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11화
286. 광기가 물들었다 (1).
“아•“…냉정한 거절에 미나는 시무룩해 졌다.
그의 거절에 요미안과 솔라는 감 탄했다.
“역시 요한 자작님!”
“앞뒤 안 가리고 거절해버리는 모습! 정말 동경할 수밖에 없다니 까!”
“성녀님이 내가 머무는 곳에 머 무르면 이래저래 찾아오는 사람들 이 많을 것 아냐. 마고 후작님께 실례다.”
요한이 머물 곳은 마고 후작의 저택이다.
만약 그곳이 바그너 가문의 저택 이라면 고려라도 해보겠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니 마음대 로 허락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 성녀님이 오셨는데 신전 에서 방 하나 안 내주겠어?”
“그렇겠군요.”
“솔라. 요미안. 너희는 어떻게 할 거냐? 내 밑에서 일 할 거면 따라오고.”
수도에 머물면서 할 일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익스퍼트 수준인 둘이 라면 분명 쓸만한 심부름꾼이 될 거다.
“세금 납부 기간이라 여관에 자 리 없는 거 알지?”
“그렇겠죠?”
“은 등급 모험가라면 모험가 길 드 지부에도 방은 있을 테니까 거 기 머무르든가. 아니면 신전에 가 고.”
“만약 신전에서 방을 내어주지않는다면 자작님을 찾아뵈어도 됩 니까?”
“마음대로 해.”
그의 허락을 받자 요미안과 솔라 는 미나를 데리고 신전으로 향했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야민은 한숨을 쉬었다.
“왜? 같이 가고 싶냐?”
“어…… 저는 자작님 밑에서 일 해야 하는 거니까……“아직 시킬 일은 없으니까 따라 갔다 와. 야. 헤로도톤. 너도 갈 거 면 가.”
“그래도 됩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너 하나 빠진 다고 뭔 일 있겠냐? 저기 네 선배 인 테오가 후배인 널 위해서 네 일 까지 알아서 하겠지.”
헤로도톤과 함께 끌려 온 테오는 움찔했다.
하지만 요한이 말했는데 뭐라고 하겠나.
그는 그냥 얌전히 있었다.
“……나중에 가겠습니다.”
“그래. 일 두고 가기는 좀 그렇 지?”
씩 웃은 요한은 획 고개를 돌렸 다.
어느새 테오는 그의 시선을 피해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자. 가자고.”
수송대의 수레들이 대로를 통해 이동했다.
얼마나 갔을까?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저택 앞에 수레가 세워졌다.
“빨리빨리 움직여!!”
저택의 앞에 꽤나 많은 마차와 수레들이 있었다.
그것을 본 요한은 소리 지르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어이. 잘 지냈나?”
“엇!? 요한 자작님 아니십니까!!”
타이론 기사단의 단장인 메이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요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택에 머무르는 다른 귀족들이 있나 보네?”
“예. 톨브 자작님과 소가단 백작 님께서 머무시기로 했습니다.”
그들 모두 마고 후작 휘하에 있 는 귀족들이다.
요한도 몇 번 봤었던 이들이고, 또 윌카스트 후작과도 친한 자들이 었다.
“마고 후작님은?”
“귀족원에 가셨습니다. 그런데 자작님. 호위는 저게 답니까?”
“응. 그러니까 우리 수레 지킬 병력들도 좀 빌리자.”
“그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저 정도의 병력만 데리고 다니시면 위 험하실 텐데……“누가? 내가?”
“아. 맞다.”
메이는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 다.
애초에 요한이 위험할 게 뭐가 있겠는가.
그 자체가 위험인데.
“그럼 바그너 가문의 수레들은 저희 타이론 기사단에서 맡도록 하 겠습니다.”
타이론 영지에서는 타이론 기사 단을 거의 대부분 내보낸 듯 보였 다.
저택 주변에 있는 기사들이나 병 사들을 보며 요한은 피식 웃었다.
“뭐 이렇게 사람을 많이 데려왔 어? 야. 그냥 다음에 갈 때는 내가 모시고 갈게.”
“자작님께 폐가 될까봐……”
“사실 타이론 영지에 들렀는데 마고 후작님이 먼저 가셨더라고. 다음에는 그냥 같이 가자.”
“그래도 됩니까!? 이야. 그래 주 신다면 영광이죠.”
메이는 꽤나 기뻐했다.
요한이 함께한다면 호위를 위한 병력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니 말 이다.
다음에는 꼭 요한과 함께 가야겠 다 생각한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런데 요한 자작님. 세금을 납 부하기 위해 온 귀족들을 치하하기 위해 파티가 있다는 것은 아시지 않으십니까?”
“응. 알지. 왜?”
“자작님께서는 늘 파트너를 에밀 리 자작님으로 정하셨다고 들었는 데……“그게 뭐? 문제 있냐?”
의아해하는 요한에게 메이는 씁 쓸해했다.
그도 이번에 와서 들은 소문이 있었다.
“에밀리 자작님께선 요새 모습을 보이지 않으신답니다.”
“어? 왜? 호위 임무도 안 해?”
“그런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자 리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고 하더군요.”
국왕의 호위는 로디악 기사단의 단장인 미하엘과 부단장인 에밀리 가 나눠서 한다.
그런 그셔가 호위까지 제쳐놓고 있다면 뭔가 일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걸 왜 말해?”
“하하. 그게 말입니다.”
메이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소문에 따르면 에밀리 자작님과 자작님의 사이가 나빠져 서 그런다고……“그래서?”
“그럼 앞으로 이런 파티 때 파트 너를 저희 하이데 아가씨로 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래서 그런 표정이었구만?”
“하하…… 사실 저희 아가씨께서 어디 내놔도 모자란 분은 아니죠.”
메이는 하이데의 장점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요 한은 생각했다.
‘양유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야겠군.’
어차피 필로틴 제국 일 때문에라 도 양유위를 만나야 했다.
그때 겸사겸사 물어보자 생각한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중에 춤 한 번 정도는 추 겠지만 파트너는 좀 그렇지 않냐?”
“뭐가 그럽니까?”
“나랑 하이데 영애가 함께 다니 면 말이 많이 나올걸?”
로드만 왕국의 두 후작가의 자식 들이 함께 어울린다.
자칫 잘못하면 왕가뿐만 아니라 귀족원의 견제까지 받을 수 있었다.
“으음…… 그런 사정이.”
“딱히 그게 무서운 건 아니지만 괜히 문제 될 일은 피하는 게 낫 지.”
그것의 결정은 윌카스트 후작과 마고 후작이 할 일이다.
요한의 답에 메이는 아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자작님. 다 됐습니다.”
그사이 일을 마친 테오가 보고하 자 요한은 메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나저나 내 방은 전에 쓰던 곳 그대로 쓰면 되는 거지?”
“아. 물론입니다. 그런데 식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 잠깐 나갔다가 와야 하니까 신경 쓰지 마. 테오. 내 짐 좀 옮겨 놔.”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어쭈. 호위 안 하냐?”
요한이 콧방귀를 뀌며 묻자 테오 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자작님 호위를 제가 어떻 게 합니까. 제가 호위를 받아야 하 는데……“아주 시건방진 기사로다. 넌 이 따가 밤에 대련이다.”
“감사합니다.”
반골심이 넘쳐 흐르는 테오를 향 해 요한은 만족스러워했다.
이러한 반골심은 향상심으로 이 어진다.
예전에도 과한 훈련에 대한 항의 차 찾아온 것도 바로 테오였다.
그 정도의 반골심과 도전정신은 테오를 익스퍼트로 이끌었다.
“너의 그 끝 모르는 반골심이 널 키우는 성장동력이 되겠지. 넌 끝 까지 개기길 바란다.”
“말씀하신다면…… 성실히 수행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개기지는 말고. 이반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이반의 상태를 떠올린 테오는 식 은땀을 흘렸다.
“그,그 정도까지는 아니죠.”
“적정선에서 반골심을 드러내며 네 실력을 키우는 건 웃으며 인정 해줄 테니까 열심히 해봐.”
씩 웃은 요한은 그의 어깨를 꽉 잡아 준 후 나갔다.
저택에서 나온 요한은 곧바로 도 둑 길드로 향했다.
그가 왔다는 소식을 이미 들은 것일까?
양유위는 아예 준비를 하고 기다 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자작님.”
“그래. 이건 뭐냐? 나 먹으라고 가져다 놓은 거야?”
“예. 요새 이게 유행이라더군요.”
탁자 위에는 오리 통구이를 비롯 한 다양한 요리들이 있었다.
성인 네,다섯 명이 먹어도 남을 정도의 양이다.
그것을 차려 놓은 양유위는 싱글 벙글 웃었다.
“자작님께서 오실 것 같아 준비 해놨습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 죠.”
“내가 무슨 먹을 것만 보면 눈뒤집히는 남자인 줄 아나.”
투덜거리면서 요한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가 오리 다리를 잡아 뜯어먹기 시작하자 양유위는 손바닥을 비볐 다.
“맛이 좀 괜찮습니까?”
“괜찮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번에 힘 써주신 덕분에…… 이거 제 체면이 한층 더 세워졌습니다.”
“그래. 그런데 나한테 줄 것 있 지 않나?”
“아. 예.”
필로틴 제국의 동향이었다.
전에 보고를 한 이후로 다시 알 아보았다.
양유위는 필로틴 제국의 정보원 이 가져온 보고서를 정리하여 내밀 었다.
요리를 먹으며 요한은 보고서를 읽었다.
그가 수도에 올라오는 사이 필로 틴 제국에서 이미 움직였다.
필로틴 제국에서 움직인 부대는 황제의 외사촌이며 제국의 명장인소비크 데미아.
나이가 육십이 넘지만 노익장을 자랑하는 군인이었다.
“이정도면 진짜 전쟁을 할 거라 고 봐야 하냐?”
“아마 그렇겠죠.”
“내전은 어떻게 됐지?”
“거의 정리가 되었다고 보면 됩 니다.”
“그래? 그럼 주목할 만한 세력 은?”
“이제 남은 후계자는 율초아 정 도뿐입니다. 칠황자 율라우가 율초아에게 패배하고 그녀의 밑으로 들 어가기로 했으니까요.”
율무기와 율초아.
두 세력이 현재 제국을 양분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율무기가 전쟁을 시 작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 단이었다.
“율무기 쪽의 정보는 없고?”
“예. 필로틴 제국의 황궁의 정보 는…… 저희도 아직 파악할 수 없 습니다.”
“필로틴 제국의 도둑 길드라면 알고 있을까?”
“그럴지도 모릅니다만……아직까지 그들과는 선이 없기에 연락을 할 수 없었다.
난감해하는 양유위를 보던 요한 은 오리의 몸통을 잡아 뜯었다.
“그럼 그 선은 내가 좀 연결해주 지.”
“혹시 필로틴 제국의 도둑 길드 와도 연이 있으십니까?”
놀란 그가 묻자 요한은 씩 웃었 다.
“꼭 내가 연이 있을 필요는 없잖 아?”
헤르듀크를 통하면 율초아와 연 락이 가능할 것이다.
그럼 그녀에게 현재 필로틴 제국 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 다.
율무기가 무슨 객기로 선전포고 를 한 것인지.
현재 황제는 어떻게 된 것이지.
거기에 더하여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필로틴 제국의 도둑 길드와도 연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군요.”
요한이 이리 말한다면 일단 안심 할 수 있었다.
양유위가 안도하자 요한은 탁자 를 톡톡 쳤다.
“그건 그렇고…… 에밀리에 대해 서 좀 알고 있냐?”
“에밀리 크롬웰 자작님 말씀이십 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개 어디 갔냐?”
“수도에 있습니다. 요새 수련 삼 매경이라더군요.”
“그래? 그런데 왜 사람들이 모르 는 거지?”
“공식적으로는 활동을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늘 수련장에만 있 으니까…… 아. 에밀리 자작이 아 카데미 졸업생인 것은 아시죠?”
“알지.”
“그녀가 그 친분을 이용해 아카 데미의 교관들과 대련도 한다고 합 니다.”
“걔가 왜 그런 짓을?”
다른 나라의 마스터와 대련을 해 서 실력을 높여준다는 것.
좀 꼬아서 본다면 이적행위라고 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에밀리가 아카데미를 졸 업했고,또 아카데미의 교관들과 연이 있다지만.
최악의 경우 교관들에게 큰 누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평소의 그녀가 할 행동은 아니었다.
“그거야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에밀리 자작님께서 그러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소문이 있습니 다.”
“뭔데?”
“자작님께 차여서 그 충격으로 강해지려 한다고……그의 설명을 들은 요한은 황당해 했다.
“난 개랑 사귄 적도 없는데?”
“원래 가십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진실 따위 뭐가 중 요합니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