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2화
302. 저는 갑니다 (1).
요한이 검은 요새에 온 이유는 우회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 기 위함이다.
그런데 석 달이나 검은 요새에 묶여 있으라니.
절대로 사양이었다.
‘뒤처리도 다 떠넘기고 될 생각 인데 굳이 남을 필요가 있나.’
조금 전까지 강경하던 그가 의견 을 바꾸자 나마스는 의아해하며 물 었다.
“무슨 태세 전환이 그렇게 빠르 나?”
“생각해보니 다 죽인다고 능사는 아닌 것 같아서요.”
물론 그에게 있어서 배신자들은 다 쳐 죽일 놈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정까지 틀어가며 죽일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뒤처리는 부탁드립니다. 어휴. 저는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 군요. 밥 먹으러 가야지.”
“요한! 그냥 가면 어떻게 하나!”
“아니 그럼 이 정도 했으면 됐지 제가 뭘 더합니까? 검은 요새 함락 시켜,거기에 타로트 사령관의 이 적 행위에 대한 증거도 발견했어. 더 바라시는 건 욕심 아니십니까?”
“그건……“싸울 일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개들 처형할 거면 제가 하 겠습니다.”
그 외에는 관심 없다.
요한이 웃으며 말한 후 나가버리 자 마고 후작은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닙 니다. 이만큼 해줬으면 쉬게 둬야 지요. 뒷정리 정도는 저희가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휴…… 그러지.”
나마스는 고개를 끄덕인 후 에밀 리를 보았다.
“자네도 가서 좀 쉬게.”
이번 작전을 수행하느라 에밀리 도 꽤나 고생했다.
그녀도 쉴 자격은 충분히 있었 다.
나마스가 웃으며 배려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로디악 기사단원들과 순찰 을 하고 오겠습니다.”
“요한과 같이 가지 않고?”
그가 놀리듯 말하자 에밀리는 씁 쓸해했다.
그녀의 반응에 나마스가 뭐라고 말하기 전 에밀리는 살짝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 * *회의실에서 나온 요한은 곧장 심 처로 향했다.
그곳을 통해 롬벨을 데리고 나온 요한은 그를 치유사들이 있는 곳에 데려다주고 걸었다.
“요한 자작님!”
셀렌이었다.
달려온 그녀는 요한을 잡고 진지 하게 말했다.
“저 지금 다키스트 캡틴에게 갈 겁니다. 같이 가시지 않으시겠습니 까?”
“살아있는 것 맞지?”
“예.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살아있기는 했습니다.”
“마침 잘됐네. 물어보고 싶은 것 도 있었는데.”
셀렌과 함께 요한은 헨드릭 산맥 으로 들어갔다.
산맥을 얼마나 뒤졌을까?
곰이 살 법한 동굴에 도착하자 요한은 크게 외쳤다.
“야!! 다키스트!! 나다!! 요한!! 나와!!”
“안 들어가세요?”
“여기저기 와이어에 함정에…… 추격에 대한 준비를 엄청 해놨어.”
“어? 전에는 이런 것 없었는 데……“나름대로 대비하려고 했나 보 지.”
잠시 후 안쪽에서 소리가 들렸 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헬쑥한 인상 의 다키스트였다.
그는 설치한 함정을 해제한 후 요한을 발견하고 애써 웃었다.
“요한 공자님……“자작이다. 자작. 그나저나 너 왼 팔은 어디에다가 갖다 팔아먹었 냐?”
다키스트의 왼팔은 잘려있었다.
요한이 가리키며 묻자 그는 입술 을 꽉 깨물었다.
“셀렌. 넌 알고 있었어?”
“예.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부상 을 입고 있었다고.”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 부상이 왼팔을 절단할 정도의 부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요한은 다키스트를 보다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 팔 때문에 오지 못한 거냐?”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다키스트 정도 되는 레인저가 추 격을 돌파하지 못하고 수도에 이 사실을 전달하러 오지 못한 이유를.
왼팔에 큰 상처를 입고 그 상처 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쪽 팔을 쓰지 못하니 전력이 크게 약화.
혹시 모를 추격과 포위를 뚫을 수 없다 판단했을 것이다.
요한이 묻자 다키스트는 고개를끄덕였다.
“공자…… 아니 자작님 말씀대로 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포위가 굉장했지요.”
“셀렌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 였는데 그냥 가지 그랬냐?”
요한은 슬쩍 셀렌을 보았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필로틴 제국의 패잔병들도 넘을 수 있을 정도로 헨드릭 산맥의 경 계는 허술했다.
아무리 한쪽 팔이 없다고 하더라 도 다키스트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몬스터를 만났다면 위험했을 겁니다.”
자신의 목숨을 팔아 검은 요새의 일을 알릴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만약 실패하면?
양팔이 멀쩡하고 몸 상태가 괜찮 았다면 도전해볼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무리였다.
그렇기에 그는 도박을 선택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셀렌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그녀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자 작님. 저는 은신처를 네 번이나 바 꿨습니다.”
헨드릭 산맥을 넘는 병*A] ,혹은 레인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추격뿐이 었다.
그렇기에 그는 도와달라고 할 수 도 없었다.
“그냥 믿으시지.”
셀렌이 아쉬워하자 다키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다행이군요. 자작님께서 여기 계신다는 것은…… 검은 요새 쪽의 일이 해결되었다는 것 아닙니 까?”
“타로트는 못 잡았다.”
타로트의 이름이 나오자 다키스 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이렇게 된 것은 타로트의 판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
“대충은 예상하실 것이라 생각합 니다만…… 타로트는 필로틴 제국 과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힘을 빌리기로 했 다.
그가 순찰과 더불어 필로틴 제국 에서 넘어오는 공격을 막으러 나갔 을 때.
타로트는 아예 성문을 열어 필로 틴 제국 측의 병력을 받아들였다.
다키스트를 비롯한 레인저들과 병사들은 반발했다.
그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타로트 는 레인저들과 천인장 이상의 지휘 관들을 모았다.
그들이 연병장에 모두 모이자 타 로트는 그대로 공격을 명령했다.
“그때…… 많이 죽었습니다. 헤 전도,룽기나도. 바이오웰도……산지라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함정이라도 설치했다면 상대할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없는 갑 작스러운 전투가 시작되었다.
심지어 그들은 무장조차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다.
간신히 검은 요새에서 탈출한 이 들은 헨드릭 산맥으로 도망칠 수밖 에 없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료라고 생각했던 자 들에게 사냥당했다.
“필로틴 산맥에 숨어 있는 다른레인저들도 있으려나?”
“글쎄요…… 저희도 뿔뿔이 흩어 진지라……다키스트가 힘없이 답하자 요한 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일단 재부터 챙겨서 복귀하자. 그리고 재를 길잡이로 해서 숨어 있는 레인저들을 좀 모아야지.”
썩어도 준치다.
제집처럼 헨드릭 산맥을 오가던 레인저들이니 추격만 뿌리쳤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요한이 말하자 셀렌은 고개를 끄 덕였다.
“알겠습니다. 에밀리 부단장님께말씀드리죠. 자. 다키스트. 갑시다.” 셀렌은 다키스트를 부축했다.
비틀거리던 그는 그녀에게 안긴채 말했다.
“요한 자작님.”
“어? 왜?”
“예전에 말씀드렸던 그 제안……지금도 가능합니까?”
예전에 다키스트는 요한의 밑으 로 가고 싶다고 했었다.
그는 자신의 잘린 왼팔을 보였 다.
“비록 한쪽 팔이 없지만……“한쪽 팔 없으면 퇴역할 생각을 해야지 왜 남아 있으려고 하는 거 냐?”
“그건……“굳이 일하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만 지금은 무리겠는데?”
요한은 그의 잘린 팔을 툭 쳤다.
“이 팔로 뭘 하려고?”
“의수를 착용하면 됩니다. 그 럼……“그럴 거면 바그너 가문에 종신 계약해라. 이거 줄 테니까.”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 었다.
얻어놓고 마땅히 쓸 곳이 없었던 아이템.
은의 팔 아가트람이었다.
“헉!? 요한 자작님! 그건……셀렌은 깜짝 놀랐다.
은의 팔 아가트람은 최고급 마법 장비에 속했다.
거기에 자아를 가진 장비이기도 해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의 의식을 잡아먹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아가트람의 숙주가 되어버리기도 한다는 마도구였다.
“저걸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 은 마법사 수준의 정신력을 지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이거. 잘만 쓰면 어지간한 의수보다 훨씬 좋아.”
“카일로도 쓰지 않았다던데……“개가 이걸 안 쓴 이유는 걔의 검법이 외팔이일 때 더 강해지기 때문이었어.”
그래도 명색이 천하십강인데 아 가트람을 제압할 정신력이 없었겠 나.
요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은으로 만들어진 의수를 들어 올렸다.
“어쩔래? 내 밑으로 들어와서 평 생 개처럼 일할 거면 이거 줄게. 참고로 이거 비싼 거니까 진짜 난 제대로 뽑을 만큼 일 시킬 거야.”
“……지금 당장은 힘들겠군요.”
다키스트는 자신을 알고 있었다.
지금 아가트람을 얻는다면 자신 은 저 의수에게 먹혀버릴 것이다.
훈련이 필요하다.
그가 의지를 다지자 요한은 씩 웃었다.
“그 훈련. 정말 열심히 해야 할거다. 난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잘 해봐.”
요한은 다키스트의 등을 툭 치고 느긋하게 걸었다.
그가 복귀했을 때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박살 난 문이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드워븐 스틸로 만들어진 부분들 은 대부분 깨져버렸다.
거기에 사슬도 끊어진 데다가 여 기저기 찌그러졌다.
다시 써먹을 수도 없을 정도의 상태인 문을 보며 병사들이 고민하 자 요한은 빙긋 웃었다.
“야. 이거 문 못 쓰는 거지?”
“예? 예. 그렇죠.”
“그럼 이 문 내가 가져가도 되 냐?”
“어디에다가 쓰시려구요!?”
“드워븐 스틸 추출하게.”
드워븐 스틸은 구하기도 힘든 물 건들이 다.
그렇다면 최대한 끌어모아서 써 야 하지 않겠나.
율리아 영지에서라면 저 성문을 녹여 추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요한이 달라고 요청하자 병사들 은 난감해했다.
비록 박살 나기는 했지만 이 또 한 검은 요새의 재산.
마음대로 다룰 수는 없었다.
“검은 요새 주인의 허락을 받아 야 합니다.”
“지금 주인 없잖아.”
“그렇긴 하죠.”
이적 행위를 한 타로트는 더 이 상 요새의 주인이라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주인은 누가 될 까?
“한번 물어봐야겠군.”
곧장 사령관실로 향한 요한은 나 마스와 마고 후작을 만났다.
자료를 보고 있던 그들은 요한이 들어오자 의아해했다.
“쉬러 간다더니?”
“다 쉬고 왔습니다. 그런데 검은 요새 누가 다스리기로 했습니까?”
지금쯤이면 결론이 나왔을 것이 라 생각했다.
하지만 둘 다 씁쓸해하고 있었 다.
“왕가와 귀족원 사이에서 크게 싸우고 있다더군.”
“아하.”
“그게 결정 나기 전까지는 뭐라 고 할 수 없을 거야.”
마고 후작은 씁쓸히 말한 후 자 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마스 왕자님. 뒷일은 부 탁드리겠습니다.”
“예. 후작님. 잘 부탁드리겠습니 다.”
마고 후작이 나가자 요한은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할 일이 많을 텐데 그가 나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디 가십니까?”
“일단 마고 후작께선 복귀하기로 하셨다. 복귀하시며 주변 영지를 돌아 기사들과 병사들을 이곳으로 보내기로 하셨지.”
“아하……“로디악 기사단 중 일부가 타이 론 기사단과 함께 복귀하니…… 마 고 후작님의 안전도 문제는 없을 거야.”
나마스는 얼굴을 쓰다듬은 후 힘 겨운 어조로 말했다.
“문제는 너다.”
“흐......w“넌 어쩔 생각이냐? 남을 것이 냐? 아니면 복귀할 것이냐.”
그가 진지하게 묻자 요한은 바로 답했다.
“떠날 겁니다.”
“그럼 마고 후작님과 함께……“어? 아뇨. 필로틴 제국에 갈 건 데요?”
그의 답을 들은 나마스는 들고 있던 깃펜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