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16화
291. 웃기는 놈들이네 (2).
쇠사슬에 묶여 있던 그들을 향해 요한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자식들. 여기서 이렇게 만나네!?”
-철컹!!
가볍게 검을 휘둘러 사슬을 베어 냈다.
그들을 구해낸 요한은 싱글거렸 다.
“어휴. 이래서 떠돌이 생활은 힘든 거라니까. 안 그래?”
“흑…… 흐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요한의 말대로 떠돌이 생활은 서 럽 다.
누구도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었 다.
영지민이 된다면 최소한의 보호 라도 받는다.
하지만 떠돌이들은 그것조차 받 을 수 없었다.
떠돌이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집 시들은 결국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들을 보던 요한은 손가락을 튕 겼다…….
“야. 잘 됐다. 야. 너희 필로틴 제국에서도 공연해봤지?”
“예에……? 그, 그렇긴 합니다.”
“그럼 그쪽으로 공연도 가도 되 겠네? 잘 됐다.〜”
집시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잡혀 서 노예가 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 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공연 이야기를 꺼내다니.
노인은 두려워하다가 말했다.
“저기 당분간은……“토마스에게 잡힌 애들. 어차피 떠돌이,세금 내기 싫어서 도망친 놈들. 그리고 도망친 농노 나부랭 이들이잖아? 구하든 말든 그건 내 마음이었는데.”
“……으윽.”
“최소한의 인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네. 이 또한 바론 님의 뜻이지. 안 그래?”
“그……“안 그러냐고.”
조금 전까지 밝았던 목소리가 굳었다.
동의하지 않으면 목을 감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갈 것 같았다.
노인은 황급히 답했다.
“그,그렇습니다. 이 또한 바론 님의 인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너희들이 날 돕는 것 역시 바론 님의 인도겠지?”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 다.
* * *생각보다 쉽게 필로틴 제국에 들 어갈 방법을 찾았다.
요한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야〜 너희 진짜 운 좋은 거다. 그렇게 생각 안 하냐?”
“예에……“내가 구하기는 했지만 거기 잡 혀 있는 애들. 솔직히 그냥 넘어갈 만한 애들은 아니잖아?”
“가,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희가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필로틴 제국.”
“……거기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곳 아닙니까?”
물론 소강상태가 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내전이 이루어지고 있 다.
당연히 제국 내 곳곳의 치안은 좋지 않다.
그 말은 이번과 똑같은 꼴을 당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집시들 같은 떠돌이는 반드시 피 해야 할 곳이 그런 곳이다.
그런데도 요한은 그곳에 가자고 하고 있었다.
“설마 싫은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닙니다.”
만약 싫다고 했다간 어떻게 될 까?
노인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과 함께 잡혔던 자들은 병 사들에 의해 거칠게 끌려가고 있었 다.
원래는 이들도 같은 곳으로 갔어 했다.
하지만 요한이 몇 마디 한 덕분 에 이들은 그들과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저들은 어디로 가는 겁 니까……?”
젊은 집시 여인이 조심스레 묻자 요한은 씩 웃었다.
“가볼래? 전쟁터가 좋아? 아니면 광산? 노역장? 어디로든 보내줄 수 있어.”
“아,아뇨!! 전혀 궁금하지 않습 니다! 가고 싶지도 않고!”
“그렇지?”
“예에……“그럼 너희들은 일단 수도에서머물도록 해. 그나저나 너.”
“예?”
집시들을 이끌던 노인은 화들짝 놀랐다.
요한은 그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 다.
“그런데 네 이름이 뭐였더라?”
“소,솔바른입니다. 그리고 저, 저희는 솔바른 유랑단이라고……”
“아 그랬지. 인원도 그때랑 비교 해서 다르지 않고…… 좋아. 아주 좋아.”
종이에 유랑단원들의 이름과 인 적사항까지 전부 적은 그가 만족했 을때 기사가 다가왔다.
“정지니 집시로 보이는데…… 허 가증…… 헉H 요한 자작님!?”
집시들을 막으려던 기사는 짐마 차에 앉아 있는 요한을 보고 깜짝 놀랐다.
훌쩍 마차에서 내린 요한은 그에 게 다가가 몇 마디를 건넸다.
그것만으로도 기사는 집시들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오히려 병사들을 불러 에스코트 까지 시켰다.
“야. 들어가자. 검문 끝났어.”
원래 집시들이나 재주꾼들이 성 에 들어갈 때는 꽤나 고통스럽다.
허가증이 있더라도 뇌물을 바쳐 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전에 수도에 들어갈 때 바쳤던 뇌물이 상당했었다.
그런데 그런 것은커녕 에스코트 까지 받을 줄이야.
“저…… 자작님?”
“왜?”
“저기•…" 혹시 바그너 가문의 전속 재주꾼이 필요하시지는 않으 십니까?”
솔바른이 기대감을 품으며 말하 자 요한은 피식 웃었다.
“너희가 이번 일만 잘 해주면 임 명해주지. 까짓거 그거 못 해주겠 나……요한이 웃으며 말하자 솔바른과 그를 따르는 집시들은 기뻐했다.
백작가의 재주꾼만 되어도 인생 이 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후작가.
그것도 로드만 왕국뿐만 아니라 대륙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바그너 가문의 재주꾼이라니.
솔바른은 두 손을 모았다.
“아아…… 바론 님. 감사합니다.”
그와 재주꾼들이 기뻐하는 사이 성문이 열렸다.
그 성문을 바라보며 요한은 무덤 덤하게 말했다.
“일단 숙소 잡고 쉬고 있어. 떠 날 때가 되면 내가 말해줄 테니까.”
“예!”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본 요한은 바로 저택으로 돌아갔다.
“자작님. 저희 복귀는 언제 합니 까?”
저택의 안뜰에 도착하자 테오가 물었다.
세금 납부는 끝났다.
파티는 이틀 후.
그것이 끝나면 바로 복귀할 것인 지 알아둬야 했다.
“난 좀 더 볼일이 있는데?”
“타이론 후작가는 파티가 끝나면 바로 복귀한다고 합니다. 저택에 머무는 다른 귀족들도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갈 필요 는 없지. 그나저나 헤로도톤은 어 디 갔냐?”
“신전에 갔습니다.”
“신전에? 왜?”
“성녀님의 초청이 있었습니다.”
“뭔 초청을 맨날 하냐? 교육 안 받아?”
성녀이지만 아직 많은 것이 모자 란 미나다.
그렇기에 그녀는 하이마스를 스 승으로 모시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는 허구 헌 날 헤로도톤과 야민을 신전으로 초청 랬다.
그것이 요한은 불만이었다.
스승이라면 자고로 손속에 정을 두지 말고 제자를 가르쳐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하이마스는 그 순한 성격 탓인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듯 싶었다.
“하하…… 자작님처럼 가르치기 는 좀 힘들겠지요.”
“아무튼 성녀님의 초청을 받고 갔다라…… 개 입장에서 그걸 거절 하기는 힘들겠지.”
요한의 말대로였다.
테오도 허락했기에 별다른 불만 을 표현하지 않았다.
“테오. 너는 헤로도톤이랑 야민 데리고 따로 복귀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작님 께서는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 까?”
테오의 질문에 요한은 한차례 웃 었다.
“하하. 좋은 곳에 간다. 좋은 곳 에.”
‘제도는 대륙에서 가장 발전된 곳이니까…… 좋은 곳 맞지?’
물론 그곳에 있는 자들이 좋은 자들은 아니지만 말이다.
“좋은 곳에 가시는 거면 저도 같 이 가도 됩니까?”
“되겠냐?”
피식 웃은 요한은 테오의 어깨를 툭 치고 몸을 돌렸다.
그가 나가려고 하자 테오는 다급 히 그를 잡았다.
“어디 가십니까?”
“다녀올 곳에 대해서 상의할 게 있어서 그래. 신경 쓰지 말고 넌 볼일 봐.”
“으음…… 알겠습니다.”
내키지는 않지만 요한이 가겠다 는데 어떻게 말리겠나.
테오는 순순히 요한이 가는 것을 배웅해주었다.
‘그럼 나는 내 일만 보면 되겠 군……율리아 영지에는 프란츠도 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고 하더 라도 월카스트 후작이 있으니 문제 는 없을 것이다.
가볍게 판단을 내린 요한은 도둑 길드로 향했다.
“나 왔다.”
“앗. 오셨습니까. 소식은 들었습 니다. 토바스를 잡으셨다구요. 그런 데 토마스의 시체는 왜 태우신 겁 니까?”
양유위가 궁금해하며 묻자 요한 은 씩 웃었다.
“용케 알아봤다? 걔 살가죽 다 타버렸을텐데?”
“그가 늘 차고 다니는 목걸이 덕 분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 그보다 발레리아는 만나 봤냐?”
“예.”
“개랑 얘기해봤지? 어때? 신뢰할 만해?”
안 그래도 이미 준비를 해 놓았 는지 양유위는 자료들을 꺼냈다.
“그가 말한 것은 거의 대부분은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제도의 지하에 오래된 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그쪽에서는 꽤 유명 한 이야기더군요.”
전에 흑왕 문댄서가 필로틴 제국 도둑 길드의 장일 때도 나왔던 이 야기 였다.
필로틴 제국의 북성 지하 삼 층.
거기서 비밀통로를 통해 한 층 더 내려가면 숨겨진 지하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다.
“다크엘프들이 오래된 자를 부활 시키려 했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뭐 유명한 이야기니까.”
“필로틴 제국에서 그들을 지원해 서 오래된 자를 부활시켰다 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물론 소문일 뿐이다.
필로틴 제국에서는 지하 사 층의 연구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정 했으니 말이다.
회귀 전에 요한도 들어가 봤지만 지하 사 층 같은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른 곳은?”
“글쎄요…… 거기까지는 잘 모르 겠습니다.”
“어쩌면 지하 사 층이라는 건 거 짓된 공간을 말하고,실제로는 다 른 성의 지하일 수도 있어. 그게 아니면 아예 다른 곳일 수도 있지.”
일부러 사람의 의식을 속이는 방 법을 취했을지도 모른다.
주의를 이끌게 하고,실제로는 다른 곳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라 면?
양유위는 믿기 어렵다는 듯 인상 을 찌푸렸다.
하지만 조사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필로틴 제국 쪽에 길드원이 있 어?”
“몇 명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활동이 제약되어서 큰 도움은 안 될 겁니다.”
아쉬운 일이다.
제도의 정확한 상황.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것들을 알아낼 수 있다면 분명 큰돈이 될 것이다.
“마드모스 왕국에서 제도의 정보 를 무척이나 원하더군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야. 거기에 갈 방법이 없을까?”
“뭐 방법이야 찾으면 많겠죠. 위 험하긴 하겠지만. 그리고 활동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도는 지금 경계가 삼엄해서 밖 을 돌아다니기도 힘들다.
특히나 황궁 쪽은 더 그렇다.
양유위는 짧게 말하다가 흠칫 놀 탔다.
요한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 유가 뭘까?
그것을 그는 빠르게 눈치챘다.
“설마 자작님……?”
“너희들이 못하겠다는데 어쩌겠 냐. 나라도 가야지.”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좀 그런데…… 제정신이십니까?”
지금 필로틴 제국에서 가장 싫어 하고 경계할 사람이 누구겠나.
바로 요한이다.
특히나 율경은 요한을 보면 산채 로 씹어먹고 싶어 할 거다.
그런데 그곳으로 간다?
아무리 요한이 천하십강 중 하나 라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도에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율경. 전부 상대하실 수 있 으십니까?”
“그게 됐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 냐? 바로 혼자 싸우러 갔겠지.”
아무리 요한이 일곱 개의 코어를 가지고 있어도 그건 무리다.
그가 냉정히 답하자 양유위는 고 개를 저었다.
“그럼 무리입니다. 발레리아에게 못 들으셨습니까? 거기서는 얼굴을 숨기지도 못합니다. 모자조차 쓰지 못하게 하는데……“내 정체만 안 들키면 되는 것 아냐?”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 었다.
그의 손에서 나온 상자에 있는 것은 사람 얼굴 가죽이었다.
“……설마 이거.”
“토마스의 얼굴 가죽이다. 이걸 착용하면 괜찮을걸. 적당한 신분패 와 허가증만 구해놔.”
양유위는 황당해하며 요한을 보 았다.
인두겁을 쓴 놈을 찾는다더니.
설마 이걸 위해서였던 건가?
그는 토바스의 얼굴과 요한을 번 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둑 길드의 길드장으로 서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을 꺼냈 다.
“이거 어떻게 만드셨습니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