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20화
320.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
있다 ⑵율무기가 밖으로 나와준다면 요 한 입장으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가 쉽게 나오겠나?
율경을 죽인 요한이 황궁 밖에서 무슨 짓을 하며 기다릴지 모르는 데?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성벽과 황 궁 수비대로 자신을 보호하려 할 것이다.
‘아. 암살하고 싶다.’
코어가 하나만 더 있었어도 그냥 다 때려부수며 그냥 들어갔을 텐데.
요한은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주 먹을 쥐었다 폈다.
“왜 그러십니까?”
“율무기가 나와줬으면 좋겠지만 그가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아서요.”
율라스도 거기까지는 기대를 하 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한번 웃고 말뿐이었 다.
“일단 이쪽의 검사는 끝났으니다들 다시 돌아오라고 해야겠군요.”
“하지만 감시는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갑자기 한 번 더 올 수도 있었다.
요한이 말하자 율라스는 바로 긍 정했다.
“그러겠지요.”
“그러니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군요. 불사조 유격대와 율초아 황녀님이 올 때까지 놀 수는 없으 니까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요한은 그대로 걸어가 버렸다.
* * *비밀통로로 빠져나갔던 솔가르츠 일행이 복귀했다.
도둑 길드원들이 정리를 하는 사 이 밤이 되자 요한은 저택 밖으로 나갔다.
제도에서 난리가 났기 때문일까?
바깥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나야 움직이기 편하지만…… 이 거 이 상태로 계속되면 율무기도 파멸을 면치 못하겠군.’
긴장된 실은 작은 칼집만으로도 끊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제도에서 계속 경계 상태를 유지한다면?
참지 못한 시민들이 들고일어날 수도 있었다.
지만 그걸 이용하자니 시간과 소요가 많이 걸리고……역시 제일 편한 것은 역시 율초 아와 바크가 제도를 공격하는 때를 노려 황궁에 잠입하는 것이었다.
‘일단 내가 성문을 열어주고 황 궁까지 간다면……건물들의 옥상을 돌아다니며 길 을 확인했다.
황궁과 성문까지 통하는 최단 경 로를 확인하던 그는 황궁 근처에서 서성이는 남자를 발견했다.
‘저건……‘?’
바이론이다.
그는 황궁 근처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내어주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만남이 끝나자 바이론에게 물건 을 받은 자가 황궁의 쪽문으로 들 어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요한은 바이론 이 가는 곳으로 향했다.
제국 기사단과 경비대가 한차례 뒤졌기 때문일까?
바이론은 할렘가가 아닌 다른 곳 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빈민들이 머무는 허름한 구역의 골목으로 그가 들어가자 요한은 그 를 잡았다.
“헉!”
“뭘 그리 놀라냐? 나야.”
“아……“아까 보니까 황궁에 들어가던 사람에게 뭔가를 주던데. 뭐 한 거 야?”
“보,보셨습니까?”
“봤으니까 묻지.”
요한이 빤히 보며 묻자 바이론은 한숨을 쉬었다.
“그게…… 제가 거래한 자는 황 궁의 오물 처리관입니다.”
황궁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곳의 오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는 관리가 필요했다.
그 관리를 담당한 자와 손을 잡 고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려 한 것이다.
“어떻게 들어가려고?”
“황궁에서는 나흘에 한 번씩 오 물을 뺍니다. 그리고 오물통을 가 지고 들어가는데……거기에 숨어서 잠입할 생각이다.
황궁의 기사들은 고고한 자들.
오물 냄새가 지독히 나는 통은 어지간해서는 열어보지 않는다.
그저 창으로 몇 번 찌르기만 할 뿐이니 괜찮다.
“창에 찔리려고?”
“예.”
“그리고?”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천천히 품에서 마석을 꺼 냈다.
“야. 그거.”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폭발 마석이 었다.
꽤나 큰 것이 터지면 사용자도 반드시 죽을 만한 것으로 보였다.
“이걸 써서…… 황궁의 성벽을 무너트리겠습니다. ”
“황궁의 성벽이 폭발 마석 하나 로 무너……그는 또 다른 마석을 꺼냈다.
그리고 하나 더.
마지막으로 추가해서 네 개.
넷이나 되는 폭발 마석이라면 황 궁의 성벽에 구멍 정도는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 뿐입니다.”
바이론 같은 범인이 저 두꺼운 벽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이 런 것뿐이었다.
요한은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하다 가 고개를 저었다.
“야. 그런 짓 하지 말고 그냥 얌 전히 찌그러져 있어.”
“예? 하지만……“하지만이고 뭐고. 그런 식으로 하면 개들이 잘도 잡아간 애들 그 냥 두겠다.”
사로잡혀 있는 자들을 구하려면 최대한 얌전히 들어가야한다.
바이론의 자살 폭탄테러는 황궁 에 있는 자들의 경계심만 높여 줄 뿐이었다.
“그래도 오물통을 이용하는 방법 은 마음에 드네. 매수는 확실히 한 거야?”
“예. 제대로 했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폭발 마석으로 벽을 부수는 것은 논외로 치자.
하지만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요한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너 대신 내가 들어가는 거로 하 자. 어때?”
“예? 하지만 위험할 겁니다!”
“괜찮아.”
요한이 원하는 것은 저 높고 두 꺼운 성벽을 넘는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 따위 웃 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창에 찔릴 일도 없겠고.’
율초아와 바크가 제도를 공격하 는 시기를 노리면 될 거다.
요한은 바이론의 어깨를 툭 치며 씩 웃었다.
“때가 되면 말해줄 테니까 그때까지는 몸조심하고 있어.”
“어…… 아,알겠습니다.”
* * *일단 율초아와 바크가 움직일 때 까지는 대기를 해야 한다.
그사이 요한은 밤마다 나가서 황 궁의 상태를 살폈다.
안개는 여전히 자욱했고 병사들은 사람들을 끌고 들어갔다.
개중에는 풀려나는 자들도 있었 지만 돌아오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그만큼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늘 어나고 있었다.
기회만 된다면 그 불만은 반드시 폭주할 것처럼 보였다.
그 와중에도 상황은 더 재밌게 흘러가고 있었다.
결국 제국 기사들 중에서도 이런 식으로 의미 없이 사람들을 잡아가 는 것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나타 난 것이다.
그 정보를 말해 준 이를 향해 요 한은 싸늘히 웃었다.
“자…… 당신은 아무 일도 없다 는 듯 그대로 병영으로 복귀합니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잊게 됩니다. 레드 썬.”
기사들에게는 암시가 먹히지 않 아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
하지만 병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유저조차도 되지 못한 자 들.
그렇기에 순찰을 도는 그들을 잡 아 요한은 꾸준히 정보를 캐냈다.
그가 얻은 정보,그리고 솔가르 츠의 활동으로 얻은 정보.
그렇게 정보를 모은 후 조합한 결과 요한은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밤마실을 다녀온 요한은 기다리 던 솔가르츠와 율라스에게 자신이 얻어낸 정보를 말했다.
그것을 들은 솔가르츠는 살짝 눈 살을 찌푸렸다.
“율무기가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 그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거 아닙니까? 지금 하는 꼴을 보면 폭군도 이런 폭군이 따로 없는데.”
요한이 탁자를 툭 치며 말하자 솔가르츠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그런 수준이 아니야. 그의 행동 자체가 지금 이상으로 미쳐가고 있 어.”
“지금 이상이라면……?”
“갑자기 시녀나 궁내부원들을 죽 이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군. 얼마 전에는 잡아 온 황족을 맨손으로 찢어 죽이기도 했다더라.”
요한은 짧게 설명한 후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상태가 점점 과해지 고 있어. 그건 율경이 죽은 이후부터라고 하더군. 그리고•…"
그의 죽음 이후 타키온과 다른 한 명이 세력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며 그의 광증이 점점 강해져 가고 있었다.
“그 다른 한 명이 타로트 로드만 입니까?”
율라스가 손을 들며 묻자 요한은 고개를 끄되였다.
“그런…… 그런데 율무기가 갑자 기 왜 그러는 걸까요?”
솔가르츠의 질문에 요한은 어깨 를 으쏙였다.
“뭔가 이유는 있겠지. 아무튼 그 래서? 바크는 언제 온답니까?”
율라스는 어제 받았던 정보를 떠 올렸다.
자신과 대화하는 것조차 부끄러 워하던 바크를 떠올리니 그녀의 입 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내일이면 작전을 시행할 수 있 을 겁니다.”
그녀 대신 대답한 솔가르츠는 요 한을 보았다.
율라스 역시도 요한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시선 집중에 요한은 의문을 품었다.
“뭐지? 그 시선은?”
“아니…… 적의 주요 인물 중 하 나인 타로트는 로드만 왕국 사람이 잖습니까.”
“그래서? 아~ 그러니까 내가 타 로트를 도와서 제국을 통째로 로드 만 왕국에 가져다 바친다. 뭐 그런 걸 생각하는 거야?”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실 례되는 발언입니다만. 용서 부탁드 립니다.”
솔가르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 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요한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막판에 배신이라도 한다면?
성문을 공격하는 척하다가 공격 하지 않고 자신들을 공격한다면?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린다.
아무리 율경이 없다지만 제국 기 사단에는 마스터들과 익스퍼트들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제도의 성벽은 무척이나 두껍다.
착실히 수성전을 해나간다면 불 사조 유격대와 율초아는 제도를 얻 지 못할 것이다.
“걱정하지 마. 난 배신 같은 거 끔찍하게 싫어하니까.”
“……그러시다면.”
“그리고 나도 할 말이 있는데.”
요한은 탁자를 살짝 잡았다.
그 순간 비싼 원목 탁자가 아귀 힘에 의해 뜯어져 버렸다.
“난 배신 같은 거 진짜 싫어해. 내가 하는 것도,그리고 당하는 것 도. 그러니까 기억해둬.”
-꿀꺽.
솔가르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를 보던 요한은 히죽 웃었다.
“일 다 끝나고 안면몰수할 거면 너희들의 그 얼굴. 전부 뜯어서 내 얼굴로 만들어주지.”
요한이 율초아와 손을 잡으며 받 기로 한 것들은 상당하다.
그것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거 면 각오하라는 이야기다.
싸늘히 말한 그를 보던 솔가르츠 는 식은땀을 흘렸다.
“아,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보자고.”
다음 날이 되었다.
바크의 연락을 받은 솔가르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두 시간 후. 율초아 황 녀님의 군대가 제도를 공격할 겁니 다.”
“황궁에서도 이걸 알고 있겠지?”
“예. 황궁에서 수성전을 위해 병 력이 나왔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황궁을 지키던 꽤나 많은 마스터 와 익스퍼트들이 움직였다.
마법사,그리고 공성 병기들까지.
율초아와 바크가 손을 잡고 공격 한다.
거기에 최강의 활이며 율무기를 돕던 율경이 죽었다.
그래서인지 수성을 위한 준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되고 있었다.
그것이 요한이 바라는 바인지도 모른 채.
“황궁을 지키는 것은 누구지?”
“음…… 타키온 수석마법사. 그 리고 율무기의 부하인 랭가스터 백 작. 에미즌 자작…… 그 외에 황궁 기사단과 수비대 정도입니다.”
아직도 많다.
하지만 들어가도 싸워 볼 만한 수준까지는 줄어들어 있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난 작전지역에 가 있어야겠군.”
“함께 가는 게 어떻겠나요?”
율라스가 웃으며 말했다.
상당히 고가의 마법 드레스를 입 고 있던 그녀가 지팡이를 들어 올 리며 말했다.
그녀를 빤히 보던 요한은 콧방귀 를 뀌었다.
“제 걱정은 마시고 각자 할 일이 나 잘합시다.”
“혼자서 정말 가능하시겠어요? 이야기는 들었지만……“성문 하나 여는 게 뭐 힘들다 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 요한은 그대 로 나가버렸다.
저택에서 나온 그는 성문 쪽이 아닌 빈민가로 향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바이론 은 요한이 오자 조심스레 말했다.
“준비는 다 됐습니다. 저희가 가 면 바로 오물통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오물 통을 내놓는구나.”
“하하…… 귀한 분일수록 더러운 것을 싫어하니까요. 그러니…… 전 투가 치러지는 도중이라도 치우고 싶었겠지요.”
바이론의 말을 들은 요한은 피식 웃었다.
“그 더러운 것이 자신의 심장을 찌를 칼이 될지도 모르는데 말야.”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