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1화
301. 되레 당해버렸구먼.
“히 익!?”
백이 쓰러지자 주변을 포위한 이 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을 향해 요한은 차갑게 웃었 다.
“뭐 더 나을 놈들 없지? 그럼 나 도 시작한다.”
요한은 성궤에서 석상을 꺼냈다.
불의 흡혈귀의 석상이 모습을 보 인 순간 사기가 떨어진 이들이 몸 을 떨었다.
o...... o o o...... ”
“피를…… 피를 바쳐라!!”
“위대하신 분께 존재를 증명하 라!!”
저항에 실패한 자들이 광기에 물 들었다.
아예 정신을 잃고 자신의 심장을 뽑으려는 이들이 있었다.
주변을 공격해 그들의 피를 바치 려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에 대응하려 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포함된 검은 요새는 삽시 간의 지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요한을 쳐라!!”
“죽여!!”
석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들이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그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오러를 피워올린 수십의 기사들 과 무사들이 달려들자 에밀리는 검 을 들었다.
“요한!! 이쪽은 내가 맡겠어!!”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낸 에밀리 는 요한을 공격하는 익스퍼트를 베 어 넘겼다.
요한보다는 못하지만 그녀 역시 마스터.
단순한 익스퍼트로는 그녀를 쉽 게 이길 수 없었다.
一피잉!!
레인저 중 하나가 에밀리를 향해 석궁을 쏘았다.
어둠 속에서 날아든 볼트를 검으 로 튕겨낸 요한은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맡아주는 건 좋은데 네 보호도 알아서 좀 해라.”
“나도 봤거든!?”
그에게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 기 분이 나빴다.
에밀리는 이를 악물며 전투를 속 행했다.
그렇게 잠시간의 전투가 진행되 었다.
두 마스터와 수십의 익스퍼트의 대결.
그리고 그들의 대결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광기에 물든 자들은 서로 를 죽여나가고 있었다.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피와 생명이 불의 흡혈귀의 석상 에 흡수되는 지옥이었다.
그 지옥도를 만들어낸 요한은 슬 쩍 상황을 살폈다.
‘이제 슬슬 시작할 때가 되었군.’
“에밀리!! 문 열러 가자!!”
“어!? 알았어!!”
지쳐 보이는 익스퍼트의 목을 찔 러 그를 제거한 에밀리는 옆에서 달려든 기사를 어깨로 밀쳤다.
비틀거린 그를 걷어차며 오러 블 레이드를 내지른 에밀리는 길을 열 었다.
꽤나 많은 광인들을 베어 넘기며 내성의 성문 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내성의 성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꽤나 많은 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쏴라!!!”
거센 외침과 함께 수십 발의 화 살이 날아들었다.
요한은 에밀리를 뒤로 당기고 검 을 휘둘렀다.
-채앵! 챙! 챙! 챙!!
검과 화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밤 하늘에 울려 퍼졌다.
빠르게 검을 휘두른 것만으로 화 살을 모두 막아버린 요한은 씩 웃 었다.
“에밀리!! 문 부술 거야!!”
“알았어!!”
근처에 있는 건물을 향해 에밀리 는 빠르게 뛰었다.
막으려 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베어 넘긴 그녀는 건물의 문짝을 잡아 뜯었다.
“흡!!”
요한이 힘을 모을 동안 그를 지 켜줘야 한다.
두꺼운 문으로 화살 공격을 막을 준비를 한 에밀리는 오러 블레이드 를 강하게 내질렀다.
성벽에서 내려온 기사를 견제하 던 그녀는 요한의 검을 보았다.
-우우우우웅……!!!
막대한 오러가 주입되었기 때문 일까?
순백의 미스릴 검이 울고 있었다.
검명과 함께 치솟은 크고 아름다 운 오러를 발견한 성벽에서는 기겁 하며 외쳤다.
“쏴라!! 쏴!! 쏴라!!!”
거품까지 물고 외쳤지만 화살 공 격은 큰 효과가 없었다.
거기에 요한이 꺼내 놓은 불의 흡혈귀의 석상 때문인지 일반 병사 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기사들이 덤벼들어 봤자 에밀리 의 오러 블레이드에 죽어 나갈 뿐 이다.
막을 수도,피할 수도 없는 상황.
그 상황이 유지되는 사이 어느새 요한은 준비를 마쳤다.
“으라차!!!”
-좌아아아앙!!!
강한 기합성과 함께 기둥처럼 단 단해진 오러가 성문과 충돌했다.
일격은 버텨냈다.
하지만 성문을 잡고 있는 사슬과 걸쇠는 거의 한계처럼 보였다.
“이탄이 간다!!”
-쿠우우우우응!! 우지끈!!
두 번째 공격이 성문에 꽂혔다.
여기저기 휘어지고,박살 난 걸 쇠가 흔들거린다.
빗장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
남은 것은 성문을 잡고 있는 사 슬뿐.
드워븐 스틸로 만들어진 사슬이 팽팽해지다 못해 끊어지기 직전이 었다.
그것을 본 에밀리는 주변을 살폈 다.
성벽에 올라가 있던 기사들이 내 려오고 있었다.
“요한!! 검은 괜찮아!?”
“한 번은 가능하겠네.”
새로 만든 미스릴 검의 자루는 이미 금이 가 있었다.
요한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 다.
‘이거 드워븐 스틸이라도 구해서 자루를 만들어야 하나……블레이드가 버텨주면 뭐하나.
자루가 이 모양인데.
요한은 아쉬워하며 다시 검에 오 러를 주입했다.
“막아라!!”
성벽에서 내려온 기사들이 랜스 를 들었다.
그들이 차징을 준비하자 에밀리 는 다른 쪽을 보았다.
성벽 위에서 화살을 쏠 이들은 없어 보였다.
“저들은 내가 막겠어!!”
“그래. 힘내라.”
“후후. 기대하지 않는 거냐?”
“오. 난 너한테 정말 많은 기대 를 하고 있다고.”
요한의 말을 들은 에밀리는 씩 웃었다.
그리고 한걸음 나서며 검을 당겨 잡았다.
양손으로 잡은 검에 푸른 오러가 솟구쳤다.
“와라!! 버러지 같은 놈들!!”
“개 같은 년!!”
열 명이 넘는 중갑의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의 창에 담긴 오러를 마주하 던 에밀리는 하얀 이를 악물었다.
“하아아압!!”
거센 기합성과 함께 에밀리는 돌 진하는 기사들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사이.
준비를 마친 요한은 성문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선사했다.
-와지끈!!
“좋아. 그럼……내성의 성문은 결국 버티지 못하 고 쓰러져버렸다.
끊어진 드워븐 스틸의 사슬과 빗 장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그것에서 눈을 돌린 요한은 에밀 리 쪽으로 검을 겨눴다.
“……생각보다 잘 싸우네?”
중갑을 착용한 기사들과 경갑의 에밀리.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에밀리 는 그들을 잘 상대해나갔다.
여럿의 창을 검으로 받아내고 그 것을 힘으로 밀어낸다.
생각보다 강한 그녀의 힘에 놀란 기사들이 베어 넘겨진다.
근육과 오러의 조화를 제대로 이 룬 그녀가 싸우는 것을 본 요한은 검을 내렸다.
“저기 끼면 오히려 화를 내겠 군.”
에밀리가 원하는 것은 최소한 천 하십강 수준.
그 자리에 오르려면 단순한 훈련 만으로는 안 된다.
저런 식으로 실전을 겪어가며 자 신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그런데 요한이 참가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는 팔짱을 낀 채 웃으며 에밀 리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에밀리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 다.
그녀의 주변에는 쓰러진 기사들 밖에 없었다.
두꺼운 중갑이 갈라져 있고 그 사이에 있던 살에서는 피가 흘러내 린다.
“괴물…… 같은 년……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기사 가 힘없이 말했다.
무릎 꿇고 있는 그에게 다가간 에밀리는 검을 들어 올렸다.
“나는 괴물이라고 불리긴……-서걱!!
기사의 목이 갈라졌다.
그의 머리가 뚝 떨어지자 에밀리 는 검을 회수하며 말했다.
“멀었지.”
“그 정도면 충분히 괴물이거든? 이제 마스터들이랑 진검승부 하면 서 싸워도 되겠는데?”
“흥. 아직 멀었어.”
에밀리는 내성의 성문을 보았다.
저 커다란 성문을 뚫어버린 괴물 이 뭐라는 건지.
그녀를 향해 피식 웃은 요한은 외성 쪽을 가리켰다.
“이제 슬슬 신호를 보내자고.”
외성의 성문은 아까 요한이 박살낸 상태 그대로로 남아 있었다.
물론 외성 쪽에도 많은 적들이 있었다.
그들은 외성과 내성 두 곳의 공 격에 당황하고 있었다.
저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열을 고 치기 전에 문을 열어야 했다.
“일단 신호부터 하자고.”
요한은 불의 흡혈귀의 광기에 휘 말려 죽은 자들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생명을 바치고.
타인의 피를 바친 자들.
그들이 넘긴 힘은 석상에 꽤나 모여 있었다.
“으싸!”
아까 올 때 챙긴 기름통을 주변 에 던졌다.
여기저기 있는 목제 건물들에 기 름통이 맞았다.
부서진 통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그것들을 적시자 요한은 검을 들었 다.
-화르르륵!!
검은 불꽃이 미스릴 검에 맺혔 다.
“그 불길은 도대체 뭐야?”
“불의 흡혈귀의 힘이지.”
“오래된 자의 힘을 그렇게 써도 되는 건가? 그건 그리 좋은 게 아 니라면서?”
“그렇긴 한데. 뭐 어때. 처먹었으 면 힘을 내놔야 하지 않겠어?”
느긋하게 말한 요한은 힘껏 검을 휘둘렀다.
쏘아진 불길이 기름을 머금은 건 물들에 붙었다.
금세 거센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다.
이 정도면 신호로는 충분하다.
요한은 외성 쪽에서.
그리고 검은 요새의 안쪽에서 오 는 적들을 느끼며 검을 잡았다.
“검은 요새는 이제 떨어졌다고 봐야겠지.”
그의 말대로였다.
지금까지 난공불락이라 불리던 검은 요새였다.
하지만 그 검은 요새는 결국 로 드만 왕국군의 손에 의해서 그 위 명을 잃고 말았다.
* * *검은 요새의 전투는 동틀 무렵이 되어야 정리가 되었다.
외성의 성문마저 박살 나 버린 데다가 이미 안쪽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성철쇄 기사단,로디악 기사단까지 나섰다.
나마스가 나섰기 때문인지 기존 로드만 왕국 측 병사들은 더 저항 하지 않고 항복해버렸다.
남은 것은 필로틴 제국 쪽의 기 사들과 병사들.
하지만 그들을 잡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후…… 진짜로 이렇게 되어버리 다니……전투에서 승리는 했지만 속이 좋 을 수는 없었다.
나마스는 헨드릭 산맥 쪽에서 떠 오르는 태양을 보며 힘없이 중얼거 렸다.
“정말…… 정말 검은 요새가…… 타로트 숙부님이……“감상에 젖을 시간 없습니다.”
항복한 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를 결정해야 했다.
물론 요한이라면 모두 석상의 먹 이로 삼아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고 후작은 반대했다.
“저들을 전부 죽여서는 곤란하 다.”
“배신자들입니다. 이미 왕국의 명령을 어긴 자들. 그들을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성철쇄 기사단의 단원이 다급히 말했다.
전장에서 배신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죽음뿐.
그 외의 것은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마고 후작의 의견은 달랐 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검은 요새를 운용할 인원이 부족하다. 최소한 다른 곳에서의 지원병력이 올 때까 지는 놔둬야 해.”
“하지만……“요한. 네 생각은 어떤가?”
“석상의 먹이로 주죠.”
“……넌 됐고. 에밀리는?”
“저도 그냥 넘어가고 싶지는 않 습니다. 하지만…… 항복한 자들까 지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 각합니다.”
적어도 노예병이나 노역꾼으로 만들어서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었다.
“나마스 왕자님께서는 어떻게 하 시고 싶으십니까?”
“난……고민하는 나마스에게 요한은 웃 으며 말했다.
“현명한 선택 부탁드립니다. 솔 직히 한번 배신한 놈들이 두 번 배신 못 하겠습니까?”
“……하지만 마고 후작님과 에밀 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요한의 말도 맞지만 둘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 아군만으로는 검은 요새를 운용할 수 없다.
최소한 현재의 세 배는 넘는 인 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항복한 이들을 받아들 여 써먹는 것이 낫지 않나 싶었다.
“아니면 네가 있어 줄 텐가? 적 어도 두 달에서 석 달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나마스는 기대감 섞인 눈으로 요 한을 보며 물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은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작님과 에밀리의 의견을 따르 죠.”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