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8화
258. 그거 내가 해줄게 (2).
“그러시지요.”
베르도에게 있어서 석상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애초에 아예 사이먼에서 멀 리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자와 관련된 물품은 멀 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힐끔 유역비를 보았다.
친구가 오래된 자에 관한 연구를 하는 것이 그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물건들은 모두 유역비의 것 들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위험한 물품이기도 해서 다 버리라고 오랫동안 말했지만……유역비는 그것을 신경도 쓰지 않 고 모았다.
베르도의 타박에 그는 인상을 찡 그렸다.
"오래된 자들 따위를 연구해서 뭘 얻겠다는 건지.”
혀를 차는 베르도를 향해 유역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못 들은 척 넘어가려 할 뿐 이었다.
“아무튼 공자님의 제안은 받아들 이겠습니다. 부디 사이먼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주십시오.”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저는 당분 간……“아. 제 집에서 머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유역비의 집은 좁습니 다. 오래된 자들에 대한 연구자료 들 때문에 꽤나 복잡하기도 하고.”
책과 그림,문양 같은 것들.
그런 것들로 집은 난장판이나 다
름없었다.
저번에 가봤을 때 봤던 광경을 떠올리며 베르도는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거기서 어떻게 사는 건 지……자는 것이야 침대만 있으면 어디 든 상관없다.
요한이 받아들이자 유아랑은 유 역비를 보았다.
“아버지. 그런데 아직도 오래된 자들을 그리 연구하시는 겁니까?”
“그래.”
“아직 포기 안 하셨어요?”
유역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뭔가 사정이 있는 듯한 그들 사 이에서 요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어쨌든 당분간 머물 곳이 결정되 었다.
베르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아랑. 좀 도와다오. 오랫동안 쓰지 않던 방이라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들이 일어나자 요한은 짐 옆에 있는 묘목을 가리켰다.
“엘마가 쉴 수 있는 곳도 마련하는 게 낫지 않나?”
“아. 그렇군요. 촌장님. 뒤뜰을 써도 됩니까?”
“상관은 없는데…… 위험한 건 아니겠지?”
“괜찮습니다. 엘마. 괜찮지?”
“응!”
엘마가 밝게 웃으며 답하자 유아 랑은 거 보란 듯 으스댔다.
그들을 향해 피식 웃은 베르도가 둘을 데리고 나갔다.
그 사이 유역비가 요한에게 다가 갔다.
“저. 요한 공자님.”
“왜 그러십니까?”
“말씀 편히 하십시오. 저희 사이 먼의 엘프들은 다른 종족의 관습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이먼에서는 평민 엘프에 불과 한 유역비다.
그런 만큼 귀족인 요한의 존대를 받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웠다.
“그게 편하다면야. 그런데 왜?”
“공자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희 집에 가주실 수 있 으십니까?”
“상관없겠지.”
유역비가 모아놓았다는 자료가 뭔 지도 궁금했다.
그는 유아랑에게 말해두고 유역 비의 집으로 향했다.
유역비와 함께 도착한 곳은 작은 집이었다.
방 세 개 정도 크기의 집에 들어 서자 진한 종이의 향기가 퍼졌다.
“확실히 난장판이군.”
책상,탁자,부엌.
식탁도 책이나 종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벽장이나 벽면에는 오래된 자의 그림이나 문양들이 잔뜩 있었다.
“정말 열정적으로 연구하는군. 이 런 식으로 연구하는 자들은 뭔가 중 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텐데.”
유역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안쪽의 벽장에서 커다란 상자를 꺼냈다.
“이것을 봐주시겠습니까?”
상자를 열어 본 요한은 한숨을 쉬었다.
안에 있는 것은 작은 알이었다.
여기저기 뿔이 나 있는 붉은색알그것을 보여준 유역비는 진지하 게 말했다.
“이것은……“불새의 알이군.”
놀란 그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 덕였다.
"그렇습니다. 오래된 자인 피닉 스의 수하 중 하나이며. 강력한 불 의 힘을 가진 새의 알입니다.”
성체가 되면 집채만 하게 크고 한번 날갯짓을 할 때마다 막대한 불길을 뿜어낸다.
그렇기에 불새가 나타나는 곳은 항상 불길에 타들어 간다고 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민폐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불새였다.
“모든 불새가 멸종했다고 들었는 데…… 그 알이 남아 있을 줄은 몰 탔군. 이걸 어디서 구한 거지?”
“제 아내가 가져온 것입니다. 가 문 대대로 내려오던 것이라더군요.”
요한은 불새의 알을 쥐어보았다.
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은은한 온기가 꽤나 좋았다.
“이거 진짜가 맞나?”
“기록에 나온 대로라면 진짜가 맞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오러 블레이드로 도 불새의 알은 부술 수 없다고 하 지.”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 불 새의 알을 향해 휘둘렀다.
그 공격에도 불새의 알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진품 같네. 이거 부화하면 난리 나겠는데?”
이 불새가 하늘을 날며 대륙의 곡창지대나 숲에서 날뛰면 어떻게 되겠나.
꽤나 위험한 물건임에도 요한은 그저 흥미로워할 뿐이었다.
“공자님. 이것을 드리겠습니다.”
“이런 귀한 것을 그냥 주지는 않 을 것 같고. 원하는 게 뭐지?”
유역비는 망설였다.
한참 동안이나 고민하던 그는 조 심스레 입을 열었다.
“공자님께서 가지고 계신 석상 중 하나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분 명 공자님께서는…… 심해의 지배 자의 석상을 가지고 계시지요?”
그가 본론을 말하자 요한은 고민 했다.
요한은 석상을 셋이나 가지고 있 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석상들이 가진 힘이었다.
회귀 전에 하나 놓쳤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그런 만큼 석상을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
“미안하지만 그 거래는 거절이 다. 이건 위험한 물건이라서 함부 로 내어줄 수는 없어.”
“하지만 공자님께서는 뭔가 특별 한 방법으로……“특별한 방법 아니야. 그냥 체질 일 뿐이지.”
“그런……유역비는 꽤나 실망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 리자 요한은 쓰게 웃었다.
“그걸로 뭘 하려고?”
“그,그게……“나름대로 오래된 자들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아서 하는 말 인데. 그 힘을 빌리는 게 마냥 좋 은 건 아니야.”
“하지만 악마들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
요한이 납득하자 그는 구석에 있 는 작은 액자를 가져왔다.
액자 안에는 작은 그림이 있었다.
유역 비.
그리고 짙은 흑발의 청초한 미녀.
마지막으로 어린 유아랑으로 생 각되는 아이가 있었다.
“한 번이라도 좋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자의 힘을 빌리려는 건가? 죽은 자를 불러오려고?”
“예.”
그는 책 한 권을 가져왔다.
그것을 펼쳐 표시해 둔 부분을 가리켰다.
"수백의 생명을 소모하여 죽은 자를 불러올 수 있는 강신술을 쓸 수 있다. 그를 위해서 필요한 것 으......w강력한 힘을 지닌 오래된 자의 물품.
그 외에 다른 재료들까지.
유역비는 그 구절을 말해 준 후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공자님. 한 번이라도 좋습 니다. 단 한 번이라도 그녀와 이야 기를……“초 치는 것 같아 미안하구먼. 오래된 자의 기록 중에는 가짜도 있다는 것을 알아?”
‘다른 차원이라면 모를까. 여기서 는 힘들지.’
열아홉 번째와 예순세 번째 환생 때.
그 차원에서는 죽은 자들을 불러 올 수 있는 초혼술.
그리고 죽은 자들을 몸에 강림시 키는 강신술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차원에서 그것은 불가 능한 일이었다.
사자소생으로 죽은 자를 살려봐 야 시체만 살아날 뿐.
리치라도 되지 않는다면 그 인간 성을 찾을 수 없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다.
그것만을 위해서 평생 오래된 자 들에 관한 연구를 했다.
“저는 진지합니다.”
“일단 묻지. 당신 익스퍼트는 되 나?”
유역비는 고개를 저었다.
고작해야 유저 수준에 불과하고 마법도 3 클래스 정도뿐이다.
“그 정도라면 석상의 기운을 이 겨내지 못할 텐데.”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성궤 를 꺼내 석상을 보여주었다.
*3....... 크으......
석상을 마주하자 유역비의 온몸 에서 비 오듯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석상이 풍기는 광기를 그저 정신 력만으로 버텨내는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던 요한은 다시 석 상을 성궤에 넣었다.
“허억…… 헉……“이렇게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그러는데…… 어떻게 연구를 하겠 다는 거지?”
“그런……유역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절망한 듯한 그를 향해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석상을 연구하고 싶다면 적어도 익스퍼트 수준은 돼야 할 거야. 아니면 5 클래스는 넘기든가.”
“그럴 수가……“그리고 이거 연구 안해도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룰 방법은 있어. 물 론 그리 쉽지 않으니까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숙여져 있던 머리가 들렸다.
방법이 있다는 말은 그를 절망에 서 잡아주기 충분했다.
요한은 지금까지 누구도 알지 못 한 방법으로 절맥을 치료했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일 정도 로 빠르게 강해졌다.
거기에 얼마 전에는 타이론 가문 의 저주까지 해결했다.
분명 그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역비는 다급히 요한을 잡았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필요한 게…… 완전한 오 래된 자가 셋 정도?”
이미 오래된 자들은 모두 사라졌 다.
남은 것은 그들을 기리는 신앙 정도뿐.
그런데 오래된 자를 어떻게 찾는 단 말인가.
“그거로…… 어떻게 한단 말입니 까.”
‘개들의 핵을 가지고 내가 여덟 번째 코어를 만들면 가능해지지.’
영역을 선포하고 다른 차원에서 썼던 방식대로 초혼술을 쓰면 된다.
여덟 개의 코어를 만드는 것이 힘들지 초혼술 자체는 불가능한 것 이 아니었다.
“……오래된 자.”
유역비는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 듯 보 였다.
“혹시 초만 족 얘기할 거면 관 둬. 거기에 있는 건 오래된 자가 아니었고,또 내가 제거했으니까.”
물론 몇백 년 정도 힘을 모은다 면 오래된 자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나무는 이미 요한의 손에 의해서 소멸되어 버렸다.
‘세 번째 전조 전까지는 오래된 자들은 구경도 할 수 없으니……세 번째 전조는 시간의 연구를 성공시킨 자에 의해서 시작된다.
과거에 있었던 존재들이 시간을 거슬러 을라 현대에 나타나게 된다.
그때 나타난 것이 바로 오래된 자들.
오래된 자들은 곧장 세상에 모습 을 보이게 되고.
그들에 의해 현혹된 광신도들과 대륙의 사람들은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마왕 등장의 세 번 째 전조였다.
그리고 그 시기에.
요한은 오래된 자들을 해치우고 그들의 핵을 손에 넣어 여덟 번째 코어를 만들었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올드원인 지 뭔지 하는 개들이랑 협상할 생 각은 마라. 그래도 아는 놈 아버진 데 죽이긴 좀 그렇잖아?”
궁리하던 유역비의 어깨가 움찔 거렸다.
올드원들은 오래된 자의 힘을 이 용하는 자들이다.
어쩌면 그들이 오래된 자들을 다 시 부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유역비가 고개를 들자 요한은 무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유아랑이 열심히 일하면…… 나도 한번 노•력해보지.”
“정말이십니까!?”
“그래. 그러니까 아들 잘 뒀다고 생각하고……그는 집구석에 널려 있는 자료들 을 가리켰다.
“저것들 파기시켜. 갖고 있어 봤 자 좋을 것 없는 것들이니까.”
평생 모은 자료를 버리라는 요한 의 말에 유역비는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