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19화
319.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
있다 ⑴“아니 어떻게!?”
이곳은 제국 경매장의 주인이며 황족인 율라스가 머무는 곳이다.
그런 곳에 저렇게 병력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안심하고 있었던 솔가 르츠는 당황하며 외쳤다.
“하이간! 요루!!”
문이 열리며 건장한 남자 둘이 들어왔다.
그들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 있었 다.
“무슨 일이냐!?”
“제국 기사단이 폐하의 명령서를 들고 왔습니다!”
“황제의 허가가 있다면 황족이 있는 곳이든 뭐든 조사하는 것 정 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
가장 불안해야 할 요한은 무사태 평해 보였다.
그를 향해 눈살을 찌푸린 솔가르 츠는 율라스에게 물었다.
“비밀통로를 지금 쓸 수 있겠습 니까?”
율라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애써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여러분께서는 그곳 으로 빠져나가시는 것이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요한 자작님. 가시 죠.”
“난 신경 쓰지 말고 솔바른 유랑 단 애들이나 데리고 가.”
“으음…… 알겠습니다.”
그가 부하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자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뻗었다.
그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것 은 고풍스러운 상자였다.
“설마 여기서 싸우실 생각이십니 까?”
“아니. 그건 아닙니다.”
그가 성궤에 위대한 자의 석상을 보관하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꺼낸 상자는 성궤가 아닌 고급 상자에 불과했다.
“전에 경매장에서 사신 상자로군 요.”
“예. 에…… 율라스. 당신이 절 좀 도와줘야겠습니다.”
요한이 상자를 열자 율라스는 감 탄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며 그 녀는 빙긋 미소 지었다.
“경매장에서 이것저것 구하시더 니. 그걸 만들려 하신 겁니까?”
이곳에서 머무르며 요한이 놀기 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경매장은 돈만 있다면 뭐든지 구 할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인피면구를 만들기 위한재료 따위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쩐지 죽을 죄를 지은 사형수 에 관해서 물어보시더니. 후훗. 정 말 대단하시네요. 탐납니다.”
뭐든지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사람도 구할 수 있다는 이 야기 였다.
그렇기에 요한은 경매장에서 사 람도 구했다.
인두겁을 뒤집어쓴 죄인을 말이 다.
“밖에 저렇게 재료들이 많은데 굳이 사형수를 구하신 이유가 립니 까?”
“사람 껍데기를 뒤집어쓴 짐승들 의 것이 그나마 쓸만하더라구요.”
요한은 가볍게 대꾸하고 인피면 구를 착용했다.
순식간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 그 의 얼굴에 자리 잡았다.
“그럼 저들을 맞이하러 가볼까 요?”
자리에서 일어난 율라스는 숄을 두른 채 요한과 함께 걸었다.
저택의 입구 쪽은 벌써 꽤나 소 란스러웠다.
저택을 지키는 기사들과 사병들 이 무기를 뽑을 준비를 하고 있었 다.
“폐하의 명령서가 있다!! 이곳을 수색해야 한다!!”
“이곳은 제국 경매장이며 황제 폐하의 사촌이신 율라스 전하께서 기거하시는 곳!! 폐하께서 직접 오 시지 않는 이상 허가할 수 없다!!”
“그것은 제국에 대한 반역 행위 다!!”
“반역은 너희들이 하고 있는 것 이겠지!! 율무기 황태자가 하고 있 는 일을 우리가 모를 성싶더냐!!”
“뭐라!!?”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이들 을 율라스는 웃으며 만류했다.
그리고 상냥함이 담긴 매혹적인 어조로 물었다.
“제국 기사단에서 뭐하러 여기까 지 왔나요?”
“율라스 전하. 저희는 폐하의 명 에 따라 이 저택을 수색해야 합니 다.”
“흐음…… 율경의 살해범을 찾기 위해서인가요?”
“그렇습니다.”
“천하십강이라고 날뛰더니……율경이 그렇게 갈 줄이야.”
율라스는 일부러 과장되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끌어올리 며 싸늘히 말했다.
“꼴 좋다. 온갖 잘난 척은 다 하 더니.”
“율라스 전하!!”
“말씀이 과하십니다!!”
저들 중에는 율경을 진심으로 따 르던 기사들도 있었다.
그들이 울컥하자 율라스는 키득 거렸다.
“더 과한 말도 할 수 있는데. 아 무튼 저는 허락할 생각 없습니다.”
“……그렇다면 강제집행할 뿐입 니다!!”
“어머? 가능하시겠어요?”
율라스는 지팡이를 들었다.
그녀가 뛰어난 마법사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기사들이 긴장하는 사이 그들 사 이로 한 마법사가 모습을 보였다.
율경을 추도하기 위해서일까?
평소에 잘 입지 않는 검은 로브 를 입은 타키온이었다.
율경의 지낭이라 불리던 그는 심 각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전하. 수색을 하게 해주십시오.”
“꽤나 무례하구나. 꼬마야.”
같은 마법사이기 때문일까?
율라스는 다른 이들에게 하는 것 과 다르게 하대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키온은 불만 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저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 숙일그러나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미 제국의 대부분,의심 가는곳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요한뿐만 아니라 솔바른 유랑단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이 제도를 탈출하지 못했다 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기사들이 확 인하지 못한 곳들뿐이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었다.
“지금 다른 귀족들과 황족들에게 도 기사들과 병사들이 가 있습니 다.”
“흐음? 그래서?”
“전하의 저택 역시도 예외는 없습니다.”
“내가 거절한다면 어쩌려고 그러 니?”
그녀의 지팡이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졌다.
그것을 본 타키온 역시 지팡이를 들었다.
두 마법사가 서로를 향해 마법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마법을 쓸 준비를 하던 그들 증 지팡이를 내린 것은 율라 스였다.
“꼬마가 진심인가 보네?”
“죄송합니다.”
“만약 내 저택에 아무것도 없다 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 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 부하들,내 사람들. 건드리지 마. 허락하는 것은 저택 을 수색하는 것뿐이니까.”
“그건"•…원래라면 전부 끌고 가서 조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상대는 율라스.
타키온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마법사였다.
“제국 경매장을 운영하는 일은 힘들어. 그 경매장을 운영하기 위 해 필요한 인력들도 많지.”
■로.......
“이들에 대한 조사는 전부 내가 끝냈어. 그런데 너희들에게 또 받 으라고?”
“그건……“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들이 다 치기라도 한다면? 아니,행여나 반 감을 품고 떠난다면? 제국 경매장 의 문을 닫을 생각이니?”
하나하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키온은 그것을 쉽게 받 아들일 수 없다.
“그것이 싫다면.”
그녀는 지팡이를 가볍게 내리찍 었다.
그 신호를 들은 모두가 무기를 들었다.
“우리 전부를 짓밟아보렴. 물론 가능하겠다면 말이야.”
율라스를 따르는 기사들은 무기 에 오러를 담았다.
사병들은 무기를 뽑았다.
그녀의 부하들 전부가 싸울 준비 를 시작했다.
저들 모두가 싸우다가 죽어버리 기라도 한다면?
그럼 율라스의 말대로 제국 경매 장은 오랫동안 문을 닫아야 했다.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타키온 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합니까?”
“어차피 경매장은 지금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제도에 출입통제가 되고 있는 판 국에 경매장이 제대로 운영될 리는 만무했다.
그럼 당장은 피해가 없을 것이 다.
하지만 이후 사태가 호전된다면?
경매장을 다시 운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매장의 수입이 얼마나 큰지는 타키온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얼굴 정도 는 확인해야겠습니다.”
“좋아. 그 정도는 이해해주지.”
그녀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다
들 무기를 넣었다.
타키온의 명령에 따라 기사들과 병사들이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이 저택을 뒤지는 사이 타키 온은 병사들과 함께 사람들의 얼굴 을살폈다.
“이 자는 누굽니까? 못 보던 자 인데.”
“새로 얻은 내 애인 겸,감정사 지.”
“하지만 감정사는 이사카 아니었 습니까?”
그가 알기로 경매장의 감정사는 이십 대 초반의 여인이었다.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십 대 후반 의 건장한 청년이 아닌.
그를 위아래로 흩어보던 타키온 은 차분히 물었다.
“이름은?”
“에, 에비가 리도라고 합니 다……약간 가는 목소리였다.
보호 욕구가 따라오는 작은 목소 리를 들은 타키온은 요한의 턱을 잡았다.
그의 볼을 꼬집어보고 몸 여기저 기를 만져보았다.
“감정사치고는 몸이 좋군.”
“그,그게요한은 푹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향해 율라스는 희미하 게 웃었다.
“보기 좋은 빵이 먹기도 좋은 법 아니겠어?”
“……흠.”
감정사라면 감정을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타키온은 자신의 팔찌를 보여주 었다.
“이것을 감정해보도록.”
“이건 황금시대의 유물 중 하나 인 마력의 팔찌로군요. 잠깐 안쪽 을 봐도 되겠습니까?”
금색의 팔찌에 새겨진 고대어, 그리고 양식.
어느 공방에서 만들어졌는지,효 과가 무엇인지.
그리고 가격이 얼마 정도에 형성 되고 있는지까지.
요한이 술술 말하자 타키온은 의 심의 눈초리를 풀었다.
이 정도면 훌륭한 감정사라고 할 수 있었다.
“괜찮은 인재를 얻어내셨군요.”
“이 정도는 해야 대륙 최고의 경 매장에서 일할 수 있는 거라고.”
율라스는 요한의 엉덩이를 쓰다 듬으며 능글맞게 말했다.
그사이 다른 이들의 검사도 끝났 다.
잠시 기다리니 저택에서 기사들 과 병사들이 나왔다.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 됐지?”
“예.”
“날 의심하고,내 저택을 짓밟은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거다.”
“……율경 전하의 원한을 갚는다 면 제 목을 드리지요.”
“흥.”
타키온이 수긍하고 떠나려 하자 그녀는 그를 잡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율무기는 뭘 하고 있지? 어디에 있길래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야?”
“그건……“그에게 내일까지 저택으로 오라 고 해둬. 그게 아니면 내가 직접정식으로 항의하러 갈 거니까.”
제아무리 황태자라고 하더라도 이건 도를 지나친 무례다.
싸늘히 분노를 터트리는 그녀를 향해 타키온은 씁쓸히 답했다.
“일단 전달은 해드리겠습니다.”
“기억해둬. 내가 직접 황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그는 답하지 않고 바로 몸을 돌 렸다.
타키온과 제국 기사들,병사들이 떠나자 율라스는 부하들을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이들이 자리로 돌아가고 둘 만 남자 그녀는 능글맞게 웃으며 요한에게 손을 뻗었다.
“후후. 침실로 갈까?”
“침실은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 죠. 그리고 손 치우십쇼.”
그녀의 손은 여전히 요한의 엉덩 이에 닿아 있었다.
“어휴〜 엉덩이가 화가 제대로 났네.”
“제 칼도 화날 겁니다.”
싸늘한 어조를 듣고 나서야 그녀 는 손을 떼었다.
느긋하게 걸어 방으로 돌아오자 율라스는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 건가요?”
만약 요한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 하면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하려고 했다.
지금은 그저 애인 역할에만 충실 하다고 넘어가려 했었다.
그런데 요한은 생각보다 제대로 알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제일 감정사인 이사카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요한은 대 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 팔찌. 아는 겁니다.”
“어디서 본 것이죠?”
‘회귀 전에 내가 쓰던 거니까 알 수밖에.’
“아무튼 그건 중요한 건 아니고. 황궁에 들어간다는 말은 왜 한 겁 니까?”
“들어갈 생각 없어요. 들어가 봤 자 제가 죽을 수도 있는 걸요. 아 니면 저도 폐하처럼 감금당할 수도 있겠죠.”
율무기는 황족의 거처에 기사까 지 보낼 정도로 막 나가고 있었다.
거기에 황제를 감금하기도 했고.
그렇다면 율라스가 틈을 보이면 그녀를 감금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 을 것이다.
“그럼 아까 그 말은 두 가지를 노린 거겠군요.”
요한은 율라스를 빤히 보며 천천 히 말했다.
“율무기를 더 긴장하게 만들려는 것. 그리고 행여나 율무기가 나온 다면……“그럼 광왕께서 수고해주셔야겠 습니다.”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요 한은 만족했다.
“당연히 제가 나서야겠지요.”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