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5화
280. 어떤가 (1).
“그냥 이야기를 나눈 수준이 아 닌데요.”
요한은 율호의 볼을 툭툭 쳤다.
그가 건드리고 있어도 율호는 무 감정한 표정이었다.
그괴고,그저 했던 말은 반복할 뿐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필로틴 제국 의 황자…… 율호입니다. 당신을 꼭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타 로트 사령관님을 존중하고 있습니 다. 잘 부탁드립니다.”
얼굴 근처에서 손가락을 튕겨보 던 요한은 그의 뺨을 힘껏 후려갈 겼다.
- 次}아악!
골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받고 나서야 율호의 눈에 색채가 돌아왔 다.
멍하니 요한을 올려다보던 그는 천천히 물었다.
“……당신은……“요한 바그너다. 율호. 맞지?”
“너…… 너!!”
율호의 눈에 적의가 깃들었다.
그가 벌떡 일어나 자신의 목을 잡으려 하자 요한은 그의 복부를 후려쳤다.
“윽!!”
신음을 토해낸 그가 다시 주저앉 았다.
기침을 토해내는 그를 내려다보 던 요한은 타로트에게 물었다.
“진짜 무슨 짓 하신 겁니까? 보 아하니 세뇌 같긴 한데.”
‘내가 알기로 타로트에게는 세뇌 를 할 수 있는 능력이나 부하 따위 는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세뇌라니. 그런 험한 짓을 할 리가 있나. 그보다…… 잠시만 기 다려주게.”
여유롭게 웃으며 율호에게 다가 간 타로트는 자상한 어조로 말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그 말을 들은 순간 율호의 몸이 굳었다.
두려워하던 그가 비척거리며 얌 전히 의자에 앉았다.
“그래. 착하지. 그렇게만 하면 되 는 걸세. 그렇게만. 그리한다면,,타로트는 율호의 어깨에 손을 올 렸다.
“내가 자네를 황제의 자리에 올 려 줄 수 있을 거야.”
“아…… 아아……“그럼 그렇게 알고. 그리고 이쪽 의 요한은 자네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온 사람이야. 그렇게 하면 쓰 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 니다.”
율호는 부들부들 떨며 사죄했다.
그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은 타로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럼 우리 한번 이야기를 해보 세.”
“거 이야기하다가 저도 그 꼴 날 까 두렵군요.”
“하하하. 자네가 고작 이런 식으 로 당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여유롭게 말한 그는 율호의 머리 를 쓰다듬었다.
마치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것처 럼.
귀엽다는 듯 그를 쓰다듬은 타로 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면 일이 참 쉬웠을 텐 데.”
“세뇌는 또 어디서 배우셨습니 까?”
“세뇌라니. 그런 입에 담기조차 무서운 말은 하지 말게.”
“그럼 저게 세뇌가 아니면 뭡니 까? 아. 굴복시켰다고 해야 하나?”
회귀 전에 보았던 율호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는 거대한 힘 앞에 서 도 당당했었다.
“율호가 여기 왔을 때 저 꼴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그렇지. 그는 꽤나 찬란하게 빛 나고 있었지. 그리고 그를 봤을 때 나는 생각했다네.”
율호의 머리에서 손을 텐 타로트 는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그리고 여유 가득한 어조로 말했 다.
“이자에게는 제왕의 상이 보인다 고.”
“그래서? 율호를 잡아둬야겠다 생각하신 겁니까?”
“그렇지. 거기에…… 그가 보여 준 통행증 말이야. 그게 아주 눈에 익더군.”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특별 통행증을 발급해 준 것 이 타로트니까.
“나는 그 통행증을 자네에게 주 었는데. 자네는 그것을 율호에게 넘긴 것 아닌가?”
“예.”
“거기에 이것을 보니…… 자네와 율호의 사이는 꽤나 각별한 것 같 더군.”
타로트는 씩 웃으며 품에서 한 통의 서찰을 꺼냈다.
그 서찰은 요한이 보낸 서찰이었 다.
“율호가 황위에 오르게 도와주겠 다…… 자네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 자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 않았겠지.”
“그렇죠.”
‘물론 올릴 생각은 없었지만.’
요한은 그저 율호를 끌어들여 그 의 목을 쉽게 따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내 조사에 의하면 자네는 율호와 접점이 없단 말이 지.”
“그 조사 제대로 하셨는지 궁금 하군요. 누구에게 맡기셨습니까?”
“그건 말하기 좀 그렇고. 그래서 생각을 해봤어.”
벽장에 있는 와인을 가져와 잔에 따랐다.
피처럼 붉은 와인이 잔에서 찰랑 거리기 시작했다.
타로트는 두 잔 중 하나를 요한 에게 내밀었다.
“마시겠나?”
“전 술은 안 좋아합니다.”
“여전히 비싸레.”
홀로 두 잔의 와인을 비워버린 타로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모종의 경로로 율호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그리고?”
“필로틴 제국을 차지하기 위한 수를 쓰고 있다.”
타로트가 보기에 율호는 뛰어난 제왕의 그릇이었다.
그런 그를 알아본 요한이 율호를 이용해 필로틴 제국을 먹으려고 했 다.
그렇다고 판단한 타로트는 빠르 게 움직였다.
“자네가 이 자와 무슨 짓을 할지 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율 호의 가치는 이제 계승권을 가졌다 는 것. 그 외에는 없다고 보세.”
이미 율무기에게 밀려 세력의 대 부분을 잃었다.
가진 물자나 병사,기사는 율무 기에 비하면 한 줌도 되지 않는다.
“자네 같은 사람이 친분 때문에 움직일 것 같지는 않고.”
“정확히 보셨습니다.”
“그러니 제안하려는 것일세. 율 호를 황제로 만들려는 작업에…… 나를 끼워주게나.”
타로트는 본색을 드러냈다.
율호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드 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요한까지 힘을 합친다면?
필로틴 제국을 완전히 집어삼키 는 것도 일이 아닐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자네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어.”
“그거 감사드릴 만한 일이군요.”
“그러니 이제 슬슬 손을 잡도록하는 게 어떤가?”
타로트는 양팔을 벌렸다.
그는 진심으로 요한을 원하고 있 었다.
“자네가 나와 손을 잡고,필로틴 제국을 손에 넣게 된다면…… 자네 에게 필로틴 제국의 절반을 주지.”
“이미 필로틴 제국을 완전히 손 에 넣은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하하하.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하 고 계획을 짜놓았다네. 원한다면 보여줄 수도 있어.”
“흐......w“어떤가? 나는 자네가 함께해준 다면 이 계획의 성공률이 칠 할 이 상이라 보고 있네.”
‘이 인간이 로드만 왕국을 먹는 것은 포기한 건가? 아니면•"…미뤄 둔 것일까.
어쨌든 타로트는 자신의 야망을 버리지 않은 상태였다.
“일단은 그 제안은 거절해야겠군 요.”
“……뭐?”
“내키지가 않습니다.”
“하아…… 요한.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내 조사가 잘못된 것인 가?”
“예? 무슨……‘?”
“자네와 율호의 사이에 친분관계 가 있는 것인가? 그래서 손을 잡지 못하는 것이라면……“재와는 딱히 친분관계고 뭐고 없습니다.”
회귀 전에는 친구라고 생각했었 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잡아야 할 자에 불과하지.
요한의 대답에 타로트는 안도했 다.
“그렇군. 그렇다면……“그래도 거절하겠습니다.”
“어째서?”
요한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다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뭐 하는 것인가.”
슬쩍 율호를 보았다.
그가 어떻게 세뇌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총명했던 눈은 빛을 잃었다.
이지적인 얼굴에는 고통만이 드 러나 있었다.
타로트의 거미줄에 걸려버린 율 호에게는 꼭두각시의 삶만이 남아 있었다.
‘물론 내가 구해 줄 수 있기는 하지만……죽이러 와서 구해줄 리가 없잖은 가.
요한은 망설임 없이 오러 블레이 드를 가볍게 내질렀다.
-푹!!
。끄륵……심장이 꿰뚫린 율호의 눈에 순간 빛이 돌아왔다.
큰 충격으로 정신을 차린 율호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자 요한은 차 분히 말했다.
“잘 가라.”
입술만 들썩이던 율호의 고개가 축 늘어졌다.
그것을 보던 요한은 오러 블레이 드를 해체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H 요한!!”
“죽일 놈 죽인 건데 문제라도 있 습니까?”
타로트의 눈에는 분노가 섞여 있 었다.
그는 요한을 죽일 듯 노려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왜 이런 짓을 한 거냐!! 우리가 손을 잡으면!! 율호를 이용하면 필 로틴 제국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그렇겠죠.”
“그런데 왜!!”
“일단 첫 번째. 저는 율호를 살 려둘 생각이 없었으니까.”
“ ,,“두 번째.”
요한은 타로트를 빤히 바라보며 이를 드러냈다.
“당신이 거슬렸으니까.”
“뭐?”
“함부로 제 일이 끼어들지 말라 는 겁니다. 타로트 사령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요한은 여유 롭게 말한 후 몸을 돌렸다.
“검은 요새에서 볼 일은 다 봤으 니 됐고……율호를 잡은 시원함 뒤에 찜찜함 이 남았다.
그는 방문을 나서기 전 힐끔 고 개를 돌렸다.
“제 일에 끼어든 죄. 그냥 넘어 가지는 않겠습니다.”
“네놈이!! 좋게 봐줬더니 오만방 자하구나!!”
“누가 오만방자한 건지 모르겠군 요. 타로트 왕제 전하.”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 그에게 겨누며 이를 드러냈다.
“전하의 혈관에 흐르는 피에 감 사드리십쇼.”
“이놈……"”
“만약 전하께서 로드만 왕가의 핏줄만 아니었어도 그 목. 지금 날아갔을 테니까.”
요한은 거슬리면 귀족이고 뭐고 앞뒤 안 가리는 남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고 하더라도 왕족을 치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괜히 타로트를 잘못 건드렸다가 로드만 왕가에 코가 꿰일 수 있었 다.
그를 치기 위해서는 적당한 명분 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요한은 타로트를 치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정도로 도발을 해줬으니 저 인간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물론 그가 요한을 직접 노릴 수 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바그너 후작가를 치려 할까?
그것도 쉽지 않을 거다.
그럼 타로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필로틴 제국과의 연합이다.
율무기와 손을 잡고 로드만 왕국 을 집어삼키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힘을 빌려 요한을 공격하려 할 거다.
마침 율경은 요한과 원수관계이 기도 하니 그 상황을 만들기도 편 할 것이다.
계단을 타고 오르며 요한은 히죽 웃었다.
“꼭 그래 줬으면 좋겠군.”
* * *볼일도 다 봤는데 오래 남을 필 요는 없었다.
물론 요한이 남는다고 해서 타로 트가 그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뭐라고 하겠나.
율호가 필로틴 제국의 황족이기 는 했다.
하지만 지금 필로틴 제국에서는 황족끼리 서로 잡아먹으려는 상황 이다.
거기서 한 명을 요한이 죽였다고 필로틴 제국이 난리를 칠 것 같은 가?
물론 내전이 끝나고 제대로 된 황제가 옹립된다면 그 죄를 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 지 있었다.
그렇기에 타로트는 떠나는 요한 을 잡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죽이고 나왔다고?”
“타로트가 날 칠 수도 없으니까. 무슨 명분으로 날 치겠어?”
“흠……“율호가 죽은 것을 가지고 나에 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 어. 굳이 있다고 친다면 율무기와 율경 정도?”
“그 율경이 난리를 칠지도 모르겠는데.”
“뭐 그건 기대하는 바이니까.”
요한은 심드렁히 대답했다.
그를 보던 플로란스는 쓰게 웃었 다.
“타로트와 완전히 적대관계가 되 었군. 괜찮을까?”
“괜찮아.”
“암살자가 올지도 모르는데?”
“고양이 목에 방울 달려는 쥐새 끼가 누굴지 기대되네.”
씩 웃은 요한은 플로란스의 등을 툭 쳤다.
검은 요새에 들어가고 하루도 되 지 못하고 나온 것이다.
제대로 쉬지 못한 그녀를 향해 요한은 쓰게 웃었다.
“가는 길에도 좀 부탁하자.”
“……하아. 그래야겠군.”
갈 때도 노루로 변해서 가자는 이야기다.
“율리아 영지로 갈 생각인가?”
“아니. 보물찾기를 좀 해야 하니 까 다른 곳에 들렀다가 가자고.”
“보물? 무슨 보물?”
플로란스를 보던 요한은 히죽 웃 었다.
“세 번째 전조를 막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있거든.”
한 번 속았던 전적이 있는 플로 란스는 요한을 빤히 보았다.
“이번에는 진짜야!!”
* * *타로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굴욕.
자신의 계획을 무시한 요한에 대 한 분노.
이제는 참아낼 수 있는 것이 아 니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도 가만 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대로 당할 수만은 없지.’
이제 요한과는 넘어설 수 없는 강을 앞에 둔 사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당하기 전에 쳐내야 한다.
타로트는 이를 악물며 벽에 숨겨 져 있는 금고를 열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서찰을 잡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과 손을 잡고 싶지는 않지 만…… 어쩔 수 없지.”
그가 잡은 오래되어 보이는 서찰 에는 율무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