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21화
296. 명분은 얻었다 (1).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다키스트만 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가 가진 필로틴 제국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었다.
다키스트의 원래 출신지는 필로 틴 제국.
하지만 그가 어렸을 때 그가 살 던 고향은 황가의 사냥터가 되었다.
결국 유랑민이 된 그와 그의 가 족은 제국의 황가를 위한 노역장으 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후 그곳에서 그의 가족들은 모 두 죽었고,결국 다키스트 혼자 남 아 탈출해 로드만 왕국에 오게 되 었다.
그 후로 로드만 왕국에서 실력을 쌓아 레인저가 된 그다.
그런 그가 필로틴 제국으로 도망 친다?
다른 나라라면 모를까 결코 필로 틴 제국으로 도망치지는 않았을 것 이다.
‘그런데 이런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겠군.’
“그래서? 응원단이 들어가지 못 하게 하는 이유는 뭐지?”
나마스에게 있어서 누가 캡틴인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하나.
응원단이 왔는데도 왜 성문을 열 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타로트 사령관님의 명령입니다. 누구도 검은 요새에 들어오지 못하 게 하라는……“그렇다면 사령관께 전해다오. 이번 응원단에는 나 나마스뿐만 아 니라 마고 후작님도 포함되어 있다 고.”
“죄송합니다. 지금 검은 요새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그는 천천히 나마스의 뒤쪽을 보 았다.
그의 뒤에 있는 응원단을 훑어본 필로메탄은 고개를 저었다.
“저들 중에 제국의 첩자가 없다 는 보장은 할 수 없잖습니까.”
“뭣이라!!? 저들 모두 자랑스러 운 로드만 왕국의 백성들이다!!”
“그 자랑스러운 로드만 왕국의 백성들이었던 레인저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큭…… 네놈과 할 말은 없다니 당장 문을 열든! 아니면 사령관을 모시든 하여라!!”
이런 식으로 길을 막을 줄은 몰 탔다.
나마스가 분노하며 외치자 필로 메탄은 고개를 저었다.
“응원단이 아니라 폐하께서 직접 오신다고 하시더라도.”
그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신호와 함께 성벽 위에 있는 병 사들이 무기를 잡았다.
“검은 요새에는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이것은 반역행위다!!”
“저희는 타로트 사령관의 명령만 을 따를 뿐입니다. 그리고 응원은 이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닙 니까?”
굳이 요새 안으로 들어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바깥에도 자리는 많고,응원이 필요한 자들은 넘쳐난다.
필로메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꽤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을 응시 하고 있었다.
“애초에 저희는 응원 같은 것은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연락도 없었 구요. 그러니 가져오신 식량과 술 로는 저들을 위한 응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검은 요새의 식량 사정이 꽤 괜 찮은가 보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올해 지급될 지원이 적어질 텐데!!”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필로메탄은 씩 웃었다.
그를 바라보던 요한은 이를 드러 내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저 안에 들어가 보고 싶 어.”
요한의 손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피어올랐다.
대놓고 싸울 준비를 하는 요한을 향해 필로메탄은 고개를 저었다.
“자작님께서 광왕이라 불리시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로드만 왕국 군에게 그 힘을 보이실 생각은 아 니시겠지요?”
“못할 건 또 뭔데? 그리고 재들 은 필로틴 제국의 피난민들 아냐?”
전에 왔을 때 들었던 정보를 언 급했다.
요한이 빈정거리자 필로메탄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저희는 사령관님의 명령 에 따라 성문을 열 수 없습니다.”
그는 냉정히 말한 후 고개를 끄 덕였다.
잠시 후 성벽에서 줄사다리가 내 려 왔다.
“가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묻자. 성벽은 왜 저딴 식으로 쌓는 것이 냐?,’
“다키스트가 레인저들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켜 검은 요새의 힘이 꽤나 줄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문에 순찰과 경계 인원이 줄었고…… 그로 인해 헨드릭 산맥 을 넘는 필로틴 제국의 적들이 많 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하려는 것뿐입니 다.”
“단지 그것뿐?”
“그 외에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 까?,’
“이유야 있겠지. 타로트 사령관 이 필로틴 제국과 손을 잡았다거 나.”
요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를 바라보던 필로메탄은 어깨를 으쏙였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수색명령 서라도 가져오시지요. 저런 응원단 이 아니라. 그렇다면 따르겠습니 다.”
꽤나 밈살맞은 어조로 말한 그는 손을 들었다.
그 신호를 받은 이들은 밧줄을 잡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로메탄 역시 마찬가지 로 밧줄을 잡았다.
-서걱!!
하지만 그가 잡은 밧줄은 그대로 끊겨 버 렸다.
“윽!!”
순식간에 복귀할 방도가 끊겼다.
놀란 필로메탄이 고개를 돌렸을 때.
그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빠아악!!
그대로 그의 턱을 후려갈긴 요한 은 쓰러진 필로메탄을 짓밟았다.
“야. 미쳤지? 어디 레인저 따위 가 고개 빳빳이 쳐들고 그따위로 말하냐.”
一퍽! 퍽 H“억! 억!”
“왜? 또 지껄여보지 그러냐? 응? 수색명령서? 이게 수색명령서다.”
그를 일으켜 세우고 얼굴에 한 방.
“크억!!”
“이건 귀족원 원장님의 허가증이 고.”
복부를 강하게 맞은 그가 고꾸라 지자 요한은 필로메탄의 다리를 걸 어 버렸다.
“아까 아주 위세 좋게 떠들던 데!? 응? 야. 까부는 것도 사람 봐 가면서 까불어야지. 그렇게 쿨하게 가려고 하면 누가 보내준다냐?”
요한은 가차 없이 그를 후려 찼 다.
얼추 속이 좀 풀렸을 때쯤 그는 빈사 상태가 된 필로메탄을 질질 끌고 왔다.
“왕자님. 이거 어떻게 하죠? 목 을 치는 게 나을까요?”
검은 요새의 성벽 위에서는 이미 꽤나 많은 병사들과 레인저들이 긴 장하고 있었다.
바로 무력충돌이 예상되는 상황 이었다.
그들.
그리고 요한을 번갈아 바라본 나 마스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요한…… 넌…… 넌 정말 대단 한 남자구나.”
“하하.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설마 이렇게 대차게 나올 줄은 누가 알았겠나.
병력적인 측면에서 이쪽이 크게 밀린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몸을 사 리는 게 맞는데 요한은 그런 것 따 위는 없었다.
어찌 보면 대책 없고,또 어찌 보면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왕자님께서는 망설임이 있으시 니…… 제가 알아서 하지요.”
레인저 캡틴을 저렇게 됐는데 이 제 뭘 더 어쩌겠나.
나마스가 허락하자 요한은 필로 메탄의 덜미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타로트 사령관에게 전해라!! 레 인저 캡틴 목 날아가는 꼴 보기 싫 으면 당장 나오라고. 유예시간은 한 시간이다!!”
그의 외침을 들은 성벽 위에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만족한 요한은 나마스와 필로메 탄을 데리고 응원단이 있는 곳으로 복귀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이 복귀하자마자 에밀리는 분통을 터트렸다.
이것은 왕가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귀족의 대표로 온 마고 후작까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문전 박대를 한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흥분하지 말라고.”
아까 제일 흥분했던 요한이 냉정 히 말하자 모여 있는 이들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무시하며 요한은 히죽 웃었다.
“하아. 요한. 어떻게 할 생각이 냐?,’
“음…… 일단 기다려보죠. 그래 도 레인저 캡틴이라는데 그냥 죽게 두지는 않겠죠.”
“정 뭐하면 수도에 이 상황을 알리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닐 듯싶군.”
“동행한 마법사가 있으니 수도에 알리도록 합시다.”
나마스가 성철쇄 기사단원들과 함께 마법사를 불렀다.
그 사이 바깥에 있던 병사들은 난감해하며 다가왔다.
“저…… 너무 화를 내지 말아주 셨으면 합니다.”
“저희들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지 꽤 되었습니다.”
“언제부터 성문이 닫혔나?”
“전에 요한 자작님께서 오시고나서 통제를 좀 하더니…… 갑자기 성문이 닫혔습니다.”
“그것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사 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다키스트의 반란은 무슨 이야기지?”
병사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성문이 닫히고 며칠 후였습니 다. 성 안쪽에서 큰 소란이 벌어졌 고,레인저들이 성벽을 타고 내려 와 탈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데 뭉쳐 헨드릭 산맥으로 들어갔다.
그들을 추적하기 위한 다른 레인 저들이 움직였고 며칠 후 복귀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추격을 나갔 던 레인저들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인부도 못 들어가나?”
“아예 저 문 자체가 열릴 일이 없습니다.”
“필로틴 제국 쪽은?”
“그건 저희도 잘……“헨드릭 산맥의 순찰은?”
“외부에 있었던 인원들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인저들도 적고 해서…… 순찰이 잘 되지는 않고 있지요.”
헨드릭 산맥은 훈련받은 자들이 아니면 산을 타는 것조차 힘들다.
그러다 보니 순찰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정예병은 안에 있다는 건가? 잘 안 나와?”
“예. 뭐…… 필로틴 제국 쪽의 문으로는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만……그쪽은 이곳에 있는 자들로는 확 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정보를 얻은 요한이 응 원단의 안으로 돌아왔을 때.
에밀리는 두 명의 노동자와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
셀렌과 파이고였다.
노역꾼으로 위장하고 있던 그들 은 요한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래간만입니다. 자작님.”
“야. 너희 되게 잘 어울린다. 원 래 인부였냐?”
“윽…… 농담도 잘하십니다.”
“뭔가 알아낸 것 있어? 다른 병 사들이 하는 얘기 들어보니까 안에 는 아무나 못 들어가는 것 같던데.”
“예. 저희도 시도해봤지만…… 전부 실패했습니다.”
검은 요새에 잠입한 로디악 기사 단원은 총 넷이었다.
둘은 밖.
또 둘은 안쪽이다.
셀렌과 파이고는 밖에서 대기하 고 있었고 나머지 둘은 안쪽에 있 었다.
그들과도 연락을 할 수 없으니 둘도 난감할 뿐이었다.
“통신마법은 안될테고. 뭔가 연락을 주고받을 수는 없나?”
“없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그들 이 성벽 밖으로 떨어트리는 정보지 만 받을 뿐입니다.”
파이고는 조심스레 말한 후 요한 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반응에 요한은 이상함을 느 꼈다.
“뭐 할 말 있냐?”
“그게…… 사실 어제 안쪽의 요 원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말하길 안에서 에슐론을 봤다고 합 니다.”
“뭐? 그거 진짜야?”
만약 진짜라면 타로트가 율무기 와 손을 잡았다고 봐야 한다.
요한이 놀라자 파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셀렌도 할 말이 있었나 보다.
그녀는 에밀리와 요한을 번갈아 바라보고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며칠 전 헨드릭 산맥을 넘 어봤습니다.”
노역장을 몰래 빠져나가 헨드릭 산맥을 넘었다.
그리고 필로틴 제국 쪽에서 검은 요새를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은 이곳과 다르게 꽤나 한적 했고 조용했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서 물자가 들 어오고 있었다.
“지금 검은 요새는 필로틴 제국 에서 물자를 받는 것으로 추측됨니 다. 즉……로드만 왕국 쪽으로의 성벽이 완 성되면?
어쩌면 그때부터 필로틴 제국이 움직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다키스트 캡틴 있잖습니 까.”
“응. 안 그래도 개 소식이 궁금 했다. 진짜 반란을 일으킨 것 맞 아?”
“아닙니다. 실제로는 필로틴 제 국과 협력하려는 것에 저항했고, 그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고 헨드 릭 산맥에 숨어 있습니다.”
“뭐야? 어째 본 것처럼 말하는 데?”
“네. 그가 있는 곳도 압니다.”
“……하. 대단하구만. 다른 레인 저들은?”
“모두 죽었답니다.”
그 정도면 상당한 전력 손실이 다.
아쉬워하던 요한은 가볍게 얼굴 을 쓸어 만졌다.
“그래도 이정도면 타로트를 쳐낼 명분은 충분하겠군.”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