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17화
317. 계획과는 다르지만 (2).
에미즌 자작의 저택에 도둑이 들 고 다음 날 또 난리가 났다.
황족이며 율무기의 숙부인 인왕 율경이 습격당한 것이다.
심지어 로드만 왕국의 천하십강 인 광왕 요한에게 말이다.
그가 당당히 제도에 들어와 난리 를 친 것 때문에 제도는 난리가 나 버렸다.
“진짜 이게 뭔 난린지……테미루는 요리들을 놓아주며 투 덜 거렸다.
꼭두새벽부터 시장에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제재로 장을보지 못 해 오늘 요리가 허접하기 그지없었 다.
“그런데 바그너는 어떻게 된 거 야?”
“그러게……?”
어제 헤어진 이후로 그와는 만나 지 못하고 있었다.
행여나 요한이 당한 것이면 어쩌 나.
그가 걱정하고 있을 때 여관으로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에……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제국기사단 삼번대 대장 토르타 위간이다. 솔바른 유랑단은 여기 있나?”
“예? 아…… 예.”
테미루는 의아해하면서도 일 층 의 식당에 있는 그들을 가리켰다.
솔바른과 재주꾼들이 긴장하는 것을 본 그는 강하게 외쳤다.
“저들을 포박해라!! 요한과 손을잡은 악독한 놈들이다!!”
“예!!”
심문이고 조사고 없었다.
다짜고짜 나선 그들은 솔바른과 재주꾼들을 빠르게 포박했다.
그들의 눈을 가리고 재갈을 채웠 다.
수갑을 채우고 포박까지 끝내자 토르타는 테미루를 보았다.
“뭐냐.”
“저,저기…… 아니 저들이 나쁜 사람은 아닌…… 그런데 왜 그러시 는 겁니까?”
- 철컥.
검이 뽑혔다.
시퍼런 검날이 자신의 목에 닿자 테미루는 황급히 손을 들었다.
“아,아무것도 아닙니다요!!”
“흥. 건방지게.”
간단히 테미루를 다물게 한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라 테미 루와 종업원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 했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난리인가.
놀란 테미루는 바닥을 보며 한숨 을 쉬었다.
테이블이나 의자,접시들이 바닥 을 나뒹굴고 있었다.
“자자. 치우자.”
그렇게 그들이 청소를 끝냈을 때 쓰T그 .
테미루는 발소리를 들으며 자리 에서 일어났다.
‘아침부터 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와?’
그가 의아해하는 사이 바깥의 발 소리가 강해졌다.
그 발소리의 주인인 한 무리의 기사들과 경비병들이 안으로 들어 왔다.
“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까 왔던 이들과 비슷한 복장을 한 자들이 들어오자 테미루는 의아 해했다.
“이곳에 있을……!!”
“뭐 놓고 가신 것 있으십니까?”
소리치려던 기사는 테미루의 반 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지?”
“아니…… 제국기사단 분들 아니 십니까?”
“그래. 나는 제국기사단 사번대 대장 셀미 위르트다. 솔바른 유랑 단은 어디 있나!?”
그녀의 외침에 테미루는 종업원 들을 보았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들의 반응을 본 셀미는 이를 갈았다.
“뒤져!!”
병사들이 다시 난장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객실을 확인하고.
창고를 확인하고.
주방까지 뒤진다.
그들이 여기저기 뒤집어엎는 것 을 보며 테미루는 두 손으로 얼굴 을 감쌌다.
“아니 아까 데려가셔놓고 또 이 러시면 어떻게 합니까……“뭐? 그게 무슨 소리냐.”
테미루는 아까 있었던 일을 설명 했다.
그 말을 들은 셀미는 파랗게 질 린 채 주먹을 쥐었다.
“빌어먹을!! 그 개자식이 선수를 쳤단 말인가!?”
“그게 무슨……?”
그때 였다.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 리며 기사들과 병사들이 들어왔다.
중무장한 그들은 거칠게 안으로 들어오며 외쳤다.
“나는 제국 기사단 삼번대 대장 토르타 위간이다! 솔바른 유랑단을 이적 행위로……!”
“어!? 저 얼굴이 아니었는데?”
“어?”
셀미와 토르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기사와 병 사들은 당황했다.
그들을 향해 테미루는 아까 있었 던 일을 설명했다.
자신을 토르타 위간이라 밝힌 기 사가 솔바른 유랑단을 데리고 갔다.
그것을 들은 셀미와 토르타는 서 로를 보았다.
“설마……‘?"
“빌어먹을! 그놈들을 찾아!!”
두 기사는 이를 갈며 누가 먼저 라고 할 것도 없이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 * *끌려온 솔바른은 천천히 눈을 떴 다.
그는 긴장감에 떨며 침을 꼴깍 삼켰다.
최악의 경우 여기서 고문당하다 죽을 수도 있었다.
머리에 씌워진 두건이 벗겨지자 그는 두려워하며 말했다.
“저…… 저,저희는 아,아무것도모릅니다.”
“모르면 쓰나.”
심드렁한 어조였다.
잊을 수 없는 말투다.
솔바른은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 가 들린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시큰둥한 표정의 요한 이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자,자작님!? 얼굴! 얼굴이!? 드 러내셔도 됩니까?”
“이미 다 까발려졌는데 뭐. 너희 를 써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다 봤어.”
요한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쥐 고 있던 인피면구를 찢어버렸다.
이제 이 얼굴은 알려졌을 테니 의미가 없다.
잠시 후 뒤에 있던 남자가 솔바 른의 포박을 풀어주었다.
“저…… 저기…… 저희는 죽 는…… 겁니까?”
“응? 왜? 아. 물론 내가 실패하 면 그럴 수도 있겠지.”
“아니 그게……방금 요한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 들의 효용가치는 이제 끝난 듯 보 였다.
그렇기에 버림받을 줄 알았다.
당혹스러워하는 솔바른을 향해 요한은 인상을 구겼다.
“야. 내가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내 일 도와준 애들을 이용만 하고 휙 버리겠냐. 나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야.”
투덜거린 그는 실망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나중에 바그너 영지에서 일할 거면서 날 그따위로 본 거였어? 이 야. 이거 실망인데?”
“아,아닙니다! 아닙니다요! 저,저는 그냥……“농담이다.”
농담을 하려면 좀 웃으면서 하든 가.
솔바른은 속에서 우러나오려는 불만과 불안감을 꾹 삼켰다.
“당분간은 여기 있어.”
“그런데 여기는……“어딘지는 알 필요 없어. 그냥 여기서 버티다가 일 끝나면 복귀하 자고. 야. 재들 잘 챙겨줘.”
“……알겠습니다.”
험상궂은 인상의 덩치 큰 남자가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들에게 솔바른을 맡긴 요한은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기사 복장을 한 채 기다 리고 있던 솔가르츠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굳이 저들을 구할 필요가 있었 습니까?”
“아니.”
“그런데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 신 겁니까?”
어제 일을 끝내고 요한은 솔가르 츠를 찾아 그들과 합류했다.
이후 그는 솔가르츠에게 솔바른 유랑단을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
꽤나 무리하고,촉박한 명령이었 지만 그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젯밤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이미 들었기 때문이었다.
율경은 율초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데 큰 방해가 되는 자.
그런 자를 쓰러트려 준 사람이 다.
동료는 되지 못하더라도 굳이 적 대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원하는 바를 이뤄 줬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번 명령은 이 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 씨. 그럼 넌 네 부하 막 버리냐?”
요한은 되레 어이없다는 듯 물었 다.
그의 반응에 솔가르츠는 진지하 게 답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 말을 들은 요한은 솔가르츠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필요하다면 자기 자신도 버 려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눈에 담긴 진심을 마주한 요 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율초아 황녀의 생각이냐?”
“그것은…… 아닙니다만.”
“그러길 빌겠다. 그런 사람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거든.”
요한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싸늘히 말했다.
“어쨌든 재들 관리 잘해.”
“예.”
그의 대답에 만족한 요한은 터덜 터덜 지하실에서 올라갔다.
지하실 위로 올라가자 화려한 방 이 모습을 보였다.
“그나저나 새로운 도둑 길드가 이렇게 좋은 저택일 줄이야.”
“원래 등잔의 밑이 어두운 법입 니다…… 라지만 사실 여기서 머무 르고 싶지는 않았죠.”
솔가르츠는 쓰게 웃으며 설명했 다.
기존에 있던 도둑 길드는 할렘가 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것도 황궁 바로 근처에 있는 저택이라……요한은 창밖을 보았다.
거대하고 화려한 성이 보이고 있 었다.
제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황 궁의 중심지.
이곳은 기사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자들만 사는 구역이었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청초한 여인 이 다가왔다.
그녀는 요한을 향해 살짝 고개를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광왕님을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영광이군요.”
“별말씀을. 저 또한 놀람군요. 중 립을 유지하고 계신 줄 알았는 데……요한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마주 하며 그녀는 상냥히 웃었다.
“알려져 봤자 좋을 것은 없으니 까요. 계승권이 없는 황족이 계승 권자의 손을 잡을 수는 없는 것 아 닙니까?”
그녀는 자신의 회색빛 머리칼을 나긋한 손가락으로 꼬았다.
삼십 대 중반의 여인인 그녀였지 만 색기나 매력은 젊은 여인들을 아득히 넘어선다.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꼬는 행위만으로도 뭇 남성들은 금세 마 음이 홀릴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은 채 싸늘히 웃을 뿐이었다.
“율라스 필로틴 전하…… 필로틴 제국 경매장의 관리자께서 설마 율 초아 황녀님과 손을 잡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필로틴 제국의 경매장에서 구하 지 못하면 세상 어딜 가서도 못 구 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 황금시대부터 유지되어 지 금까지 내려오는 역사와 전통의 경 매장이 바로 필로틴 제국의 경매장 이었다.
그 경매장을 운영하는 주인인 율 라스 필로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까르륵 웃었다.
“아하하〜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상아탑에서 잘도 허락했 다 싶어서. 마법사 아니십니까? 그 소속의 마법사들은 이런 후계자 경 쟁에 끼면 안 되는 것으로 압니다
만.”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지팡이 를 살짝 흔들었다.
상아탑의 인증을 받은 칠 클래스 마법사의 상징이었다.
그것을 흔들어 보인 율라스는 소 악마처럼 귀엽게 키득거렸다.
“후후. 저는 이제 상아탑 소속도 아닌데 어때요? 빌헬미나 님처럼 말이죠.”
요염하고,또한 마성이 느껴지는 움직임이다.
즐겁게 웃던 그녀는 손가락을 살 짝 까딱거렸다.
그 순간 바람이 불며 꿀과 같은 달콤한 향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저는 그저 빌헬미나 님 처럼 그저 홀로 얌전히 있었을 뿐 입니다. 좋은 향에 이끌린 벌들이 많을 뿐이었지요.”
“그 벌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았 어야 했던 것 아닙니까?”
“꽃도 가끔은 벌을 선택해야 하 는 것 아닐까요? 율초아가 너무 간 절히 애원하길래 그저 손을 잡아 준 것뿐이랍니다.”
부드럽게 웃은 그녀는 빙글 몸을 돌렸다.
나긋한 걸음으로 걸어가려던 그 녀는 순간 몸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한 쪽 눈을 깜빡였다.
“아. 차 한잔하시겠어요?”
“차는 됐고 밥은 어떻습니까?”
“밥도 좋지요. 솔가르츠. 당신도 따라오세요.”
“저는 좀 바빠서……“율초아와 연락하려는 건가요? 후후. 너무 그렇게 급하게 할 필요 는 없을 겁니다.”
“지금 당장 현재의 상황을 알려 야 합니다. 율경이 죽었고,요한 자 작께서 여기 계신 이상……“알아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 랍니다.”
사뿐사뿐 걸어간 그녀는 요한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여기 계신 요한 자작님께서 안 정적으로 외부와 연락할 방법을 가 지고 계시거든요.”
“외부와!? 어떻게요!?”
“그건 요한 자작님께 여쭤보는 게 어떨까요? 자작님. 바크에게 수 정구를 받지 않으셨나요?”
요한은 대답 대신 쓱 수정구를 들었다.
그것을 본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 정을 지었다.
“그 수정구라면 불사조 유격대와 연락할 수 있겠죠?”
“그렇긴 한데. 그건 어떻게 알았 습니까? 전 이걸 가지고 있다고 말 한 적이 없는데.”
“후후후후후…… 이건 제가 그에 게 선물해준 거랍니다. 제가 만든 물건이니 쉽게 알 수 있지요.”
“오. 두 분이 친하신가 보죠? 이 거 꽤 귀해 보이는데.”
요한이 묻자 율라스는 부르르 떨 었다.
그괴고 황홀감이 가득 담긴 표정 으로 얼굴을 감쌌다.
“물론이에요…… 후후후…… 그 는 제 손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니까…… 확실히 친하긴 하 죠.”
그녀의 변화에 요한과 솔가르츠 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냥 친한 관계는 아닌 것 같 지?”
“예. 위험한 여자 같습니다. 그래 서 저도 여기 머물기 싫었던 건 데……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