키는 거지? 왜?’
이미 제도는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율경이나 키르케가 있었다 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제도에는 요한,그 리고 광약을 막을 수 있는 자들이 없다.
그런 마당에 계속 숨긴다?
어차피 끝날 텐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게 책략이든,아니면 사기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든.
요한에게는 특별히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난 내 볼일만 보고 받아갈 것만 받아가면 되니까. 뭐든 상관없어.’
그가 트레이를 끌고 삼 층에 도 착하자 기사 하나가 손을 흔들었다.
아까 요한의 머리를 후려친 기사 였다.
그는 요한을 보자마자 버럭 성질 을 부렸다.
“뭐하다가 이리 늦는 거냐!?”
“으"•… 죄송합니다.”
“어서 들어가! 음…… 그건 뭐 냐?”
“예? 아. 혹시 몰라서 빵과 소시 지를……“빵이나 소시지를 가져오라는 말 씀은 안 하셨는데? 그거 내놔봐.”
‘정말 죽일 이유 밖에 남지 않는 구만. 넌 내가 반드시 죽인다.’
타키온과 타로트를 제거하고 먹 으려던 빵과 소시지를 받은 그는 동료들에게 넘겼다.
“그건……“더 필요하면 네가 받아오면 될 것 아니냐.”
“그래. 그래. 우리는 호위를 하느 라 바쁘다고.”
“할 일 없는 궁내부원들과는 다 르지.”
'호위 도중에 음식을 먹는 건 괜 잖냐……:요한은 그들을 힐끔 본 후 고개 를 끄덕였다.
일단은 타키온과 타로트부터 잡 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기에 요한은 트레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지도를 보며 열띤 이야기 를 나누는 그들이 있었다.
내부의 호위를 위해서인지 하얀 예복을 입은 기사가 대기하고 있었 다.
‘보아하니 마스터 같고……나머지는?
한쪽 팔이 없는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놈이군.’
전에 놔줬던 사도가 호위를 겸해 남아 있었다.
요한이 방을 둘러보는 사이 타키 온은 고개를 들었다.
“음. 차가 왔나? 한잔하고 합시 다.”
“후우…… 지금 차나 마실 시간 은 없을 텐데.”
이미 성문이 뚫렸다.
황궁 수비대와 제국 기사들.
군대가 움직이고 있다지만.
보고에 의하면 요한은 아직 잡지 도 못했다.
거기에 적 중에는 투왕 광약까지 있었다.
“그들을 무시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율무 기 태자 전하께서 이제 곧 의식을 마무리하실 것이고. 추가로 사도들 이 더 생길 겁니다.”
“흥. 사도들 따위가 많아 봐야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빨리 헤카 톤케일이라도 불러오든가. 율무기 그자가 진짜 가능하긴 한 건가?”
말투에 조롱이 섞이고 있었다.
타로트를 한차례 노려본 타키온 은 옆에 놓인 지팡이를 들었다.
“그 입을 지져놔야 조용히 하시 겠습니까?”
“그럴 필요 있나. 아무튼 사도들 이 나서준다면…… 우리는 요한을 잡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되겠군.”
‘사도들이 성문 쪽으로 간다 면……?’
요한에게나 쉬울 뿐.
헤카톤케일의 사도들은 결코 무 시할 수 없었다.
산채로 사람을 찢어낼 정도의 힘 을 지닌 자들이다.
적어도 마스터쯤 되지 않는다면 상대하기 힘들 것이다.
'어쩔 수 없지만 그건 그 쪽에게맡겨야겠군.’
여기까지 어떻게 들어왔는데 나 가겠나.
그냥 광약만 철석같이 믿을 수밖 에 없었다.
“음? 더 시킬 일은 없으니 나가 도록.”
“아. 타키온 님. 전달해드릴 사항 이 있습니다.”
“전달?”
의아해하는 타키온에게 요한은 한 걸음 다가갔다.
살기도,적의도 없는 움직임이기 때문일까?
그의 옆에 있던 마스터뿐만 아니 라 타키온,타로트.
그리고 헤카톤케일의 사도도 반 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방심은.
-푹!!!
요한의 버터나이프가 타키온의 심장을 꿰뚫게 만들었다.
“뭐……?”
일격에 타키온을 제거한 요한은 남은 버터나이프를 던졌다.
다섯 개나 되는 나이프를 튕겨낸 마스터가 소리 지르려는 순간 요한 의 오러 블레이드가 그의 목을 긋 고 지나갔다.
“네놈!! 요한이구나!!”
“하. 오래간만에 보네.”
“멈춰라!! 내가 지금까지 한 일 은 사정이……“그딴 거 알 바냐.”
“네놈……!!"
당황한 타로트가 외치자 요한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반투명한 팔들이 요한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의 오러 블레이드는 볏 짚을 베기라도 하듯 가볍게 그 팔 들을 베어 넘겼다.
“넌 이따가 죽여주지.”
타로트를 지키려는 사도를 걷어 차 쓰러트리고 요한은 그의 심장에 오러 블레이드를 꽂았다.
-푹!!!
“커헉……!”
고기가 뚫리는 소리와 함께 타로 트의 단말마가 흘러나왔다.
그의 죽음을 확인한 요한은 바로 사도까지 끝장을 내버렸다.
“후…… 그럼.”
“이게 무슨 소란입니……!!”
벌컥 문이 열리며 요한의 음식을 빼앗아 먹었던 기사들이 들어왔다.
안쪽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에 그 들이 입을 벌린 순간.
요한은 싸늘히 웃으며 나이프를 던졌다.
* * *이쪽에 있는 자들은 전부 제거 하고 기다렸지만 오는 이들은 없 었다.
그저 작은 소란 정도는 괜찮다 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사를 보낼 여유가 없 는 것일까.
‘뭐든 좋아.’
요한은 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 을 통해 빠져나갔다.
지휘를 해야 할 그들이 없다면 성문 쪽에서의 전투도 쉽게 흘러 갈 것이다.
“엇!? 궁내부원이 왜 여기 있 지?"
“아. 그,그게…… 저기……창문을 통해 빠져나와 정원을 걷던 요한을 발견한 기사는 눈을 가늘게 떴다.
머뭇거리던 요한이 고개를 푹 숙이자 기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있어야 할 곳에서 벗어나 있다 니! 이건 용납할 수 없다!! 얘들 아!”
“예!!”
“저자를 당장 서궁으로 보내 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서궁만은……!!”
‘날로 먹게 생겼네. 신난다.’
서궁까지 어떻게 숨어서 갈까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끌려간다면?
굳이 숨어서 갈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적당히 저항하는 척이라도 해 야겠군.’
“저는 별궁에!! 별궁에 가야 합니다! 별궁에 계신……“별궁? 그쪽 궁내부원이었나?”
‘어? 이게 아닌데?’
기사는 요한의 외침을 듣자 순 간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 자리는 다른 자들이 맡아줄 것이다. 그러니 서궁으로 가도록.”
‘어휴 다행이다.’
“안됩니다!! 안됩니다! 제발 서 궁만은!!”
“끌고 가!!”
적당히 저항을 하며 요한은 서 궁 쪽으로 끌려갔다.
수레에까지 태워진 채 꽤나 편 하게 서궁으로 간 요한은 그곳에 모여 있는 이들을 보았다.
다들 포박된 채 저항하고 있었 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제발!! 태자 전하!! 태자 전 하!!”
궁내부원,궁녀.
그리고 개중에는 병사들도 꽤 있었다.
그들 모두 서궁에 들어가는 것 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거기 너!!”
문이 열리고 궁내부원 하나가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십여 분 후에 기사는 다 른 이들을 잡아서 들여보냈다.
‘뭐야. 선착순으로 들여보내는 것 아닌가?’
요한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일부러 빨리 끌려가려고 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들어갈 사람을 고르는 것은 기사들로 보였다.
‘음…… 빨리 들어가고 싶은 데……굳이 여기 남아서 남들 고통스 러워하는 것 봐서 뭐하겠나.
빨리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요한이 있는 쪽은 보지도 않고 있었다.
“흑…… 흑흑…… 바론 님께서 함께 하실 것이고…… 그분께서 우리의 뜻을 들어주실 것이고99.
그의 옆에 앉아 있던 궁녀가 눈 물을 홀렸다.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미 녀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찬 송가를 불렀다.
그 찬송가 때문일까?
기사들은 인상을 쓰며 외쳤다.
“누가 재수 없게 여기서 찬송가 를 불러!?”
“야!! 재부터 보내!”
“히이익!! 시,싫어H 싫어!!”
괜히 찬송가를 불러서 잡혀버렸 다.
기사에게 머리채가 잡힌 그녀가 끌려들어 가려 하자 요한은 다급 히 외쳤다.
“레이디에게 무슨 짓입니까!?”
“하. 그럼 네가 들어가든가. 야! 재 보내!!”
잡고 있던 궁녀를 놔 준 기사는 요한의 팔을 잡았다.
그런 그를 궁녀는 눈물을 흘리 며 응시했다.
“왜…… 왜 당신이……?”
“아니. 난 여자가 우는 꼴은 못 보는 남자라서.”
“하. 미친놈이네. 이거.”
궁내부원들이 궁녀들을 꼬시는 일은 많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런 짓을 하다니.
기사는 어이없어하며 요한을 끌 고 가 서궁 안으로 밀어 넣었다.
-쿵!!
문이 닫힌다.
안쪽에 들어간 요한은 문이 닫 히자마자 두려워하던 태도를 버리 고 콧노래를 훙얼거렸다.
분명 꽤 많은 이들이 들어갔을 텐데도 서궁에는 인기척 따위는 없었다.
느껴지는 것은 단 하나.
“하. 이것 보게?”
서궁의 내부는 호라이즌 큐브와 같은 식의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내부에 있는 것을 외부에 드러 내지 않고자 하는 결계가 펼쳐진 것이다.
요한은 히죽 웃으며 팔에 힘을 주었다.
-우둑!!
그를 포박하고 있던 밧줄이 풀 렸다.
가볍게 몸을 푼 요한은 로비에 도착하자 여유롭게 말했다.
“야. 내려와.”
계단을 타고 내려온 것은 궁녀 였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닌 듯 눈등 자가 완전히 혼탁해져 있었다.
“나는 헤카톤케일 님의……“아. 그래. 그래.”
그래 봤자 사도 나부랭이든,아 니면 사도조차 되지 못한 찌꺼기 에 불과할 것이다.
요한은 그녀를 향해 웃으며 오 러 블레이드를 겨눴다.
“아아아아……“나는 헤카톤케일 님의 사 도……“우리를 이끄시는 위대한주...... ,,그녀의 뒤로 계속해서 헤카톤케 일의 사도들이 빠져나왔다.
금새 로비에 수십의 사도들이 모였다.
그들을 마주하던 요한은 어이없 어하며 투덜거렸다.
“참나. 가성비 개판이네. 나한테 저 정도 사도 만들 제물을 줬으 면……그는 반투명한 팔을 만들어내는 그들을 향해 싸늘히 중얼거렸다.
“헤카톤케일 머리채를 잡고 끌 고 왔겠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