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25화
275. 끈질긴 놈 (2).
필로틴 제국의 삼황녀.
현재 일황자인 율무기와 대립하 고 있는 여인.
그녀가 와 있다는 말에 요한은 깜짝 놀랐다.
“전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 니다.”
“당연하지. 그녀는 최소한의 수 행 인원만 데리고 비밀리에 온 것 이니까……“로드만 왕국과 협력 때문입니 까?”
율무기는 공식적으로는 율경의 도 움을 받지 않았다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율경의 행동은 완전 히 율무기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누가 봐도 아는 것이다.
그러니 율초아도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역시 율경을 제거하려는 거군. 양유위의 정보와 예측대로다.’
그에 대해서는 지난 며칠간 꾸준 히 생각했다.
그러니 요한은 상관없다 생각하 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죠. 얘기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를 만나겠다는 이유도 알 것 같 고.”
“이왕이면 플로란스 님도 계셨으 면 좋겠지만……“없는 사람 불러봐야 뭐 합니까? 자자. 가시죠.”
헤르듀크는 요한과 에밀리를 데 리고 궁 안쪽으로 들어갔다.
궁내부원들도 쉽게 들어오지 못 하는 곳에 도착하자 헤르듀크는 차분히 물었다.
“요한. 확실히 하자. 율경과 싸우 면 이길 수 있나?”
“반드시 이깁니다.”
만약 그에게 블링크 부츠가 있었 다면 또 모르겠다.
대놓고 도망치고자 한다면 잡을 방도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미 그의 블링크 부츠는 프란츠의 소유가 되었다.
그런 만큼 율경 따위 마주치면 반드시 잡을 수 있었다.
“그럼 됐다.”
헤르듀크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귀빈을 모시기 위한 넓은 방에는 두 노년의 기사가 있었다.
“황녀님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들어가지.”
평상복을 입고 있지만 분위기는 어지간한 기사 이상이다.
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자 요한은 씩 웃었다.
“뭘 그리 보시나?”
“아직 어리다 들었소만…… 천하 십강이라니. 놀랍군.”
“왜? 내 실력이 궁금해? 확인시 켜줄까?”
요한의 심드렁한 태도에 노년의 기사는 살짝 검을 잡았다.
그것을 본 헤르듀크가 인상을 찌 푸린 순간 핏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번쩍였다.
-서걱!!
“더 보여줘야 하나?”
“...... o—으■斤”.
눈 깜짝할 사이에 노기사의 수염 이 깎였다.
요한의 공격에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던 노기사 는 입을 꾹 다물었다.
“헤르듀크 왕자님의 체면을 봐 서. 그리고 율초아 황녀가 할 제안 이 뭔지 모르니까 살려는 준다.”
그래서 목을 치지는 않았다.
노기사는 사색이 된 얼굴로 목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있을 회담에 따라 둘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
“바이든 경. 소트론 경. 양해 부탁드리오. 요한이 조금……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성격이 더럽다.
그들이 빠르게 납득하자 헤르듀 크는 요한을 나무랐다.
“요한. 적당히 해라. 적당히. 칠 거면 내 허락받고 치든가.”
“이 정도면 충분히 적당한 것 아 닙니까?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왕 자님 체면 봐서 안 친 겁니다.”
“허이구. 눈물 날 정도로 고맙 군.”
“우실 필요는 없고.”
한마디도 안 지는 요한의 모습에 헤르듀크는 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로 강한 자와 친분을 유 지한다는 것.
분명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그럼 들어가지.”
문이 열렸다.
안에 있는 것은 검은 예복을 입 고 있는 회색 머리칼의 미녀였다.
양유위가 가져온 정보와 초상화 대로의 모습이었다.
율초아.
필로틴 제국의 삼황녀는 다소곳 이 앉아 있었다.
“반갑군. 율초아 필로틴이다.”
“요한 바그너입니다.”
“그리고 그쪽은..... ?"
“에밀리 크롬웰. 로디악 기사단 의 부단장입니다.”
요한과 에밀리의 인사를 받은 그 녀는 자리를 권했다.
둘이 앉자 율초아는 바로 본론으 로 들어갔다.
“율경을 잡아 줄 수 있는가?”
“잡는 거야 문제가 안 됩니다만 제가 왜 그와 싸워야 합니까?”
“헤르듀크. 설명하지 않았나.”
“하하. 예. 선배. 요한을 만날 겨 를이 없었습니다.”
“선배? 율초아 황녀님. 아카데미 출신이십니까?”
“그래. 내 선배님이시지.”
단순한 선후배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요한은 그들을 보다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무슨 사정이 있습니까?"
“현재 필로틴 제국 쪽의 사정이 지. 음…… 요한. 차이로 백작을 기억하나?”
“예.”
건방지게도 자신을 공격하려 했 던 로드만 왕국의 중앙 귀족.
그의 이름이 나오자 요한은 고개 를 끄덕였다.
“그가 율무기와 손을 잡고 있었 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어. 증거자료 도 있고.”
“흠……“그 외에 다른 몇몇 자료들이 있 지.”
“이미 끝난 일 아닙니까. 그리고 이건 제 문제 같은데…… 헤르듀크 왕자님께서 나설 필요는 없는 것 아닙니까?”
“한 가지 더 있다.”
헤르듀크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 다.
“율무기는 필로틴 제국 내에서 주전파에 속한다. 대륙 전체를 차 지할 야심을 가지고 있지.”
“야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 까?”
“문제는 그에게 그 정도의 능력 이 충분히 있다는 거야.”
“계승권자들 통합도 못 하면서 무슨……“그자는 오래된 자의 힘을 이용 해 시간에 관해 연구하고,그것을 쓰려는 자다.”
찻잔에 손을 가져가던 요한이 멈 췄다.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던 요한은 눈을 번뜩였다.
“그 이야기 좀 자세히 부탁드립 니다.”
“그건 내가 해주는 게 맞겠군. 자. 여기 자료들이다.”
율초아는 자료들을 꺼내 보였다.
그 자료들을 읽어 본 요한은 이 를 갈았다.
“이런 미친……자료들에 나와 있는 내용들.
대부분 시간과 관련된 자료들이 었다.
“율무기는 시간의 비밀을 파헤쳐 서 과거에 있었던 힘을 끌어내려 하고 있어. 그리고 이미 성공하기 도 했고.”
“율무기 황자가 오래된 자를 불 러내려 한다는 겁니까? 하지만 그 건 최악의 경우……“그래. 톨라이도와 같은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지.”
황금시대에 있었던 대도시 톨라 이도가 멸망했던 것처럼.
제국의 수도 역시 멸망할 수도 있었다.
톨라이도의 개를 직접 봤던 에밀 리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있는 일 이 아니었다.
‘그때 톨라이도의 개에 의한 피 해가 생기지 않은 것은 요한 덕분 이야.’
만약 요한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톨라이도의 개에 의해서 로드만 왕국은 무너져내리고,어쩌면 그 개가 대륙 전체를 박살 냈을 수도 있었다.
“이미 율무기는 시간에 관한 연 구를 상당히 진행했다는 첩보를 입 수했다. 그리고……“그리고?”
“과거에 손을 가져갈 정도의 성 과를 얻었다더군.”
“흐...... ,,“일례로 그는 몇 개의 드래곤 스 케일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찾아 볼 수 없는 그것들을 그가 손에 넣 은 것은…… 과거에 손을 대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자신이 밝혀낸 여러 가지 정보들을 내어주었다.
그 정보들을 읽어 본 요한은 가 법게 납득했다.
“그렇군요. 그래서요?”
“뭐?”
“율무기가 금기를 어긴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죠. 그런데 그걸 왜 여기 와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시간과 차원에 대한 금기를 어길 시 그것에 대비하는 기관은 따로 있었다.
바로 상아탑과 바론 교단이다.
그럼 그들에게 문의해야지 여기 와서 이러는 것이 요한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베트의 연구실에서 있었던 보 고를 나도 봤지.”
헤르듀크가 말하자 요한은 에밀 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말해도 된다면서?”
“어. 그렇지. 아니. 잘했다고.”
요한은 손을 들어 에밀리의 머리 를 쓰다듬었다.
그들을 빤히 바라보던 헤르듀크 는 씩 웃었다.
“둘이 사귀냐?”
“아니요. 그런데 헤르듀크 왕자 님. 그걸 또 다른 나라에 알리셨습 니까? 참나.”
“결혼할 사이인데 어때.”
“예!? 그게 정말이십니까!?”
에밀리는 깜짝 놀랐다.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인 자신 도 모르는 왕족의 행사가 있을 줄 이야.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헤르 듀크를 보았다.
“아직 공식적인 것은 아니야. 폐 하. 그리고 나. 율초아 황녀님만 아 는 정도지. 그러니 화내지 말라고.”
헤르듀크는 난감해하다가 품에서 한 장의 계약서를 꺼내 보였다.
헤르듀크가 로드만 왕국 국왕의 자리에 오르고.
율초아가 자신의 세력을 유지할 정도의 힘을 가졌을 시.
필로틴 - 로드만 연합국을 위해 둘은 혼인을 한다.
정말 깔끔한 계약서였다.
“필로틴 제국과 로드만 왕국이결합한다. 뭐 그런 겁니까?”
계약서를 읽어 본 요한이 툭 내 려놓으며 말했다.
그 말에 헤르듀크는 쓰게 웃었 다.
“그래. 그리되면 아주 막강한 나 라가 만들어지겠지. 이번 일만 잘 풀린다면 바그너 가문이 공작가에 오를 수 있도록 내가 힘을 쓰겠다.”
후작가에서 공작가로의 작위 상 승.
그것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나쁜 일은 아니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받죠.”
“뭘 원하지?”
“혹시 필로틴 제국 내에는 죽음 의 대지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궁금해하던 율초아가 굳었다.
그녀는 요한을 뚫어지라 응시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있다. 제국에서는 죽음의 대지 를 어떻게든 조사하고 싶었지. 오 랜 기간 쌓은 연구 결과를…… 황 가는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율호 그 자식이 죽음의 대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거군.’
“하지만 그 방법은 아직 완벽하 지 않아. 원래는 계속 연구가 되어 야 했지만……후계자 경쟁 때문에 힘이 분산되 어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황제가 나타나고,제국 을 완벽하게 다스려야 그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자리만 마련해주십시오. 바로 죽 여드릴 테니까.”
어차피 율경과 그 떨거지들을 살 려 둘 생각 따위는 없었다.
요한이 무덤덤하게 답하자 율초 아는 만족했다.
“세상 무엇보다 든든하군.”
“그런데 이건 아셔야 할 겁니다. 나중에 뒤통수치면...... 그 든든한검이 바로 당신 목으로 날아갈 테 니까.”
“사냥이 끝난 사냥개를 잡겠다고 할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다.”
바그너 가문이 공작가가 된다면?
필로틴 - 로드만 연합국 쪽에서 도 부담감이 커질 것이다.
강한 신하는 목에 걸린 돌과 같 다.
자칫 잘못하면 더 높은 곳에 오르려 할지도 모른다.
사냥이 끝났을 때 사냥개를 삶는 일요한은 그런 일을 너무 많이 봐 왔다.
그렇기에 경고한 요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합니까?”
“일단 다른 후계자들부터 쳐내는 것이 우선이겠지.”
율초아는 탁자를 톡톡 치다가 차 분히 답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로드만왕국으로 망명한 황족을 잡는 것이 다.”
“오••••••요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것이야말로 요한이 원하는 일 이 아니었던가.
“왜 좋아하냐?”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한 가지 문제가 있지. 아니,이 걸 문제라고 봐야 하나?”
그녀는 요한의 눈을 마주했다.
회색빛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리 고 있었다.
“내가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요한. 너는 율호와 손을 잡은 것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놀란 헤르듀크에게 율초아는 바 로 설명해주었다.
“내가 알아낸 독자적인 정보망에 의하면…… 요한이 율호에게 서신 을 건넸다더군.”
“서신? 무슨 서신입니까?"
“율호와 손을 잡자고 말야. 특별 통행증도 보낸 것 같던데?”
헤르듀크는 획 고개를 돌려 요한 을 보았다.
“정말이냐? 왜 그에게 손을 잡자 고 한 것이지? 설마 요한……“왕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뭔데?”
“그냥 개인적인 원한입니다.”
요한의 답에 헤르듀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뭔 원한을 가지고 있길래 그런 걸 보내?”
“제가 필로틴 제국에 갈 수 없으 니까 데리고 와서 죽이려구요. 특 별 통행증은 오기 편하게 하려고 준거고.”
그 말에 헤르듀크와 에밀리,율 초아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무슨 원한이길래 그렇게까지 해!?”
“아니 전 원한을 잊지 않고 해결 하려는 요한이 더 두렵군요.”
질린 듯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들을 향해 요한은 쑥스러워했다.
“아이참. 뭐 이런 걸 가지고.”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 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