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4화
254. 그건 그저 닮은 것이다 (1).
“……유결? 그런 자는 모릅니다.” "너 거짓말 잘 못하는구나?” 요한은 차갑게 웃었다.
어린아이라도 알 것이다.
유결의 이름을 들은 순간 그가 동요했다는 것쯤은.
유아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그는 다급히 외쳤다.
“진짜 그런 남자는 모릅니다. 저 희 마을에 없습니다.”
그 말이 확신이 되었다.
요한은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으 르렁거 렸다.
“난 유결이 남자라고 한 적 없 어.”
청년은 숨을 들이마셨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를 바라보던 요한은 검을 들었다.
“데리고 와. 안 그러면 확 그어 버린다.”
훼스나의 목에 검을 가져간 요한 은 살벌하게 말했다.
날카로운 미스릴 검에 붉은 꽃이 피었다.
새하얀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검 을 적시자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지금 마을에 없습니다.”
“오. 그래? 그걸 나보고 믿으란 건가?”
“지,진짜입니다!”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어. 내 앞 에 유결을 데리고 오지 않는다? 그 럼 얘는 죽는 거야. 그리고.”
목에 닿아 있던 미스릴 검이 겨 눠 졌다.
검극에 겨눠진 청년의 안색은 순 간 파랗게 물들었다.
“오늘이 초만 족의 마지막이 될 거다. 그리고 그 세계수? 그것도 내가 가져가 주지.”
‘딱히 필요는 없지만.’
청년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유아랑은 요한에게 다가갔다.
검을 들고 다가간 그는 훼스나를 잡았다.
“공자님. 이 여자는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아. 역시. 훌륭하다니까.”
“모신 시간이 꽤 되잖습니까.”
유결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요한이 찾는 자라면 뭔가 있는 자일 것이다.
거기에 이런 분위기라면 요한은 그에게 원한을 가진 것이다.
어차피 초만 족은 사이먼 족과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런 만큼 유아랑은 딱히 요한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
친한 쪽과 친하지 않은 쪽.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할지는 명백 했다.
유아랑이 요한을 도우려 하자 청 년은 다급히 외쳤다.
“엘프가 왜 인간을 돕는 겁니까!”
“그야 나는 공자님을 모시고 있 으니까. 그리고 나는 사이먼 족이 야.”
유아랑의 답변에 청년은 지팡이 를 꽉 쥐었다.
언제든지 마법을 쓸 준비를 하는 그를 향해 요한은 단검을 들었다.
“지팡이 내려놔라.”
“내가 농담하는 거로 보이지?”
요한의 단검에서 오러가 치솟았 다.
당장에라도 단검을 던질 준비를 한 요한은 싸늘히 웃었다.
“마법 쓰려고 폼 잡으면 바로 배 에 구멍 뚫릴 거야.”
« O 으......”
— —I •“자. 나는 매우 관대한 사람이니 까 삼십 분 주지. 마을로 들어가서 유결 나오라고 해.”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마을로 들어가지는 못하 고 있었다.
“유아랑. 개 귀 잘라.”
“예.”
“자,잠깐!! 잠깐!! 기다려주십시 오!”
"기다리기는.”
“정말 유결은 마을에 없습니다!”
“어디 갔는데?”
“토가림 족의 마을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필요한 것이 있어서……“그래? 그럼 기다리면 오겠지?”
“……그렇습니다.”
어쨌든 여기서 버텨야 한다는 이 야기다.
당장 잡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요한은 유아랑에게 가볍게 손짓 했다.
“가자고. 저기서 보급도 받아야 하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안에 들어갔다 가 저들이 공격이라도 한다면……“괜찮아. 괜찮아. 그리고……‘확인해보고 싶은 것도 있으니 까/아까 초만 족의 영역에 들어오며 만난 살아 있는 숲.
그리고 저 청년이 밝힌 세계수라 는 이름.
그 관계를 알아두고 싶었다.
“그럼…… 따라오십시오.”
"그래. 그 전에 네 이름이나 들 어보자. 너는 누구냐?”
"이스람입니다.”
머뭇거리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그가 걸어가자 요한은 훼스나를 끌고 온 유아랑에게 말했다.
"저 마을에 있다는 세계수를 좀확인해보고 싶어.”
“세계수가 진짜 있을까요? 제가 알기로 세계수는 이미 사라진 것으 로 압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암흑시대 때 오래된 자들과 맞서 싸우던 것이 바로 엘프들의 세계수 다.
세계수는 오래된 자들과 싸워 녹 색 산맥을 지켜냈다.
그리고 결국 그 목숨이 다하여 소멸되었다.
그 이후로 세계수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멸종해버린 것이다.
‘그걸 회귀 전에 못 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만약 세계수가 진짜 있었다면 어 땠을까?
네 번째 전조가 나타나며 차원수 가 날뛰는 것을 세계수가 막아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그걸 생각하면 세계수가 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럼 나머지 경우는 하나.’
무언가가 세계수로 자신을 위장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바로 크림슨 우드와 관계된 것이라 요한은 생각 했다.
‘이거 정말 흥미진진해지는구만. 만약 크림슨 우드가 살아 있으 면……요한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할머니의 동의 없이도 수명을 늘릴 수도 있다.’
* * *마을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 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들어온 것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여기 분위기가 왜 이러냐?”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 그럼 아무나 잡고 물어봐 야겠군. 어이. 이봐.”
요한은 길을 걷는 엘프를 잡았 다.
그와 동시에 엘프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외부인!?”
“외부인 처음 보나?”
“어째서 이 마을에 들어온 것이 냐H 나가라!!”
“볼일만 보고 나면 가지 말라고 해도 나갈 거다.”
'、크. ”
그는 요한을 한차례 쏘아 본 후 빠르게 몸을 날렸다.
외부인과 엮이는 것 자체를 거부 하는 듯 보였다.
다른 엘프들의 반응도 똑같았다.
그들은 요한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고 그저 빠르게 가버렸다.
"누굴 역병으로 아나. 어이. 이스 람. 여기 왜 이러는 거냐니까?”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난 들어야겠는데.”
하지만 역시 이스람은 말하지 않 았다.
그를 노려보던 요한은 피식 웃었 다.
‘일단 유결부터 잡고 보자.’
중요한 것이 뭔지 혼동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요한이 입을 다물자 이스람은 그 들을 데리고 작은 집으로 향했다.
"네 집인가?”
“그렇습니다.”
“그럼 여기서 좀 머무르고 있으 면 되겠군. 아. 혹시 덤비고 싶으면 얼마든지 덤벼도 좋아.”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지 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니까.”
“덤비는데 무슨 시기를 따져?”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나가자 요한은 유아랑에게 물었다.
“나도 나름대로 엘프들의 관습이 나 그런 건 어느 정도 아는데. 얘 들 왜 이런 거냐?”
“글쎄요?”
“얘는 알려나?”
입을 막고 있는 덩굴을 풀어주었 다.
훼스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요한 을 노려보았다.
“눈 그따위로 뜨지 마라. 잘나신 순정 엘프님께서는 상황 파악 안 되나 보지?”
“크윽……“네 눈알 하나 뽑아 놓으면 눈을 그따위로 안 뜨려나?”
한 점 미소도 짓지 않은 채 요한 이 단검을 들었다.
그제야 훼스나는 눈에서 힘을 풀 었다.
“재들 뭐냐? 넌 뭔가 알고 있 지?”
“이 마을에 세계수를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넌 이 마을의 세계수를 직접 봤 나?”
끄덕.
훼스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 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게 어디 있는 거지?”
“그,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세 계수를 만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약 을 먹고 잠들어야 합니다.”
“왜?”
“그게…… 제사장의 뜻이라서.”
“제사장? 토가림 족에 있는 제사 장?”
“예.”
“아니 잠깐만. 너 토가림 족이라 고 했지. 토가림 족에서도 이걸 알고 있어?”
훼스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초만 족만 크림슨 우드와 관련된 줄 알았다.
그런데 토가림 족도 관련되어 있 을 줄이야.
“세계수가 힘을 되찾고 나면…… 세계수께서 오래된 자들에게서 우 리를 지켰듯. 세계수께서는 다시 우리를 지켜주실 겁니다.”
“뭐로부터?”
“외부로부터……들으면 들을수록 수상하다.
하지만 훼스나는 전혀 이상하다 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지.”
초만 족의 마을에서 만난 엘프들 역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스람이 왜 널 원한 거 냐?”
훼스나의 표정에 자랑스러움이 나타났다.
그녀는 뿌듯해하며 말했다.
“다음 제물이 저이기 때문입니다.”
“제물이 되면 어떻게 되는데?”
“세계수와 한몸이 되어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됩 니다.”
훼스나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제물이 되어 세계수와 하나가 되 면 막대한 힘을 얻는다.
지금까지 제물이 된 이들과 다시 만나게 될 것이고.
모든 엘프들을 순수하게 만드는 위업에 동참하게 될 거다.
꽤나 열정적인 반응이다.
그런 그녀의 반응은 요한이 꽤나 많이 보던 것이었다.
“하. 이거 참.”
그는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의심에 불과했던 것이 점점 현실 이 되고 있었다.
“공자님.”
유아랑도 대충은 눈치를 첸 듯 보였다.
훼스나의 반응.
바로 광신도들이 보이는 반응이 었다.
‘확실히 뭐가 있긴 하군.’
* * *며칠간 이스람의 집에서 머물렀 다.
훼스나를 잡고 있기 때문일까.
이스람은 순순히 요한과 유아랑 을 위한 식량을 내놓았다.
물론 맛이 있는 것도,양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요한은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그저 차분히 경계하며 상황을 살 필 뿐이었다.
그리고 마을에서 십 일을 버렸을 때 이스람이 찾아왔다.
“유결이 복귀한다고 합니다.”
“그래?”
“그러니 훼스나를 돌려주십시오.”
“유결부터 만나면 돌려주지.”
"안됩니다.”
“왜. 세계수 때문인가? 슬슬 제 물을 바칠 때가 됐나보지?”
요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것을 마주하던 이스람은 지팡 이를 꽉 쥐었다.
그의 눈에 살기가 맺혔다.
그 눈을 마주하며 요한은 피식 웃었다.
“어쭈? 눈 봐라? 잘하면 치겠다? 야. 내가 말했잖냐. 덤비고 싶으면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요한이 었다.
그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유아랑은 훼스나의 목에 검을 가져 갔다.
“그 전에 확 그어버리고. 얘가 제물이라면서? 자고로 제물은 신선 한 게 제일이지.”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당 신이 원하는 대로 다 했습니다.”
“다 안 했어. 내가 원한 것은 유 결을 내 앞으로 데리고 오라는 것 이었다.”
하지만 유결이 지금 요한의 눈앞 에 있는가?
그건 아니었다.
“훼스나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큰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세계수가 분노할 겁니다!!”
“내가 분노할 거라곤 생각 안 해 봤냐? ?”
말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이스람은 주먹을 꽉 쥐며 으르렁 거 렸다.
“그간 편의를 봐줬더니!!”
“봐주기는. 내가 방심하기만 기 다리고 있었으면서.”
지난 열흘간 요한은 거의 자지 않았다.
잠시 눈을 붙일 때도 반드시 옆 에 유아랑을 두어 훼스나와 더불어 주변의 감시를 명했다.
그렇기에 틈을 노리지 못했을 뿐.
요한이 조금이라도 틈을 보였다 면 바로 공격했을 것이다.
“그,그건.”
“속이 빤히 보인다. 얘를 돌려받 고 싶으면…… 빨리 가서 유결을 데리고 오는 게 낫지 않을까?”
“자. 가봐. 오고 있다면서?”
결국 이스람은 이를 갈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고 몇 시간이 흘렀을 때.
요한은 미약한 진동을 느끼고 히 죽 웃었다.
“이야. 진짜 분노했나 보네?”
"예?”
그 진동을 느끼지 못한 유아랑이 의아해하자 요한은 검을 들어 집의 벽을 날려버렸다.
-와지끈!!
박살 난 벽 뒤로 거대한 핏빛 나 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유아랑은 당황하며 물 었다.
“저,저게 뭡니까?”
“글쎄.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길 끝에서 달려오는 자가 있었 다.
꽤나 많은 엘프들과 함께 검을 들고 달려드는 자.
분명 요한의 기억에 각인된 얼굴 이었다.
“저놈부터 잡고 저걸 치자고.”
유결이 분노하며 달려오고 있었 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