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3화
278. 그러세요. 그럼 (2).
“이야. 플로란스에게 사기를 쳤 다고?”
“으윽…… 사,사기가 아닙니다. 드리려고 했습니다!”
“드리려고 했다는 것은 주지는 않았다는 거네. 뭘 받으려고 했 어?”
“암흑시대의 마법서. 뭐 이제 와 선 의미 없는 일이긴 하지.”
플로란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그녀의 신호와 함께 덩굴이 치솟 았다.
“꺄아아악!!”
“윽!”
“이런!! 황녀님!”
호위기사로 보이는 둘이 단검에 오러를 주입했다.
덩굴을 잘라내려는 그들을 향해 요한은 히죽 웃었다.
“그 덩굴 잘리는 순간 너희 목도 잘린다.”
“크으으윽..... !!”
호위기사들은 신음했다.
하지만 요한은 언제든지 검을 휘 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튼수작 한 번에 바로 그의 손 에 들린 미스릴 검이 움직일 것이 다.
그사이 석상의 광기에 삼켜진 패 잔병들이 눈을 돌렸다.
덩굴에 잡혀 있는 기사들을 제물 로 바치려는 듯 그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재들은 필요 없겠지?”
“그래.”
“그럼 내가 처리하면 되겠고.”
남은 패잔병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요한은 그들에게 다가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열 명의 광신도들을 제 거한 요한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무슨 책이었는데? 혹시 천 마리 검은 양을 쌓는 방법?”
“소리의 책이라는 마법서였지.”
플로란스는 예전 일을 떠올렸다.
오래된 자에 대한 자료와 유물을 한창 모으고 있을 때 연락이 왔다.
그때 찾아온 것이 바로 저 율로 미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암흑시대의 유 물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율무기를 도와 몇 가지 일을 해 준다면 소리의 책이라는 마법서를 주겠다.
천 마리 검은 양을 쌓는 방법처 럼 이름만 알려져 있는 암흑시대 때의 마법서가 바로 그것이었다.
수많은 마법서에 언급은 되지만 실체는 없었던 마법서.
그것을 준다고 하니 플로란스로 서는 거절할 수 없었다.
“흠…… 그래서?”
“결국은 봉인된 마법서를 받았 지. 하지만 그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다른 마법서였어.”
전해지는 기록처럼 정체불명의 마수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표지.
책의 제목.
거기에 봉인된 형태까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암흑시대의 것이라 판단했었다.
그렇기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지. 너희의 거짓의 증거 가.”
플로란스는 아직도 가지고 있었 는지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법서를 꺼냈다.
그것을 본 율로미의 표정은 푸르 죽죽하게 물들었다.
“좀 보자.”
요한은 플로란스의 손에 들려 있 는 마법서를 보았다.
확실히 표면은 암흑시대의 물건 이었다.
표지에도 소리의 책이라는 고대 어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내용물은 아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반 마법서 다.
“이거 표지 갈이라도 한 건가? 어떻게 한 거지?”
요한조차도 겉만 본다면 속았을 정도다.
그가 감탄하자 플로란스는 손을 뻗었다.
천천히 그녀의 손에 잡힌 율로미 의 얼굴에 공포가 깃들었다.
“나도 그것을 알고 싶어. 자. 이 제 설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으윽……“지금까지 뭐 하다가 이제 와서 얘를 잡는 거냐? 네가 속은 건 꽤 오래전 일 같은데.”
요한이 묻자 플로란스는 쓴웃음 을 지었다.
그녀도 속았다는 것을 알고 필로 틴 제국에 갔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율경은 플로란 스를 방해했다.
결국 그녀는 율로미를 잡지 못하 고 원한만 키울 수밖에 없었다.
“율경이 숲에 들어왔다면 잡을 수 있었겠지만……율경은 플로란스를 철저하게 도 심지나 평원에서.
그것도 먼 거리에서만 상대했다.
그러다 보니 불리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저 일만 잡고 있을 수 는 없었지. 그래서 미뤄둔 것뿐이 다.”
헤이로나를 구하고 나면 기회가 되는 대로 원한을 해결하려 했었다.
플로란스가 말하자 요한은 피식 웃었다.
“잘됐네. 그 원한 해결할 수 있게 되어서.”
“아…… 아아……율로미의 표정은 완전히 질려 있 었다.
천하십강 둘이 앞에 두고 원한을 언급하고 있었다.
겁에 질리는 게 당연한 일이었 다.
“자,잠깐…… 제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저,저……“율로미의 혀는 달콤한 독과 같 다고 하지.”
플로란스는 품에서 씨앗 하나를 꺼냈다.
“이것을 너에게 심어 평생 고통 받게 할까?”
“히이이익!?”
“아니면…… 기생목의 숙주가 되 어 영원토록 살아남게 해줄까.”
겁에 질린 율로미가 오들오들 떨 었다.
그것을 보던 요한은 검을 움직였 다.
“뭘 하든 빨리해라. 그리고 율무 기와 율경도 잡아야 한다고? 잘됐 네.”
헤르듀크가 율초아와 손을 잡은 이상 율무기도 쳐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율무기,혹은 그의 측근 이 세 번째 전조가 될 수도 있었 다.
그렇다면 어차피 잡아야 할 대 상.
그때 같이 잡으면 되겠다고 그가 생각했다.
“아. 그 전에 몇 가지 좀 알아보 자. 얘는 율무기 부하 아니야?”
“그렇다고 알려졌지.”
“지금 내전은 율무기가 강세를이루고 있어. 그런데 그 부하가 왜 여기 있지? 그리고 저런 떨거지들 과 함께?”
제대로 된 기사나 병사들을 이끌 고 왔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아까 그녀와 함께 있던 이들은 저 둘을 제외하곤 말 그대 로 오합지졸이다.
석상이 내뿜는 광기를 고작 몇 초도 저항하지 못한 자들.
왜 저런 이들과 함께 있는 것인 지 알아두고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 책을 만든 것 인지도 알고 싶었다.
그가 질문하자 플로란스는 싸늘 히 말했다.
“대답해라.”
“으…… 마,말씀드리면…… 사, 살려 주실 건가요?”
율로미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살폈다.
이 상황에서도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요한은 크게 웃었 다.
“하하하!! 난 이렇게 살려고 발 버둥 치는 사람이 좋다니까.”
“그,그럼.”
“그렇다고 해서 살려줄 이유는 없지. 적어도 편하게 죽게는 해줄 게.”
“그러어언……울먹거린 그녀를 내려다보던 플 로란스는 율로미의 머리를 꽉 잡았 다.
“대답하라.”
너무나도 거대한 존재감에 질린 율로미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하지만,그 입이 열리는 것은 그 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심문이 끝나자 요한은 팔짱을 끼 고 생각했다.
‘율무기가 이상해졌다라……꽤나 온화하던 율무기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돌변해버렸다.
고압적이고,또 타인을 무시하고.
자신만이 강자라고 여기게 되었 다.
율로미가 율무기의 부하가 된 것 은 그가 황제를 잘 모시고 나라의 운영을 잘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황제와 황비를 유폐시 켰다.
그리고 제국을 마음대로 하려고 했다.
율로미는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율초아에게 합류하려고 했고 그것 을 들켰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나?”
“음? 아니. 그나저나 황제와 황 비가 유폐되었다라. 이거 일이 재 있게 흘러가네. 그걸 다른 사람들 이 그냥 뒀다?”
아무리 황제가 병중이라고 하지 만 그를 치료하기 위한 의사와 신 관은 분명 있다.
황제가 유폐된다면 그것을 의사 와 신관들이 가만히 두고 보겠나.
그런데도 아직까지 바론 교단에 서는 별 말이 없었다.
“필로틴 제국에도 바론 교단의 위세는 강해. 황제를 치료할 정도 라면 최소한 바론 교단의 상급 사 제 정도는 될 거야.”
“그런데도 이 일은 알려지지 않 았어. 왜일까?”
“그쪽에 있는 신관이 누군질 모 르니 판단을 못 내리겠네.”
매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 었다.
바론 교단의 사제라고 모두가 하 이마스와 같은 자만 있는 것은 아 니니 말이다.
자신을 위해서 얼마든지 잘못된 것을 보고 눈을 돌릴 수도 있는 자 도 있다.
“그런가. 그 외에…… 얻을 정보 는 없지?”
“나머지는 천천히 알아봐야겠지. 그리고 재의 말을 전부 믿을 수도 없고.”
율로미는 간절한 표정으로 요한 을 보았다.
제발 살려달라는 듯.
뭐든 하겠다는 듯.
지나칠 정도의 간절함이 담긴 시 선을 율로미는 필사적으로 요한에 게 보냈다.
하지만 플로란스는 지팡이를 움 직여버렸다.
“잘 가라.”
지팡이의 끝에 달린 방울이 울린 순간 땅에서 나무뿌리가 솟구쳤다.
-푸욱!!
44으으윽......".
날카로운 뿌리가 가슴을 꿰뚫었 다.
피를 토한 율로미가 축 늘어졌 다.
요한과의 약속대로 일격에 그녀 를 죽인 플로란스는 지팡이를 가볍 게 내리찍었다.
“으으윽!”
“커억!!”
플로란스의 덩굴에 잡혀 있던 자 들의 몸이 조였다.
뼈를 으스러트린 덩굴은 그들의 죽음을 확인한 후에야 풀렸다.
“시체 처리 좀 해라.”
« O ”
가지고 있던 씨앗을 부려 이곳의 시체들로 숲을 만들었다.
플로란스는 요한의 옆에 서며 말 했다.
“방해하지 않아서 고맙군.”
“내가 방해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너도 나 방해하지 마라.”
“내가 널 방해할 일이 있을까 싶 군.”
무뚝뚝하게 말한 플로란스는 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들이 자리에서 벗어나 얼마나 걸어갔을까?
한 무리의 레인저들과 마주쳤다.
“정지!!”
레인저들을 이끌던 한 레인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한과 플로란스를 번갈아 바라 보던 그는 화들짝 놀랐다.
“요한 공자님 아니십니까?!”
케리만을 잡은 위대한 영웅.
검은 요새의 많은 이들에게 존경 받는 대상인 요한이었다.
레인저는 황급히 요한에게 달려 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케리만을 잡으신 위대한 영응을 뵙습니다.”
“일어나. 어…… 그런데 이름이 뭐더라.”
“헤일로입니다.”
“그래. 헤일로. 검은 요새에 볼일 이 있어서 가고 있는데. 괜찮나?”
“으음…… 상황이 그리 좋지 않 습니다.”
“왜?”
“필로틴 제국 쪽에서 내전이 벌 어진 것은 알고 계시지요?”
요한이 긍정하자 그는 상황을 차 분하게 설명했다.
지금 필로틴 제국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피해는 심해지고, 전란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피난 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 전역으로 피난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패배한 귀족들이나 기사들 같은 경우 타국으로 도망치고 있었 다.
“우리가 망명을 받아주나?”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애초 에 검은 요새의 규정은 허가받지 않은 자들은 쫓아내는 것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망명을 하려던 자들 이 헨드릭 산맥을 넘어들어와 버리 는 것이다.
“그 수가 너무 많아서……“그렇다고 모두 받아줄 수는 없 겠지.”
“예. 당장 피난민에 섞여서 필로 틴 제국의 첩자가 들어을 수도 있 으니까요.”
피난민을 가장해서 도둑이나 암 살자가 들어오는 경우는 흔하다.
그렇기에 타로트는 철저하게 규 정대로 필로틴 제국 쪽의 문을 통 제한 것이다.
“그래"•…? 그나저나 검은 요새 에는 필로틴 제국 사람이 없는 건 가?,’
요한은 모르는 척 넌지시 물었 다.
그가 묻자 헤일로는 고개를 저었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언제였지? 필로틴 제국 측의 황자가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그래?”
“예. 그리고 타로트 사령관께서 는 그를 받아주셨고……“왜 받아줬는지는 모르고?”
“예. 아는 사람은 타로트 사령관 님뿐입니다.”
“그렇군. 그나저나 나 들어가도괜찮지?”
“지금 검은 요새는 비상이라 서…… 거기에 황녀 하나가 헨드릭 산맥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그걸 잡지 못하면……“그건 얘가 잡았어.”
“예?”
요한은 그에게 율로미에게서 얻 어낸 것들을 보여주었다.
필로틴 제국 황족의 패였다.
패에 적힌 이름을 본 그는 안도 했다.
“다행입니다……“왜 다행이야?”
“아. 그게…… 타로트 사령관께 서 말씀하셨습니다. 필로틴 제국 놈들,특히 황족은 한 놈도 로드만 왕국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라고.”
요한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아무튼 타로트 사령관을 좀 만나봐 야겠군. 가보자.”
요한은 잠시 후 만날 율호를 떠 올리며 기쁘게 미소 지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