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18화
268.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 .
다 (1)
예전에 예모에게 율호와의 접촉 을 명령한 적이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서 실패했나 싶었 다.
그런데 율호가 정말 로드만 왕국 으로 망명을 했을 줄이야.
‘그럼 검은 요새에 찌그러져 있 을 율호만 잡으면…… 남은 것은 해왕뿐이군.’
“공자님. 뭐 좋으신 일이라도 있 으십니까?”
“어? 어. 그렇지. 소라본 먹고 복 귀할 일 생각하니까 너무 좋다~ 유아랑. 베르도에게 토가림 족은 내가 쓸어버렸다고 해줘.”
어울리지 않게 요한이 밝은 어조 로 말했다.
유아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요한이 저럴 때는 뭔가 놀랄만한 생각을 할 때였다.
“하하! 자자! 세이논! 갑시다!”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요한은 세 이논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시는 겁니까?”
“뭐 더 할 것 있습니까?”
렌머드도 먹었고 소라본도 먹을 예정이다.
거기에 석상과 청삼도 구했다.
또 예상치 못했지만 오래된 자 중 하나인 크림슨 우드를 잡고 엘 마도 키웠다.
이번 녹색 산맥 행에서 얻은 것 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더 얻을 것은 없었다.
의아해하는 그를 세이논은 말없 이 바라보았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 까?”
“토가림 족과 싸우셨고…… 그들 을 모두 잡으셨다면……그녀는 옷자락을 꽉 잡았다.
유아랑이 눈치를 살피고 엘마와 함께 가버리자 세이논은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드루이드가 되지 못하고쫓겨났다는 것은.••… 아시겠지요?”
“예.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겁니까?”
“그,그건 아니지만.”
“그럼 토가림 족이 추종하던 나 무를 당신이 배신한 것이 중요한 겁니까?”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그 나무에 종 속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을에서 쫓겨나고,스스 로 문신을 지워버리며 더 이상 관 계가 없어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녀가 토가림 족이었고, 그곳에서 중요한 위치였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세린과 저는…… 자매였지요.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그녀가 심각하게 말하려 하자 요 한은 손을 들었다.
당황한 세이논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사정은 물어볼 생각 없 고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혹시 그 게 앞으로의 일에 영향을 끼치는 겁니까?”
토가림 족을 지배하던 크림슨 우 드는 죽었다.
토가림 족도 거의 대부분 죽었다.
드루이드 세린도 요한의 손에 제 거되 었다.
그럼 이제 끝난 것 아닌가.
뒷사정 따위는 관심 없고 또 알 고 싶지도 않았다.
하물며 그 말을 하는 세이논이 울기 직전이라면 더 듣고 싶지 않 았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정이 있고,또 비밀이 있는 법입 니다.”
“……그렇죠. 공자님께서는 그것을 캐묻지 않으시는군요.”
“저도 나름대로 숨기고 있는 것 이 많으니까요.”
“하아……요한이 토가림 족을 치러 갔을 때부터 고민했던 것이 바보 같다 생각되었다.
세이논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그녀가 토가림 족에서 쫓겨난 이 후 지은 웃음 중에 가장 편안한 웃 음이 었다.
* * *며칠이 지나고 떠날 날이 되자 요한은 싱글벙글 웃었다.
지난 시간 동안 정말 잘 먹었다.
회귀 전에 먹고 싶었던 엘프족 전통 음식.
거기에 교류를 중히 여기는 사이 먼에 오는 다른 이들의 요리까지.
회귀 전에 먹지 못했던 한을 꽤 나 푼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마드모스 왕국 가봐야 지.”
어제 마드모스 왕국 출신의 학자 에게 받은 쿠키를 씹으며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다 끝나면 정말 대륙 각지 의 맛집 탐방이라도 가야겠다.
학자에게 들었던 마드모스 왕국 의 맛집에 대해 수첩에 적은 그는 흐뭇해했다.
그의 앞에는 커다란 가방이 있었 다.
안에 있는 것은 렌머드를 담은 상자들이 었다.
어제 세이논이 밤을 새워가며 만 든 것이다.
“가시면서 드셔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소라본과…… 엘프 전통의 도시락도 준비했습니다.”
“어이쿠. 뭐 이런 걸 다.”
“공자님께 받은 은혜를 생각하 면…… 이것도 모자란다고 생각합니 다.”
세이논은 살며시 요한의 옷자락 을 손끝으로 잡았다.
처량하고,또 처연하며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녀를 마주하던 요한은 씩 웃었 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부탁이 있습 니다.”
“뭐든,뭐든 상관없습니다.”
요한의 얼굴은 꽤나 진지했다.
그윽하기 그지없는 그의 시선에 세이논은 살짝 숨을 들이마셨다.
“저…… 무,무슨……r“세 이논.”
요한은 세이논의 어깨를 꽉 잡았 다.
그의 열정적인 시선에 세이논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을 마주하던 요한은 열정을 담아 말했다.
“나중에 율리아 영지로 와서 렌 머드랑 소라본 만드는 거 저희 할 머니한테 가르쳐주세요.”
“……예?”
세이논은 얼빠진 표정으로 요한 을 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하기 그 지 없었다.
옆에서 그들을 응시하던 레닌은 쓴웃음을 지었다.
“요한 공자님 원래 저러셔?”
“응. 원래 저러셔.”
누가 봐도 세이논은 요한에게 호 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도 요한이 저러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둔감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아니. 공자님은 알고 계실걸?”
“어? 그런데도 저러신다고?”
평소에 율리아 영지에 있을 때 오는 친서나 연서.
찾아오는 영애들의 은근한 대쉬.
그런 것이 얼마나 많은데 요한이 모르겠는가.
그런데도 요한이 넘어가는 이유 는 한 가지다.
“가끔 공자님께 여쭤봤는데. 지 금은 연애질할 때가 아니라고 하시 더라.”
“지금은? 왜?”
“나야 모르지.”
어깨를 으쓱인 유아랑은 가방을 들었다.
“그럼 간다.”
그는 가볍게 주먹을 내밀었다.
그 주먹을 마주하던 레닌은 살짝 주먹을 가져다 대었다.
“율리아 영지라고 했지. 나중에 세이논 언니랑 함께 갈게.”
“그래. 언제든지 환영일 테니까. 특히나 세이논 아주머니는 말야.”
세이논이 해주는 요리라면 요한 도 웃으며 반길 거다.
그렇게 생각한 유아랑은 세이논 에게 인사를 하고 요한의 뒤를 따 탔다.
성벽 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베 르도는 한숨을 쉬었다.
"요한 공자님께 큰 도움을 받았 군.”
“그래……“그래서. 그 흔적을 자네는 뭐라 고 생각하나? 정말 세계수는 아니 겠지?”
토가림 족 마을에는 박살 난 나 무들이 즐비했다.
그 나무들조차 대부분이 비쩍 말 라 있었다.
분명 움직이는 나무였을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토가림 족 마을 뒤쪽의 산이었다.
그 산에 있는 거목.
분명 보통 나무는 아니었다.
“세계수는 아니야. 기록에 따르 면 세계수는 그렇게 크게 성장하지 않으니까.”
“그럼 뭐지?”
“공자님의 말씀대로 크림슨 우드 였어. 오래된 자 중 하나인.”
“크림슨 우드라…… 그 크림슨 우 드를 해치운 것도 공자님이시겠지?”
“아마…… 그렇겠지.”
그가 확인한 크림슨 우드는 완전 히 박살이 나 있었다.
절대 자연사라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크림슨 우드를 잡은 것. 요한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 었다.
“어쨌든. 위험한 오래된 자는 이 제 처치가 되었어. 그리 생각한다 면……유역비는 멀어지는 요한 일행을 보며 기대감을 품었다.
'공자님께선 반드시……* * *침대에 누워 있던 플로란스는 천 천히 눈을 떴다.
스르륵 몸을 일으킨 그녀는 침대 에 걸터앉은 채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어째서……?”
그녀를 괴롭히던 악몽은 이미 끝 났다.
주변의 존재를 새하얀 가루로 만 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적.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하얀 공간 속에서 요한은 그 원흉을 베 어 넘겼다.
그 이후로 이제 위험은 없을 것 이라 생각했었다.
적어도 몇 년은 안심해도 될 것 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 다.
대기근에 대한 계시를 받고 절망 했었다.
백색병에 대한 계시를 받고 두려 워했었다.
단 하루도 편안하게 잔 적이 없 었다.
언제나 악몽에 시달렸고,그 악 몽에서 깨어날 때쯤이면 고통과 절 망에 몸부림쳤었다.
백색병을 흩뿌리던 세레나가 죽 은 후.
그녀는 실로 오랜만에 평온한 시 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평온은 한 달도 채 유지되지 못했다.
플로란스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 싸 쥔 채 중얼거렸다.
“왜•"… 또 그런 계시를……이번 계시는 저번 것과 달랐다.
오래된 자에 대한 연구를 한 그 녀이기에 알 수 있었던 것들이 있 었다.
백의 팔을 지닌 헤카톤케일.
죽음에서 벗어난 기사.
심연에서 기어 나오는 자.
그 외에 끔찍하다는 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오래된 자들.
그들이 세상에 다시 등장해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그들은 모두 죽었고,모두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어떻게 되살아난단 말인가.
“말도 안 돼……작게 중얼거렸던 그녀는 요한을 떠올렸다.
백색병을 일으킨 세레나와 알 수 없는 괴물을 제거한 요한.
그가 말했었다.
“……아직 끝이 아니라고 했었지.”
어쩌면 이 계시 역시 그의 말과 관련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살짝 주먹을 쥐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백왕. 계시나요?”
에밀리의 목소리였다.
백왕은 황급히 하얀 로브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무슨 일이지?”
그녀가 문을 열어주자 밖에서 기 다리던 에밀리는 조심스레 말했다.
“요한이 왔습니다.”
“……그래. 알겠어.”
지옥문을 부수는데 합류하지 않 고 그대로 사라져버린 요한이다.
뭘 하다가 이제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잘 되었다.
그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 다.
플로란스는 지팡이를 꽉 쥐고 요 한을 맞이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 * *유아랑과 함께 콜 마드모스에 들 어온 요한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 했다.
지옥문 때문에 난리가 난 지 얼 마 지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콜 마드모스는 꽤나 안 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오는 길도 편했고 말야.”
“뭐. 저희야 그리핀 타고 왔으니 까 편한 것 아니었겠습니까?”
돌아오지 못하는 자의 숲을 통한 데다가 오는 길에 그리핀까지 탔다.
덕분에 몇 달은 걸릴 길을 십 일 만에 올 수 있었다.
유아랑은 그리핀을 통해 봤던 다 른 영지들을 떠올렸다.
“도브다만 왕국이 피해복구 하려 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겠지. 야. 그래도 이 정도면 매우 괜찮은 것 아니냐?”
“그게요?”
‘백색병이 퍼진 것보다는 나으니 까.’
백색병이 제대로 퍼지면 답도 없 다.
마법사든 연금술사든,성직자든.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하얀 가 루가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거기에 백색병이 퍼지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요한이 빠르게 세레나를 잡았기 에 망정이지.
만약 그 존재가 이 세상에 적응 하고,다른 자들에게까지 숙주 역 할을 맡겼다면?
그럼 요한도 쉽게 그들을 막아내 지 못했을 것이다.
“좋아. 두 번째는 잘 끝났으니까 세,네 번째도 이렇게만 되면…… 응?”
생각을 이어가며 걷던 요한은 고 개를 갸웃거렸다.
왕궁의 입구에는 로디악 기사단과 성철쇄 기사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의아해하던 요한은 그들 사이에 서 나오는 중년 남자를 보고 어깨 를 으쏙였다.
“영웅이시여!! 콜 도브다만에 오 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오!!”
그가 검을 빼 들며 외친 순간.
대기하고 있던 모든 기사가 무기 를들었다.
“이거 한판 하자는 건 아니겠죠?” 당황한 유아랑이 말하자 요한은 인상을 구겼다.
“그냥 환영행사야. 그나저나……‘회귀 전에는 한 번도 받지 못한 국왕의 환영을 받게 되다니.’
개차반으로 살고 있는 와중에 영 웅 소리를 들은 것이 우습다.
요한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도브다만 왕국의 국왕을 마주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이가 없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