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8화
308. 넘을 수 없는 벽은 부수고 .
가면 된다 (2)
그 전까지는 그래도 심각할 정도 로 통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개 속의 살인귀가 처음 등장하고 나서부터.
제도의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되 었다.
마치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황궁이 이번 일과 관련이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
“심증은 갑니다.”
“그래?”
“예.”
“제도에 머무르던 귀족들도 그것 때문에 난리를 치며 황궁에 입성했 지만…… 나왔을 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흠…… 무력으로 탄압한 것은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탄압을 하긴 했지 만……안개 속에서 실종된 이들을 찾아 달라고 사람들이 황궁을 찾아 시위 를 했었다.
그때 몇십 명이 두드려 맞고 주 동자가 처형되기도 했다.
황궁의 앞에서 시위를 했는데 그 정도로 끝났다?
황궁에서도 엄청나게 호의를 베 푼 셈이었다.
“이끌려 나온 사람들은 문제가 없었고?”
“예. 시위가 좀 심해지려고 할 때마다 안개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 고……“홈…… 안개라.”
회귀 전에는 이런 일 따위는 없 었다.
그렇다면 이 또한 요한의 활동으 로 인해 생긴 변화라고 볼 수 있었 다.
‘가장 유력한 것은 율경이나 율 무기,혹은 여기로 도망쳐왔을 타 로트의 수작질이겠지.’
안개를 통해 사람들을 납치,혹 은 살해,혹은 흡수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요한은 탁자를 톡톡 치다가 자리 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십니까?”
“안개가 없어진 것 같구만.”
“아……“이 동네 도둑 길드와는 연계하 고 있나?”
“아,아직은 아닙니다.”
“그래? 그럼 넌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이곳의 도둑 길드에 가시려는 겁니까?”
“ ■O石 '»현재 제도에 있는 도둑 길드는 율초아의 부하인 솔가르츠가 쥐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에게 바이 론은 간절히 말했다.
“자작님…… 저는……“왜. 그만두고 싶어?”
바이론이 머뭇거리자 요한은 웃 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의 손길 때문에 더 놀란 바이 론이 움찔거리자 요한은 탁자를 쥐 어뜯었다.
“희!?”
“소미라고 했던가? 개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른 채 그냥 끝내고 싶 어?”
“헉......”
“상관없다. 하지만 그리되면 넌 평생 그 공포와 절망 앞에서 자신 을 스스로 저주하며 살아가겠지.”
바이론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떨리는 눈을 마주하던 요한 은 어깨를 으쏙였다.
“둘이 무슨 관계였는지는 모르겠 지만 말야. 어쨌든 여기까지 같이 파견 나온 걸 보면 뭔가 친한 사이 겠고.”
“그렇…… 습니다.”
“그런 친구가 어떻게 됐는지 정 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 말했지 만 싫으면 돕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도움 따위 필로틴 제국의 도둑 길드에서 받으면 된다.
정 뭐하면 그곳을 접수해도 좋 고.
요한의 시큰둥한 반응에 바이론 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겁에 질려서 흔들렸습니다.”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 나도 이왕이면 믿을 수 있는 놈들과 일 하는 게 좋으니까.”
문을 연 요한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자 바이론은 의자에 앉 으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소미……* * *일단 정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 다.
그리고 율초아와 연락을 할 수 있다면 연락해보는 것도 좋고.
그러기 위해서는 도둑 길드를 찾 아야 했다.
요한은 회귀 전에 갔었던 필로틴 제국의 도둑 길드로 향했다.
‘문제는 얘들이 아직도 그 자리 에 있느냐인데……회귀 전과 다르게 지금은 마스터 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도둑 길드의 본진은 알려지면 위 험하다.
그러니 다른 곳으로 이전했을 가 능성도 생각해야 했다.
‘일단 한번 가보자.’
요한은 터덜터덜 걸어 과거 도둑 길드로 위장하고 있던 식료품점에 도착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게는 영업 을 하고 있었다.
- 딸랑.
문을 열자 방울 소리가 들렸다.
식료품 가게의 카운터에 앉아 있던 노인은 부들부들 떨다가 자리에 서 일어났다.
“어서…… 오시구려.”
“오크 소시지는 안 파나?”
“미친놈이네.”
‘이럴 것 같더라.’
요한은 인상을 구겼다.
원래 도둑 길드로 들어가기 위한 암호는 매번 바뀌기 마련이다.
그리고 큰일이 생겨도 바뀌기 마 련이고.
요한이 아는 암호는 문댄서가 마 스터일 때의 암호뿐.
‘어쩔 수 없나.’
일단은 비밀통로 쪽으로 직접 가 보는 수밖에 없다.
요한은 카운터를 지나쳤다.
“이놈이!? 어딜 들어가는 거냐!”
“거 귀찮게 하지 말고 얌전히 있 지?”
안쪽에 있는 주방에 들어갔다.
고기를 자르고,뭉개서 소시지나 육포를 만드는 곳으로 보였다.
그곳에는 덩치 큰 남자들이 시퍼 런 칼로 고기를 썰며 다지고 있었 다.
“너 뭐니?”
“저기 안쪽에 있는 창고에 들어 가고 싶어서.”
“하•"…그들은 조금 전까지 고기를 썰던 시퍼런 식칼을 들었다.
당장에라도 요한을 해체할 것 같 은 그들은 칼을 겨눴다…….
“뭐야? 안에 사람고기라도 있 냐?”
그의 빈정거림을 시작으로 남자 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자신들 둘러싼 순간 요한 은 옆에 있는 식칼을 잡고 휘둘렀 다.
-서걱 H오러가 실린 검이 그들이 들고 있던 칼을 잘라버 렸다.
그것에 놀란 그들이 침을 꿀꺽 삼키자 요한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헉!!”
“죽기 싫으면 거기 얌전히 찌그 러져서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라.”
실력 차이를 확인한 그들이 얌전 히 찌그러졌다.
방해꾼이 사라지자 요한은 창고안으로 들어가 벽장을 밀었다.
벽장의 뒤에는 숨겨진 문이 있었 다.
굳게 닫힌 문을 오러 블레이드로 잘라낸 요한은 그대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쩝.”
역시 다른 곳으로 간 모양이다.
아쉬워하던 요한은 계단을 타고 다시 올라왔다.
“넌 뭐냐?”
주방에 있어야 할 다섯의 덩치 대신 비쩍 마른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색 경갑을 입은 그는 요한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네놈은 누구지?”
“내가 먼저 물어봤다. 자식아.”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요한 을 향해 그는 소검을 겨눴다.
그 순간 검에 붉은 오러가 맺혔 다.
안정되어 있는 것을 보니 마스터 를 앞에 둔 익스퍼트 수준은 되는 듯 보였다.
“율무기 쪽이냐?”
“정확히 말하면 율초아 황녀님 쪽이지.”
“……증거는?”
“딱히 증거라고 할 건 없는데. 사실 이렇게 온 것도 그녀의 허락 같은 것은 받지 않은 거거든.”
요한은 심드렁한 태도로 말했다.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청년 은 검을 꽉 쥐었다.
“야야. 내가 너 생각해서 말하는 건데. 까불지 마라.”
“흥!!”
저 남자는 의심스럽다.
그러니 일단 제압하고 시작한다.
그리 판단을 내린 청년이 움직이 자 요한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비 웃었다.
“꼭 이런 놈들이 있어요.”
번개처럼 달려든 그를 요한은 냅 다 후려쳤다.
얼굴을 한 대 맞아버린 그가 바 닥을 나뒹굴며 신음했다.
눈앞이 핑핑 돌고 정신을 차릴 수도 없다.
도둑이 된 이후로 이렇게 강하게 맞아 본 것은 처음이다.
그가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보 며 요한은 옆에 있는 나무의자를 들었다.
“그런데 사실 나도 이게 편해.”
-와지면!
“크억!!”
오러가 실린 나무의자에 맞은 남 자가 비명을 터트렸다.
신음하던 그는 요한의 발목을 향 해 단검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요한에게 그대 로 짓밟혀버렸다.
“으윽!!”
“너 도둑 길드원이냐? 솔가르츠 랑 친해?”
“크으윽……“대답 안 하면 이 손은 평생 못 쓰게 될 거야.”
“아으윽……!!”
조금만 더 강하게 밟으면 손뼈가 완전히 으스러질 것이다.
그 정도 되면 치유술을 받아도 후유증이 남을 거다.
검사에게 손은 중요한 것이다.
특히나 검을 다루는 손은 더욱 중요하다.
요한은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쓸데없이 자존심 세우지 말고. 빨리 말해.”
“카윽…… 윽…… 마,말하겠 다……결국 청년은 굴복해버리고 말았 다.
요한은 차분히 발을 떼었다.
벌써 금이 가버렸는지 퉁퉁 부어 버린 손을 잡은 채 청년은 힘없이 말했다.
“일단…… 당신이 누군지부터 알 아야 한다.”
“솔가르츠 데리고 와. 개한테는 말해줄 테니까.”
요한은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어 와 앉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훈제된 소시 지를 잡았다.
“오. 이거 맛있네. 누가 만든 거 냐? 밖에 있지?”
“예?”
밖에서 기다리던 덩치는 당황하 며 들어왔다.
“너도 도둑 길드원이냐?”
。예에……“이거 네가 만들었어?”
“예.”
“도둑 길드보다는 요리사 하는 게 낫지 않겠냐? 이런 소시지 만드 는 것은 쉽지 않은데. 훈연향이랑 짠맛이 일품이네.”
“가,감사합니다.”
뜬금없이 쳐들어와서 상사와 싸 우더니 소시지 맛을 칭찬한다.
뭐 이런 상황이 다 있나 싶었다.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 이자 요한은 소시지를 뜯어 먹으며 말했다.
“가서 빵 좀 사와라.”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획 던져 주었다.
그것을 받은 덩치가 나가자 요한 은 신음하는 청년에게 말했다.
“뭐하냐? 솔가르츠 안 부르고. 난 여기서 밥 먹고 있을 테니까 데 리고 와.”
자신이 아군을 데리고 올지도 모 른다.
증원을 끌고 와 공격할지도 모른 다.
그런데도 요한은 너무나도 태평 해 보였다.
“……무섭지도 않은 건가?”
“안 무서우니까 빨리 가서 데려 와. 아니면 그 팔 잘라야 갈래?”
소시지를 자르던 식칼에 오러가 맺혔다.
핏빛의 오러를 본 그는 힐링 포 션을 마신 후 주방에서 나가버렸다.
* * *아예 덩치를 시켜 화덕에서 소시 지를 굽게 하고,그것으로 샌드위 치를 만들었다.
그가 일곱 개의 샌드위치를 먹었 을 때쯤 주방의 문이 열렸다.
“……페오빈을 이긴 자가 있을 줄은 몰랐군.”
안으로 들어온 것은 갈색 예복을 입은 중년인이었다.
두 자루 단검을 허리에 차고 있 던 그는 요한을 향해 살짝 묵례했 다.
“보아하니 마스터쯤은 되시는 것 같군. 하지만 그쪽과 같은 얼굴은 처음 보는데…… 실례지만 성함을 알 수 있겠소?”
처음 보는 것이 당연했다.
현재 요한의 얼굴은 인피면구로 가려져 있으니 말이다.
“당신이 솔가르츠?”
“그렇소.”
“필로틴 제국 도둑 길드 마스 터?,,“그렇소.”
“주변에 있는 애들 치워.”
“기다려주시오.”
그는 바로 목에 건 피리를 불었 다.
그 순간 주변에서 느껴지던 인기 척이 사라졌다.
그제야 만족한 요한은 단검을 탁 자에 꽂으며 일어났다.
“율초아가 외국의 누군가와 거래 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 누군가가…… 헤르듀크 왕자 를 말하는 것이라면 알고 있소. 설 마 당신…… 헤르듀크 왕자의 부하 요?”
“일단 그렇게 생각해둬. 난 헤르 듀크 왕자님의 요청에 따라 여기에 잠입한 자다. 이름은…… 뭐 이름 이 중요한가.”
요한은 가볍게 어깨를 으쏙였다.
그리고 당당히 손을 내밀었다.
“너희도 율무기를 잡고 싶지? 그 러니까 협력하자.”
“……이런 난리를 쳐놓고?”
“야. 그래도 내가 생각을 하고 움직여줘서 이 정도로 끝난 거야.”
성격대로면 아까 페오빈이 덤볐 을 때 그의 팔부터 잘랐을 것이다.
요한 나름대로 최대한 존중을 해 준 것인데 이런 대응이라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 다.
“아니면.”
어깨를 으쏙인 요한은 단검을 까 딱거 렸다.
“여기 할렘가에 있는 놈들부터 다 죽이고 시작할까?”
“하. 광오하군. 광오하기가 광왕 요한과 못지 않……잠시 입을 다문 그는 경악했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그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광왕? 아니 그럴 리가. 광 왕의 얼굴은……혼란스러워하는 솔가르츠에게 요 한은 귀찮아하며 말했다.
“일단 율초아 황녀에게 연락해 봐. 나와 손을 잡을지 말지 알아보 고 와라. 덤비는 건 그 후에 해도 괜찮잖아?”
느긋하게 말한 요한은 먹던 샌드 위치를 다시 우물거렸다.
그의 당당함에 솔가르츠는 할 말 을 잃어버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