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6화
256. 그건 그저 닮은 것이다 (3).
열매를 받아 힘을 얻은 유결.
그리고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는 요한.
둘이 격돌한 순간 강렬한 파공음 이 터져 나왔다.
-쿠우우웅!!!
흙먼지가 휘날리고 땅이 파일 정 도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유결을 튕겨 낸 요한은 욱신거리는 손목을 가볍 게 털었다.
“너 좀 한다?”
“하하하!! 세계수의 전사인 내가 네놈 같은 사악한 자에게 패배할 성싶으냐!!”
“그거 세계수 아니라니까 그러 네.”
“닥쳐라!!”
입에 거품까지 물고 유결이 달려 들었다.
그의 검을 튕겨내거나 막아내던 요한은 쏘아진 오러 블레이드를 간 신히 피해냈다.
하지만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했 기에 이마에 상처가 생겼다.
“하. 진짜.”
짜증이 치솟는다.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상자 를 꺼냈다.
“어디 나도 힘 좀 받아보자.”
성궤에서 나온 것은 케리만을 잡 고 얻었던 불의 흡혈귀의 석상이었 다.
살아 있는 불꽃과 같은 석상 위 에 요한은 자신의 피를 뿌렸다.
-화르르륵!!!
요한의 미스릴 검에 검은 불꽃이 맺혔다.
케리만이 사용했던 불꽃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본 유결의 표정이 굳었 다.
“그,그건……“왜. 이제야 좀 상황 파악이 되 냐?”
아무리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 라도 결국은 나무다.
그러니 상성 상 불의 흡혈귀의 힘에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두렵지 않다!! 나는 세계수의!!”
“에라이.”
미스릴 검에 담겨 있던 불길이 유결에게 쏘아졌다.
거대한 불덩이를 간신히 피해낸 유결이 길을 열자 요한은 빠르게 뛰었다.
“네놈!!”
“너는 나중에 상대해주지!!”
‘일단 저것부터 쓰러트리는 게 우선이다.’
케리만이 불의 흡혈귀를 추종하 며 힘을 얻은 것처럼.
저 나무의 열매를 복용함으로써 유결도 힘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유결을 쉽게 잡는 법은 간단하다.
바로 저 나무부터 제거하면 되는 것이다.
“그걸 내가 가만히 놔둘 것 같으 냐!!”
이스람은 달려오는 요한을 향해 지팡이를 겨눴다.
지팡이의 수정구에 붉은 뇌격이 맺히고,그것이 요한의 몸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으씨:!!”
강한 기합성과 함께 요한은 미스 릴 검을 휘둘러 마법을 소멸시켰다.
놀란 이스람이 다음 마법을 준비 하려는 찰나.
요한은 어느새 그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푹!!!
더는 마법을 쓰지 못하게 아예 죽여버린다.
이스람의 심장에 검을 꽂은 요한 은 그대로 달렸다.
“하아압!!”
그 기세 그대로 나무에게 검을 쑤셔 박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불의 흡혈귀 의 석상에 피를 뿌렸다.
-화르르르륵!!!
미스릴 검에서 피어오른 불길이 나무를 집어삼켰다.
검은 불길 때문일까?
핏빛의 나무가 부르르 떨리기 시 작했다.
“안돼!!”
유결은 창백히 질린 얼굴로 요한 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타오르는 나무를 뒤에 둔 요한은 웃으며 오러 블레이드를 뽑 아 그를 막았다.
“넌 이거 타는 거나 지켜보고 있 어라.”
“안돼!! 안돼!! 개 같은 자식H 어째서 위대한 세계수를……H”
“저거 세계수 아니라니까 그러 네.”
-꺄아아악!! 꺄아아아악 H불길에 타들어 가던 나무가 끔찍 한 비명을 내뿜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받아들인 피를 허공에 흩뿌리며 불길을 끄려고 하고 있었 다.
하지만 불의 흡혈귀의 불꽃이 그 리 쉽게 꺼지겠나.
피를 머금을수록 불길은 오히려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다.
"네놈이!! 네놈이 모든 엘프들을 타락하게 만든 것이다!!”
“타락은 무슨. 너 저게 진짜 뭔 지 모르냐? 저거 크림슨 우드의 자 식이잖아.”
크림슨 우드라고 보기에는 너무 약하다
이정도라면 크림슨 우드를 따르 는 자식 정도물론 좀 더 성장한다면 크림슨 우드가 되겠지만 이정도로는 그냥 강한 몬스터 수준이라고 볼 수 있 었다.
그것조차 모를 정도로 유결은 제 대로 홀려있었다.
“감사 인사를 해도 모자랄 판국 에 칼을 들이밀어? 에라이.”
-퍼억!!
크림슨 우드의 자식이 죽어가기 때문일까?
유결에게서 느껴지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아까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힘 을 마주하며 주먹을 날린 요한은 검을 돌려 잡았다.
“그럼 죽……-꺄아아아아아아악!!!
나무의 단말마가 들렸다.
그 비명과 함께 검은 불꽃이 더 더욱 강해진다.
완전히 나무를 뒤덮어버린 검은 불꽃이 만족하며 요한의 검으로 빨 려 들어왔다.
“생각보다 약하네. 피를 덜 먹였 나?”
아무리 요한이 불의 흡혈귀의 힘 을 빌렸다고 하더라도 너무 약하다.
분명 심어진지 몇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를 이리저리 살펴 본 요한은 나무 안쪽에 박혀 있는 것을 발견 했다.
울퉁불퉁한 기괴한 형태의 씨앗 이었다.
‘그래도 살려고 씨앗은 남겼군.’
그 씨앗을 챙김 요한은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돌렸더.
“자. 그럼 하던 건 마저…… 어?”
유결의 상태가 이상했다.
혼란스러워하던 그의 눈에서는 광기가 사라져 있었다.
“이게…… 이게 무슨 일입니까?”
“뭔 개소리야.”
“당신은 누굽니까? 그리고…… 그리고 도대체 이건……?”
크림슨 우드의 자식이 만들어낸 주박에서 벗어나서일까?
유결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요한은 어깨 를 으쓱였다.
“너. 크림슨 우드의 자식에게 잡 혀 있었어. 그리고 엘프들을 제물 로 바치고 있었고.”
“그럴…… 그럴 리가. 제가 왜 그런 짓을……당황한 그가 머뭇거리자 요한은 검을 돌려 잡았다.
“아까 그러드만. 훼스나도 제물 로 바치고.”
“……훼스나……?"
유결은 다 타버린 나무를 보았 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시체를 발견 했다.
타들어 간 나뭇가지가 꽂혀 있는 여인.
그녀에게 달려간 유결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 아이e卜 아이아이<아!!!”
절망.
지독한 고통을 느끼며 그는 신음 하고 있었다.
훼스나의 시체를 안은 채 유결은 상처받은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 다.
“어째서 네가!! 어째서!!?”
“그거야 나도 모르지. 재 잡아간 건 너랑 이스람이잖냐.”
“아니야...... 아니야...... 으으......
아,아니야……자신의 행동을 그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아무리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듯.
그는 아예 머리까지 바닥에 박아 가며 외쳤다.
“내가 그랬을 리 없어!!”
“네가 그랬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 다.
하지만 유결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요한은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졌다.
“네가 훼스나를 제물로 바쳤고…… 저 나무를 세계수로 인식하며 그녀 를 구하려던 나를 공격했다.”
“그럴 리…… 그럴 리 없어…… 내가 그럴 리가……“재가 너한테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웃기는 일이네. 엘 프가 엘프를 제물로 삼으려 하고. 인간이 엘프를 구하려고 하고.”
키득거리며 다가간 요한은 유결 을 툭 쳤다.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유결의 눈은 텅 비어버렸다.
완전히 마음이 죽어버렸다.
훼스나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자신이 이끌었 다는 것.
그것이 그에게 큰 충격이 된 것처럼 보였다.
‘사정은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 자.’
요한은 미스릴 검을 들었다.
이미 마음이 죽어버린 이상 여기 서 비난을 하고 조롱을 해 봤자 들 어먹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그냥 깔끔하게 보내는 것이 나았다.
“잘 가라.”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 어……멍하니 같은 말만 반복하는 유결 의 목을 향해 요한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 * *대피해 있던 유아랑과 합류한 요 한은 초만 족의 숲을 빠져나왔다.
들어을 때와 다르게 숲은 움직이 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숲에 불과했었다.
“도대체 뭐였을까요?”
“글쎄다.”
“사이먼 족의 마을에 가면 한번 알아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 다.”
“마을에 아는 사람이 있어?”
“저희 아버지께서 크림슨 우드를 연구하신 분입니다.”
“어? 진짜?”
"예. 제가 오래된 자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아버지의 연구자료를 봤을 때니까요.”
“홈. 그렇군. 그럼 가서 한번 물어보자.”
토가림 족에도 크림슨 우드와 관 련된 것이 있다.
그렇다면 정보를 모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이먼은 무슨 요리 잘 하냐?”
“교류를 중심으로 여기는 곳이 라…… 기본은 합니다만 딱히 특별 한 것은 없습니다. 가끔씩 다른 지 역의 분들이 오셔서 요리를 하긴 합니다.”
“로드만 왕국 말고 다른 쪽에서 오면 좋겠다.”
둘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숲을 빠져나왔다.
냇가가 모습을 보이자 요한은 단 검을 들었다.
“야. 배고픈데 사냥해서 밥 먹고 가자. 어휴. 저기서 진짜 거지 같은 식사만 했더니 배고프다.”
“하하…… 그러시죠.”
단검을 들어 올린 요한의 모습은 유아랑이 아는 평소의 요한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지막지하게 강하고.
또 무지막지할 정도로 이질적이 다.
그런 요한이기에 오히려 유아랑 은 안심하며 웃었다.
* * *초만 족의 마을에서 나와 사흘 정도를 걷고 나서야 요한은 커다란 성벽을 마주했다.
“오…… 이게 사이먼인가?”
“예. 녹색 산맥에 있는 교류의 중심지죠.”
엘프들의 도시인 사이먼을 바라 보고 있을 때.
성벽 안쪽에서 엘프 병사가 다가 왔다.
“어서 오십시오. 사이먼은 여러 분을 환영합니다.”
짙은 녹발을 지닌 아름다운 엘프 였다.
복장을 보아하니 경비병으로 보 였다.
요한과 유아랑을 환영하던 그녀 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유아랑을 노 려 보았다.
“너. 유아랑이냐?”
“그래. 나다. 레닌.”
그녀는 유아랑을 향해 주먹을 휘 둘렀다.
그것을 간단히 막아낸 유아랑은 그녀의 가슴을 걷어차 버렸다.
"무슨 사인데 그렇게 살벌하게 인사를 하냐?”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녀석입니 다.”
유아랑은 코 밑을 쏙 닦았다.
“어렸을 때부터 매번 대련을 했 었죠. 전적은 계속 저의 승리입니 다.”
“으으…… 시끄러워!! 반드시 이 긴다!”
“그래. 그래.”
또다시 패배를 기록한 레닌은 이 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가죽옷에 남아 있는 흙을 털어낸 그녀는 요한에게 살짝 묵례했다.
“사이먼 성을 찾아주신 손님께 추한 꼴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그런데 귀하께서는……?”
“요한 바그너. 로드만 왕국 바그 너 후작가의 장남.”
"요한…… 요한 바그너라…… 혹 시 광왕 요한 바그너님. 맞으십니 까?”
“맞아.”
“오오오오!! 이거 만나 뵙게 되 어 영광입니다!”
무인에게 있어서 천하십강의 위 치는 존경해 마지않는 자리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과 실제로 만나게 될 줄이야.
레닌은 감탄하며 주변의 병사들 에게 외쳤다.
“어이! 이리 와봐!! 드디어 사이 먼에 천하십강께서 찾아와주셨어!!”
“오!? 정말이야!?”
“누군데! 누군데!? 백왕 플로란 人卜?”
“패왕 가로무 님!?”
엘프들이 모였다.
요한을 발견한 그들은 의문을 품 었다.
“어린데?”
“이 분이 광왕 요한님이시다!!”
“오오오오오오!!!”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누가 봐도 존경의 시선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반응에 유아랑은 쓰게 웃 으며 설명했다.
“사이먼의 엘프들은 유명인을 좋 아합니다.”
“알아. 교류를 중히 여기는 이들 이기에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중히 여기는 거.”
설명하려던 유아랑은 입을 다물 었다.
요한이 사이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자 엘프들은 뿌듯해했다.
"이거 참.”
“저희의 교류가 빛을 발하고 있 군요.”
“하하. 내가 이곳에 오는 분들에 대한 소개를 잘한 덕분이지.”
다들 자기 자랑하기 바쁘다.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유아랑은 손을 휘저었다.
“아. 우리는 바쁘니까 비켜.”
“뭔 일 있냐? 너 할 일 없잖아. 모험가가 남는 게 시간이지.”
“나 모험가 휴업한 지 꽤 됐어. 지금은 요한 공자님 밑에서 일하고 있다.”
“오오오오!!”
"천하십강의 밑에서!?”
“완전 부럽다……하는 업무의 양을 보면 딱히 부 러을 것은 없다.
신기해하는 엘프들을 향해 유아 랑은 한숨을 쉬었다.
“야. 이따가 우리 근무 끝나면 얘기 좀 해줘.”
“그래. 그래. 그나저나 촌장님은계시지? 공자님을 소개해드리고 싶 은데.”
유아랑이 묻자 레닌은 난처해했 다.
“지금은 만나기 힘드실 거다.”
“오fl?”
“아니…… 그게 이상한 놈들이 선전포고를 하고 갔거든. 그 대비 때문에 바쁘셔.”
“이상한 놈들? 그게 누군데?”
"그들은 자기들을 올드원이라고 밝혔어.”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