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16화
266. 맛있냐 (1).
“무슨!!”
“여기서 댁이 제일 높지?”
그럼 나머지는 필요 없다.
요한은 들고 있던 단검을 노인들 에게 던졌다.
오러가 담긴 단검은 간단히 그들 의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이…… 이 끔찍한…… 저주받아 마땅한 놈…… 세계수께서 네놈 을……!!”
“거 노인네. 참 말 많네. 매 앞에 장사 없다던더L 성현의 말씀을 시 험해봐야 하나?”
부들부들 떠는 소븐을 향해 요한 은 주먹을 뻗었다.
단단한 돌과 같은 주먹에 맞은 소븐이 쓰러졌다.
신음하는 그를 요한은 가차 없이 짓밟아버 렸다.
“끄으윽……거의 반죽음 상태가 된 소본이 신음했다.
요한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 다.
“이게 걸리려나…… 당신은 천천 히 잠이 듭니다. 그리고……“크윽H 이까짓 거……!”
“에이. 이럴 줄 알았다.”
암시에 저항한 소븐이 눈을 부를 떴다.
그의 멱살을 잡은 요한은 다시 그를 집어 던졌다.
-우당탕!!
그와 부딪힌 의자와 테이블이 박 살 난다.
신음하는 소븐에게 다가간 요한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편하게 가자. 편하게. 어차 피 너도 나 죽이고 싶은 것 아냐?”
이대로 있어 봤자 개죽음밖에 당 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차라리 세계수에게 안내 해라.
그럼 그 세계수가 자신을 공격이 라도 하겠지.
요한은 웃으며 그를 설득했다.
“싫으면 그냥 개죽음당하든가. 시 간이 좀 걸리기는 하겠지만……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나무를 베다 보면 뭔가는 나오겠지.”
이러나저러나 요한은 세계수를 발견할 거다.
소본은 고통에 신음하며 그를 죽 일 듯 노려보았다.
“어디 감히 그따위로 눈을 떠?”
싸늘한 어조로 으르렁거린 요한 은 그의 머리를 꽉 잡았다.
“크으으윽.....!”
수백 년을 살았지만 이런 굴욕은 처음이다.
그는 피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 으로 천천히 눈을 돌렸다.
“자. 안내해.”
비틀거리며 일어난 소븐을 향해 요한은 느긋하게 말했다.
그 사이 장로들을 양분으로 만들 어 흡수한 엘마가 돌아왔다.
“드루이드의 방식으로 키운,••… 드 라이어드를 데리고 있다니. 네놈••… 플로란스와 무슨 관계냐!”
“플로란스랑은 딱히 별 사이 아 니야.”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 요한은 소 븐을 다시 내리꽂았다.
땅에 처박힌 그가 고통을 호소하 자 요한은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그리고 안내나 하라니까 참 말 많다.”
다시 타작이 시작되었다.
요한에게 더 두들겨 맞은 후에야 소본은 결국 안내를 시작했다.
너무 많이 맞아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그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어디서 개수작을 부려?”
토가림 족이 유아랑과 세이논을 잡아갈 때는 그를 제물로 써야 했 기에 공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한은?
제물 따위에는 관심 없었다.
-서걱!
“아아악!!”
“다음은 다른 귀야.”
엘프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긴 귀가 떨어졌다.
고통을 호소하는 소본을 걷어차 며 요한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네 가슴팍에 있는 문신을 뜯어내 버릴 거다.”
소본은 결국 분통함을 참지 못하 고 피눈물까지 흘려버렸다.
그가 일어나 비척거리며 걷자 요 한은 씩 웃었다.
“역시 말 안 듣는 놈들은 패야 한다니까.”
회귀 전에는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설득하고 어떻게든 빌었 다.
하지만 이제는 그딴 것은 없다.
요한은 너무나도 편한 것에 즐거 워하며 그의 뒤를 쫓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들조차도 볼 수 없는 길이 나오고 있었다.
“어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 아?”
“허억…… 헉…… 헉……“대답 안 하냐.”
“이곳에…… 계신다…… 이곳에 서…… 세계수께선 우리를 보살피 신다……“그 보살피시는 세계수가 왜 너 희가 다 죽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 고 계실까?”
“세계수께서는 이러한 일로는 쉽게 움직이시지 않으신다!”
“에이. 움직여야 할 텐데. 자기 추종자들이 다 죽으면 개도 힘을 많이 잃을 텐데 말야. 그게 아니라 면…… 음. 뭔가 이유가 있겠지?”
산길을 계속 걸었다.
삼십 분여를 더 걷고 나서야 목 적지에 도착했다.
“와우〜!”
한 그루 나무가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나무.
그 나무 주변에는 피처럼 붉은 이파리를 지닌 세 그루의 나무들이 있었다.
크림슨 우드의 자식들이 거목을 지키듯 굳건히 서 있었다.
“어,어째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세계수 근 처에 저런 나무들은 없었다.
그런데 저 나무들은 무엇이란 말 인가.
저 불길한 나무는 뭐란 말인가.
당황한 그를 보던 요한은 검을 까딱거렸다.
“위기감을 느낀 거지.”
“위기……?”
“내가 오고 있다는 것을 재도 알 았을 테니까. 어휴. 엘프를 지키는 세계수라더니. 자기밖에 안 지키네?”
요한은 소본의 목을 날려버린 후 나무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자 크림슨 우드의 자 식들이 움직였다.
“흥.”
쪼그려 앉은 요한은 주섬주섬 성 궤를 꺼냈다.
불의 흡혈귀의 상자를 꺼낸 요한 은 웃으며 검을 들었다.
“내 피를 쓰기는 아까우니까 네자식이 남긴 것을 써주마.”
이파리들이 떨린다.
핏빛의 꽃잎들이 사정없이 떨리 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적의와 증오를 마주 하며 요한은 크림슨 우드의 씨앗을 들었다.
“흡!!”
-빠각!!
두꺼운 껍질이 일격에 박살이 나 버렸다.
씨앗의 안쪽에 있던 선명한 붉은 수액이 불의 흡혈귀의 석상에 흡수 되었다.
그리고.
-화르르르륵!!!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검은 불길이 치솟았다.
“역시 제물이 좋아야 힘을 쓰기 편하다니까!!”
생명과 피를 바탕으로 오래된 자 들의 힘을 빌릴 수 있다.
그런 만큼 크림슨 우드의 자식의 생명이라면?
더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하하!!”
검은 불길을 두려워하는 그들을 향해 요한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 둘렀다.
-화르르륵!!!
불길에 휩싸인 나무가 불타오른 다.
한 그루의 나무가 불길에 휩싸이 고.
다른 나무들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불길이 되어버렸다.
“자. 그럼 다음은 넌데.”
요한이 여유롭게 걸어가자 나무 에서 빛이 뿜어졌다. 꽤나 장엄하 고,아름다운 빛이었다.
오색 창연한 빛 속에서 나온 것 은 금발의 미녀였다. 성스러운 백 의를 입은 맨발의 미녀.
그녀는 요한을 향해 상냥한 미소 를 지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 왜 기다려?”
“당신이야말로 유일한 세상의 구 원자…… 저 세계수와 함께할 영원 한 반려이기 때문입니다.”
증오를 녹이는 목소리였다.
원한을 잠재우는 목소리였다.
분노를 가라앉히는 목소리였다.
너무나도 아름답고,너무나도 성 스러우며.
또한 그것을 뛰어넘는 달콤함을 지닌 여인은 요한에게 손을 뻗었다.
“당신과 같은 분을. 저는 오랫동 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상대를 매료시켜 자신의 양분으 로 삼는 드라이어드와는 비교도 되 지 않는 유혹이다.
그 유혹을 받으며 요한은 한 걸 음 내디뎠다.
쥐고 있던 미스릴 검이 아공간주머니로 돌아가 버렸다.
“어서 오세요. 저의 힘을 받아…… 저와 함께 세상을 구하는 겁니다.”
“세상을 구한다……“이제 곧 위대하고 우둔하신 아 버지께서 깨어나시는 날이 올 것입 니다……따사로운 목소리였다.
그녀는 요한을 앞에 두고 긴 팔 을 뻗었다.
콧가를 간지럽히는 달콤함이 찾 아왔다.
하얀 드레스 사이에 난 슬릿에서 긴 다리가 움직였다.
요한을 강하게 끌어안은 그녀는 그의 목을 안은 채 그를 올려다보 았다.
“그때를 위해…… 우리는 살아남 기 위한 힘을 쌓아야 합니다…… 자. 영웅이여. 나의 용사여. 나의 반려여. 나와 함께……황홀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요 한을 올려보던 여인은 눈을 감았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요한은.
“싫은데. 너 내 취향 아냐.”
석!
그대로 그녀의 복부를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쏘아냈다.
“커억!!”
그의 공격에 맞은 여인이 비틀거 리며 물러났다.
한순간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녀는 황급히 처량한 얼굴이 되었 다.
“어째서입니까. 저만이 당신을 구할 수 있습니다. 오직 저만이 당 신과 함께……“일단 네가 말하는 그 날이 올 일은 없어.”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에 힘을 더 욱 넣었다.
이글거리는 붉은 불길과 같은 검 이 자신의 몸을 노리자 그녀는 황 급히 몸을 날려 피했다.
-과지지지직H수십 줄기의 나무뿌리가 요한에 게 쏘아졌다.
그것을 베어낸 그는 싱긋 웃었다.
어느새 그녀의 드레스는 붉게 물 들어 있었다.
자애로 가득 차 있던 얼굴은 딱 딱히 굳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것과 다른 모습이 었다.
색기와 욕정으로 무장한 그녀는 요한을 향해 요사스렁 미소를 지었 다.
“그것이 싫다면…… 저와 함께 마지막까지 있어 주세요…… 그분 께서 일어나실 때까지……“말했잖냐. 그가 일어날 일은 없 다고.”
등을 노리는 뿌리를 베어 넘기 고,날아든 열매를 튕겨내고.
함정처럼 자리 잡은 수십 줄기의 가시덩굴을 피해낸다.
“네놈……!!"
유혹도 통하지 않는다.
설득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은 것은 실력행사뿐.
그녀는 빠득 이를 갈았다.
“내 양분이 되어라!!”
드루이드 세린의 공격과는 비교 도 되지 않는 위력의 공격이 계속 되었다.
그것을 요한은 침착하게 막아내 며 접근해나갔다.
“요,요한님.”
산 밑의 숲들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 나무들에게서 크림슨 우드의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녹색 산맥 자체의 힘을 끌어내는 듯 여인은 광소하며 외쳤다.
“아하하핫!! 나는 녹색 산맥의 주 인이다!! 그리고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위대하고 우둔 하신 아버지께서 일어나시더라도!! 오직 나만은 살아남을 것이다!!”
“너 말고도 살아남을 애들 많아.”
“너 따위가 뭘 알아!!”
“알지. 알 수밖에 없지.”
해일처럼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 내며 요한은 침착하게 여인을 향해 걸었다.
“네놈은 도대체…… 뭐냐.”
암흑시대에서조차 없었다.
대부분의 존재들은 자신의 유혹 에 넘어가 버렸다.
심지어 암흑시대를 끝낸 다섯 영 웅조차도 자신에게 반했었다.
그리고 자연에 자신의 신앙을 바 친 드루이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유혹에 넘어갔는데 어째 서 요한은 이리도 멀쩡한 것일까?
“내 유혹을 버텨내다니H 너는 도대체……경악하는 그녀를 비웃으며 요한 은 검을 휘둘렀다.
그의 오러 블레이드에 여인의 팔 이 잘려나갔다.
“크윽……!!”
붉은 체액을 흩뿌리며 그녀는 비 틀거 렸다.
다시 한 번 정신지배를 시도하기 위해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요한은 가차 없이 검을 휘둘러 버렸다.
“아아악!!”
공격을 받을수록 거목의 가지가 부러져 간다.
그녀는 자신을 압도하는 요한을 두려워하며 말했다.
“자,잠깐…… 잠깐…… 나는 크 림슨 우드다!”
“알아,“오래된 자 중 하나로서……“그것도 알아.”
자신의 위압감에 짓눌리지도 않 는다.
매혹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실력도,매혹도.
모든 것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그녀 역시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크림슨 우드는 굴욕을 참아내며 요한의 앞에 무릎을 꿇었 다.
“제발 살려다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는데.
모든 힘을 잃고 씨앗이 되어버리 는 굴욕까지 겪었는데.
엘프들 따위에게 증오스러운 세 계수의 이름까지 써가며 살아남았 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다.
간절한 표정의 그녀를 향해 요한 은 웃었다.
“그건 좀 곤란한데. 네 힘과 사체는 써먹을 곳이 있거든.”
-빠각!!
여인의 목이 베어졌다.
그와 동시에 크림슨 우드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솟구친 붉은 액체가 주 변을 흥건히 적셔버렸다.
쓰러진 거목에 다가간 요한은 검 을 들었다. 그리고 가차 없이 나무 를 헤집었다.
“있구나!”
붉은 체액이 잔뜩 남아 있는 검 은색 구체였다.
불길하면서도,막강한 힘이 담겨 있는 구체.
오래된 자의 핵이었다.
“엘마. 나머지는 먹어버리렴.”
그의 어깨에 앉아 있던 엘마는 활짝 웃었다.
“잘 먹겠습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