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8화
283. 평화의 끝 (1).
요한이 알기로 아직 내전은 끝나 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키려 할 줄이야.
“무슨 생각일까?”
그는 양유위가 보낸 서찰을 까딱 거렸다.
하지만 이렇다 할 답은 없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요한은 자리 에서 일어났다.
“이런 건 혼자 얘기할 필요가 없 는 거지. 아단!! 아단!!”
“예!!”
밖에 있던 아단이 들어왔다.
올해 수확에 대한 관리.
그리고 내년에 내야 할 세금 정 社기타 영지 운영 및 활동비의 예 산분배까지.
여러 가지 일로 바쁜 그라지만 요한의 부름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너 좀 쉬어야 하지 않냐? 얼굴이 반쪽인데??”
“하,하하하…… 그래서 휴가신 청서 냈는데 잘렸습니다.”
“그래? 그럼 내년에 쉬어.”
“아. 예.”
내년에는 아단을 바그너 영지로 보내고 유아랑을 복귀시킬 생각이 다.
거기에 마법사도 두어 명 파견해 달라고 할 예정이고.
그럼 그도 쉴 여유가 생길 것이 다.
“엘레나는 뭐하냐?”
“그녀도 지금 정신없이 바뽑니 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통신 마법 좀 써봐.”
요한이 적어 준 코드대로 그는 통신 마법을 걸었다.
잠시 후 수정구에 양유위의 얼굴 이 비쳤다.
“야. 이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입니다. 필로틴 제국에 서 마드모스 왕국에 선전포고를 실 시했습니다.]“누가?”
[필로틴 제국의 일황자 율무기가황제의 대리로 나섰습니다.]
중병에 걸려 거동도 힘들다는 황 제가 뜬금없이 선전포고를 했겠는 가.
거기에 양유위가 준 정보에 의하 면 황제는 감금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은 역시 율무 기의 뜻이라고 볼 수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몰라?”
[표면적으로는 마드모스 왕국에 가 있는 율가준 황녀를 내놓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율가준 황녀? 그 여자 마드모스 왕국의 일왕자 왕자비 아닌가?”
[그렇습니다. 후계권도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런데 뜬금없이 그녀를 내놓으 라고 한다?
대놓고 시비를 거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율무기가 미친 건가?”
[제 생각에는 마드모스 왕국에 있는 검은 산맥을 노리는 것 같습 니다.]
검은 산맥에 있는 광산들,그리 고 드워프들.
그들을 보유하여 전쟁 물자를 만들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하던 요한은 고개를 끄 덕였다.
“필로틴 제국 쪽 동향 살피면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알려.”
[알겠습니다.]
통신 마법이 끝나자 요한은 아단 의 손 위에 수정구를 올려주었다.
“요새 바쁘겠지만 수정구는 항시 가지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작님. 필 로틴 제국이 마드모스 왕국에 선전 포고를 한 게 사실입니까?”
“그래.”
“아까 통신한 사람은 누굽니까?”
“내 정보원. 나중에 소개해주지.”
그렇다면 더 물을 필요는 없었 다.
아단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고 잠시 후 하온달이 들어왔다.
“자작님! 수도에서 서찰이 도착 했습니다!”
“뭔데?”
“헤르듀크 왕자님께서 보내셨습 니다.”
하온달은 공손히 요한에게 서찰 을 넘겼다.
왕가에서 쓰는 봉인이 찍힌 서찰 을 요한은 가볍게 뜯었다.
안쪽에는 미려한 필체로 꽤 긴 글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본론은 딱 한 줄로 줄일 수 있었다.
필로틴 제국 일로 상의할 일이 있으니 수도로 와다오.
요한은 두 통의 서찰을 바라보다 쓰게 웃었다.
“음…… 상황이 궁금하긴 하니 가보고 싶긴 한데……헤르듀크는 율초아와 연계하고 있으니 좀 더 상세한 사정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한은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일 어 났다.
“조만간 프란츠가 올 테니 그때 나 가봐야겠군.”
* * *아카데미의 겨울 방학이 시작되 자 프란츠는 율리아 영지로 복귀했 다.
그곳에서 요한에게 인사를 하고, 바그너 영지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정은 이번에도 틀 어지고 말았다.
“여기 남아서 일 좀 해. 나 수도 에 좀 다녀와야 하니까.”
“예? 아니 수도에는 왜요?”
“세금도 내야 하고. 수도에 볼일 도 있어. 이미 준비는 다 해놨어. 그러니까.”
요한은 품에서 영주의 패를 들었 다.
그것을 프란츠의 손 위에 올려준 그는 싱글벙글 웃었다.
“잘할 수 있지?”
“아니 이걸 왜 제가……“너 말이 좀 이상하다? 율리아 영지랑 바그너 영지 네가 물려받을 영지잖아.”
“그,그렇죠!?”
그러고 보니 그랬다.
프란츠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 은 인상을 구겼다.
“네가 아카데미에서 꿀 빨고 있 는 동안 내가 일 해준 것만도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물론 아카데미에서 꿀을 빤 기억 은 없었다.
매일 훈련,교육,실습.
그리고 사교계에 참석.
연구와 과제도 넘쳐난다.
거기에 프란츠는 작년 하성제 준 우승,추기제 우승자다.
그러다 보니 그를 동경한 이들의 대련도 받아줘야 했다.
그뿐인가?
악성 로바네치의 밑에서 음악 수 업도 받아야 했다.
단 하루도 꿀을 빤 적이 없는데 무슨 꿀인가.
하지만 프란츠는 요한의 말에 항 변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후계자는 프란츠지 요한이 아니었다.
“그래도 율리아 영지는 형님께서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가 왜? 줘도 안 가지니까 그 건 네가 알아서 해라.”
영지 따위 가져서 뭐하나.
훌륭한 아버지와 훌륭한 동생이 있는데.
그의 당당한 태도에 프란츠는 결 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인수인계는 아단에 게 받도록 해.”
“혼자 가시는 겁니까?”
“아니. 기사 두어 명 정도와 짐 꾼으로 병사 조금 데려갈 거야.”
겨울이라고 해서 기사들과 병사 들이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혹독한 겨울을 피하기 위해 영지 를 습격하는 이들은 많다.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기사단 과 병사들이 넉넉히 있는 것이 나 았다.
“배려해주시는 겁니까?”
“형이 동생을 배려해주지 누가 배려해주겠냐!”
“이왕 배려 주시는 거 제 훈련도 봐주시면 안 됩니까? 이번 겨울에 는 형님께 제대로 배우고 싶었는 데.”
“내가 언제까지 이끌어줘야 하 냐? 네가 알아서 해.”
가볍게 말한 요한은 그대로 나가 버렸다.
그대로 영주 집무실에 남게 된 프란츠는 멍청히 중얼거렸다.
“뭐야? 도대체……그토록 하기 싫을 때는 억지로 시켰으면서.
원할 때는 상대도 안 해준다.
요한이 나간 문을 보며 프란츠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아니 잠깐만. 그나저나 난 새로 생긴 동생을 이번에도 못 보 는 건가!?”
프란츠는 사교계에 소문난 아름 다운 막내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는 생각에 우울해했다.
♦ * *매년 연말과 연초에는 세금 납부 를 위해 지방 귀족들이 바쁘게 움 직인다.
그리고 그런 귀족들의 세금을 탈 취하기 위해 도적들이 활개를 치기 도 했다.
그런 도적들에게 요한이 이끄는 수송대와 같은 무리는 좋은 먹잇감 이었다.
열 대가 넘는 수레에 곡식과 금 속,돈이 가득 실려 있다.
심지어 호위병력도 거의 없었다.
누구라도 군침을 삼킬 것이고, 그들을 발견한 산적 켈로이는 당연 히 군침을 삼켰다.
“흐흐…… 저거 하나만 털면 우 리는 부자다.”
“두목…… 좀 불안한데요. 이 근 처는 율리아 영지 근처입니다.”
“흥.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천하십강이 다스리는 영지라구요. 잘못 건드렸다간……“빨리 먹고 뜨면 되는 거지. 그 리고 봐라. 저렇게 사람도 없지 않 냐. 또……“아니 그래도 저건 바그너 가문 의 깃발이잖습니까.”
산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깃발을 바라보았다.
부하의 말대로 깃발은 확실히 바 그너 가문의 것이었다.
“으으음……“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저희가 다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행상인들이나 럽시다.”
과한 고기는 목에 걸리기 마련이 다.
보아하니 바그너 가문에서 수도 로 보내는 세금 수송대로 보인다.
그 바그너 가문에서 저렇게 소규 모의 인원만 수송대로 보내는 이유 가 뭘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래도. 저거 한번 털고 다른 곳으로 가면……“요한 자작은 피도 눈물도 없는 데다가 원한을 가지면 어떻게든 반 드시 해결한다는데……“끄응……하지만 너무 탐이 났다.
병사들이나 기사들이라도 많았다 면 포기하겠다.
하지만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짐꾼과 수레만 있는 것이 다.
먹어달라고 애원하는 달콤한 크 림 파이 같다.
결국 두목은 자리에서 일어나버 렸다.
“젠장! 한번 죽지 두 번 죽냐!? 다들 전투 준비!!”
“두목!!”
“저거 먹고 바로 다른 곳으로 뜨 자고! 아니,그냥 해체하자.”
바그너 후작가에서 보내는 세금 이라면 분명 그 양이 굉장할 거다.
그러니 얻어내고 모두 뿔뿔이 흩 어지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한탕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편하 게 산다.
그의 설득에 결국 도적들은 고개 를 끄덕 였다.
“그럼 갑시다.”
수십의 산적들이 무기를 들었다.
그들이 관도를 이동하고 있는 수 레들을 치기 위해 달려 내려왔을 때.
그들의 위로 붉은 불길이 내리꽂 혔다.
-과아아아앙!!!
강력한 폭음과 함께 도적들의 절 반이 휩쓸렸다.
잔뜩 그을려진 두목은 당황했다.
“어,어어어……?”
주저앉은 두목을 향해 검은 로브 를 입은 소녀 마법사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아니…… 도대체 뭐죠? 이 사람 들은? 간이 부었나? 바그너 가문을 공격하네?”
“가끔 저런 사람들이 있어.”
푸른 단발 머리칼의 여인.
그리고 화려한 망토와 지팡이를 든 마법사 소녀.
마지막으로 검은 사제복을 입은 수녀.
그들의 뒤에 있는 야비하게 생긴 남자까지.
척 봐도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네,네놈들은 뭐냐!?”
당황한 도적은 다급히 외쳤다.
그를 향해 웃으며 다가간 야비하 게 생긴 남자는 대검을 들었다.
“은 등급 모험가. 벼락의 검. 요 미안이라고 불러다오.”
나직이 웃은 그는 내려치는 벼락 처럼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 * *“음?”
산 중턱에서 폭음이 들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요한은 고개를 갸웃거 렸다.
“뭔 일 있나?”
“그,글쎄요?”
요한이 모르는데 짐꾼 복장을 한 헤로도톤이 어찌 알겠나.
“누가 내려오는 것 같은데……“산적일까요? 얼마 전에도 덤벼 들었는데. 자작님. 어디 가실 때 병 사들 좀 많이 데리고 가시면 안 됩니까?”
요한이 영지를 위해 최저한의 병 력만 이끌고 가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가는 사람들 생각도 해줘 야 할 것 아닌가.
“에이. 굳이 여럿이 뭐하러 고생 을 하냐. 그리고 몬스터나 산적 나 와도 다 잡을 수 있는데.”
“안 싸워도 되는 걸 싸우니까 그 런 거죠.”
“싸울 수 있을 때 바짝 싸워야 지.”
“왜요?”
“여기에 힘 채워야 하거든.”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성궤 를 꺼냈다.
오래된 자의 석상을 들고 생명을 앗아갈수록 석상에 많은 힘이 담긴 다.
그것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으니 전투는 많이 하면 할수 록 좋다.
그가 설명하자 짐꾼 복장을 한 병사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휴. 진짜 멀리서 싸우셨는데 도 무서웠습니다.”
“익숙해지면 편할걸? 아. 내려온 다.”
눈 내린 숲길을 타고 내려오는 네 명이 보였다.
그들을 지그시 응시하던 요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두 아는 얼굴들이었다.
빠르게 달려오던 그들이 멈추자 요한은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웃기는 조합이네?”
“하하. 웃기는 조합이라니요. 자 작님. 은 등급 조합입니다. 은 등 급!”
요한에게 인사한 것은 전보다 훨 씬 좋은 복장을 하고 있는 솔라.
그리고 아예 대놓고 은 등급 표 식을 드러내고 있는 요미안이었다.
그들이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요 한은 뒤에 있는 두 소녀를 가리켰 다.
“그래서? 재들은 왜 너희가 데리 고 있는데?”
“요한 공자님. 오래간만에 뵙습 니다.”
“오래간만입니다…… 바론 님의 은총이 함께 하셨길 빌겠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은 예 전에 요한과 함께 초심의 유적에 들어갔던 모험가들.
바로 마법사 야민과 견습 신관인 미나였다.
“보아하니 너희들 다 랭크가 올 라간 것 같은데? 뭐냐?”
솔라와 요미안이야 그렇다고 치 자.
하지만 야민과 미나는 의외였다.
특히 미나가 제일 의외였다.
“너 왜 사제복 입고 있냐? 벌써 견습 뗐어?”
요한의 질문에 솔라가 웃으며 말 했다.
“자작님. 놀라지 마세요! 여기 계 신 분! 바로 바론 교단의 성녀님이 십니다!”
“……뭐?”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