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5화
255. 그건 그저 닮은 것이다 (2).
회귀 전에는 유결이 크림슨 우드 와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유결을 만났고,그가 자신에게 무기를 들이댄다는 것이 중요했다.
“제물을 내놓아라!!”
선두에서 달리던 유결이 검을 들 었다.
그의 검에서 핏빛의 오러가 피어 오른다.
다른 손에서는 선명한 오러 블레 이드가 모습을 보였다.
"오호.”
회귀 전에 만났을 때도 유결은 마스터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유결은 더 강 해진 듯 보였다.
아니,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유결의 뒤를 따르는 두 명의 엘 프에게서도 오러 블레이드가 피어 나고 있었다.
“공자님!”
“야. 넌 뒤로 빠져 있어.”
마스터 셋과 동시에 싸워야 함에 도 요한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미소만을 지을 뿐.
“덤벼.”
“하•아아!!”
처음으로 달려든 것은 유결이었 다.
오러 블레이드를 길게 뽑아 내지 르고,뛰어올라 요한의 머리를 노 린다.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낸 요한은 빙글 검을 돌려 잡았다.
“어딜!!”
두 마스터의 공격도 빠르게 튕겨 낸 요한은 유아랑에게 달려가는 유 결에게 검을 뻗었다.
一서걱!!
“윽!!”
미스릴 검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 갔다.
그 고통에 눈살을 찌푸린 유결이 몸을 돌린 사이 요한은 유아랑의 옆으로 향했다.
“날 무시하고 재를 잡으러 가는 걸 보아하니…… 훼스나를 잡으려 는 거구만.”
o o o...... ||”
유결의 안광이 붉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따르는 다른 엘프들 역시 마찬가지 였다.
마치 분노한 크림슨 우드에 공명하듯 그들은 요한을 향해 포효했다.
“제물을 내놓아라!!”
“싫어.”
씩 웃은 요한은 빙글 검을 돌려 잡았다.
마스터 셋을 앞에 두고도 요한은꽤나 여유로웠다.
하지만 여유로울 수 없었던 유아 랑은 긴장하며 검을 꽉 쥐었다.
“야! 유아랑! 재 뺏기지 말고 있 어!”
“알겠습니다!”
하지만 유아랑이 잘 버텨줄지는 모르겠다.
다른 곳에서도 엘프들이 다가오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결이나 다른 엘프들과 다르게 그들에게는 핏빛 안광이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요한과 유아랑이 있는 쪽으로 서슴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공자님!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싸워야지!!”
‘그런데 신기하네. 회귀 전에는 이런 낌새가 없었는데.’
회귀 전에 유결을 만난 것은 십 년 후쯤이다.
그때 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엘 프들은 그럭저럭 선량했었다.
하지만 이 꼴은 뭔가.
대놓고 광신도의 모습밖에 없다.
‘광신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뭘 놓쳤던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요한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좌아악!!
기습을 하던 엘프의 가슴이 갈라 졌다.
그가 털썩 쓰러지자 요한은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
“뭔가 했겠지.”
요한이 다른 지역에서 힘을 쌓는 사이 이곳에 들어온 자들이 있을지 도 모른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문제를 해결 해 마을을 구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올드원일 수도 있고.
옆집에 사는 이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교율일 수도 있다.
어쩌면 오래된 자의 힘을 찾던 플로란스일지도 몰랐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지금은 아닌데!!”
강하게 포효한 요한은 검을 휘둘 렸다.
마스터 한 명이 죽자 다른 마스 터가 요한을 공격했다.
필사적으로 휘둘러지는 검을 튕 겨낸 요한은 기합을 넣었다.
“하아아압!!”
-챙그랑!!
미스릴 검과 부딪힌 검이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그 검이 부서진 대가는 처참했다.
-과직 H어깨부터 허리께까지 단번에 갈 라져 버린다.
간단하게 엘프를 베어버린 요한 은 유결에게 검을 겨눴다.
“자. 다음은 너다.”
“칫……!”
유결은 증오를 담아 요한을 보았 다.
그를 마주하며 요한이 천천히 다 가갔을 때.
유아랑이 다급히 외쳤다.
“고,공자님!”
“어휴. 넌 인마. 재 하나도 못 지 키고 있냐.”
그는 이스람이 쏜 마법에 걸려 주저앉아 있었다.
그 사이 훼스나를 잡아첸 이스람 은 유결에게 다급히 외쳤다.
“피해라!! 이자를 지금 상대할수는 없다! 세계수의 도움을 받아 야 한다!!”
“제길 H 이 원한! 잊지 않겠다!!”
"그래. 나도 잊지 않으마.”
두 명의 마스터를 손쉽게 죽여버 린 요한이다.
그런 요한을 유결 혼자 이길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훼스나를 잡은 이스람은 블링크 를 펼치며 크림슨 우드 쪽으로 향 했다.
유결 역시 전투를 포기하고 이탈 했다.
“어딜 도망가냐!!”
오러가 담긴 세 자루의 단검을 던졌다.
그 단검에 등을 맞은 유결은 바 닥을 굴렀다.
하지만 그는 피를 토해내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와. 근성 끝내주네.”
도망가 봤자 저 붉은 나무 곁일 것이다.
그럼 유아랑을 구하고 가도 늦지 않다.
“오래된 분께 바치나이다.”
“피와 영혼,그것으로 그대에게 다가가리라……음습하게 중얼거리며 다가오는 광신도들을 향해 유아랑은 검을 휘 둘렀다.
하지만 광신도가 그 정도로 물러 나겠나?
오히려 부상을 입은 것을 더욱 기뻐하고 있었다.
“그대에게 가나이다!!”
“갈 거면 좀 빨리 가라.”
-퍼억!!
유아랑을 치려는 엘프 중년인의 목을 날려버렸다.
하마터면 당할 뻔한 유아랑은 헬 쑥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어찜 이리 한심할까.”
“윽…… 죄송합니다.”
"내가 네 목숨 구해준 거다. 잊 지 마. 어쨌든 정신 챙겨. 엘마 잘 지키고.”
마을의 끝에 있는 붉은 나무에서 피어나는 기운이 강해지고 있었다.
그 기운에 휩쓸린 엘프들은 죽음 의 공포도 잊은 채 무기를 들었다.
“위대하신 분께 이 목숨을 바치나이다!!”
“딱히 필요는 없지만 준다면 받 아주지!!”
요한은 포효하며 그들에게 달려 들었다.
* * *덤비는 광신도들을 모두 제거한 요한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 나무에서 피어나는 기운이 더 욱 강해져 있었다.
“공자님. 저거 그냥 둬도 됩니까?”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잡을 놈이 있으니까 가보자 고.”
미스릴 검에 담겨 있는 피를 바 닥에 흩뿌렸다.
그리고 크림슨 우드에게 걸어가 려던 요한은 발걸음을 멈췄다.
“(거?”
“왜 그러십니까?”
“피가 좀 모자라는데?”
“예?”
요한이 죽인 광신도의 수는 수십 이 넘었다.
그들을 전부 베어 죽였는데 바닥 에 있어야 할 피가 적었다.
“호오. 이것 봐라?”
요한은 유아랑의 어깨에 앉아 있 던 엘마를 잡았다.
“엘마. 나무 덩굴을 여기서 소환 할 수 있어?”
“물론이죠!”
엘마는 번쩍 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땅바닥을 뚫고 덩굴 들이 솟구쳤다.
그사이 드러난 바닥의 균열을 본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자기 신도들의 피도 쪽쪽 빨아먹었구만.”
길바닥에 나무뿌리가 있었다.
그 나무뿌리에 붉은 피가 맺힌 것을 본 유아랑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에잇!”
장난스럽게 웃은 요한은 나무뿌 리에 미스릴 검을 박았다.
붉은 피와 같은 수액이 솟구쳐 올랐다.
그것을 본 유아랑은 흠칫 놀랐다.
“이건 뭡니까?”
“어떻게든 피 한 방울이라도 더 먹으려는 구질구질한 추태지. 야. 유아랑.”
“예?”
"넌 엘마 데리고 좀 떨어져 있어 야겠다.”
어쩌면 저 나무와 싸우는 과정에 서 석상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요한도 본격적으로 힘을 써야 하 니 유아랑과 엘마는 떨어져 있는 것이 나았다.
“숲을 빠져나가는 것이 쉽지 않 을 텐데요.”
“마을을 나가라는 건 아니야. 이 뿌리의 범위에서 좀 멀어지라는 거 지.”
아까 엘마가 했던 것처럼 땅 속 을 확인하며 피해라.
그의 설명에 유아랑은 고개를 끄 덕였다.
“남은 광신도들은 다 저기로 모 였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 니 몸조심은 알아서 하고.”
“예!”
유아랑은 엘마를 안아 든 채 뛰 어갔다.
그가 멀어지자 요한은 성큼성큼 나무 쪽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의식이 진행 되고 있었다.
"오오오!! 고귀한 분이시여!!”
“그대에게 제물을 바치오니!! 힘 을 내려주소서!! 역경을 물리치고! 순수를 증명할 힘을 내려주시옴소 서!!”
“저 사악한 자에게서 우리를 굽 어살피시고! 세계를 안정화하는 위 대한 나무가 되소서!!”
광신도들이 붉은 나무 쪽으로 모 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있는 것은 유 결과 이스람이었다.
핏빛 꽃잎이 무성한 나무의 밑에 만들어진 제단에는 훼스나가 누워 있었다.
덩굴로 만들어져 있던 족쇄는 이 미 끊어졌다.
제물이 되기 위해서인지 하얀 성 복을 입은 그녀는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위대하신 세계수시여!!”
한차례 바람이 불며 꽃잎이 흩날 렸다.
그 꽃잎에 담겨 있는 은은한 기 운이 엘프 광신도들에게 빨려 들어 갔다.
그것만으로도 엘프들은 더더욱 경건해졌다.
“이스람. 가능한가?”
“세계수께서 또 다른 열매를 맺 기에는 아직 제물이 부족하다.”
아까 만났던 자를 상대하려면 세 계수의 열매를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완전한 열매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니.
유결은 아쉬워하며 주먹을 꽉 쥐 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지금까지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 던 마을에 왜 갑자기 저런 괴물이 튀어나온 것일까.
그리고 자신은 왜 찾은 것일까.
유결은 현재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그자는 누구지? 난 너를 그토록 찾길래 플로란스인 줄 알았 다.”
플로란스가 힘이 될 만한 것들을 마구잡이로 갈취하는 것은 알고 있 었다.
그래서 세계수를 숨기기 위해 마 을을 폐쇄했다.
그 정도로 엄중히 주의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제물을 두 명만 더 바치면 세계 수의 뜻을 따르는 전사가 될 수 있 을 텐데!!”
그리고 세계수의 힘을 빌려 엘프 의 챔피언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 른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
다 잘 되어가고 있었다.
초만 족과 토가림 족의 엘프.
두 개의 부족이 힘을 합쳐 엘프 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토가림 족의 마을에 갔다 올 때 까지만 해도 희망이 가득했었는데.
그 희망이 며칠 만에 무너져내렸 다.
“일단 훼스나를 제물로 바치자. 그리고……그때 였다.
"야!! 유결!! 나랑 놀아야지 왜그냥 가냐!?”
“이…… 이 사악한 놈!!”
흉신처럼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 며 요한이 나타났다.
그를 본 유결은 이를 갈며 검을 겨눴다.
“악독한 놈!! 어째서 세계수의 부활을 막는 것이냐!”
“뭐?”
유결의 반응에 요한은 고개를 갸 웃거 렸다.
하지만 그는 곧 다시 미소 지었 다.
“저걸 보고 세계수라니. 바보냐? 눈은 단춧구멍이냐?”
“닥쳐! 이 아름다운 모습! 그리 고 세계를 지탱하려는 기운! 초만 족의 기록에 따르면 이것은 세계수 다니 녹색 산맥을 구한 세계수야!!”
“내가 보기엔 그냥……요한은 쓱 검을 겨누며 싸늘히 말했다.
“자신의 신도들을 다시 모으려 하는 하찮디하찮은 오래된 자의 떨 거지로 보이는데.”
그의 비웃음 섞인 조롱에 유결은 검을 겨누며 외쳤다.
"이스람!! 의식을 시작해라!”
그의 외침이 터져 나오자 이스람 은 지팡이를 들었다.
그 신호를 본 것일까?
핏빛 꽃잎을 달고 있는 나무에서 뻗어진 덩굴이 훼스나의 몸에 꽂혔 다.
“열매가 맺힌다! 세계수께서 우 리를 지키기 위해 열매를 내려주셨 어!!”
훼스나의 생명을 빨아들인 붉은 나무가 열매를 떨어트렸다.
그것을 받은 유결은 한입에 베어 삼키며 외쳤다.
“나는 이제부터 세계수의 전사가 되리라!!”
열매를 삼킨 유결에게서 막대한 기운이 솟구쳤다.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요한은 뒤 통수를 긁적거렸다.
“추하다. 자식아. 전에는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검을 중단으로 둔 요한은 붉은 기운을 피워올리는 유결에게 달리 며 외쳤다.
“뭐 좋아. 그 추한 목숨. 내가 끊 어줄 테니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