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22화
297. 명분은 얻었다 (2).
“요한!”
마고 후작의 부름을 받은 요한은 셀렌과 파이고를 에밀리에게 맡겼 다.
그가 있는 곳에는 나마스와 마법 사들이 있었다.
[마고 후작님께 상황을 들었다.]
수정구 안쪽에 있는 것은 미하엘 이었다.
그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있었다.
[설마 타로트 사령관께서 그런 짓을 하실 줄이야…….]
“그런 짓을 하셨더군요.”
[일단 그와 만나보는 것이 우선 이다. 정말 필로틴 제국과 손을 잡 은 것인지 확인해야 해.]
“그런데 타로트 숙부님께서 정말 그런 것일까? 아니. 그렇다고 하더 라도 일을 이렇게 무식하게 처리하 실까?”
나마스가 아는 한 타로트는 꽤나 용의주도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일을 허술하 게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진짜 이적행위를 했다고 하 더라도.
일단은 응원단을 받아들인 후 내 부에서 처리를 했을 것이다.
이렇게 무식하게 막아내지는 않 을 것이 분명했다.
[타로트 사령관은 마고 후작님과 요한을 꽤나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 다.]
마고 후작의 정치력과 분석력 통 찰력.
요한의 무력.
그 모든 것들은 경계의 대상이었 다.
그런 만큼 응원단이 내부에 들어 온다면?
그리고 그곳에서 이적행위가 들 키고 전투가 발생한다면?
차라리 검은 요새를 이용해 막아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지도 모 른다.
“그렇다는 것은 안쪽에 확실히 필로틴 제국과 협력할 만한 뭔가가 있다는 이야기겠군요.”
[어쩌면 요한. 자네를 경계한 것 일 수도 있겠지.]
바깥에 있는 병사들과 인부들은 버릴 수 있는 패다.
하지만 내부에 있는 전력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러니 검은 요새의 성벽으로 방 어를 하려는 것이다.
요한이 가진 석상의 광기는 직접 마주해야 전염되는 것이니 말이다.
미하엘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일단 근처에 있는 영지에 지원을 요청하지. 그 곳에서 공성 장비를 받고…….]
“그 지원이 또 언제 올 줄 알고? 그리고 지금 겨울입니다. 응원단이 계속 밖에서 머무를 수는 없죠.”
시간을 오래 끌면 농성하는 측이 유리하다.
그런 만큼 이번 일은 빨리 처리 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한가하지는 않단 말이지……요한이 원하는 것은 필로틴 제국 으로의 잠입이다.
그것을 위해서 이 길을 고른 것 인데 돌아가는 것보다 더 시간이 걸리면 본말전도다.
그렇기에 요한은 제안했다.
“제가 안으로 들어가서 성문 열 겠습니다.”
너무 뜬금없는 발언이었다.
이곳에 공성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병력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쉽게 하다니.
모두가 경악하며 바라보았지만 요한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군. 하지만 그 전에 타로트 사령관과 이야기를 해보게. 폐하께서도 그리말씀하셨어.]
“귀족원에서는요?”
[그건…….]
“미하엘 단장. 저는 귀족입니다. 폐하의 명도 따르지만 귀족원의 판 단은 결코 무시 못 합니다.”
요한의 발언에 마고 후작은 당연 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이라면 귀족원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미귀족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 을지는 내 짐작하고 있소.”
[무슨……?]
“당장 타로트 사령관을 잡아 즉 결처형하라는 것이겠지. 그리고 검 은 요새를 당분간 요한이 맡고. 틀 렸소?”
[마고 후작님. 하지만 그건.]
그리될 경우 왕가의 힘이 크게 약화된다.
그뿐만 아니라 차후 검은 요새의 사령관을 귀족 측에서 결정할 수도 있었다.
가뜩이나 무력이 모자란 왕가다.
그렇기에 왕가를 따르는 미하엘 은 난감해했다.
[선택은 요한이 하는 것 아니겠 습니까? 요한. 현명한 선택을 바라 네.]
타로트를 잡아 바로 죄를 물어 처형할 것인가.
아니면 그와 대화를 하여 오해가 있다면 풀고 안전하게 일을 처리할 것인가.
판단은 검은 요새에 들어갈 요한 이 내릴 일이다.
마고 후작.
수정구 너머의 미하엘.
둘만이 아닌 이 자리의 많은 이 들이 요한을 응시했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요한은 뒤 통수를 긁적거렸다.
“지금 그 얘기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안쪽에 뭐가 있는 지.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부터 알아보지요.”
‘그리고 타로트는 제거하고.’
이미 요한은 결정을 내렸다.
타로트에게 죄가 있든 없든 그를 제거하기로.
자신을 거슬리게 한 왕족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
귀족원에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문제가 생기면 귀족원에서 커버해 주겠다는 말.
그럼 그냥 죽이면 된다.
그 기회를 뭣 하러 날리나.
하지만 보는 눈이 많으니 요한은 살짝 빼는 모습을 보였다.
“안 죽이겠다는 말은 안 하는 군.”
요한의 속셈을 눈치챈 마고 후작 은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마고 후작 입장에서도 타 로트가 죽어주면 감사할 일이었다.
[요한! 잘 생각해보게!! 자네가 귀족이지만 폐하의 신하이기도 하 니까!!]
“그럼 슬슬 시간 됐으니 가보겠 습니다.”
씩 웃은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가 걸어가려 하자 나마스는 요 한을 잡았다.
“요한. 타로트 숙부님을 제거할 생각이냐?”
“그럼 그냥 넘어갑니까?”
“그건……“다음부터 이러지 마세요. 라고 토닥여 주고?”
원래 왕족이라면 어느 정도는 눈 을 감아주기 마련이다.
나마스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자신이 어렸을 때 타로트는 늘 자신을 볼 때마다 귀여워해 줬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안타까워했고.
그런 숙부와 이렇게 사이가 틀어 지게 되다니.
씁쓸함이 입안에 감돌기 시작했 다.
“왕자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뭐?”
요한은 나마스를 향해 씩 웃었 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공명정대하고,또 자신에게 부끄 립지 않을 사람이다.
‘그렇기에 왕이 되지는 못하겠 지:왕이 되고자 하는 자.
자신의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피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때로는 비정하게 자신의 사람을 쳐낼 줄도 알아야 하는 법.
자신에게조차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나마스다.
그런 그에게 왕위는 참으로 어울 리지 않는 자리라고 생각되었다.
“왕자님께는 정말 검은 요새의 사령관 자리가 잘 어울릴 것 같습 니다.”
“……요한. 너는……“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뿐. 왕자님께서는 왕자님께서 하셔야 할 일을 하시죠.”
예를 갖춰 인사한 요한은 그대로 가버렸다.
그가 다가오자 기다리고 있던 타 이론 기사단의 기사들이 움직였다.
“시작합니까?”
“어. 시작해.”
검은 요새에 선언했던 시간이 거 의 다 되었다.
요한은 포박된 필로메탄을 끌고 앞으로 나갔다.
“어이. 거기 병사들.”
“예?”
“지금 우리는 왕가와 귀족원의 명령에 따라 검은 요새에 진입하려 고 한다. 방해하는 놈들!!”
미스릴 검을 꺼낸 요한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다 역적으로 취급해주지.”
역적의 대우는 최하가 사형이고 최고는 가족들까지 연좌제로 전부 처형이다.
그럴 생각 따위는 전혀 없는 병 사들과 인부들은 황급히 물러났다.
삽시간에 검은 요새 앞의 공터에 서 사람들이 사라졌다.
그것에 만족한 요한은 필로메탄 을 툭 걷어찼다.
“타로트 사령관!!! 오래간만에 얼굴이나 좀 봅시다H!”
거칠게 외친 요한은 미스릴 검을 들었다.
그의 검에 비친 빛이 번쩍인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의 피를 먹 었던 백색의 검이 금방이라도 내려 쳐 질 것 같았다.
“네 부하가 죽게 생겼는데 그렇 게 계속 숨어 있을 건가!!”
이제는 존대조차도 아니다.
요한은 즐거워하며 강렬하게 포 효했다.
검은 요새의 성벽 위에 있는 레 인저들과 병사들은 묵묵히 요한을 노려보았다.
“시간 다 됐습니다.”
타이론 기사단의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한은 다시 검은 요새를 보았 다.
하지만 요새의 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냐?”
“으…… 이놈•"… 이놈……“이렇게까지 했는데 타로트가 안 나온다는 이유가 뭘까?”
tt......큭"
“난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
씩 웃은 요한은 미스릴 검을 그의 목에 가져갔다.
“첫 번째. 타로트 사령관이 미쳤다.”
“ ,,“두 번째. 타로트 사령관은 이미검은 요새에 없다.”
“멋대로 생각해라.”
“응. 멋대로 생각할 거야.”
•■서걱!!
가볍게 그어진 검은 필로메탄의 목을 잘라버렸다.
그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본 요 한은 피식 웃었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거든.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갈 테 니까.”
이정도면 선전포고로 훌륭하다.
검은 요새 위에 있던 자들은 분 명 이 광경을 모두 보았을 것이다.
요한은 미스릴 검을 검은 요새에 겨눈 채 외쳤다.
“이 자리에 있는 로드만 왕국의 백성들이여!! 병사들이여!!”
“ ,,“지금 이 순간 타로트 로드만은 로드만 왕국을 배신하였고!! 왕가의 은혜를 저버린 파렴치한 역적이 되 었다!! 그러니 선언하니!!”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성괘가 모습 을 보이자 성벽 위에 있던 이들은 움찔했다.
광왕 요한.
그의 이름의 증거라 할 수 있는 성패가 나온 것이다.
저 안에 있는 석상이 나온 순간 부터가 진짜다.
긴장하는 이들을 향해 요한은 싸 늘히 웃으며 외쳤다.
“죽기 싫으면 얌전히 항복해라!!”
하지만 항복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한 대의 화살만이 날아들그것을 가볍게 잡아젠 요한은 화 살을 뒤로 획 던졌다.
“아주 훌륭한 대답이다!!”
요한은 터벅터벅 요새의 문을 향 해 걸어갔다.
필로틴 제국 쪽을 향한 문 만큼 은 아니지만 이쪽의 문도 꽤나 두 껍 다.
드워븐 합금이 섞여 있는 철문을 노려보며 걷던 요한은 미스릴 검을 휘둘렀다.
-채애앵!!
쏘아지는 화살들과 날아드는 돌 멩이.
거기에 투창까지 요한을 노렸다.
하지만 그는 여유롭게 검을 휘둘 러 튕겨냈다.
큰 피해 없이 요새의 문 앞에 도착한 그는 크게 발을 굴렀다.
“하아아!!”
심장에 있는 일곱 개의 코어가 회전하며 막대한 힘을 불러모았다.
그의 미스릴 검에 담기기 시작한 핏빛 오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맙소사……“뭐,뭐야. 저거.”
“크고 아름다워……요한의 검에 맺힌 오러가 기둥 수준으로 커져가고 있었다.
모두가 놀라 경악하고 있던 와중 에 마고 후작은 덜덜 떨며 중얼거 렸다.
“저게…… 저게 가능한 일인가?”
어떤 초인이 저런 오러를 만들어 내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이 기현상을 보는 대부분은 경악했다.
오직 단 한 명.
에밀리만이 무척이나 안타까워했 다.
‘난 아직 멀었구나……저런 괴물의 옆에 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각오를 다졌을 때쯤.
요한은 자신의 미스릴 검에 만족 했다.
‘그래. 이정도는 버텨줘야지.’
다른 검 같았으면 버티지 못하고 벌써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스릴 검은 그의 오러를 거뜬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으라차!!”
거대한 오러를 머금은 미스릴 검 을 요한은 양손으로 잡았다.
“마,막아!!”
“화살!! 기름! 뭐라도 해!! 뭐라 도!!”
그가 문을 공격하려는 것을 눈치 챈 이들이 어떻게든 막으려 했다.
하지만 요한은 어느새 검을 휘두 를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과아아아아앙!!!
붉은 오러가 뿜어지며 성문에 격 돌했다.
“후우우……강력한 일격에도 성문은 그저 비 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저 정도 공격을 했으니 또 공격 은 하지 못할 것이다.
검은 요새 위에 있던 이들은 오 러를 풀어버린 요한을 향해 무기를 들었다.
“지금이다! 쳐……그들이 외친 순간.
요한의 미스릴 검에서 아까보다 더욱 거대한 오러의 기둥이 생성되 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