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10화
310. 기회가 왔다 (1).
저택을 털든 말든 공연은 해야 했다.
재주꾼으로 등록이 된 이상 요한 도 나름대로 재주를 부려야 했다.
“바그너…… 는 복화술?”
“그래야겠지? 단순하게 복화술만 하기는 좀 그러니까……요한은 짐마차에 있는 류트를 잡 았다.
공연 연주용 류트를 그가 잡자 재주꾼 여인 에레카는 순간 당황했 다.
“앗. 그거 아직 조율이……一띠리링…….
몇 차례 현을 튕겨가며 간단히 조율을 마친 요한은 류트로 연주를 시작했다.
공터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류트 연주에 다들 하던 것을 멈췄 다.
요한이 다재다능하다는 것은 알 고 있었다.
하지만 저처럼 뛰어난 연주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다.
“에레카. 이제 공연 연주는 손 떼는 게 낫지 않을까?”
—O 으一1 ..... .”
솔바른 유랑단의 연주자이기도 하고 류트의 주인인 에레카는 당황 했다.
이러다간 자신이 설 곳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럼 이걸로……!!”
요한의 류트 연주에 맞춰 그녀는 조금 전 연주하던 만돌린을 잡았다.
“요정 숲의 여왕님으로 간다. 알 지?”
“예.”
“해보자고.”
합주를 하려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인 요한이 먼저 현을 튕겼다.
그 뒤를 이은 에레카도 연주를 시 작한다.
류트와 만돌린의 음색이 어우러 지며 더욱 아름다운 연주가 시작되 었다.
근처에서 구경을 하러 오는 사람 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나자 요한과 에레카는 악기들을 내려놓았다.
“와아아!!”
“어느 악단이슈?”
“재주꾼들 아닌가? 저거 보면 재 주꾼 짐마차 같은데……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한 다.
그것을 본 솔바른은 다른 재주꾼 들에게도 연습을 하라 지시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다들 재주를 하나씩 선보였다.
하지만 한참 절호조로 오를 때쯤 그대로 멈춰버린다.
“바그너. 연주해봐.”
“그러지.”
‘노인네가 사람을 가지고 놀 줄 아는군.’
꽤 오랫동안 재주꾼을 이끌고 다 녔기 때문일까?
그는 능숙하게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나갔다.
한참 재밌을 만하면 끊어버리고.
한참 신기할 만하면 멈춰버리고.
한참 즐길 만하면 다른 것을 시 킨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기대감과 불만이 늘어가고 있었다.
“어이! 뭐 하는 거야?!”
“하하하. 저희는 그저 연습 중이 라서 말입니다. 나중에 제대로 공 연을 할 테니 그때 와주시기 바랍 니다.”
결국 참지 못한 누군가가 화를 냈다.
그들을 향해 솔바른은 웃으며 허 리를 숙여 사죄했다.
대놓고 저렇게 사과하니 그도 더 는 나무라지 못했다.
재주꾼들은 재주를 팔아서 먹고 사는 자들.
당연히 호객행위를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거 공연 언제 하슈?”
손주와 함께 나온 듯한 노인이 묻자 솔바른은 난감해했다.
아직 공연지를 제대로 결정하지 못했다.
“일단은 에미즌 자작님의 저택에 가기로 했습니다만"•…“그럼 내가 모시는 분들께도 말 씀드려 봐야겠구만.”
“누굴 모십니까?”
“톨바 자작님. 나는 톨바 자작님네 정원사라우.”
노인은 빙긋 웃은 후 손주들을 데리고 가버렸다.
삽시간에 한 번 더 공연할 곳을 찾은 것 같았다.
재주꾼들이 좋아하자 요한은 솔 바른에게 물었다.
“톨바 자작은 누구지?”
“전형적인 중립파 귀족입니다.”
“흠…… 그래?”
‘그럼 가서 확인해보면 되겠군.’
진짜 그가 해왕에게 당한 것이라 면 요한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류트를 잡았다.
“연습이나 계속하자고.”
* * *다음 날이 되자 재주꾼들은 평소 에 입는 허름한 옷이 아닌 화려한 복장을 갖췄다.
본격적으로 공연을 위한 차림을 한 채 그들은 짐마차에 올랐다.
대로를 지나 커다란 저택 앞에 멈춰 서자 그곳을 지키던 기사가 말했다.
“정지. 뭐냐? 너희들은.”
“아. 저희는 솔바른 유랑단으 로……“솔바른 유랑단? 아아아". 그렇군. 너희들이 그 유랑단인가?”
“예…… 그런데 그 유랑단인가라 면?”
“성문에서 있었던 테러 사건을 막는데 도움을 준 자들. 이야기는 들었다. 덕분에 위험한 일이 없었 지.”
기사는 씩 웃으며 솔바른의 어깨 를 토닥였다.
“제국을 위해 애써 준 점. 제국 기사단으로서 감사를 표한다.”
“아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 는데요.”
“그 건을 치하하기 위해 경비대 장께서 준비를 해놓은 것이 있으니. 나중에 성문으로 오도록.”
“알겠습니다요. 나으리.”
말을 마친 기사는 문을 열어주었 다.
문을 통해 짐마차가 들어가자 요 한은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율무기의 최측근이 확실하군.’
제국 기사단의 갑옷을 입은 자들 이 많았다.
제국의 기사들이 일개 자작을 왜 저렇게 호위하겠나.
그 말은 에미즌 자작이 능력이 있고,율무기에게 큰 도움이 된다 는 증거이기도 했다.
‘잘만 뒤지면 뭔가 나오긴 나오 겠군.’
짐마차에 걸터앉은 채 요한은 저 택을 살폈다.
고급 벽돌로 지어진 최고급 저택 이었다.
그리고 곳곳에는 마법과 연금술 로 만든 듯한 봉인이 있었다.
‘저 석상은 골렘이군. 그리고 저 건…… 허. 가고일까지 있어?’
아직 잠들어 있지만 소환술사도 대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요한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다가 물었다.
“에미즌 자작은 소환술사인가? 아니면 마법사?”
“소환술사입니다. 뭐 실제로는정치가에 가까워서……“그래?”
‘그럼 저 가고일은 에미즌 자작 의 명령을 따른다고 봐야 하냐?’
석상으로 위장한 가고일은 모두 여덟.
어쩌면 정원에 더 있을지도 모른 다.
빠르게 저택을 흩어 본 요한은 피식 웃었다.
‘침입할 루트는 의외로 많군.’
일단 일 층에 있는 사용인들의 뒷문.
이 층에 있는 창문과 창고 옆의 무그 외에도 여기저기 침입할 곳은 많았다.
‘그럼 침입 자체는 쉽다는 이야 기고…… 내부가 힘들다는 건가?’
요한은 씩 웃었다.
그의 미소를 본 솔바른은 의아해 했다.
“왜 그러십니까?”
“응? 아냐. 기대돼서 말이지. 이 야. 제국도 파티는 제대로 하는구 만. 저기 요리 먹어보고 싶네.”
“바,바그너 님…… 제발……“그냥 먹어보고 싶다일 뿐이잖 아.”
정원에는 벌써 파티의 준비가 되 어 있었다.
연주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재주 꾼들도 있었다.
그들을 본 솔바른은 조심스레 말 했다.
“자. 그럼 잘해서 제대로 받아보 자고. 오늘의 주인공은 저 공자님 인 듯하니……잘 차려입은 귀족 소년은 싱글벙 글 웃고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다른 공자들이나 영애들이 꽤나 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큰코다치 니까 공자님들이나 영애님들에게 접근하지 마.”
어린아이가 가진 순수한 악의는 어른의 악의보다 무섭다.
괜히 귀족가 공자들이나 영애들 에게 잘못 걸려 목 날아간다는 이 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솔바른은 재주꾼들에게 한 번 더 주의를 준 후 말했다.
“자. 그럼 시작이다.”
솔바른은 다른 재주꾼들에게 인 사하고 자리를 잡았다.
* *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요한과 에레카의 연주.
그리고 그 연주에 맞춘 클로에 의 노래.
즉석에서 이어진 다른 연주단원 들과 클로에,요한의 노래.
그것들은 귀족들에게 어필하기 충분했다.
덕분에 다른 재주꾼들은 받지 못한 특별 포상까지 받았다.
“이야〜 좋았지〜”
몇몇 귀족가의 집사들이 다가와 자기들 저택에서도 공연을 해달라 고 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첫 공연으로는 대성 공이다.
솔바른은 요한의 손을 꽉 잡았 다.
“역시 바그너.”
몇몇 공자들과 영애들은 바그너 를 자신에게 달라고 떼를 쓸 정도 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어떤 귀족은 요한에게 자기 가문의 전속 가수가 되어달 라고도 했었다.
“너무 주목받는 거 아닐까 모르 겠군요.”
만약 요한의 정체를 몰랐다면 질투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아는 솔바 른 유랑단에서는 질투를 할 이유 가 없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상대는 로드만 왕국 후작가의 장남이고,천하십강 중 하나다.
그런 그를 뭐하러 질투하나.
어차피 재주로 엮일 일은 없을 텐데.
다만 그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 고 왔는데 괜히 주목받아 골치 아 파질까 걱정이었다.
“저길 보십시오. 저런 놈들도 오고……공터에는 덩치들이 서 있었다.
몽둥이를 들고 있던 그들은 짐 마차가 멈추자 솔바른에게 말했 다.
“어이. 거기 바그너란 놈 있 나?”
“접니다만.”
“우리 어르신께서 널 찾는다. 따라와라.”
“하하하…… 그런데 그건 좀 무 리일 것 같군요.”
“뭐?”
건장한 남자들이 무기를 들어 올리며 살기를 보였다.
그들을 향해 어색하게 웃은 요한은 뒤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자들 이 모여들고 있었다.
“네가 바그너냐?”
“예.”
“마님께서 너를 원하신다. 따라 와라. 보수는 얼마든지 주지.”
“으음……또 다른 골목에서 기사 세 명이 걸어왔다.
그들은 요한을 보자마자 진지하 게 말했다.
“네가 바그너인가?”
“그렇습니다.”
“영광으로 알도록. 우리 아가씨 께서 하찮기 그지없는 네놈을 재 주꾼의 신분이 아닌,귀족가를 따 르는 음악 교사로 삼아주실 테니 까. 바로 따라오도록 하여라.”
기사들의 거만한 말에 처음에 와 있던 자들.
그리고 검은 옷의 남자들은 울 컥 했다.
“어이. 어느 기사단인지는 모르 겠지만 순서 지키지?”
“번호표 뽑고 와라. 저놈은 우 리 마님께서 원하시는 놈이니까.”
“훙……순식간에 살벌한 분위기가 공터 에 감돌았다.
요한은 겁에 질린 솔바른을 툭 툭 쳤다.
“들어가 있어.”
“하",하■지만……“짐마차는 다른 곳에 대고.”
저들이 한바탕 하면 공터에 있 는 짐마차는 금방 박살 날 거다.
그러니 일단 치워놓으라는 말에 그들은 짐마차를 끌고 가버렸다.
노리는 것은 요한 하나였는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본 이들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는 누굴 따라가 야 합니까?”
“우리를!”
“마님을 모셔라!”
“아가씨께 가자.”
세 세력이 한마디씩 했다.
제일 편하게 푸는 것은 자기들 이 모시는 자가 누군지 밝히는 것 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주인에 게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 때 문일까?
그들은 서로 눈치만 살폈다.
“어…… 저는 좀 쉬고 싶은데. 끝나면 불러주십시오.”
“도망가는 거냐!?”
“저,저기 여관에서 머물고 있 습니다.”
가볍게 말한 요한은 하품을 하 며 공터에서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기가 무섭게 공터에서 고함과 함께 싸움이 시작되었다.
“뭔 일이래!?”
테미루는 당황하며 요한을 잡았 다.
걱정하는 그를 향해 씩 웃은 요 한은 두려워하는 솔바른 유랑단의 재주꾼들을 가리켰다.
“재들에게 맥주 한 잔씩. 그리 고 요리를 대접해주세요.”
오늘 포상으로 받은 금화를 내 밀자 그는 기뻐하며 안으로 들어 갔다.
솔바른은 여전히 걱정스러워 보 였다.
“난 먼저 들어가서 쉴 테니까 나 찾는 사람 있으면 올라오라고 해.”
“으음…… 알았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요한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니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요한을 보자마자 차분히 말했다.
“당신이 바그너입니까.”
“그런데? 댁은 뉘신지?”
“이것의 전달을 부탁받았습니 다.”
그녀는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세밀한 글씨로 적혀 있는 정보 서였다.
빠르게 그것을 흩어 본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만. 솔가르츠가 율초아 황녀님과 연결됐나?”
“ o ”
仁그•“그럼 됐다. 가봐.”
“바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데.”
“냅둬. 저건 내가 해결할 테니 까.”
“그러도록.”
여인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 고 창문을 통해 나갔다.
그녀가 나가고 요한도 슬슬 시 간이 된 듯하여 밖으로 나갔다.
공터에 서 있는 것은 기사 한 명이었다.
다들 죽은 듯 보인다.
그들을 지켜보던 요한에게 그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크흑…… 바그너 H 이제가……자신을 잡은 기사의 가슴을 요 한은 짧게 후려쳤다.
심장을 제대로 맞은 그가 기절 하듯 즉사하자 요한은 주변을 둘 러 보았다.
자신들을 보는 이들은 없었다.
“좋아. 그럼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