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환 공자님께서 돌아오셨다-312화 (312/400)

- 13권 12화

312. 기회가 왔다 (3).

율경은 적이다.

율무기도 거슬리는 자다.

거기에 해왕 키르케까지 있다니.

이번 제도행은 정말이지 보람이 넘칠 것 같았다.

그냥 뭐 하는지 구경 온 것 뿐인 데 많은 것을 하고 가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기회겠군.’

키르케는 어지간해서는 육지로잘 올라오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바다를 통한 탐색.

가끔 마드모스 왕국의 시골 마을 에 정박할 때 외에는 바다에서 밖 에 볼 수 없었다.

항해술도 일류인 데다가 선원을 다루는 것도 굉장하다.

거기에 바다 위에서 백병전이라 도 펼치게 된다면 그녀의 마안에 아군이 전부 넘어가 버린다.

상대하는 것도 골치 아픈데 자칫 잘못하면 망망대해에 혼자 남을 수 도 있었다.

그런 경우 해왕을 죽이고 요한도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해왕이 육지로 나와줬다 니.

그것도 바다로 도망갈 수 없는 내륙에 있다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키르케를 잡을 수 있다면 일정이 나 계획 따위 얼마든지 바꿔도 된 다.

요한은 빠르게 결심한 후 웃었 다.

“이거 참. 해왕이라니. 인왕과 해왕이 손을 잡았다니. 하하. 이거 참.”

“……더 물을 것은 없는 건가?”

“혹시 그들이 모이는 곳이 어디 인지 아나? 황궁 빼고.”

요한의 질문에 에미즌은 고민했 다.

그는 솔직히 해왕이 싫었다.

그 해왕을 데리고 온 인왕 율경 역시도 끔찍하게 싫었다.

하지만 그들이 율무기의 힘이 되 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들이 합류한 이후로 율무기는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며 다른 이들 을 찍어눌렀다.

이대로만 간다면 그가 율초아도 잡아버리고 황제가 되는 것도 어렵 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키르케의 마안에 걸린 자들이 율 무기를 지지하고 있었다.

그것만 본다면 분명 키르케는 율 무기에게 도움이 된다.

거기까지는 인정한다.

딱 거기까지만.

제국의 귀족이며 신료로서는 절 대 용납할 수 없었다.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마녀 가 율무기의 옆에 있는 것을 놔둬 도 될까?

어쩌면 율무기가 이렇게 변해버 린 것은 그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에미즌 자작을 흔들리 게 만들었다.

“황궁 남서쪽…… 톨벤 거리의 칠번가에 있는 율경의 저택에서 머 무르고 있다.”

“호오. 그래?”

“그래. 표면적으로는 율경과 함 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율경은 항상 태자 전하의 곁에 있 지.”

“그래? 그 저택에 있는 것은 키 르케뿐인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이기는 하지만 그 저택에 들어온 자가 있었다.

“로드만 왕국 검은 요새의 사령 관인 타로트 로드만. 그자도 그 저 택에 머무르고 있다.”

“왜?”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른다. 키 르케가 온 이후로부터 태자 전하께 선 나를 배제하고…… 그들만 데리고 다니셨으니까.”

“그들이라면…… 율경과 키르 케?,,에미즌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확인을 들은 요한은 히죽거 리며 조롱을 시작했다.

“와. 율환이 무덤 속에서 이 꼴 을 알면 피눈물을 흘리겠네.”

대놓고 율환 대제가 남긴 말을 무시하고 있다.

그런 자가 잘도 훌륭한 황제가 되겠다.

요한이 비웃자 에미즌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한마디도 항변할 수 없었 다.

“뭐. 필로틴 제국의 후계권이야 내가 알 바가 아니고.”

요한은 주먹을 들었다.

그가 자신을 치려 하자 에미즌은 당황했다.

“나는 약속을 지켰……“나도 지킬 거야.”

들을 이야기는 다 들었다.

그럼 자료만 챙겨서 나가면 된 다.

요한은 그의 턱을 후려갈겨 다시 기절시켜 버렸다.

소파에 누운 그에게 옷걸이에 있 는 코트를 덮어 준 요한은 책상 위 에 있는 자료들을 챙겼다.

꽤나 많은 양피지들과 두툼한 책,보고서.

그 외에 다른 물품들을 가방에 쑤셔 넣은 요한은 바로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 * *다음 날이 되자 제도는 난리가 났다.

에미즌의 저택에 도둑이 들었다 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일까?

외부인인 솔바른 유랑단에 대한 조사도 실시되었다.

“하아……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네.”

“그러게 말이야.”

갑자기 들이닥친 기사들에 의해 서 여관은 난장판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증거는 발견되 지 못했다.

그들이 물러가자 테미루는 웃으 며 맥주를 내왔다.

“이거 상황이 이래서야 공연도 못 하겠군.”

“뭐…… 그러겠지.”

솔바른은 슬쩍 요한을 보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오믈렛을 씹 어먹고 있었다.

“바그너가 참 아깝게 됐어.”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 저택에 와 서 공연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었 다.

심지어 그것 때문에 유혈사태도 발생했었다.

다행히 합의가 된 것인지 별다른 말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몇몇이 찾아 와 공연에 대해 문의했었다.

그런데 에미즌 자작의 일이 알려 지자 단 한 명도 모습을 보이지 않 고 있었다.

만약을 위해 자숙하기 시작한 것 이다.

그 탓에 재주꾼으로서 이름을 날 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테미루는 안에서 오믈렛을 하나 더 만들어와 그에게 내려주었다.

“운이 나빴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요한은 새로 나온 오믈렛도 삼키 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오지. 솔바른. 일정 없지?”

“당분간은? 좀 조용해질 때까지 는 얌전히 있으려고.”

“그럼 됐어.”

요한은 다른 재주꾼들에게도 손을 흔들어주고 밖으로 나갔다.

느긋하게 제도의 거리를 걷던 그 는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느꼈다.

‘뭐 하는 것들일까……?’

감시자가 적어도 셋.

요한은 눈■치채지 못한 척하며 주 점으로 들어갔다.

낮인데도 주점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곳의 빈 테이블을 빌려 맥주를 홀짝이고 있을 때.

그의 앞에 한 흑발의 여인이 앉 았다.

“당신이 그 소문의 복화술사 바 그너인가?”

“그런데…… 뉘신지?”

차림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 반 모험가의 복장이다.

하지만 눈매.

그리고 손에 있는 굳은살.

떡 벌어진 어깨까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사로 보이 는 자였다.

그녀는 맥주 한잔을 주문하고 물 었다.

“소문은 들었나?”

“내가 누구냐고 묻지 않았나?”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녀는 어깨를 으쏙이며 입을 열 었다.

“셀미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네.”

“귀족?”

“귀족으로 보여?”

“아니.”

“후후후…… 아무튼. 에미즌 자작님의 저택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 문은 들었겠지?”

“들었지.”

요한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 녀는 그제야 본론을 꺼냈다.

“내가 모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께서 매우 심심해하셔.”

“그래서?”

“그런데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재 주꾼을 부르기도 애매하단 말이지.”

율무기의 최측근인 에미즌 자작 의 저택이 털렸다.

당연히 율무기는 분노하며 의심 스러운 자들을 바로 잡아오라고 했 었다.

그나마 폭발 마석 테러 때문에 경비대에게 호감을 샀기에 망정이 지 그게 아니었다면 솔바른 유랑단 도 벌써 경비대에 끌려가 취조를 받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런 상황이다 보니 뭐든 불러서 놀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 었다.

느긋하게 상황을 설명한 셀미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빙긋 웃었 다.

“공연 잡힌 것들도 취소되었을테니…… 그런 너희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

“비밀 공연이라도 해달라는 건 가?”

“그렇지. 어머?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데?”

“그건 사양하고 싶은데…… 아무 래도 위험해서 말야.”

재주꾼들은 보호해주는 자가 없 다.

그러다 보니 어디로 가는지 정도 는 대부분 크게 알리고 움직인다.

그래야 그나마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 참. 내가 모시는 분께서 그런 매너 없는 분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매너 없는 분들이 아주 많더라고.”

재주꾼을 불러놓고 사로잡아 평 생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요한의 걱정을 들은 그녀는 손사 래를 쳤다.

“너무 그렇게 불안해하지 마.”

“불안할 수밖에 없잖아. 그리고 단장은 내가 아니야. 단장에게 직 접 말해보는 게 어때?”

“이미 그쪽으로도 내 동료가 갔 어.”

‘이미 판을 깔아놨다 이건가 ......?’

여유가 생긴 김에 조사나 하려고 했던 요한은 눈을 감았다.

고민하는 그를 향해 셀미는 빙긋 웃으며 품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 안에는 꽤나 많은 금화가 들어 있었다.

“선수금 이천 골드. 내 주인께서 만족하신다면 일만 골드를 주지.”

“으음……“그리고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다면 일만 골드를 더.”

총 이만이천 골드다.

이 정도면 공연을 열 번도 더 해 줄 수 있는 비용이었다.

“입막음 비용까지 포함된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을 거 야.”

위험을 무릅쓰고 가느냐.

아니면 돈만 보고 가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요한은 돈주머니를 보다가 자리 에서 일어났다.

“단장에게 물어봐야겠네.”

“대답 기대할게. 밤에 내가 데리 러 가도록 하지.”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 나 보다.

그녀는 맥주를 단번에 들이마셔 버리고 일어났다.

요한이 먹은 것까지 계산을 끝낸 셀미는 그를 향해 한번 윙크를 하 고 가게를 나갔다.

그녀가 나간 것을 본 요한은 돈 주머니를 챙겨 들고 여관으로 복귀 했다.

그가 돌아오자 솔바른은 바로 요 한에게 말했다.

“바,바그너. 그……“비밀 공연의 요청이 들어왔다 고?,’

“으응……“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고?”

“그래.”

“그것도 밤에?”

«유O .”

솔바른도 비밀 공연에 대한 위험 을 알고 있었다.

가끔 정신 나간 귀족들이 떠돌이 재주꾼들을 불러놓고 공연을 보는 대신 사냥을 하곤 했었다.

많은 돈을 벌려다가 죽는 재주꾼 들은 부지기수다.

솔바른은 수심이 가득 담긴 얼굴 로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게 나을까?”

“가보자. 뭐 별일 있겠어? 그리 고 안 가면 우리도 경비대로 끌려 갈 것 같은데? 그 여자. 모험가인 척했지만 실상은 기사였어.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기사.”

공연을 거부하면 당장 내일 병사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요한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솔 바른과 재주꾼들 입장에서는 불안 할 뿐이었다.

“뭔 일 생기면 내가 막아주지. 약속한다.”

“정말…… 정말입니까?”

“그래.”

요한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 쩌 겠나.

결국 솔바른은 불안감을 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 *밤이 되자 셀미가 찾아왔다.

검은 로브를 입은 그녀는 기다리 고 있는 이들을 향해 활짝 웃었다.

“뭔가 저항할 것처럼 보이더니? 후후. 그래. 잘 생각했어. 뭐하러 얻을 것도 없는데 고생을 해? 자. 그럼 나와. 마차는 준비됐으니까.”

바깥에 나가보니 그녀의 말대로 마차가 있었다.

문제는 창문이 전부 가려졌다는 것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다들 불안해하자 셀미는 손사래 를 쳤다.

“걱정 마. 그리 멀리 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그럼…… 아. 저희 공연 도 구들은……“저기 공터에 있는 짐마차에 있 지? 우리가 가져가지. 야. 저거 챙 겨와.”

셀미가 명령하자 뒤에 있던 남자 가 짐마차에 올랐다.

그것을 본 솔바른은 요한을 보았 다.

하지만 요한은 벌써 마차에 타고 있었다.

“뭐 해? 안 가?”

“하하하! 처음 봤을 때부터 배짱 이 보통이 아닌 것 같더니. 그래. 남자라면 저런 맛이 있어야지.”

셀미는 요한을 할듯이 위아래로 훑어보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가볍게 외면한 요한은 눈을 감았다.

그를 향해 씩 웃은 셀미는 재주 꾼들이 모두 타자 마차 문을 닫았 다.

어두컴컴한 마차가 움직인다.

흔들리던 마차 속에서 재주꾼들 은 불안해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 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동하고 나서 마차가 멈추자 요한은 싸늘히 웃었 다.

‘이야…… 이렇게 공교로울 데가 있나.’

눈을 감고 마차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머릿속의 지도와 대조시켰 다.

몇 차례나 길을 돌기는 했지만 도착한 곳은 요한이 아는 곳이었다.

“내려.”

“우와아……꽤나 좋은 저택이었다.

캐슬 오브 로디악에 있는 마고 후작의 저택과 맞먹을 정도의 저택 이다.

놀란 재주꾼들이 침을 꿀꺽 삼키 는 동안 요한은 저택을 보며 비릿 하게 웃었다.

‘톨벤 거리의 칠번가. 율경의 저 택이 맞는군.’

오면서 느낀 감각.

그리고 회귀 전에 보았던 저택.

요한은 이제 만날지도 모르는 자 들을 생각하며 만족스러워했다.

‘잘하면 일이 빨리 끝날지도 모 르겠군.’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