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9화
259. 추종자들 (1).
유역비의 집에서 나온 요한은 베 르도의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 사이 엘마가 쉴 수 있는 환경 을 만들어 준 유아랑은 가방을 챙 겨 들었다.
“전 하루만 집에서 머물고 여기 로 오겠습니다.”
“왜? 계속 머무르지?”
“에이. 공자님을 어떻게 혼자 둡 니까.”
“내가 애도 아니고. 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슬슬 저녁 시간이 되었다.
세이논의 식사 초대를 생각하며 요한은 싱글벙글 웃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야. 렌머드가 얼마나 맛있는 건 데. 그걸 잘한다고 했으니 진짜 맛 있겠지. 기대된다.”
손바닥을 비비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누가 이런 요한을 보며 이름만 들어도 소스라칠 광왕이라고 생각 하겠나.
즐거워하는 그와 함께 걷던 유아 랑은 여유롭게 말했다.
“집에 다녀오셨습니까?”
“아. 그래. 너희 아버지가 오래된 자들을 연구하고 있더라.”
“꽤 오래된 일입니다. 이버자는"….”
“오래된 자를 연구해서 너희 어 머니를 다시 만나려고 한다면서?”
“예.”
사이먼에서도 꽤 유명한 이야기 였다.
유아랑이 어렸을 때부터 유역비 와 그의 아내인 예서은은 잉꼬부부 로 칭해졌었다.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병에 걸리셨습니다. 그리고 그 병을 치 료하지 못하고 돌아가셨지요.”
“그랬구만. 무슨 병이었어?”
“아직도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 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일주 일 만에 돌아가셨으니까요.”
예서은을 치료하기 위해 유역비 가 밖으로 나갔다.
그가 사제와 의사를 데리고 왔을 때 이미 그녀는 싸늘한 주검이 되 어 있었다.
“그래서인가?”
“아버지가 어머니를 다시 만나려 고 하는 것이요? 예. 아버지는 어머 님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것에 꽤 나 자책하셨으니까요. 아버지는 그 것을 항상 사과하고 싶어하셨어요.”
씁쓸한 어조로 그가 말하자 요한 은 어깨를 으쏙였다.
“그 소원은 내가 이뤄줄 수 있 어.”
“……예?”
“너희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이 루는데 내가 아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걸 쓰자고.”
괜히 연구 이상하게 하다가 사고 치지 말라는 거다.
요한의 무덤덤한 발언에 유아랑 은 그를 꽉 잡았다.
“그게 가능합니까?”
"물론 지금 되는 건 아니고. 아 무튼 그거 해줄 테니까 너 열심히 일해라.”
“그야 당연히 해야지요!”
“그럼 됐어. 자. 가자.”
느긋하게 말한 요한이 앞서 걷자 유아랑은 제자리에 선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던 엘마가 묻자 유아랑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한 사람이었다.
셋이 덤벼도 이길 수 없었던 에 드몬드 몽스웰을 쓰러트렸다.
그의 강한 힘뿐만이 아니었다.
요한은 귀족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 막 나가는 자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고,이 질적인 그는 정말 끝까지 이질적이 었다.
“도대체 공자님은……교율이 말한 것처럼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멈춰 서 있던 유아랑이 작게 중 얼거렸을 때.
앞서 걷던 요한이 외쳤다.
“야!! 길 안내해야지! 뭐하냐! 나 배고파!”
그의 거친 외침에 유아랑은 실소 를 터트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이상 한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안심이 되었다.
이상하다면 그냥 이상하다고 받 아들이면 되니까.
그리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홀 가분해졌다.
그랬다.
바뀔 것은 없었다.
요한은 어쨌든 자신의 고용주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철저히 지불 하는 이상.
그는 충분히 믿고 따를 만한 사 람이 었다.
그렇기에 유아랑은 마음을 비웠다.
“갑니다!!”
끝까지 그를 믿고 따르기로.
* * *세이논의 집은 유역비의 집과 비 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훨씬 깔끔하고 좋은 냄새 가 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요한은 활짝 웃었다.
그가 앉아 있는 식탁 위에는 빈 접시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거 진짜 맛있었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귀족분이 시라면서 요?”
“그래도 이런 맛있는 식사를 대접 받았는데 어떻게 말을 막 합니까?”
요한은 품에서 전표를 꺼냈다.
천 골드짜리 전표를 올려놓은 요 한은 싱글벙글 웃었다.
“제가 사이먼을 떠날 때까지 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며칠 식사를 제공하는 것치고는과할 정도로 많은 금액이다.
놀란 세이논은 전표와 요한을 번 갈아 바라보며 당황했다.
"이렇게 많이 주실 필요는 없습 니다. 렌머드를 만드는 게 그리 어 려운 것도 아닌걸요.”
그녀는 상냥함이 가득 담긴 미소 를 지으며 수프를 내밀었다.
엘프의 방식으로 만든 수프라 그 런지 꽤나 담백했다.
그것을 물처럼 마신 요한은 한숨 을 쉬었다.
“하. 이거 진짜 괜찮다. 그렇지 않냐?”
“전 렌머드는 많이 먹어봐서 잘 모르겠군요.”
"배가 불렀네. 그럼 넌 먹지 마.”
유아랑의 답에 요한은 인상을 찡 그렸다.
그들을 향해 세이논은 작게 키득 거렸다.
“그나저나 렌머드뿐만 아니라 엘 프의 전통 요리들이 많군요.”
요한이 기대를 한 듯하여 오래간 만에 실력 발휘를 했다.
오늘 저녁 식사는 평소에 보기 힘든,엘프만의 전통 요리들뿐이었 다.
이런 식으로 전통 요리를 만드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아…… 그게요.”
“사이먼의 엘프 요리사들은 이런 식으로 요리하냐?”
“아뇨. 이정도로 할 수 있는 것 은 사이먼에서는 세이논뿐입니다.”
“그래?”
요한이 말없이 바라보자 세이논 은 슬쩍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빈 접시를 들어 올리며 유유히 미소 지었다.
“렌머드 더 드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주신다면야 얼마든 지 먹을 수 있지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요한 은 남은 렌머드를 씹었다.
입안에 가득 풍기는 과일의 향이 좋았다.
“할머니도 이거 만들 줄 알면 좋 을 텐데.”
“엘프들의 방식대로 잼을 만들고 반죽을 하는 거라…… 쉽지 않을 겁니다.”
“네가 배울 생각은 없냐?”
“저도 만들 줄은 압니다.”
하지만 맛은 보장 못 한다.
잠시 기대했던 요한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차라리 렌머드를 수입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좋긴 한데……유통기한이 문제다.
다른 차원처럼 시공간의 이동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비행기라도 있다면 받 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세계는 그런 것이 없 으니 수입도 쉽지가 않았다.
“사이먼에서는 그런 거 안 하잖 아.”
“예. 교류를 위해서 몇 번 상단이 만들어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엘프 상단이 움직이는 것을 싫어 하는 자들은 많았다.
특히나 엘프들을 노예로 삼고 싶 어 하는 자들은 더욱 그랬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피해만 생겨 조직되었던 상단이 수차례나 해체 되었었다.
“그건 강력한 후원자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도브다만 왕국과 연계하는 건 어때?”
“흠. 그건 한번 문의를 해봐야겠 군요.”
“내가 힘써줄게. 나만 믿어.”
요한이 도보다만 왕국에서 이룬 공적을 이용한다면 그들에게 요구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이먼의 엘프 상단을 건드리지 못하게 왕국법으로 정해버리는 것 이다.
“하지만 다른 영주들이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거기에 내 이름 넣는 거지. 만 약 엘프 상단을 건드렸다? 그럼 그 동네 영지민들과 영주들은 다 죽여 버린다고 하는거야.”
“나쁘지 않군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세이논 이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오오오!”
싱글벙글 웃으며 요한은 렌머드 를 씹어먹었다.
양손에 쥐고 먹는 그를 향해 세 이논은 싱긋 웃었다.
“잘 드시는 것을 보니 제가 다 배 가 부르군요. 유아랑도 그렇고 레닌 도 그렇고. 잘 먹지를 않아서……“배가 불러서 그런 겁니다. 한 일주일 정도 굶기면 잘 먹겠죠.”
“아뇨. 그냥 공자님께서 많이 드 시는 겁니다.”
유아랑은 차를 홀짝거리며 한마 디 했다.
그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은 요 한은 순식간에 새로 나온 렌머드를 다 먹었다.
“후. 좋구만. 세이논. 혹시 다른 요리 가능하십니까?”
“어지간한 전통 요리는 전부 가 능합니다. 혹시 드시고 싶으신 것 이 있으신가요?”
“소라본. 소라본 가능합니까?”
사슴고기를 엘프의 양념에 졸여 서 찐 요리다.
꽤나 만들기 어려운 요리로 요한 역시 이름만 들어봤었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 하지 만 소라본은 재료가 부족해서 준비 해야 합니다.”
“제가 구해오겠습니다. 뭐가 부 족하십니까?”
“손님께 그런 것을 맡겨드릴 수 는 없지요. 거기에 요리값도 받았 는걸요.”
지금 저장해 둔 것이 떨어졌을 뿐이다.
사이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초들.
그리고 사슴고기만 있으면 되니 괜찮다.
“오래간만에 사냥을 다녀오겠군 요.”
세이논은 벽에 걸려 있는 장궁을 보았다.
그것이 레닌의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요한은 감탄했다.
"저 활. 세이논 당신의 것이었습 니까?”
"예. 후후. 제 것 같지 않았나 요?”
세이논의 몸은 꽤나 여리여리하 다.
그런 그녀의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논 아주…… 누님은 사이먼 에서 제일가는 사냥꾼입니다.”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같이다니시죠.”
괜히 혼자 다니게 했다가 올드원 에게 잡히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엘프 전통 요리는 다 먹 었다고 봐야 한다.
식사를 중요시하는 요한에게 있 어서 그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럼 저는 뭘 하죠?”
“넌 여기서 친구들이나 만나고 있어. 아. 그리고 베르도에게 얘기 좀 해놔.”
엘프 상단의 구축에 대해.
복귀하면 할 일들을 그가 말하자 유아랑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 * *다음 날이 되자 요한은 엘마를 어깨에 태우고 성문으로 향했다.
그를 알아본 몇몇 경비병들이 놀 라며 이것저것 묻고 있는 사이 세 이논이 나왔다.
“어머! 기다리셨죠?”
평소 입고 다니던 녹색의 드레스 가 아니었다.
사냥꾼이라는 말대로 그녀는 경 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녀를 본 레닌은 기겁했다.
“아니 이 아줌마가!? 지금 이 시 국에 사냥을 하러 간다고!?”
“어머? 어제 내가 말 안 했니?”
“안 했어! 안 했어! 제정신이 야!?”
지금 사이먼에 올드원이 공격을 하니 마니 떠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냥을 간다니.
당황한 레닌은 요한을 보았다.
“공자님. 아까 약속이 있으시다 고 하셨죠?”
“그렇지.”
“그게 설마 레닌 언니였습니까?”
“응. 왜? 뭐 문제 있나?”
"아니 그게……그녀는 땅이 꺼져라 깊게 한숨을 쉬었다.
함께 가는 것이 천하십강 요한이 다.
그런 만큼 위험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혹시 올드원이나 몬스터 가 나타나면 바로 제거해주지.”
“감사합니다. 언니. 부 공자님 발 목 잡지 말고……“얘는. 내가 누구 발목 잡을 사 람이 니?”
그녀의 말대로 레닌만 걱정할 뿐 이고 다른 엘프들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그 반응에 요한은 의아해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세이논 님은 사이먼 최고의 사 냥꾼이시니까요. 자기 몸 정도는 쉽게 지키실 수 있습니다.”
“후후. 기대해주세요.”
주먹을 꽉 쥐며 그녀가 밝게 말 하자 레닌은 씁쓸히 말했다.
“뭐야? 그 제스쳐는? 주책도 정 도 것 해. 언니. 나이가 몇인…… 악!!”
세이논■의 주먹이 번개처럼 레닌 의 머리에 꽂혔다.
머리를 감싸 쥔 레닌은 울상을 지을 정도로 아파했다.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보며 세이 논은 쌀쌀맞게 말했다.
“조용히 하렴.”
“으윽……“공자님. 이제부터 저는 사냥꾼 답게 행동할 겁니다. 혹시 사냥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몇 번 해봤죠.”
“그럼 주의사항은 말씀드릴 필요 가 없겠군요. 가시죠.”
그녀가 빠르게 튀어나갔다.
엘프다운 날렵한 몸놀림이다.
확실히 세이논 최고의 사냥꾼이 라 불릴 만했다.
“흠…… 그럼 나도 가봐야겠군.”
그녀가 멀어지자 요한도 빠르게 뛰었다.
그 뒤를 지켜보던 레닌의 옆으로 한 엘프가 다가갔다.
“별일 없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 라고.”
“으음…… 괜히 불안하네. 자자. 일이나 하자.”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