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23화
298. 명분은 얻었다 (3).
-과아아아앙!!!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강했다.
모두가 기겁할 정도의 공격을 또 해낸 요한은 검을 보았다.
‘블레이드는 버텨주는데……자루 부분에 금이 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몇 번 더 칠 수 있 을 것 같기는 하지만 계속하다간 검자루가 부서진다.
요한은 아쉬워하며 뒤로 물러났 다.
“야. 검 고치고 올게. 기다려.”
“쳐,쳐라!!”
이런 식으로 계속 공격받으면 성 문은 진짜 부서져 버린다.
놀란 그들이 화살을 쏘았지만 당 할 리가 있나.
요한은 청강검으로 대충 쳐낸 후 응원단으로 복귀했다.
“뭡니까?”
혼자서 성문을 반 정도 박살 내 고 돌아왔다.
그런데도 분위기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들 놀라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요한은 어깨를 으쓱 였다.
“오…… 오오오오오니!”
그때 메이가 검을 들어 올리며 잽싸게 포효했다.
그를 따라 타이론 기사단의 기사 들 역시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어서 로디악 기사단.
성철쇄 기사단.
물러나 있던 병사나 인부들까지 환호성을 터트렸다.
환호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 었기 때문이었다.
“……너 이정도면 일인 공성전도 가능한 거 아니냐?”
요한의 무식하다 싶을 정도의 힘 에 마고 후작은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 질문에 요한은 고개를 저었 다.
“공성전까지는 무리죠.”
“아니…… 그런 힘이 있었으면 로만 후작 칠 때 쓰지!!”
“아. 그때는 이정도가 아니었던지라.”
“뭐?”
그렇다면 그때 이후로 더 강해졌 다는 것 아닌가.
마고 후작은 요한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히죽 웃어 준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혹시 대장간 없냐?”
“이,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장장 이라고 해봐야……공성 장비나 무기를 만들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애초에 재료도 없고,그 정도로 쓸만한 금속도 없다.
병사들이 머뭇거리며 답하자 요 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고. 그냥 내 검 좀 고치고 싶어서 그 래.”
“그런데 그 자루는 어떻게 고치 시려고……‘?”
“임시로 때울 정도는 만들 수 있 어. 에…… 청강은 내가 몇 개 가 지고 있으니……전에 플로란스와 함께 던전과 유 적 탐사를 할 때 얻어 놓은 것이 있다.
그것이면 율리아 영지로 돌아갈 때까지 쓸 자루는 만들 수 있었다.
“아,알겠습니다. 모시겠습니다.”
그들의 안내를 받아 대장간의 상 태를 확인했다.
그리 좋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루 만드는 정도는 가능하 다.
그가 만족하자 뒤따라 온 에밀리 는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은 거야?”
“뭐가?”
“그 정도의 공격을 했는데. 네 몸은 괜찮아?”
“내 몸이 어디가 어때서?”
딱히 이상이 있는 곳은 없었다.
그가 의아해하자 에밀리는 한숨 을 쉬었다.
“예전에 미하엘 단장에게 들은 적이 있어. 자신의 생명을 태워서 오러로 변환하는 능력이 있다 고……“내가 고작 저딴 문짝 두들겨 패 겠다고 생명을 태우겠냐……마왕을 잡고 죽을 때까지 놀고먹 으려면 그런 짓 따위는 못한다.
그리고 생명을 태우다니.
그럴 생명 있으면 빌헬미나의 수 명을 늘려주겠다.
심드렁하게 그가 대꾸하자 에밀 리는 쓰게 웃었다.
“어떻게 한 거야?”
“뭐가?”
“아까 그 오러. 절대 정상적인 오러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훈련의 결과지. 너도 할 수 있 다!”
“……정말?”
“노력 여하에 따라. 그리고 이거 그리 좋은 건 아니야.”
실전에서는 거의 못 써먹는다고 봐야 한다.
막대한 오러를 보고 성벽 위의 레인저들이 놀라 접근하지 못했을그리고 대상이 움직이지 않는 문 이라서 통했을 뿐.
실전에서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기술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그래도……“정 궁금하면 나중에 가르쳐줄게. 이게 오러를 어떻게 담느냐의 효율 문제라서 말이지. 훈련하면 누구나 할수있어.”
“……그래?”
에밀리는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그녀는 순간 숨을 들이마 셨다.
“어…… 난.”
“괴물에게 배울 수 없다고 그랬 지? 하지만 괴물이 되고 싶은 것 아닌가?”
“……그렇긴 한데.”
“괴물을 따라 해야 괴물이 될 수있는 거다. 너무 자존심 세우지는 마.”
“휴우. 알았어. 그럼 언제?”
“일단 이번 일 끝나면. 넌 가서 왕자님이랑 후작님이나 좀 지키고 있어.”
지금은 요한도 검자루를 고치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응원단에 있는 나마스와 마고 후작을 지킬 사람도 필요하다.
그러니 지금은 가르쳐 줄 여유가 없었다.
에밀리가 나가자 요한은 거푸집 을 만들고 청강을 녹였다.
“요한. 이 녀석아. 그렇게만 하고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
“아니 그만큼 했으면 됐지 뭘 또 어떻게 합니까?”
어느새 마고 후작이 대장간으로 들어왔다.
그는 망치를 만지작거리는 요한 을 향해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어쩌려고 그러냐?”
“이렇게 문짝을 박살 내놨으니 검은 요새 쪽의 관심은 문 쪽으로 가겠죠.”
요한이 또 나서지 않더라도.
응원단의 기사들.
그리고 바깥에 있던 병사들.
그들을 이용해 공격해 들어올지 도 모른다.
그러니 검은 요새 쪽에서는 약한 곳에 병력을 집중시킬 것이다.
“외성은 그렇다고 치자. 내성은 어쩌려고?”
“비밀통로가 있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냐!?”
“예. 그런데 거길 쓰려면 신성력 을 가진 자가 필요한데……“치유사를 데려왔다. 믿을만한녀석이니 데리고 가도 될 거다.”
마고 후작의 말에 요한은 안도했 다.
내성까지 가는 건 문제가 아니 다.
문제는 거기서 신성력을 쓸 사람 이었다.
그것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것만 다 만들면 끝나겠지.’
녹은 청강을 거푸집에 부었다.
그리고 약을 넣어 빠르게 식힌 후 망치로 두들겨 세밀한 모양을 잡았다.
“안에 들어가면 석상을 쓰며 적 의 수를 좀 줄일 생각입니다.”
“그래? 그럼 너 혼자 끝낼 수 있 는 것 아니냐?”
“검은 요새에서 근무하는 애들은 죽음에 근접한 애들이라서요. 석상 의 힘에 저항을 많이 할 것 같습니 다.”
“그런가? 그럼……”
“일단 최대한 수는 줄여 놓겠습 니다. 그리고 문을 열죠.”
“그럼 다행이지. 우리의 수가 그 리 많은 것도 아니니까.”
“밖에 있던 병사들은 징집하지 않을 겁니까? 그들이 합류하면 수 가 꽤 될 텐데?”
비록 실력은 그리 좋지 않겠지만 적을 압박하는 도움은 될 것이다.
요한은 자루를 이리저리 살펴본 후 미스릴 검의 자루를 떼어냈다.
새롭게 자루를 맞춰보고,다시 조정을 하기 시작하자 마고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나마스 왕자님의 휘하로 들어가기로 했다. 천오백 정도가 합류하기로 했어.”
생각보다 적은 수다.
그것도 요새를 공략하기에는 꽤 나 적은 수.
하지만 성철쇄 기사단과 로디악 기사단,타이론 기사단이 있다.
거기에 요한이 안으로 들어가 길 을 열어준다고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럼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인데……“앞으로의 일은 일단 닥친 다음 에 생각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겨우 검자루를 완성한 요한은 블 레이드와 조립한 후 몇 차례 휘둘 러 보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정도면 그 럭저럭 써먹을 수 있었다.
“이 녀석아. 검은 요새를 왕가에 서 가지느냐,귀족가에서 가지느냐 다.”
“제일 좋은 것은 나마스 왕자님 께서 관리하는 것이 아닌가 싶군 요.”
“뭐? 어째서!?”
“그럼 누가 관리합니까? 할 사람 도 없는데. 이게 무슨 영지도 아니 고. 아무나 못 앉는 자리잖습니까.”
마고 후작은 요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 치첸 요한은 질색했다.
“안 합니다.”
“네가 딱 어울리는데. 헨드릭 산 맥의 악몽인 케리만을 잡은 영웅이 기도 하잖냐.”
“아. 안 해요. 안 해.”
요한은 귀찮아하며 대장간을 나 갔다.
그를 따라 나온 마고 후작은 연 신 요청했다.
그것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홀린 요한은 응원단이 머무는 곳에 오자마자 메이를 잡았다.
“야. 메이. 너 후작님 관리 안 하 냐?”
“어? 무슨 일 있으십니까?”
“크흠. 아무것도 아니라네.”
성철쇄 기사단,로디악 기사단을 이끌고 전략회의를 하던 나마스는 이상하다는 듯 마고 후작을 보았다.
아무리 마고 후작이라고 하더라 도 왕자가 보는 앞에서 검은 요새 의 관리권을 귀족에게 넘기자는 말 은 못 했다.
그를 향해 씩 웃은 요한은 마고 후작의 등을 토닥였다.
“다 잘 될 겁니다. 순리라는 게 있잖습니까.”
“검 한 자루로 요새 문을 반쯤 부숴 놓는 녀석이 순리를 언급하다 니.”
“하하하. 다 그런 거죠. 그럼…… 누굴 데리고 가야 하나.”
“어디 가나?”
“예. 내성에 들어갔다 오겠습니 다. 일단 타로트가 있는지 확인 좀 해보고. 그리고 성문을 열어놓지 요.”
“아직 전략회의가 안 끝났는데!?”
놀란 나마스를 향해 요한은 심드 렁한 어조로 답했다.
“성문 다 열리고,지휘관 잡고. 거기에 제가 안에 있는 놈들 반은 잡을 텐데 전략회의가 필요합니 까?,’
이번 싸움은 일반적인 공성전이 라고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공성을 하는 것조차도 아 니니 말이다.
나마스가 떨떠름하게 동의하자 요한은 에밀리를 잡았다.
“얘는 제가 데리고 가도 됩니까?”
“에밀리를? 그건 상관없는데…… 괜찮겠나?”
“어…… 그건.”
“괜찮아요. 부단장.”
“다녀오십시오.”
로디악 기사단의 단원들은 훈훈 하게 웃었다.
혼자서 사지로 가는 것이라면 막 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것은 낮에 엄청난 위업을 보여 준 요한이다.
셀렌과 파이고는 흐뭇하게 웃으 며 요한에게 다가갔다.
“자작님.”
“저희 부단장님 잘 부탁드립니 다. 생긴 건 저렇게 듬직하지만 마 음은 아직 소녀인 분이니까.”
“야! 누가 소녀야!?”
셀렌과 파이고가 자신을 놀리자 에밀리는 붉어진 얼굴로 외쳤다.
요한과 에밀리를 번갈아 바라보 던 나마스는 의아해했다.
“둘이 사귀나?”
“아닙니다!”
에밀리는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누가 봐도 얼굴이 붉어져 있는 것이 뭔가 있어 보였다.
“둘이 사귀는 것이라면 충분히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에밀리 자작. 정말 괜찮은 건가?”
“으음…… 그건……“괜찮습니다. 부단장님.”
부단장으로서 부하들을 이끌어야 한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을 지 켜야 하는 것은 부단장인 자신이었 다.
결국 요한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그녀가 고개를 저으려는 찰나.
셀렌과 파이고는 그녀를 잡았다.
“기회를 놓치지 마라니까 그러 네.”
“부단장님. 이건 찬스입니다. 위 기의 순간에서 서로의 등을 맞대 느......”
“으윽……다른 로디악 기사단원들도 계속 권했다.
결국 그들에게 밀린 에밀리는 한 숨을 쉬었다.
“나마스 왕자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로디악 기사단은 일단 내 통제를 따르게 해야겠군. 요한. 신 호는 어떻게 할 거지?”
“불을 지르겠습니다.”
기름통 몇 개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요한이 말하자 나마스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럼 부디 주의해주길 바라네.”
* * *에밀리와 마고 후작을 따라온 어 린 치유사 롬벨을 데리고 요한은 외성의 어둑한 곳으로 향했다.
낮에 성문을 박살 낸 덕분에 그 의 생각대로 그쪽으로 병력이 모여 있었다.
“자. 이제 어떤 신기한 방법으로 외성을 통과할 거지?”
에밀리가 묻자 요한은 씩 웃었 다.
“아주 놀랄만한 방법을 써야지.”
“오…… 기대되는데.”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 었다.
그의 손에서 나온 것은 두툼한 밧줄이 었다.
“그걸로 뭘 하려고? 성벽을 잡아 당겨서 무너트리려고?”
기대하는 에밀리에게 요한은 심 드렁하게 답했다.
“아니. 그냥 걸고 올라갈 건데?”
너무 평범한 방법에 에밀리는 오 히려 크게 놀라 버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