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1화
276. 끈질긴 놈 (3).
놀라던 그들은 진정을 한 후 다 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제 개인적인 원한이야 어쨌 든…… 필로틴 - 로드만 연합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야…… 뭐 그렇 다고 치죠.”
다음 문제가 남았다.
언제 움직일 것인가.
그것에 관한 판단은 아직 내려지 지 않았다.
“필로틴 제국은 그렇다고 치더라 도 저희가 어떻게 나설지를 결정해 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그 부분은 내가 폐하,그리고 귀족원장께 말씀드려 조율하도록 하지.”
로드만 왕국에는 상비군이 없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로디악 기사 단이나 성철쇄 기사단이 움직여야 했다.
그게 아니면 캐슬 오브 로디악의 경비병을 나서게 하거나.
하지만 그들을 제국을 치기 위한 군대에 넣을 수는 없었다.
결국 지방 귀족들의 힘을 빌려야 하니 귀족원과 상의해야 하는 것이 다.
“그 부분은 알아서 하십시오.”
“너도 참가할 거냐?”
“필로틴 제국의 내전에 끼는 거? 그야 당연하죠. 율경을 잡아야 하 는데. 아. 그리고 율호는 제가 잡겠 습니다.”
“그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 지?”
현재 그가 있는 곳은 검은 요새.
타로트 로드만의 비호 아래 있었 다.
요한이 설명하자 헤르듀크는 고 개를 끄덕였다.
“그를 보내달라고 타로트 사령관 께 요청해볼까?”
헤르듀크가 말하자 율초아는 바 로 부정했다.
“그가 오지 않는다면? 아니…… 타로트 사령관이 보내주지 않는다 면?”
“타로트 사령관께서 그럴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헤르듀크. 내가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타로트 사령관은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그는 늑대와 같은 자다.”
“제 숙부님입니다. 모욕하지 말 아 주십시오.”
헤르듀크가 딱 잘라 말하자 율초 아도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타로트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었다.
‘사람 볼 줄은 아네.’
타로트가 가진 야심은 요한도 알 고 있었다.
그는 율초아를 보다가 어깨를 으 쏙였다.
“율호에 관련된 일은 제가 알아 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그가 경계 하고 도망치게 둘 필요는 없었다.
“그럼 더 하실 말씀은 없는 것으 로 알겠습니다.”
“요한. 알고 있겠지만 이번 일은 공식적으로 발표가 날 때까지는 비 밀이다.”
“알겠습니다. 에밀리. 너도 입 다 물고 있어야 하는 것 알지?”
“으음…… 그래. 그런데 왕자님.
저는 왜 부르신 겁니까?”
“요한의 서포트를 부탁하려고 부 른 것인데. 괜찮겠나?”
과연 요한에게 서포트가 필요할 까?
에밀리는 요한을 빤히 바라보았 다.
그 시선에 담긴 의미를 눈치천 요한은 씩 웃었다.
“뭐 굳이 재까지 필요하겠습니 까?”
“자칫 잘못했다간 네가 당할 수 도 있어.”
“제가 당할 정도인데 과연 에밀 리가 도움이 될지……“날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야?”
“오우. 무시는 아니야. 그냥 현실 을 말한 것뿐이지.”
그게 무시다.
에밀리는 울컥했지만 항변할 수 없었다.
어쨌든 요한이 자신보다 훨씬 강 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주먹 을 쥐었다.
“그리고 율무기가 진짜 시간에 관한 연구를 성공시켰다면…… 에 밀리를 데리고 다니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세레나의 경우가 아니었다면 요 한도 그냥 에밀리를 데리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가 있다 보니 안심할 수 없었다.
거기에 플로란스의 계시.
그것까지 생각한다면 더 그랬다.
‘어쩌면 율무기나 그 측근을 통 해 세 번째 전조가 시작될지도 모 른다.’
그렇게 된다면 오래된 자를 직접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크림슨 우드처럼 허접한 오래된 자가 아닌.
전성기의 힘을 보유한 오래된 자 를 말이다.
“그럼 그 부분은 에밀리와 조율 해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은 없 죠?"
“그래. 움직일 때가 된다면 명령 서를 내리도록 하겠다. 그때까지는 영지에 얌전히 있어 주길 바란다.”
요한이 바라던 일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에밀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생각해?”
“될S ?•”
“이번 일.”
“잘되면 바그너 공작가 되겠 지.”
“아니,그런 문제가 아니라…… 요한. 내가 필요해?”
에밀리는 요한을 물끄러미 응시 하며 물었다.
어딘지 모르게 간절해 보이는 시 선을 마주하던 요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필요하다면 어쩔 건데? 말했다 시피 이번 일. 위험할 수도 있어.”
“네가 있어도?”
“나라고 해서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할 거 면 진짜 각오해라.”
“그 정도야? 율경이 그리 강해?”
“율경 때문은 아니야. 시간에 관 련된 연구 때문에 그렇지. 롤라이 도의 개 수준의 위험이 생길 수 있 다고.”
물론 에밀리가 서포트 한다면 당 연히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문제는 진짜로 위험하다는 것이 다.
만약 율무기 쪽에서 세레나처럼 세번째 전조가 발생한다면?
그럼 그를 통해 암흑시대의 오래 된 자들이 나타날거다.
그들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빠르 게 자신의 추종자를 잡아낼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막강한 힘을 보유하 게 될 거다.
플로란스나 광약 정도가 아니라 면 그냥 가세하지 않는 것이 낫다.
요한이 설명하자 에밀리는 주먹 을 꽉 쥐었다.
“내가 도움이 안 된다는 거네.”
“너는 플로란스나 광약에 비하면 약하잖아?”
냉혹한 현실이 명치에 꽂혔다.
에밀리는 요한을 이글거리는 눈 으로 노려보았다.
“네가 인정할 정도의 실력은 어 느 정도지?”
“적어도 광약은 이겨야 하지 않 을까?”
즉 천하십강의 반열에 오르라는 이야기다.
요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그 정도다.
에밀리는 도톰한 입술을 꽉 깨물 었다.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으로도 부족하다…… 이거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 했다.
“야! 마차 불러줄게 타고 가!”
그의 배려에 에밀리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 * *로디악 기사단의 정복으로 갈아 입고 에밀리는 다시 성으로 복귀했 다.
파티가 끝났기 때문일까?
성내는 꽤나 조용했다.
성안을 지나 안뜰에 들어간 그녀 는 한숨을 쉬었다.
안뜰에는 꽤나 많은 훈련의 장비 들이 있었다.
“하아…… 이게 잘하는 짓일 까……마스터라는 위치에 만족하고 있 었다.
그 위치를 인정받아 자작위에 오 르고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이 되 었다.
이후부터는 검사로서 살기보다는 부단장으로서,귀족으로서만 살았었 다.
신체를 단련하고 실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보다 행정,그리고 왕국 을 위한 일만 해왔다.
‘만약 그때…… 내가 훈련을 멈 추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까 요한의 시선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향해진 시선.
무시라기보다는 배려에 가까웠 다.
그것이 싫었다.
‘적어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싶어.’
아직까지 요한에 대한 감정이 어 떤지는 정확히 규정할 수 없었다.
막대한 힘에 대한 동경인지. 이질적인 모습에 대한 호기심인지.
그것도 아니면 세간이 말하는 것 에 휩쓸리는 것인지.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는 이유 는 간단했다.
요한과의 막대한 차이 때문이었 다.
동등하게 볼 수 없으니 상대에 대한 감정을 정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에밀리는 성철쇄 기사 단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누구냐.”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에서 나온 것은 꽤나 마른 듯한 나마스였다.
에밀리를 본 나마스는 여전히 가 라앉은 어조로 말했다.
“무슨 일이지?”
“나마스 왕자님…… 부탁이 있습 니다.”
“뭐냐.”
그는 메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악마에게 씌었다는 자책과 부끄 러음.
그것이 강해지기 위한 마음가짐 을 만들고 있었다.
“나마스 왕자님께서 더 강해지고 싶어 하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리겠습니 다. 왕자님. 저도 강해지고 싶습니 다.”
고작해야 익스퍼트인 나마스에게 마스터가 부탁을 했다.
하지만 이상할 것은 없었다.
나마스는 일반,그리고 유저 수 준에 불과했던 이들을 익스퍼트로 끌어올린 사람.
그렇다면 단련하는 데 있어서 그 의 가르침을 받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후. 내가 해줄 것 같으냐? 돌아가라.”
그가 냉정히 말하자 에밀리는 진 지한 어조로 다시 요청했다.
“제가 강해진다면…… 나마스 왕 자님께 한 가지 도움을 드리겠습니 다.”
“……내가 왕위를 노린다고 하더 라도?”
“예. 한 번이라면…… 도와드리 겠습니다.”
나마스의 독기어린 눈에 빛이 번 뜩였다.
그는 천천히 웃었다.
“좋아. 마스터를 훈련해보는 것 도…… 나를 좀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겠지.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신체의 트레이닝 정 도뿐.”
검술과 오러의 단련은 다른 곳에 서 배워야 한다.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강해져야 했다.
요한과 어깨를 마주하기 위해서 는 더욱 강해져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존심 따위는 필요 없었다.
이곳은 캐슬 오브 로디악.
수도 바로 옆에 배움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가 있는 곳이 다.
그곳에도 가르침을 청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작정을 한 에밀리는 성실히 고개 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시작하지.
따라와라. 안뜰에 있는 훈련기구들 부터 보여주마.”
나마스는 에밀리를 데리고 자신 이 만든 훈련기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윌카스트 후작은 꽤나 즐거웠다.
단순하게 후작위에 오른 것을 많 은 이들이 축하해줘서가 아니다.
꽤나 단순한 이유 때문에 그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여기가 좋으세요?”
“어이쿠! 좋구나!”
그는 어깨를 두들기는 손길에 흐 뭇함을 느끼고 있었다.
요한이 갑작스럽게 데리고 온 소 녀.
뜬금없이 양녀로 추천한 엘마는 솔직히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그녀가 가진 특유의 매력 때문만 은 아니었다.
뭐든 가르치면 바로 익히고,또 행동도 착실했다.
거기에 요한이나 프란츠처럼 속 을 썩이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귀여워만 해주면 되는 사 랑스러운 딸이 된 것이다.
그러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 나.
거기에 이렇게 애교도 잘 부린다 면 더욱 좋다.
“그래. 그래. 거기 부탁한다. 어 이쿠! 시원하구나! 시원해〜!”
。헤헤〜”
“좀 더 세게 할 수는 없겠니?”
“제가 해드리죠.”
그것을 지켜보던 요한은 성큼 나 섰다.
엘마가 뒤로 물러나자 요한은 윌 카스트 후작의 어깨를 주물렀다.
“끄어억!! 이 녀석아! 아프다! 아 파!!”
“엘마를 예뻐해 주시는 것은 좋 은데…… 아버지. 제가 말•씀 안 드 렸나요?”
“했지. 엘마는 드루이드의 방식 으로 키운 드라이어드라고.”
윌카스트 후작에게까지 진실을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사정을 말했었던 요한 은 인상을 찡그렸다.
“엘마를 제대로 키우려면 나름대 로 훈련도 해줘야 합니다. 응석만 받아줘서는 안 됩니다.”
먹는 것,입는 것.
그리고 해야 할 일들까지.
엘마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요한의 설명을 다시 들은 월카스 트 후작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 다.
“저 사랑스러운 아이와 몬스터를싸우게 하라니. 너무한 것 아니 냐?”
“어지간한 몬스터는 재가 다 잡 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양 분을 흡수시켜야 엘마가 큽니다.”
그게 아니라면 오랜 시간 꾸준하 게 양분과 마력을 흡수시켜야 한다.
그러느니 그냥 몬스터 사냥 때 데리고 다니는 것이 낫다.
“힘드시면 제가 하겠습니다. 가 르칠 것도 많으니까.”
그의 말에 엘마는 흠칫 놀라며 윌카스트 후작에게 안겼다.
자신의 품으로 도망친 엘마를 안 아주며 윌카스트 후작은 고개를 저 었다.
“네가 가르치던 방식으로 가르치 려고? 그러다가 애 잡겠다! 녀석 아! 차라리 내가 가르치마!”
“그럼 그렇게 하시죠.”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