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2화
277. 그러세요. 그럼 (1).
요한이 순순히 자신의 의견을 꺾 자 윌카스트 후작은 놀랐다.
“네가 웬일로 내 의견을 받아들 이냐?”
“제가 언제 아버지 뜻을 거스른 적 있습니까? 아버지가 가르치면 엘마도 잘 배우겠죠.”
귀족의 예법과 더불어 학문,지 식,그리고 사람을 다스리는 법.
그런 것을 가르치기엔 요한보다
윌카스트 후작이 나았다.
물론 요한도 그것이 불가능한 것 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까지 하기에 요한이 할 일은 너무 많았다.
“댄스나 검술은 제가 가르치지 요. 마법은…… 음. 일단 아단에게 부탁해야 하나?”
그 외에 다른 부분을 가르칠 것 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다.
엘마는 일이 점점 커진다고 생각 하자 월카스트 후작의 손을 꼭 잡 았다.
。아빠……“걱정 말렴. 요한이 그래도 그렇 게 가혹하게 가르치지는 않을 테니 까. 요한. 그렇지?”
프란츠야 바그너 가문을 이끌 후 계자니 혹독하게 가르쳤다고 치자.
하지만 엘마에게까지 그렇게 가 르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윌카스트 후작이 묻자 요한은 바 로 동의했다.
“제가 원하는 수준까지만 올라가 면 만족입니다.”
“네가 원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일지 두렵구나. 어휴. 일단 약속이 다?”
“예. 프란츠 가르치던 식으로는 가르치지 않겠습니다.”
간단히 이야기가 끝났다.
윌카스트 후작은 자신을 보며 감 탄하는 엘마에게 뿌듯해했다.
“어떠니. 이게 네 아빠의 힘이란 다.”
“대단해요!”
저 고집 센 요한을 꺾었다는 것 에 엘마는 존경심을 느꼈다.
그녀는 눈을 반짝거리며 두 손을 모으고 감탄했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본 윌카스트 후작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이정도면 아버지 말은 잘 듣겠 군.’
요한이 엘마 앞에서 월카스트 후 작의 말을 들어 준 이유는 단 하 나.
힘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 다.
바그너 가문의 영애가 되었다면 가주인 윌카스트 후작을 따라야 한 다.
하지만 엘마는 드라이어드.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요한을 제 외하면 나머지는 동등하게 생각하 고 있었다.
그 인식을 바꿔야 했다.
최소한 자신의 위에 누가 있는지 정도는 알게 해야 한다.
‘그럼 당분간은 여유가 있겠네.’
“아버지. 바그너 영지로 엘마를 데리고 가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래도 괜찮으냐?”
“예. 저도 이래저래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엘마를 돌보기가 힘들겠 군요. 유아랑. 너도 같이 가.”
“어? 저도 갑니까?”
“그리고 하온달을 율리아 영지로보내. 네 대신 하온달이 일해주면 되겠지.”
지난번 지옥문 사건 이후로 목숨 을 구원받은 모험가들이 많다.
그들을 이용해서 일을 시키면 되 니 당분간은 인력 걱정이 없었다.
그가 사정을 설명하자 유아랑은 바로 받아들였다.
“그리 말씀하신다면야……“그럼 인력 교체는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죠.”
“모험가들이 많으면 골치 아프지 않겠니?”
윌카스트 후작은 꽤나 걱정스러 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요한이 강하다고 하지만 모험가들 중에는 불만을 가지는 자 들도 있을 거다.
특히나 요한이 시킬 일은 농사, 그리고 잡일과 공사 정도다.
모험가들이 원하는 종류의 일과 는 거리가 멀다.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걸 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윌카스트 후작의 걱정을 마주하 며 요한은 웃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 다.”
“그래…… 그럼 내일 바로 복귀 하는 것으로 하자.”
“저는 볼일이 있습니다. 알아서 복귀할 테니 아버지는 재들 데리고 복귀하세요.”
“또 어딜 가려고?”
“북방에 볼일이 있습니다.”
율호를 제거하러 가야 한다.
어디 있는지 파악도 했고 잡을 방법도 있다.
그런데 굳이 시간 끌 필요 있나.
요한은 씩 웃으며 엘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 말씀 잘 듣고 있어.”
“네! 요한 님!”
“어허. 엘마. 너도 이제 바그너 가문의 사람이니 오빠라고 불러야 지.”
윌카스트 후작이 짐짓 엄하게 말 하자 엘마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 으며 외쳤다.
“네! 오빠!”
* * *다음 날 아침 윌카스트 후작 일 행이 떠나자 요한은 바로 준비했다.
혼자서 북방에 가려는 것이었다
그가 짐을 챙겨 들고 마고 후작 에게 말을 한 마리 빌렸을 때.
그의 뒤로 흰색의 로브를 입은 여인,플로란스가 모습을 보였다.
“또 어디 가는 거냐?”
“넌 왜 아버지 안 따라갔냐? 가 는 김에 같이 가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그런데 너는 어딜 가려는 것인데?”
“개인적인 볼일이 있어. 왜? 같 이 가게?”
“가도 되나?"
“나야 상관없지. 네가 가면 말타 고 가는 것보다 빠를테니까.”
검은 요새까지 가는 길에는 숲이 많다.
그러니 플로란스를 노루로 변하 게 해서 타고 가는 게 더 빠르다.
요한은 쥐고 있던 말고삐를 놓았 다.
“어떻게 할 거야? 갈 거면 말 놓 고 가고.”
“따라가지.”
“좋아. 그럼 가자.”
말을 교환할 필요가 없어졌다.
생각보다 북방에 빨리 갈 것 같 다는 생각에 요한은 꽤나 만족했다.
“어디로 갈 생각이지?”
“검은 요새. 그쪽에 볼일이 있 어.”
가자마자 적당히 상황 봐서 율호 를 제거한다.
그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생각을 마친 그가 플로란스와 함 께 성문 근처로 가자 기사 하나가 모습을 보였다.
“요한 공자님과 플로란스 님 아 니십니까? 두 분이 왜 함께 계십니 까?”
로디악 기사단의 셀렌이었다.
휘하의 병사들에게 성문의 병사 들과 교대하라 말한 그녀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혹시 밀월 여행!?”
“그건 아니야. 그런데 왜?”
“아뇨. 그냥 좀 신기해서. 저희부단장님은 안 데리고 가시는 건가 요?”
“개는 이래저래 바쁘지 않냐?”
그 말을 들은 셀렌은 당황했다.
그녀의 반응에 요한은 의문을 품 었다.
“왜?”
“부단장님 휴가 내셨습니다. 저 번 지옥문 사건 때문에 포상휴가를 받으셨습니다.”
“흠…… 뭐. 고향에라도 갔나 보 지.”
“에밀리 부단장님은 수도 태생이십니다.”
그렇다면 에밀리는 어디에 간 것 일까?
요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개도 사생활이 있겠지.”
“하아……셀렌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녀를 향해 피식 웃은 요한은 바로 성문으로 향했다.
“공자님. 정말 부단장님과 함께 가시는 것 아니십니까?”
“아니야. 그리고 나 이제 자작인 데 자꾸 공자님이라고 부를래?”
바로 이틀 전.
요한은 미루고 미루던 자작위를 받았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귀족이라 할 수 있었다.
“자작님께서 지방 귀족으로 자리 를 잡으셔서 실망하신 건가……‘?”
“개가 그럴 사람이냐. 따로 볼일 이 있나 보지. 자. 그럼 안녕이다!”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한 요 한은 플로란스와 함께 밖으로 나갔 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도착하자 플로란스는 노루로 변했다.
“여기서 하루 정도 북상하고 서 쪽으로 틀어. 그럼 숲이 이어질 거 다.”
요한이 지리를 말해주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는 에밀리를 어떻게 생각하나?”
“남의 관계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서로 할 일이나 잘하자.”
“아니…… 네가 없는 동안 에밀 리가 나에게 물었다.”
“뭘 물어봐? 나랑 네 사이?”
“그래.”
아무리 자신밖에 모르는 플로란 스라도 알 수 있었다.
에밀리는 요한에게 관심이 있다.
아직까지 그녀는 자각하지 못한 듯싶지만.
“나쁘지 않은 여자다.”
“알아.”
“그럼 됐다.”
무뚝뚝하기로는 플로란스도 요한 에 못지않았다.
그녀는 간단히 대화를 끝내고 몸 을 낮췄다.
넓은 노루의 등 위에 요한이 타 자마자 그녀는 빠르게 발을 움직였 다.
* * *플로란스 덕분에 검은 요새 근처 에 빨리 도착했다.
숲이 끝나고 평야 지대가 나타나 자 플로란스는 사람의 형태로 돌아 왔다.
“운임비라도 받아야 할 것 같 군.”
“우리 사이에 그러기냐?”
“이렇게라도 안 하면 넌 날 단순 히 탈것으로 이용할 것 같아서.”
가볍게 몸을 푼 플로란스가 투덜 거리자 요한은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
“난 널 그냥 탈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그런 생각 마라.”
‘훌륭한 숲지기 겸 탈것으로 생 각하지.’
꽤나 진지한 어조였다.
하지만 플로란스는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어버렸다.
“흥. 과연 어떨지. 그나저나 검은 요새로 가려면 여기서 하루는 걸어 야 할 것 같은데.”
“이왕 태워주는 거 더 태워줘.”
“나도 검은 요새에 빨리 들어가 서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딸랑!!
그녀는 지팡이를 가볍게 내리찍 었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수십 줄기 의 가시덩굴들이 치솟았다.
-캬아아아악!!
땅 밑에서 가시덩굴에 묶인 웜이 끌려 올라왔다.
그녀가 가볍게 지팡이를 휘두르 자 원은 가시덩굴에 휘말려 그대로 찢어져 버렸다.
삽시간에 웜 한 마리를 제거한 플로란스는 심드렁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했다.
“누군가가 사냥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군.”
멀리서 흙먼지가 치솟고 있었다.
그곳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뜬 요 한은 검을 들었다.
“산적인가?”
“어쩌면 피난민일 수도 있지.”
아직은 멀어서 상대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이 달리는 소리와 함께 미세하게 섞인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그들이 단순한 여행객이 아 님을 알리고 있었다.
“일단 뭐 하는 것들인지는 모르 겠지만 우호적인 것 같지는 않네.”
아공간 주머니에서 성궤까지 꺼 낸 요한은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 렸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군대로 보였 다.
하지만 로드만 왕국군 소속은 아 니었다.
“저건…… 필로틴 제국군 같은 데?”
“패잔병인가? 필로틴 제국에서 내전이 일어난다더니……플로란스가 보기에도 필로틴 제 국군 소속의 병사들로 보였다.
그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던 플로 란스는 피식 웃었다.
“검은 요새 쪽의 레인저들은 실 력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도 않구만.”
산에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두 직업이 있다.
하나는 자연의 뜻을 따르며 자연 을 다스리는 드루이드.
그리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산과 숲에서 적을 몰살시 키는 레인저.
특히나 검은 요새의 레인저는 강 하고 철저하다고 소문나 있었다.
그런데 헨드릭 산맥을 고작해야 패잔병이 넘게 하다니.
“뭔가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 냐?”
‘이런 일은 회귀 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패잔병이 뭔가.
정예병들조차도 레인저들이 지키 는 헨드릭 산맥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고작 패잔병이 여기로 넘 어 왔다?
뭔가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정? 무슨 사정?”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있었다.
패잔병들은 이를 갈며 요한과 플 로란스에게 달려들었다.
“쳐라!!”
적대적인 외침을 듣자마자 요한 은 석상을 꺼냈다.
석상에 담긴 광기는 빠르게 패잔 병들을 감싸버렸다.
“크…… 크투!! 크투!!”
“위대하신 심해의 지배자시여!!”
석상의 광기에 휘말리던 이들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그것을 훈훈하게 지켜보던 요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 명.
세 명은 석상의 광기에 저항하고 있었다.
‘어…… 뭐 하는 것들이지?’
“제기랄!!”
“광왕!? 광왕 요한인가!?”
놀란 그들이 도망치려고 몸을 돌 리자 플로란스는 지팡이를 휘둘렀 다.
땅에서 치솟은 덩굴들이 그들을 묶어버렸다.
“뭔데 재들은 석상에 저항했지?
둘은 그렇다고 치고 하나는 유저도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재들의 정체부터 알아봐야겠다.”
“내가 안다.”
“응?”
의아해하는 요한에게 플로란스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설명했다.
“저자. 율무기의 부하이며 동생 인…… 필로틴 제국의 십사황녀. 율로미 필로틴이다.”
“네가 재를 어떻게 알아?”
“알 수밖에 없지.”
플로란스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녀의 명령에 따라 덩굴이 음직 였다.
잡힌 그들이 파랗게 질린 채 끌 려오자 플로란스는 천천히 말했다.
“나에게 사기를 친 계집이니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