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7화
307. 넘을 수 없는 벽은 부수고 .
가면 된다 (1)
마지막 관문을 넘어 제도의 시내 로 들어가자 솔바른은 조심스레 물 었다.
“그들은 뭘까요?”
“둘 중 하나겠지. 마드모스 왕국, 아니면 율초아의 부하들.”
누구면 어떤가.
손쉽게 들어왔으면 됐지.
요한은 생각 이상으로 편하게 일 이 진행된 것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솔바른과 재주꾼들은 달 탔다.
자칫 잘못하면 시체도 남기지 못 하고 폭사할 뻔했다.
“단장님……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시작부터 이렇게 위험했는데 앞 으로는 얼마나 더 위험할까.
솔바른은 간절한 목소리를 들었 지만 애써 무시했다.
옆에 요한이 있는데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한다?
거기에 이미 제도에 들어온 이상 자신들의 역할은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저 요한이 혼자 남게 된다고 아 무것도 못 할 것 같은가?
‘저 사람은 죽음의 대지에 던져 놔도 혼자 살아날 사람이야.’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요한이라 는 줄을 잡고 있는 것뿐이다.
“이상한 소리 말고 평소대로 해. 평소대로.”
솔바른이 떨리는 목소리로 냉정 하게 말하자 재주꾼들은 시무룩해 졌다.
“걱정 마. 이제 너희가 할 일은 공연하는 정도뿐이니까.”
“예에……“그럼 일단 숙소부터 잡아야겠는 데……“제도에는 예전에 온 적이 있습 니다. 괜찮은 숙소가 있으니 거기 로 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러자고.”
마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을 지나 공터 근처에 도착했다.
요한은 제도의 지도를 확인한 후 의아해했다.
“여긴 제도의 할렘가 근처 같은 데?”
“예. 저희가 좋은 곳에 머물 수 있을 리 없잖습니까.”
그래도 할렘가의 초입 부근인 만 큼 위협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솔바른은 공터에 세워둔 짐마차 에서 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나도 꺼내야겠네.”
그 사이 공터의 옆에 있던 건물 에서 사람이 나왔다.
“아니? 솔바른 아니야?”
“오. 테미루.”
테미루라 불린 노인은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그는 솔바른의 어깨를 몇 번이나 토닥이며 말했다.
“떠돌이 생활을 잘도 하는구만. 삼십 년쯤 전에 최고의 재주꾼이 되겠다며 떠나더니……“하하…… 그러게 말일세.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지.”
어색하게 웃은 그는 재주꾼들을 소개했다.
그들과 인사를 마친 테미루는 건 물을 가리켰다.
“자. 들어가지. 짐마차는 이쪽에 서 보관해주지.”
“올 때마다 고맙구만.”
다른 재주꾼들도 한 번 정도는 와봤던 모양이다.
그들이 능숙하게 짐을 들고 들어 가자 솔바른은 요한에게 다가가 말 했다.
“제 친구입니다.”
“그래? 듣자 하니 당신. 제도 출 신 같은데?”
“예…… 여기 할렘가 근처에서 살았지요.”
그대로 계속 살았으면 병사,아 니면 제도의 잡부로 일하며 계속 머물렀을지도 몰랐다.
어렸을 때 제도를 찾은 재주꾼들 에게 홀딱 반해 그는 시민권도 버 리고 재주꾼이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리석은 치기였지요.”
재주꾼 생활을 하며 알게 되었 다.
화려한 삶일수록 그 그림자가 진 하다는 것을.
“크흠. 아무튼 여기라면 별일 없 을 겁니다. 일단 여기서 머무르면서 공연 준비를 하지요.”
“음. 그러자고.”
솔바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요한은 주변을 둘러보았 다.
‘분명 양유위가 말했던 곳이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로드만 왕국 도둑 길드 첩보원의 아지트가 할렘가 근처였다.
요한은 살짝 지도를 꺼내보았다.
일단은 그들과 접촉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이! 젊은 친구! 어서 들어오 게나!!”
테미루가 크게 외치자 요한은 짐 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 관이었다.
내부 장식이 오래되었고 손님들 도 별로 없어 보인다.
허름한 여관의 주인으로 보이는 테미루는 솔바른에게 돈을 받으며 물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있을 생각인 가?”
“글쎄…… 좀 길게 있을 생각이 야.”
“어디 공연할 곳은 찾았고?”
“찾아봐야지.”
“그럼 잘됐네. 마침 황궁에서 재 주꾼이나 악단. 시인들을 모으던데 말야.”
“재주꾼들을? 왜?”
“요새 전쟁이 잦아서 황비님이나 태자비께서 불안해하신다더군. 재주 로 그분들을 웃게 만들려는 것 같 아.”
테미루는 묻지도 않았는데 현재제도의 상황을 시끄럽게 떠들었다.
그의 말을 통해 간략하게 제도의 상황을 파악한 요한은 솔바른을 잡 았다.
“다들 피곤해하는 것 같은데. 단 장님. 저희는 이만 올라가 봐도 됩 니까?”
“어? 어어어어. 그러게나. 다들 가서 쉬어. 에…… 바그너. 자네는 나랑 같이 쉬도록 하지.”
“예.”
작은 방 하나,큰 방 하나.
솔바른이 열쇠를 주자 요한은 이 층으로 올라갔다.
겉에서 봤던 것처럼 허름하기 그 지없는 방이다.
낡은 침대에 앉아 있던 요한은 아까 테미루가 말했던 것들을 떠올 렸다.
‘현재 제도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그리고 밤마다 황궁 쪽에 서 끔찍한 비명이 들린다. 거기에 내부 공사를 위해 들어간 인부들이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황궁에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 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원래 자주 나기 마련이다.
내부의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인 부들을 통제하는 일도 많다.
괜한 헛소문 때문에 움직일 필요 는 없었다.
‘일단 개들부터 만나봐야겠군.’
방 밖으로 나온 요한은 느긋하게 걸었다.
그가 나오자 카운터에 앉아 맥주 를 마시던 솔바른과 테미루는 손을 들었다.
“친구! 거기…… 바,바그너라고 했던가?”
“예.”
“쉬지 않을 거면 여기 와서 맥주 나 한잔하지그래?”
“하하. 괜찮습니다. 저는 바깥 구 경 좀 하고 오지요. 제도는 처음이 라서……“음…… 그럼 잠깐만 기다려보 게.”
안으로 들어간 테미루는 낡은 디 바인 마크를 들고 왔다.
그것을 받은 요한이 의아해하자 테미루는 진지하게 말했다.
“안개가 끼면 조심하게.”
“안개요?”
“그래. 안개 속에서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있거 드 ”
제도에 옛날부터 감도는 소문이 었다.
이따금 자욱하게 끼는 안개는 제 국이 설립될 초기.
초대 황제인 파구스 필로틴의 적 이었던 살인귀의 안개다.
그 안개 때문에 길을 잃은 자는 살인귀의 인도에 의해 끌려가 버린 다.
그리고 평생 살인귀의 종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있던 소 문이었지.”
“소문은 그저 소문 아닙니까?”
요한도 회귀 전에 들었던 이야기 였다.
실제로는 그 도시전설을 이용한 유괴범들이나 도둑 길드의 짓에 불 과하다.
요한이 무덤덤하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렇지만도 않아. 실제로 안개에 끌려 들어가 버리는 자들을 몇 번이나 발견했다더군.”
“호오……“전설대로지. 안갯속의 살인귀가 길 잃은 자를 장난감으로 삼은 거 야.”
그래서 안개가 낄 때는 사람들도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맥주를 들이마신 그는 한숨을 토 해내며 말했다.
“그런데 요 근래 너무 안개가 자 주 낀단 말이지……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더 없게 생겼다.
난감해하는 테미루를 향해 요한 은 빙긋 웃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할렘가에는 들어가 지 말고. 또 밤늦게 돌아다니지도 말게. 그리고••••••제도에서 오래 산 사람들도 할렘 가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얼마 전에 할렘가의 주인이라던 새로운 흑왕이 시체가 된 채 발견 될 정도였다.
그만큼 혼란스러운 곳이니 피하 는 것이 상책이다.
그 외에도 주의할 사항에 대해 테미루가 계속해서 떠들자 솔바른 은 손짓했다.
내버려두면 계속 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살짝 묵례한 요한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
‘안개가 끼면 뭔가 일이 일어난 다라…… 이거 재있겠네. 뭔 일이 생기는 거지?’
밖으로 나온 요한은 하늘을 보았 다.
딱히 안개가 낄 날씨는 아니었 다.
아쉽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알아 보자 생각하며 요한은 바로 할렘가 로 들어갔다.
“어?”
갑작스레 주변이 뿌옇게 변하기 시작한다.
할렘가 주변을 걷던 사람들은 혼 비백산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요한과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황 급히 시선을 회피하며 문까지 닫아 버렸다.
안에서 들리는 빗장 소리에 요한 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치 앞도 제대로 확인하기 힘 들 정도의 자욱한 안개가 자리 잡 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요한은 의아해했다.
‘안개가 낄 날씨는 아니었는 데…… 그럼 이건 인위적인 안개라 는 건가?’
하지만 안개 속에서 뭔가 느껴지 는 것은 없었다.
잠시 자리에 선 채 생각하던 요 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뭔가 느껴지면 움직이면 되겠 지.’
그는 그대로 안개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 * *테미루의 말대로 안개가 끼니 사 람구경도 할 수 없었다.
덕분에 편안히 목적지에 도착한 요한은 문을 두드렸다.
“어이. 안에 있나.”
“뭐야?”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요한은 건장한 남자 를 보며 말했다.
“밖에 비가 오는데 일주일만 재 워 줄수 있수?”
안개만 꼈지 비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남자의 눈 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하룻밤 자는데 금화 다섯 개 요.”
“줄여서 은화 하나로 합시다.”
“흠•…“ 들어오시구려.”
요한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거 구의 남자는 자리를 권했다.
“본점에서 오셨소?”
“그래. 양유위가 이걸 주라더라.”
수정구를 본 그의 표정이 밝아졌 다.
그는 다급히 수정구에 마력을 넣 었다.
“길드장! 살려주시오! 지원을 보 내주시오! 이곳은 지옥이오니 소미 도 끌려갔고……[요한 자작님! 무사히 들어가셨 습니까!?]
순간 적막이 집 안을 감돌았다.
수정구를 향해 말하려던 그는 살 며시 고개를 들었다.
“안녕,、,눈앞에 있는 자가 요한일 줄은 몰랐다.
너무 놀란 그는 바닥에 엉덩방아 를 찧고 말았다.
“여기가 지옥이라…… 왜 그런 거지? 설명해봐.”
의자에 앉은 요한은 여유 넘치는 어조로 말하다가 수정구를 들었다.
“나 도착했고 지금 바쁘니까 나 중에 얘기하자.”
그대로 통신 마법을 끊어버린 요 한은 씩 웃었다.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설명해 봐.”
“저…… 저어…… 그게.”
“뭔데? 그리고 내가 듣기로 여기 두 명이 있어야 하는데 왜 너밖에 없냐? 나갔냐?”
“그게 아닙니다……“그럼 뭔데?”
머뭇거리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 었다.
“이,일단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 다. 저는 바이론 필리마츠라고 합 니다.”
“그래. 바이론. 이제 내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
요한의 목소리에 짜증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는 흠칫 놀라며 빠르게 사정을 설명했다.
“자작님께서 아시는지는 모르겠 지만…… 제도에는 도시전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필로틴 제국은 황금시대 이전인 암흑시대부터 이어지던 도시다.
그렇기에 도시 곳곳에 암흑시대 와 황금시대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 다.
그러다 보니 소문 좋아하는 사람 들에 의해서 신기한 이야기들이 들 렸다.
제도의 하수구에 거대한 괴물이 있다든지.
아니면 무덤가에서 시체가 일어 난다든지.
다리를 건널 때 침을 뱉고 넘지 않으면 물에 갇혀 있는 혼이 끌고 간다든지.
대부분 진위가 판명되지 않은 헛 소문들이 었다.
안개 속의 살인귀 역시 헛소문이 었다.
“……아닙니다. 진짜입니다…… 소미도 그것 때문에……“소미?”
“저와 함께 있었던 요원입니다. 그런데 소미가……그녀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이었다.
복귀하던 길에 갑자기 안개가 나 타났다.
그리고 그녀는 안개 속으로 흡수 되었다.
“……그냥 놓친 거 아니야?”
“아닙니다! 제가 봤습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녀뿐만 이 아니라……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안개에 잡아먹혀 사라져버렸다.
“그때부터였습니다. 황실에서 제 도를 통제한 것은……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