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19화
269.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 .
다 (2)
실제로 지옥문을 부순 것은 토드 만 주교가 이끄는 성직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한 모험가, 상아탑,연금술사.
마지막으로 도보다만 왕국의 기 사들과 병사들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 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믿을 수 없 는 일이 있었다.
바로 모든 것을 하얀 가루로 만 들어버리는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악마들에게 잡힌 사람들을 구하 기 위해 나선 이들의 증언이 있었 다.
그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으 로 악마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공 격했다.
한 대 맞으면 즉사인 공격을 쏘 아대던 위험한 자였다.
그 여인을 쓰러트린 것이 바로 요한이 다.
만약 그 여인을 쓰러트릴 수 없 었다면?
분명 엄청난 피해가 생겼을 것이 다.
그에 대한 치하를 위해 도보다만 왕국에서 나선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를 찬양하라!!”
“오오오오!!!”
도브다만 왕국의 국왕 소미츠 도 브다만은 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당당히 외쳤다.
“영웅을 찬양하라!!”
“와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요한이었 다.
많은 이들의 존경과 환영,경애 속에서 요한은 생각했다.
‘집에 가고 싶다.’
빨리 집에 가서 빌헬미나가 해준 요리를 먹고 싶다.
그리고 훈련이나 하고 푹 자고 싶다.
‘그냥 될까?’
로드만 왕국의 귀족인 요한이 도브다만 왕국에서 찬양받아야 뭐 좋 겠나.
물론 회귀 전이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영향력을 지닐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천하십강에 오른 요한이 다.
거기에 파룬을 교육해 아카데미 에 보낸 것이 세간에 알려져 있었 다.
또 마고 후작이 하이데의 치료에 대해서 열심히 떠들었다.
그것 때문에 상아탑이나 연금술 사들도 요한을 호의적으로 보고 있 었다.
영향력으로 본다면 대륙에서 순 위권 안에 들 정도의 위치라 할 수 있었다.
‘그냥 갈까?’
박수갈채를 퍼붓는 사람들을 요 한은 힐끔 돌아보았다.
개중에는 도브다만 왕국의 귀족 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험가,연금술사,마법사.
그리고 바론 교단의 성직자들까 지.
다양한 사람들이 요한을 축하하 고 있었다.
‘바론 교단의 손은 아직 잡고 있 는 게 유리하니까…… 토드만 주교 가 가면 나도 가야겠다.’
가볍게 마음을 굳혔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쯤.
소미츠 국왕은 요한에게 다가갔 다.
“그대를 도브다만 왕국의 명예 자작으로 임명하겠다!”
타국의 귀족을 자국의 귀족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호의와 감사를 전하기 위 해 이런 식으로 명예 작위를 내리 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타국과의 거래나 협정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로드만 왕국에서 높은 곳을 노리 는 자라면 반드시 갖고 싶은 것이 저 훈장이었다.
요한은 자신의 가슴팍에 달린 훈 장을 살짝 보다가 씩 웃었다.
“감사합니다. 소미츠 국왕 폐하.”
“이왕이면 도브다만 왕국의 백작 으로 맞이하고 싶네만……“아. 저는 로드만 왕국의 귀족이 라서 말입니다.”
요한의 말에 에밀리는 부르르 몸 을 떨었다.
그토록 왕가의 기사가 되라고 말 했을 때는 무시하던 요한이다.
그런 요한이 로드만 왕가의 귀족 이라고 말하는 날이 오다니.
기뻐하는 그녀를 무시한 채 요한 은 차분히 말했다.
“제안은 감사드립니다만. 저는 로드만 왕국을 배신할 수 없습니 다.”
“그런가…… 아쉽게 되었군.”
꽤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요한 의 어깨를 꽉 잡았다.
“자네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고 들었는데…… 우리 도브다만 왕 가의 왕족 중에 아직 혼사가……“제 결혼은 가문의 어른께서 결 정하실 일입니다.”
바그너 가문의 어른이라고 해봐 야 윌카스트 후작밖에 없다.
이미 윌카스트 후작은 요한에게 몇 번이나 혼담을 제안했었다.
그것을 요한은 요리조리 피해왔 었다.
그런 요한이 월카스트 백작을 방 패로 삼았다.
하지만 그 사정을 알리 없는 소 미츠는 그저 안타까워 할 뿐 이었 다.
“이거 정말 아쉽군……결국 명예 자작이라는 것 외에는 내어줄 것이 없었다.
실망한 소미츠 국왕은 애써 웃으 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의 파티는 도브다만 왕가에 서 주최하는 것이니. 여러분 모두 즐겨주시길 바라겠소!”
악사들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 사이 요한은 에밀리에게 다가 갔다.
“잘했지?”
“정말 잘했어. 다시 봤는데?”
“뭘 다시 봐. 나만큼 로드만 왕 가에 충실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끙…… 그럼 로디악 기사단에 들어오라고.”
“그건 싫어.”
결국 알맹이만 챙기려는 것이 뻔 히 보인다.
에밀리는 요한의 태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나마스 왕자님은?”
“먼저 복귀하셨어. 지옥문이 파 괴되었으니 이곳에 남을 필요 없다 고 하시더군.”
“재미없네. 이 자리에서 뭔가 자 신을 지지해 줄 사람을 찾을 줄 알 았는데.”
“너무 결벽하신 분이라서……악마에게 씌었다는 것에 대한 부 끄러움을 스스로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발설한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그런데도 나마스는 자신에게 실 망해버렸다.
“어쩌면 이걸로 왕위 계승권 경 쟁에서도 물러날지도 몰라.”
왕이 될 자는 강한 마음을 지니 고 있어야 한다.
고작 악마 따위에게 밀려버릴 마 음으로 어찌 한 나라의 국왕이 되 겠나.
그는 그리 말하고 로드만 왕국으 로 복귀했다.
에밀리가 사정을 설명하자 요한 은 한숨을 쉬었다.
“찜. 헤르듀크 왕자님만 좋겠네.”
손 안 대고 코를 푼 꼴이니 말이 다.
요한이 와인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자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왕위 계승권 경쟁이 크 게 심화되지 않아 다행이야.”
“필로틴 제국처럼 되지 않아서?”
“그래.”
필로틴 제국에서 시작된 내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필로틴 제국의 황위 계승권 경쟁 은 매번 치열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전까지 간 적은 없었다.
내전으로 가봐야 제국의 힘이 약 화될 뿐이기 때문이다.
“일황자 율무기가 제국의 천하십 강 율경과 손을 잡았다는 소문도 나더라고.”
“오…… 그래? 그걸 누가 퍼트렸 어?”
“삼황녀 율초아. 율무기 다음으 로 강력한 세력을 지니고 있었지.”
그렇기에 그녀는 율무기의 힘을 틀어버리고자 율세인을 친 율경에 게 대적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많은 귀족들과 제국 내의 세력들이 마찰을 일으켰 고.
그 이후 본격적으로 내전이 발발 했다.
“문제는 그 내전이 얼마나 지속 되느냐인데……“그리 오래가지는 않겠지.”
인왕 율경을 등에 업은 데다가 처음부터 막강한 세력을 지녔던 율 무기다.
그렇기에 그와 대항할 만한 세력 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삼황녀 율초아.
칠황자 율라우.
황제의 자리에 가장 가까운 것은 그 셋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나머지 후계자들은?”
“쭉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 개중 에는 야심을 버리지 못하고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은 황족들도 있 어.”
에밀리는 파티의 한쪽을 가리켰 다.
그곳에는 짙은 흑발에 고귀함을 그대로 새겨 놓은 듯한 여인이 있 었다.
“구황녀 율시아아:. 율무기에게 밀 려서 쫓기던 도중 결국 도브다만 왕 국으로 망명을 했지.”
“도브다만 왕국도 골치가 아프겠 군.”
후계자가 다른 나라로 망명을 했 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도보다만 왕국에서 필로틴 제국 을 치기 위한 명분을 손에 쥐는 것 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겠지.”
내전이 길어지고 필로틴 제국의 힘이 약해진다면.
그럼 도보다만 왕국도 율시아를 이용해서 필로틴 제국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내전이 빨리 끝나고 필로 틴 제국의 황제가 결정된다면?
내부 정리가 끝나는대로 새로운 황제는 숙청을 시작할 것이다.
그 숙청의 대상에 율시아가 없다 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그녀를 지원했다는 이유 로 필로틴 제국에서 도브다만 왕국 을 칠 수도 있었다.
“지금 황족들이 망명을 한 왕국 들 다들 골치가 아플걸?”
“우리나라는 안 그런가.”
로드만 왕국에도 망명을 한 황족 이 있었다.
바로 율호.
그가 검은 요새에 입성해 있었 다.
“그자가 왜 로드만 왕국을 택한 걸까?”
‘그건 내 덕분이지.’
요한은 히죽 웃었다.
그가 율호에게 보낸 서찰.
그것은 자신이 율호를 지원할 테 니 바그너 영지로 오라는 제안이었 다.
그 신뢰를 위해서 특별 통행증까 지 동봉하고 군자금도 지원해주었 다.
지금까지야 얌전히 있었지만 내 전이 벌어지고 크게 힘이 꺾인 이 상.
율호가 야심을 가지고 있다면 요 한을 찾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바로 목을 따버려야지.’
이제는 대륙 전체에 이름을 날리 는 요한이다.
거기에 율경을 쓰러트린 전적도 있다.
그러니 율호로서는 당연히 요한 의 지원을 바랄 수밖에 없을 것이 다.
‘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지금쯤 와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고민하고 있을까.
율호의 얼굴을 보길 간절히 원하 며 요한은 손바닥을 비볐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별생각 안 했는데? 야. 노래 좋 다.”
요한은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벌써 몇몇 귀족들이 나와서 춤을 추고 있었다.
“에밀리 크롬웰. 당신과 선율을 함께 즐기고 싶군요.”
요한은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 밀었다.
공식적으로 댄스를 청하는 손길 이다.
그것을 본 몇몇 귀족들은 감탄했 다.
“저분은 에밀리 자작님 아니신가?”
“그리고 요한 공자…… 소문에 의 하면 두 분이 특별한 사이라던데.”
“벌써 결혼을 약속하기도 했다던 데?”
“이미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이 야기도 있어.”
“둘 사이에 애도 있다고……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요한은 인상을 구겼다.
‘아니 소문이 어떻게 난 거야?’
“어…… 괜찮아?”
요한의 갑작스러운 댄스 신청에 놀란 것은 에밀리 역시 마찬가지였 다.
주변의 수군거림을 듣던 에밀리 는 조심스레 물었다.
“뭐 어때.”
그의 대답에 그녀는 머뭇거리다 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가자고.”
요한과 에밀리가 손을 잡고 나가 자 몇몇 귀족들은 기대하며 바라보 았다.
“요한 공자가 춤을 그렇게 잘 춘 다면서?”
“로드만 왕국에서 그를 초빙해서 댄스강사로 삼고 싶어 하는 부인들 이 많다더라고.”
“정말 잘 추시면 내 딸을 위해서 라도 모시고 싶구만.”
물론 속셈은 그것만이 아닐 것이 다.
그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새로운 연주가 시작되었다.
약간 느린 템포의 연주다.
비올라의 맑은 음색이 퍼지고 하 프의 아름다운 소리가 파티장에 울 렸다.
그것에 맞추어 요한과 에밀리는 차분히 스텝을 밟았다.
“요한. 넌…… 괜찮은 거냐?”
“뭐가?”
“나와 이런 소문이 나는 것. 나 는••… 일단 너보다 나이가 많고-••…“얘가 답지 않게 왜 이래?”
에밀리의 등을 당겨 안은 요한은 빠르게 발을 놀렸다.
화려하게 움직이며 그녀를 돌리 고,다시 한 번 안아 준다.
그의 품에 안긴 에밀리는 슬쩍 요한을 올려다보았다.
“평소 하던 대로 해.”
“……하아. 그래.”
에밀리는 살짝 그의 가슴에 이마 를 가져갔다.
그렇게.
한 곡의 춤이 끝나자 부인들과 영애들은 기대감을 품었다.
이어서 자신들이 요한과 춤을 추 려는 것이었다.
그때 였다.
“플로란스 님께서 입장하셨습니 다!”
그녀는 이런 파티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그런 플로란스가 참가했다는 말 에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재는 파티장에서도 저걸 뒤집어 쓰고 있나.”
놀란 사람들이 길을 열어주자 플 로란스는 바로 요한에게 다가갔다.
“요한. 할 말이 있다.”
“고백을 하고 싶으면 좀 분위기 있게 하면 안 되냐?”
어깨를 으쓱이며 요한이 농담조 로 말하자 플로란스는 고개를 저었 다.
“꿈을 꿨다.”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니겠 군.”
놀란 사람들을 내버려 둔 채 요 한은 플로란스와 함께 밖으로 나갔 다.
서로 통하는 것이 있어 보이는 그들을 보며 에밀리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