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20화
295. 거짓말이네 (3).
검은 요새의 사령관이 할 일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가 맡아야 할 임무가 무엇인가.
북방을 지키며 필로틴 제국에서 함부로 헨드릭 산맥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롱기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타로트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왕족이라고 해도 용서받 을 수 없는 일.
귀족원에서 알면 바로 그의 사령 관직을 박탈하자고 할 일이었다.
“타로트 숙부님께서 그럴 리 없 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그럴 사람 으로 보이는데.’
요한은 슬쩍 마고 후작을 보았 다.
그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다.
예전에 마고 후작에게는 한 번 말한 적이 있었다.
타로트는 야망을 가지고 있고,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형과 조 카들을 죽일 수 있는 자라고.
어쩌면 그것이 실현되어가고 있 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한. 잠깐만.”
“예.”
결국 마고 후작은 요한을 불렀 다.
그를 데리고 온 마고 후작은 나 마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어조로 물었다.
“설마 타로트 사령관이 필로틴제국과 손을 잡은 것일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겠 군요.”
“하지만 검은 요새의 병력만으로 는 힘들 텐데?”
“만약 율무기의 제안을 받았다 면?”
“응?”
요한은 전에 검은 요새에서 있었 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것을 들은 마고 후작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러니까 타로트 사령관과 대놓 고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
“예. 가뜩이나 불리한 상황인데 저까지 적대적으로 나왔으니…… 타로트 사령관이 선택할 것은 뻔하 지 않습니까?”
현재 필로틴 제국의 율무기,율 경과 요한은 적대관계다.
그러니 요한을 상대하기 위해서 라도 타로트는 필로틴 제국의 손을 빌렸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 마드모스 왕국을 향한 선 전포고도 이걸 속이기 위한 눈속임 이라는 건가?”
“그건 일단 가서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전에 봤을 때는 검은 요새 자체 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 는데……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양유위가 심어 둔 도둑들이 그것을 알고 보 고했을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근래.
갑작스레 검은 요새에 대한 통제 가 시작된 이후의 일이다.
“역시 타로트 사령관을 만나봐야 뭘 알지. 지금으로써는……“끙…… 정녕 그것밖에 답이 없 는 건가.”
어쩌면 검은 요새로 들어가는 자 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
마고 후작이 긴장하자 요한은 그 의 양 팔을 꽉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후작님 은 지킬 거니까 걱정 마십시오.”
“하. 이거 든든하다고 말해야 할 지 불안하다고 해야 할지.”
검은 요새로 가자고 한 것도 요 한.
지켜주겠다고 한 것도 요한이다.
위험과 더불어 안심을 주는 그를 향해 마고 후작은 쓰게 웃었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믿어야 겠지.”
그의 어깨를 토닥인 마고 후작은 마차로 돌아갔다.
그 사이 요한은 다시 롱기니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얻을 정보는 거의 다 얻은 것 같은데. 슬슬 죽이는 게 어떻겠습 니까?”
“헉!? 저,전부 말씀드렸는데 ■ ,,“난 말하면 살려준다는 얘기는 한 적 없어.”
요한이 미스릴 검을 들자 신음하 던 나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필로틴 제국에 대한 원한이 있 나?”
“"•…그렇습니다.”
“그럼 나와 함께 할 생각은 없 나?”
뜬금없는 등용 제안이다.
그 제안을 들은 롱기니는 요한과 에밀리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로드만 왕국의 제 이왕자 나마스 로드만이다. 롱기니. 너에게 바라는 것은 충심이 아니다. 그 저……“그,그저?”
“자네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율무 기를 쳐내기 위한 협력 정도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 그때 까지 손을 잡자는 이야기였다.
롱기니는 다시 요한과 에밀리의 눈치를 살폈다.
“저…… 저를 신뢰하실 수 있으 십니까? 왕자님께서는……“나도 후계자이지만…… 이제는 그 자리와는 멀어졌으니까.”
“왕자님!”
“아직 모르는 겁니다!”
나마스가 힘없이 말하자 성철쇄 기사단의 기사들은 다급히 그를 말 렸다.
하지만 나마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틀렸다는 것쯤은 알고 있 어. 그렇다면…… 왕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만약 정말 타로트가 잘못된 생각 을 하고 있다면?
타로트는 왕족이다.
왕족을 치고 처단할 수 있는 것 은 왕족뿐.
잘못된 행동을 하는 숙부를 벌하 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그는 생 각하고 있었다.
“왕자님……“그것이 로드만 왕국을 위한 일 이니까.”
최악의 경우 숙부를 죽인 비정한 조카라는 이름이 알려질 수도 있었 다.
그것 때문에 가뜩이나 없는 인기 가 더 떨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 었다.
“요한. 도울 건가?”
“타로트 사령관께서 진짜 직무유 기를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직무 유기가…… 로드만 왕국에 해가 되 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요한은 끼고 있던 팔짱을 풀었 다.
그리고 나마스의 눈을 똑바로 응 시하며 물었다.
“그럼 정말 타로트 사령관을 베 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는 짧게 신음성을 토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결국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그래.”
“그럼 됐습니다. 돕지요.”
요한 역시 타로트의 실각을 바라 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나마스와 손을 잡는 것이 낫다.
그의 대답을 들은 에밀리도 검을 잡았다.
“저 역시 왕자님을 돕겠습니다.”
“참나. 그토록 힘을 빌려달라고 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더 니…… 둘 다 이럴 때만 나서는 건 가?”
“로드만 왕국을 생각하시는 왕자 님을 위해서라면 뭘 못하겠습니 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는 요한 을 향해 나마스는 피식 웃었다.
그는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야겠지…… 그게 왕가를 위 해 내가 해야 할 일이겠지.”
그의 목소리는 꽤나 풀이 죽어 있었다.
일단 롱기니는 성철쇄 기사단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는 과거 자신을 따르던 패잔병 들의 시체를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 았다.
“이제 와서 할 말은 아닌데 재들 다 죽여서 미안.”
“아닙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넘 어오면 갈라지려고 했습니다.”
“네 부하들 아니었나?”
“아닙니다. 제 부하들은 이 미……예전에 전부 죽거나 율초아에게 흡수되 었다.
그 이후 따르던 부하들도 모두 추격에 휘말리며 흩어졌다.
저들은 어쩌다 보니 어울려 이끌 었을 뿐.
죽음을 애도할 정도의 사이는 아 니었다.
“그럼 됐네.”
“그나저나 광왕께서 사과의 말씀 을 꺼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같은 편인데.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뒤 통수 치는 짓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난 그거 되게 싫어하거든.”
꽤나 진심이 담긴 어조였다.
롱기니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은 만족했다.
“가봐. 일단 한정적이기는 하지 만 같은 목적을 위해 열심히 싸워 보자고.”
“예.”
롱기니가 성철쇄 기사단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에 밀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자를 믿을 수 있을까?”
“뭐…… 그건 나마스 왕자님께서결정하실 일이지.”
。흐음……“왜?”
“만약 타로트 사령관이 진짜로 필로틴 제국과 내통하는 것이라 면…… 어떻게 되는 걸까?”
에밀리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북방을 지켜주는 든 든한 아군이 적이 될 수도 있는 것 이다.
걱정하는 그녀를 향해 요한은 씩 웃었다.
“검은 요새의 모두가 저항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특히나 거기 있는 레인저나 병사들 중에는 필로틴 제국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놈들이 많거든.”
“그래?”
“음. 특히 레인저 캡틴 다키스트 가 가진 필로틴 제국에 대한 원한 은 굉장하지.”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그는 절 대 필로틴 제국과 손을 잡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진짜 타로트가 필로틴 제 국과 손을 잡고 있는거라면 레인저 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어. 너무걱정 말자고.”
“그런가……“거기에 나마스 왕자님이 나서신 다면…… 명분도 우리 쪽이 가질 수 있고.”
검은 요새에 있는 자들 중에는 타로트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도 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이들은 분명 로드만 왕국을 따르는 자들.
타로트가 필로틴 제국과 손을 잡 았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분명 그를 버리고 아군에게 붙을 것이다.
“흐음…… 그럼 검은 요새는 누가 다스리게 될까?”
요한은 대답 대신 슬쩍 성철쇄 기사단이 있는 쪽을 보았다.
“나마스 왕자님? 그렇게 된다면 헤르듀크 왕자님도 좋아하겠군. 또 폐하께서도 만족하실 것이고.”
“쉽게 일이 풀리면 좋으련만 ,,“뭐. 쉽게 풀리겠지. 안 풀려도 걱정 마.”
‘내가 쉽게 풀리게 만들 생각이 니까.’
꽤나 자상한 어조로 말하는 그를 에밀리는 빤히 응시했다.
“왜?”
“네가 이렇게 친절하게 나오니까 오히려 불안해지네.”
하지만 말로만 투덜거릴 뿐 그녀 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나저나 셀렌과 파이고와는 언 제 합류할 생각이지?”
“그들은 현재 검은 요새의 노역 꾼으로 변장하고 대기하기로 했어. 그사이 계속 조사를 해야 하니 까……“그럼 합류할 때 검은 요새 근처 의 노역장에서 만나야겠군. 알았 어.”
간단히 말을 끝낸 요한은 몸을 돌렸다.
그가 멀어지자 에밀리는 작게 한 숨을 쉬었다.
* * *롱기니가 합류한 이후에도 몇 차 례의 습격은 더 있었다.
도적.
그리고 헨드릭 산맥을 넘어왔다 는 패잔병과 몬스터들도 있었다.
하지만 검은 요새에 소속된 순찰 인원들은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점점 롱기니의 증언이 현실화되 어가는 와중에 응원단은 검은 요새 근처에 도착했다.
응원단의 선두에 있던 나마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도대체……검은 요새의 세 번째 성벽이 만 들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성벽의 모양이었다.
“이건…… 이쪽에서의 공격을 염 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검은 요새는 필로틴 제국의 침공 을 막기 위한 곳이다.
당연히 로드만 왕국 쪽으로는 방 어성벽을 쌓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방 벽들은 대놓고 로드만 왕국 쪽으로 지어지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응원단이 오는 것 때문일까?
검은 요새에 소속된 것으로 보이 는 병사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선두에 나선 요한을 보자 바로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요한 자작님.”
“그래. 그런데…… 이게 뭔 꼴이 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벽을 왜 이쪽을 향해 짓고 있 는 거냐고.”
병사들은 난감해했다.
그냥 시키니까 이렇게 짓고 있는 것이지 이유는 모른다.
원래 군인이라는 것은 까면 까야 하는 입장 아닌가.
그들이 답변을 못 하자 나마스는 이를 갈았다.
“당장 요새에 들어가 봐야겠군.”
“지금 당장 들어가실 수는 없을 겁니다.”
“뭐!? 우리가 가는 것에 대한 보 고는 되어 있을 텐데? 파발이 도착 하지 않았나?”
병사들은 꽤나 난감해했다.
그들이 답을 못하자 나마스는 자 신을 따르는 성철쇄 기사단원들과 함께 성문으로 향했다.
굳게 닫혀 있는 성문을 향해 나 마스는 거칠게 외쳤다.
“나는 로드만 왕국의 왕자! 나마 스 로드만이다! 왕가에서 검은 요 새의 백성들을 응원하기 위한 응원 단을 데리고 왔으니 문을 열어라!!”
그가 외치고 나서야 성문이 열렸 다.
하지만 환영을 하기 위한 것 같 지는 않았다.
성문에서 나온 것은 흑의를 입은 레인저들.
그 레인저의 수장으로 보이는 남 자는 나마스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검은 요새의 레인저들을 이끄는 레인저 캡틴. 필로메탄입니다.”
“필로메탄? 내가 알기로 검은 요 새의 레인저 캡틴은 다키스트로 알 고 있는데?”
어느새 다가온 요한이 묻자 필로 메탄은 씩 웃었다.
“그와 레인저들의 절반가량은 왕 국을 배신하고 필로틴 제국으로 도 망쳤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요한은 피식 웃 었다.
‘거짓말이군.’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