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9화
309. 넘을 수 없는 벽은 부수고 .
가면 된다 (3)
잠시 후 돌아온 솔가르츠의 표정 은 꽤나 좋지 않았다.
“어떻게 됐냐?”
“마법 방해가 있어서 통신 마법 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써 버렸다.
그럴 리 없지만.
만약 상대가 진짜 광왕 요한이라면?
위에 서는 자는 항상 최악을 염 두에 둬야 한다.
그렇기에 그는 자존심을 꺾고 존 대를 선택했다.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요한은 히죽 웃었다.
“그럴 것 같더라.”
헤르듀크에게 이미 들었다.
마법 방해 때문에 율초아와 솔가 르츠 사이 간의 정보 전달이 힘들 것 같다고.
요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럼 여기서 선택의 시간인데. 자. 내가 뭐로 증명해야 할까?”
씩 웃은 요한을 뚫어지라 바라보 던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만 확실히 합시다. 당신 율무기의 적입니까?”
“응. 일단 난 인왕 율경은 끔찍 하게 싫어하니까. 그와 손잡고 있 는 율무기도 좀……‘그리고 율경도 나를 싫어하겠 지.’
검은 요새를 요한이 쳤고,그곳 을 맡던 에슐론을 죽였다.
아마 율경 입장에서는 요한을 산 채로 씹어먹고 싶을 것이다.
“호......w■호' .
“뭣하면 사상 검증이라도 해볼 까? 율무기 개새끼.”
“그런 거로 되겠습니까……인상을 쓴 솔가르츠는 한숨을 쉬 었다.
‘율무기는 나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필로틴 제국의 도둑 길드를 솔가 르츠가 쥐고 있는 것은 율무기도 껄끄러울 것이다.
그가 차지하고 있는 제도에 대놓 고 저항하는 세력이 있는 것이다.
출입을 통제하고 마법 방해를 통 해 통신 마법을 막고 있다지만.
그래도 위험은 남아 있다 할 수 있다.
여차할 경우 자신의 정보가 빠져 나갈 수도 있다는 것.
당연히 율무기 입장에서는 솔가 르츠를 비롯한 도둑 길드를 쳐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도둑 길드가 쥐고 있는 정보력을 손에 넣으려 할 것이고.
여기서 만약 눈앞에 있는 남자가 율무기의 부하라면 어떻게 되었을 까?
‘이미 율경이 왔겠지. 아니면 날 잡았든.’
아니면 그의 부하들이 찾아왔을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솔가르츠가 제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전 도둑 길드장이 사용하던 비밀통로들 때 문이다.
이렇게 자신을 잡아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면 바로 쳤을지도 모 른다.
“솔직히 고민이 되는군요. 신뢰 해야 할지……“딱히 신뢰할 필요 없어. 서로 얻을 것만 얻자고. 그냥 내가 너희 한테 정보 산다고 생각해.”
요한은 품에서 꺼낸 전표를 올려 놓았다.
오천 골드 정도 되는 전표가 쌓 이자 솔가르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궁금한 건 저거야.”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은 창밖을 가리켰다.
바깥에 또다시 안개가 끼고 있었 다.
“저 안개는 도대체 뭐냐?”
“그건…… 저희도 알아보는 중입 니다. 하지만 황궁에 잠입한 자들 이 복귀하지 못해서……“황궁에 뭐가 있지?”
“얼마 전까지는 백이라는 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이 제도를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으니……아마 다른 자가 황궁을 지키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요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질 문을 던졌다.
“백은 자신을 백의 팔을 지닌 헤 카톤케일의 사도라고 했다.”
“그렇지요.”
“다른 사도들이 있나?”
“거기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 다.”
“하. 뭐 한 일이 없냐?”
두 번이나 답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요한은 인상을 구겼지만 솔가르 츠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 었다.
“대부분의 이상 현상은 황궁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하지만 황궁 에 잠입한 자들이 복귀하지 않았습 니다.”
“매수는?”
“통하지 않았지요.”
“황궁에 들어갔던 귀족들이 나왔 을 때 율무기에 대한 저항이 사라 졌지. 그건?”
이건 꽤 중요한 정보다.
솔가르츠가 입을 다물자 요한은 햄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내 생각에 황궁 쪽에서 마약이 라도 쓰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것은 아닙니다. 황궁에는 잠입할 수 없지만 그들의 저택에는 잠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조사하여 알게 되 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어?”
“말 그대로입니다. 약물 반응도 없었고 고문도 없었고. 혹시나 사 람이 바뀐 것인가 싶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지요.”
그냥 마음이 바뀐 것뿐이다.
요한은 눈을 살짝 감고 생각했 다.
회귀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 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해왕 키르케는 뱃사람이지.”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바다에 나가는 것은 꽤나 위험 한 일이야.”
배를 타고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멀리 항해를 나가 는 경우 반란이 자주 일어나곤 했 었다.
“반란이 일어나면 선장으로서는 꽤나 골치가 아파.”
“그렇겠지요.”
땅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잡아내 고 처형하면 된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배는 운용하기 위한 최소 선원이 있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선 장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항해를 할 수 없다.
“수많은 선장들은 반란을 걱정하 지. 하지만 단 한 명의 선장만은반란을 걱정하지 않아.”
그 선장이 누군지는 솔가르츠도 알고 있었다.
수많은 보물섬을 발견하고,바다 의 신비를 알아내고.
또 동방대륙까지 가는 항로를 발 견해낸 위대한 선장.
모비딕 호를 이끄는 위대한 선 장. 키르케가 바로 요한이 말한 경 우에 속했다.
“해왕 키르케는 유혹하는 마물. 세이렌의 마안을 지니고 있지.”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마 스터이기도 하지만.
키르케가 천하십강의 자리를 차 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말하곤 했었 다.
해왕과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말라 고.
그의 금안을 마주한 순간 너는 키르케의 마안에 지배당해 그녀의 선원이 될 것이라고.
솔가르츠의 표정이 굳자 요한은 본론을 꺼냈다.
“만약 해왕이 율무기의 손을 잡 고 있다면?”
그럴 리 없다.
하지만 요한의 말대로라면 그들 이 변화한 이유가 한 번에 설명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들은 적이 없었다.
솔가르츠가 입술을 깨물자 요한 은 어깨를 으쏙였다.
“뭐. 이건 그냥 희망 사항일 뿐 이니까.”
“희망 사항?”
“아. 가정이지.”
하마터면 본심이 드러날 뻔했었 다.
요한은 회귀 전 자신을 공격했던 세 명의 천하십강 중 하나인 해왕 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네.’
거슬리는 놈들 한 번에 다 쳐 죽 여버리게.
요한은 탁자를 톡톡 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 모종의 이유로 율무기와 해왕이 손을 잡았다면? 그리고 그 들이 협력하여 황궁에 들어온 자들 을 세뇌한 것이라면?”
“그럼……“마약도 아니고,매수된 것도 아 니다. 심지어 고문을 당한 것도 아 니고 인질이 잡힌 것도 아니야.”
간단한 소거법으로 방법을 찾으 면 그 정도가 다다.
그게 아니라면 악마들의 힘을 빌 렸든가.
하지만 악마들이 있다면 제도의 신전들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 다.
“일단 황녀님께 보고는 해봐야겠 군요.”
“연락 안 된다면서?”
“계속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 귀하에 관해서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라. 내가 머무는 곳은…… 거기 이름이 뭐더라?”
너무 평범해서 이름을 잊어먹었 다.
요한이 당혹스러워하자 솔가르츠 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을 하나 붙여주지요.”
“그래. 난 재주꾼으로 위장하고 있으니까 괜히 이상하게 접촉하지 는 마라. 할 말 있으면 쪽지로 남 겨. 쪽지로.”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희가 제도에 자리 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제도에 있었던 특이사항 정리해서 가져와.”
“……그건 왜 그렇습니까?”
“너희들이 일을 못 하니까 나름 대로 추론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어휴. 진짜 양유위가 일은 참 잘했 지.”
물론 요한의 서포트가 강력했다 지만.
그래도 로만 후작의 정보를 캐낼 수 있을 정도로 양유위는 일을 잘 했다.
‘돌아가면 좀 더 예뻐해 줘야겠 군.’
살짝 다짐한 요한은 자리에서 일 어 났다.
“가서 일 봐. 나도 돌아갈 거니 까.”
그대로 그가 몸을 돌리고 가버리 자 솔가르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짧은 만남이었다.
하지만 너무 강렬해서 지워지지 않는 만남이다.
고민하던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전표를 들고 나가며 말했다.
“저자를 미행해라. 그리고 정체 가 뭔지 알아봐. 또 율초아 황녀님 께 계속 연락해보고.”
“예. 알겠습니다.”
일단 그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 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율무기와 적대하고 있는 듯하지 만 그렇다고 아군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조사를 확실히 해봐야 한 다.
솔가르츠는 살짝 주먹을 쥐며 중 얼거렸다.
“최악의 경우 우리는 여기서 다 죽을 수도 있겠군.”
* * *여관으로 돌아온 다음 날이 되자 솔바른은 모두를 불러모았다.
“일단 테미루의 도움을 받아서 에미즌 자작가의 저택에서 공연을하기로 했다.”
“황궁에서 안 하고?”
“그건 맨날 하는 게 아니라고 하 더라고.”
마침 에미즌 자작의 아들이 생일 이다.
작은 저택이지만 정원이 있으니 거기서 간단한 공연을 하여 돈을 번다.
솔바른이 이야기하자 테미루는 씩 웃었다.
“나한테 너무 감사하지 않아도 된다.”
“어휴. 테미루 아저씨 덕분에 제 도에 올 때마다 공연은 편하게 하 네요.”
“능력도 좋지.”
“하하하. 뭐 이 정도 가지고. 그 보다 당장 내일인데…… 가능하겠 어?”
“지금 당장도 가능합니다!”
재주꾼들이 기뻐하며 외쳤다.
첫 공연부터 귀족가의 생일 공연 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연습하면 된다.
그들이 받을 돈을 생각하며 기뻐 하는 사이 솔바른은 슬쩍 요한의 눈치를 살폈다.
‘상관없겠지.’
“기대되네. 솔바른.”
“그,그렇지? 하하하.”
솔가르츠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 지는 딱히 할 일이 없다.
바크와도 어제 몰래 연락을 했 고,나머지는 상황을 파악하며 더 연락을 해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에미즌 자작은 누굽니 까?”
“황실 외교부에서 일하는 귀족이지. 오래전부터 율무기 황태자님을 따르던 사람이고.”
“오호.”
‘그럼 거기서 뭔가 얻을 수 있으 려나?’
공연을 가며 저택을 확인.
그리고 잠입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아봐야겠다.
요한이 생각을 마쳤을 때 테미루 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자네는 제도가 처음이 지?"
“예.”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괜히 허가받지 않은 곳에 들어가지는 말 게. 걸리면 자네 혼자만 큰일이 나 는 게 아니야.”
솔바른 유랑단과 테미루까지.
최악의 경우 제도에 머무르고 있 는 다른 재주꾼이나 악단까지 피해 를 볼 수 있다.
“비록 에미즌 자작님은 자작이지 만 율무기 황태자님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니까 말이야.”
잘못 건드리면 진짜 끝장이다.
그렇기에 그는 몇 번이나 주의를 줬다.
그의 주의를 받으며 요한은 생각 했다.
‘안 걸리면 되는 것 아닌가.’
걸리지 않을 자신은 충분히 있었 다.
이 정도 일로 잡힐 정도의 머저 리는 아니다.
요한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일단 공터를 빌려줄 테니 거기서 공연 연습이나하게.”
말을 마친 테미루는 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재주꾼들이 짐마차를 대 둔 공터 로 향하자 솔바른은 요한을 잡았다.
“저…… 자작님?”
“왜.”
“진짜 조심하셔야 합니다. 에미 즌 자작의 저택에는 뛰어난 무사들 이 많습니다.”
그뿐인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율무기가 마법사들도 보내놓았다.
“옛날 문댄서가 도둑 길드의 길 드장일 때…… 그도 에미즌 자작의 저택에 들어가다가 걸린 적이 있습 니다.”
그때는 제도에 피바람이 불 정도 였다.
솔바른은 걱정을 가득 담아 다시 한 번 권했다.
“부디 이번에는……“훗. 걱정 마. 공연 가서는 사고 칠 생각 없으니까.”
“그,그러시겠죠?”
‘물론 공연 끝나고는 이야기가다르지.’
요한은 뒷말을 삼켰고,솔바른은 그가 이번에는 얌전히 있을 것이라 오해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