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15화
315. 밤길 조심하랬지? (3).
“검은 요새를 빼앗겼다라……율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로드만 왕국에서 갑작스럽게 찾 아왔다.
그리고 나마스를 주축으로 정예 들이 검은 요새를 탈환해냈다고 한 다.
“생각보다 정보가 늦게 들어오는 군.”
그의 앞에 앉아 있던 타로트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여유 있어 보이지만 그의 손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분노와 위기감 때문에 의자의 손 잡이를 꽉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요새를 탈환해야 하오.”
로드만 왕국으로 치고 내려가기 위해서는 검은 요새를 반드시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대군이 헨드릭 산맥을 넘는 것은 힘들다.
거기에 현재 로드만 왕국에는 백 왕 플로란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가 로드만 왕국과 협력한다 면 헨드릭 산맥을 넘는 일은 요원 한 일이다.
“헨드릭 산맥에 백왕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년을 제거할 수 있 겠소?”
“힘들겠지.”
원거리에서라면 모를까 산에서는 백왕을 이길 수 없다.
드루이드는 산과 숲에서 거의 절 대적인 힘을 자랑한다.
그런 드루이드 중에서 최강이라 할 수 있는 플로란스다.
옛날 플로란스가 도브다만 왕국 에서 했던 일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지킬지도 모르는 헨드릭 산맥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러니 검은 요새를 탈환해야 하오.”
“틀린 말은 아니지. 틀린 말은 아닌데……율경은 타는 속을 와인으로 달랬 다.
지금 당장은 움직이기가 힘들었 다.
“제도 바깥에 불사조 유격대가있소. 그들이 결국 제도를 공격했 지.”
“해왕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녀가 거기까지 도와줄지는 의 문이군. 내 요청을 받고 온 것도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함에 불과하니까.”
키르케가 율경의 요청을 받고 필 로틴 제국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다음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막대 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지원을 제국에서 해주기로 했 다.
그 대신 율무기가 황제의 자리에오르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그 협상이 이루어졌기에 왔을 뿐 이다.
“그런데 로드만 왕국을 치는 것 까지 도와달라고 한다면…… 그녀 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거요.”
어쩌면 필로틴 제국에서 행하고 있는 실험의 결과를 달라고 할지도 몰랐다.
그것만큼은 내어 줄 수 없었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지 만……“헤카톤케일의 사도들은 만들어 지고 있지 않소? 그들을 이용하면되지 않나?”
헤카톤케일의 사도들은 하나하나 가 마스터를 뛰어넘는 힘을 지녔다.
그러니 그들을 검은 요새로 보내 면 되는 것 아닌가.
타로트가 다급히 말했지만 율경 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 그들에 대한 통제는 완벽하지 않소.”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 다. 뭐 되는 게 없군. 댁들. 생각보 다 능력이 없는 것 아니오?”
이를 갈며 타로트가 투덜거리자 율경은 서슬 퍼런 눈빛을 보냈다.
그 시선을 당당히 받아내던 타로 트는 피식 웃었다.
“내 말이 틀렸소?”
“입 조심하시오. 태자 전하께서 당신을 받아들였기에 손을 잡았을 뿐. 난 아직도 그때의 굴욕을 잊지 않고 있으니까.”
예전 검은 요새에서 크게 밀렸던 율경이 싸늘히 으르렁거렸다.
그를 향해 한차례 콧방귀를 뀐 타로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돌아가 보리다. 검은 요새를 공략해야 할 때가 된다면 불러주시오.”
그때는 타로트가 직접 나서야 했 다.
오랜 시간 검은 요새의 사령관으 로 있으며 공략할 부분에 대해서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도움을 받는다면 검 은 요새를 얻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기 나라를 배신한 쓰레기 가…… 잘난 척은.’
타로트를 향해 경멸의 시선을 보 낸 율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 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은 이용해야 할 때.
그렇기에 율경은 순순히 그를 배 웅해주기로 하였다.
그때 였다.
고풍스러운 문이 거칠게 열렸다.
“전하!! 큰일입니다!”
“음? 너는 셀미 아니냐.”
자신의 측근 중 하나인 셀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스터는 아니더라도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닿아 있는 그녀다.
거기에 오랫동안 율경을 따르며 배짱도 꽤나 있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 는 그녀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이유 가 무엇일까?
율경의 의문은 그녀의 다음 말에 의해 풀려버렸다.
“키르케가 죽었습니다.”
“•…“뭐?”
“키르케뿐만이 아닙니다H 그녀의 부하들……!! 그리고 저택에 있던 기사들. 병사들까지. 모두가 죽었습 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영문을 모르는 이야기였다.
의아해하던 율경에에 그녀는 바 로 설명했다.
자욱한 안개와 함께 흰 옷을 입 은 살인귀가 나타났다.
그 살인귀는 저택에 있는 모두를 죽여나갔다.
집요하고,무시무시할 정도로 잔 혹하게.
저택에 있는 모두를 죽여나갔다.
“안개 속의 살인귀……‘?”
제도에서 돌고 있는 도시전설을 타로트가 중얼거리자 율경은 인상 을 찡그렸다.
도시전설에 불과한 안개 속의 살 인귀에 대한 소문을 부각한 것은 율경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갑자기 나 타날 리 없잖은가.
“허튼소리. 분명 누군가가 잠입 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 정도의 강자가 누가 있겠소?”
“그가 어떻게 싸웠나? 혹시 무슨 검술을 쓰는지 봤나?”
셀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 다.
특별한 검술 따위는 없었다.
그저 베고,그저 찌르는 것뿐.
“혹시 소드 댄싱을 쓰지 않았 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 다.”
소드 댄싱은 워낙 유명한 검법이 라 다들 알고 있었다.
춤추는 듯한 화려한 움직임을 자 랑하는 검법.
그것을 제대로 쓰는 자는 현재로 서는 단 두 명뿐이다.
투왕 광약.
그리고 광왕 요한.
하지만 소드 댄싱을 쓰지 않았다 면 둘은 아니라고 봐야 할 거다.
“일단 가봐야 되겠소.”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상 뭐라고 판단할 수 없다.
일단 시체라도 봐야 검흔을 조사 하지 않겠다.
율경은 갑옷을 챙겨 입었다.
‘어쩌면……황궁에서 시도하고 있는 의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었다.
시간을 건드리는 과정에서 과거 의 강자가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턱대고 싸워서는 안 된다.
상대가 누군지 파악하고 그를 포 섭해야 한다.
“가자.”
갑옷을 차려입고 활과 화살까지 들었다.
완벽한 무장을 한 그가 밖으로 나가자 셸미에게 이야기를 들은 기 사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셀미. 너는 황궁 경비대에게 알 리도록. 그리고 태자 전하께 가서 확인해봐라.”
혹시 이번 일이 황궁과 관련된 일인지.
그리고 그 여파로 무언가가 나온 것인지.
셀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타로트 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위험한 자가 있다면 내가 갈 필 요는 없겠군.”
“댁은 여기 있으시오.”
타로트는 익스퍼트 수준에 불과 했다.
거기에 자신의 명령도 제대로 따 르지 않을 자이니 굳이 데리고 갈필요는 없었다.
그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율경 은 바로 저택의 정원을 나섰다.
그가 저택의 정문을 나선 순간 희뿌연 안갯속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윽!?”
너무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다.
만약 율경이 아니었다면 막지 못 했을 정도의 빠르고 강한 공격.
간신히 활을 들어 막아낸 그는 뒤로 물러나며 화살을 쏘았다.
-채애앵!!
가까운 거리를 향해 쏘아진 화살 에는 오러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너무나도 간단 히 튕겨 나가버리고 말았다.
“저 오러 블레이드는……!!?"
자신을 습격한 복면인이 든 오러 블레이드를 본 율경은 흠칫 떨었다.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저 핏빛의 오러.
피보다 더 선명하고 불길하기 그 지없는 오러.
복면을 쓰고 있는 자가 누군지 율경은 단번에 눈치채고 말았다.
“네놈H 설마 요한이냐!?”
“전에 말했지? 밤길 조심하라고. 이런 밤중에 나오면 쓰나.”
복면인은 천천히 복면을 벗었다.
그 복면 아래에 드러난 것은 선 량해 보이는 인상을 한 청년이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든 채 여유롭게 비웃음을 짓던 그는 아공간 주머니 에 손을 넣었다.
그 순간 그의 애검이라 할 수 있 는 순백의 검이 빠져나왔다.
“전하!! 후퇴를!!”
율경의 진가는 거리를 벌렸을 때부터 발휘된다.
광왕 요한은 근접전으로 천왕 카 일로를 쓰러트린 자.
단순히 석상을 이용해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 다.
검술 역시도 수준급에 달하는 자 였다.
그러니 최대한 거리를 벌리게 만 들어야 했다.
기사들이 목숨을 걸고 나서자 요 한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찮은 놈들이!! 꺼져!!”
어차피 드러난 마당에 뭘 숨기겠 나.
요한은 빠르게 소드 댄싱을 펼치 며 길을 막는 기사들을 베어 넘겼 다.
“제길……!!"
“하하하!! 블링크 부츠 없으니까 죽겠지!?”
만약 블링크 부츠가 있었다면 벌 써 거리를 벌리고 화살을 쏘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의 블링크 부츠는 빼앗긴 지 오래.
결국 율경은 필사적으로 달리며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피이잉!!!
오러가 담긴 철시가 요한의 머리 를 노렸다.
기사들을 베어 넘기며 달려가던 요한은 그 철시를 오러 블레이드로 쳐내버렸다.
튕겨 나간 화살이 다른 기사의 머리에 꽂혔다.
다시 쏘아진 몇 발의 화살도 모 두 튕겨내 버린다.
그러면서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제기랄놈!!”
완전히 몸을 돌린 율경이 뛰었 다.
여기서 이렇게 당할 수는 없었 다.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어이! 천하십강이 그렇게 도망 치기냐!?”
“흥!!”
이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다.
뻔히 불리한 상황에서 싸울 바보 가 어딨나.
부하들을 그대로 남겨 둔 채 율 경이 도망치자 요한 역시 그를 쫓 았다.
저깟 기사들은 나중에라도 얼마 든지 잡을 수 있다.
지금은 율경이 우선이다.
“거기 서! 자식아!!”
-피이잉!!
대답이 화살로 돌아왔고,요한은 그것을 쳐냈다.
그 사이 율경은 골목으로 들어갔 다.
“ 어쭈?”
제도의 복잡한 골목을 이용해 따 돌리려는 듯 보인다.
요한은 콧방귀를 뀌며 그의 뒤를 쫓았다.
“흡!!”
낮은 기합성과 함께 벽을 밟고 뛰어오른 그가 옥상에 올랐다.
높이를 이용해서 공격하려는 듯 그가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귀찮게시리!!”
하지만 요한은 이 정도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결코 만만한 상대 가 아니다.
율경이 했다면 당연히 요한도 할 수 있었다.
화살을 튕겨내며 옥상에 오른 요 한은 그를 향해 빠르게 뛰었다.
지붕과 건물들을 타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는 곳에 도착하자 요한은 웃으며 어깨를 으 쓱였다.
“자. 그럼 우리의 질긴 악연을 끝낼 시간이……느긋하게 말한 요한이 검을 쥐었 을 때.
골목 밑에서 하얀 로브를 입은 두 명이 튀어 올라왔다.
-우우우웅……!!
대기가 떨린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뒤에서 반투 명한 팔이 치솟았다.
“왔구나!!”
지원이 온 것에 율경이 기뻐하자 요한은 강하게 외쳤다.
“와라!! 플로란스!! 광약!!’
그를 따르는 천하십강 둘의 이름 을 요한이 외쳤다.
그것을 들은 둘이 요한에게서 경 계심을 풀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요한은 잽 싸게 미스릴 검을 던졌다.
-푹!!
미스릴 검에 심장이 꽂힌 율경이 쓰러졌다.
찰나에 불과했다.
고작해야 눈 한번 깜짝일 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요한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심장이 꿰뚫린 율경이 허물어지 자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으며 심드렁히 말했다.
“그런데 너흰 누구냐?”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