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2화
252. 이제 해야 할 일 (2).
소문의 진위야 어쨌든 초만 족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긴 해야 했다.
어쨌든 유결의 위치를 알아내고 잡아야 할 것 아닌가.
‘혹시라도 진짜 크림슨 우드와 관련되어 있어도 나쁠 것은 없지. 못 잡을 이유도 없고. 음…… 그러 려면 나도 준비를 해야겠군.’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드 래곤 하트를 보았다.
조금 이르지만 여기서 코어를 늘 리는 것이 나아보였다.
“여기서 밥 먹고 가자.”
전에 잡은 말고기가 꽤 남아 있 으니 그걸로 요기를 하면 된다.
말고기를 받은 유아랑이 구울 준 비를 하는 사이 요한도 준비를 시 작했다.
“뭐하십니까?”
“드래곤 하트를 얻었으니 써야 지.”
짧게 말한 그는 석필을 들고 바 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유아랑은 의아해하다가 고기를 가 리 켰다.
“뭘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식사 느......,,“이거 하고 나서 먹을 거야. 많 이 구워놔.”
일곱 번째 코어를 만들고 나면 또 허기질 게 분명하다.
그때를 대비하면 먹기 전에 해놓 는 것이 낫다.
다 그린 마법진을 내려다보던 요 한은 그 안에 들어가 앉았다.
“혹시 모르니까 나 좀 지켜줘.
엘마도. 부탁할게.”
“예!!”
엘마가 손짓하자 덩굴이 솟아났 다.
유아랑도 불안해하며 검을 옆에 놓았다.
그들이 준비를 끝내자 요한은 드 래곤 하트를 잡은 손에 힘을 넣었 다.
“큭!!”
현자의 돌이나 엘릭서와는 비교 도 할 수 없는 막대한 힘이 그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 같은 힘을 요한은 필사적 으로 제어했다.
“끄옥……악문 이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고통스러워하는 요한을 본 유아 랑은 당황하며 외쳤다.
“고,공자님!?”
그의 외침을 무시한 채 요한은 몸 안에 있는 벽을 부숴나갔다.
굳건히 버티고 있던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로 인한 반동을 드래곤 하트의 힘과 충돌시키고.
그러며 만들어진 또 다른 힘을 심장에 집중시켰다.
"커어억……!!”
근육이 비틀어지고 뼈가 갈린다.
몸에 있는 혈맥이 뒤틀리며 만들 어지는 고통은 요한의 정신을 몇 번이나 잃을 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요한은 간신히 버려냈다.
그동안 꾸준히 단련한 육체는 그 고통을 어떻게든 감당해내고 있었 다.
수차례의 힘의 파도가 몸을 후려 쳤다.
그 과정이 이어지는 동안 심장에 일곱 번째의 코어가 만들어지기 시 작했다.
고통, 그리고 이어지는 더 심한 고통.
끝을 모르는 고통을 버텨가던 요 한은 겨우 숨을 토해냈다.
“쿨럭! 쿨럭! 커으윽……앉아 있던 요한이 결국 쓰러졌 다.
그 순간 유아랑은 온몸에 오한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요한에게 서 진한 이질감이 흘러나오고 있었 다.
‘이건 도대체……?’
교율의 말이 떠올랐다.
존재해서는 안 될 자.
유아랑은 자신도 모르게 검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요한과 함께 있었던 시 간은 그에 대한 이질감을 천천히 지워나갔다.
‘사실 공자님이 원래부터 이질적 이기는 했지. 지금이라고 해서…… 딱히 변한 건 없어.’
요한은 만났을 때부터 이질감으 로 뒤덮여 있던 자였다.
그런 그에게서 진한 이질감이 느 껴 졌다?
어쩌라는 건가.
원래 이질적인 사람이었는데.
그렇기에 유아랑은 두려워하지 않고 요한에게 달려갔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고…… 고기……"예?”
“고기 줘…… 배고파……힘을 너무 많이 썼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것 같은 극심한 허기를 느끼며 요한은 힘겹 게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다 구워진 고기를 접시에 잔뜩 담아 내밀었다.
그것을 손으로 잡아 요한은 꾸역 꾸역 입에 밀어 넣었다.
접시 가득 있던 고기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더 구워……요한이 힘없이 말하자 유아랑은 다시 고기를 구웠다.
유아랑은 굽고,요한은 먹는다.
그렇게 커다란 고기 한 덩이를 다 먹고 나서야 요한은 한숨을 돌 렸다.
“어휴. 힘들어 죽겠네.”
“뭐…… 하신 겁니까?”
“벽 부쉈다.”
“벽이요? 어…… 설마.”
"야스진한테 못 들었어? 내 절맥 은 완전히 치료된 거 아니야.”
요한이 절맥에 걸려 있었다는 이 야기는 들었었다.
하지만 완치된 것이 아니라니.
이제는 천하십강에 오른 요한이 다.
그런 요한이 아직도 절맥에 고통 받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 그럼 이제 완치된 겁 니까?”
“아니.”
아직도 벽은 두 개나 더 남아 있 었다.
요한은 자신의 심장에 자리 잡은 일곱 번째 코어를 확인하고 씩 웃 었다.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그렇습니까……?”
“그래. 마저 먹자. 더 구워. 오늘 아예 다 먹어버리자.”
그가 웃으며 불 앞으로 가자 유 아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요한이 멀쩡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요한이 말한 대로 남은 고기를 모두 철판에 올렸다.
지글거리며 구워지는 사슴고기를 보며 유아랑은 씁쓸히 말했다.
“고기도 이걸로 끝이군요.”
“그럼 일단 이 숲에서 빠져나가 야겠네.”
“예. 그게 낫겠죠. 녹색 산맥 인 근에는 그래도 채집할 만한 것이 있을 겁니다.”
“초만 족의 마을에 들어가서 구 할 수는 없으려나?”
“힘들 겁니다. 그들은 외부인을 경계하니까요.”
요한이 초만 족의 마을에 들어갔 을 때는 노예상들이 공격했을 때다.
그때는 경계고 뭐고 없었다.
마을이 불타고 있는데 무슨 경계 가 있었겠나.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초만 족은 그대로 남아 있고 경 계심 역시 유지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걱정하며 유아랑은 요한 을 설득했다.
“제 고향까지만 가시면 보급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가게 되었다.
유아랑이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 하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기가 먼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초만 족의 부족이 있는 곳에서 산길로 사흘 정도만 가면 되니까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
* * *고기를 전부 쓴 식사가 끝나고 요한 일행은 숲을 걸었다.
몇 차례 몬스터와 조우하기는 했 지만 셋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렇게 계속 걸어 숲에서 빠져나 왔을 때는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일단 여기서 하루 쉬었다가 가 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쉬기는 좀 힘들겠네.”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에서 나오 자마자 살의가 느껴지고 있었다.
유아랑도 느꼈는지 어느새 검을 뽑아 잡았다.
一피잉!!
경계하고 있는 그들에게 화살이 날아들었다.
오러가 담긴 화살은 요한의 머리 를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흥.”
고작 다섯 개의 코어만으로도 율 경의 화살을 튕겨낸 요한이다.
그런데 이제는 코어가 일곱 개나 있다.
그런 만큼 이따위 화살은 우습지 도 않았다.
“헉!”
유아랑은 요한이 보인 신기를 보 며 기겁했다.
오러가 담긴 화살을 맨손으로 잡 아버린 것이다.
“그,그거 어떻게 하신 겁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너 마스 터에 오르면 가르쳐주지.”
“예……마스터에 오르면이라니.
일단 그것부터가 어렵다.
유아랑이 식은땀을 흘리자 요한 은 화살을 그대로 던져버렸다.
-콰직!!
그가 날린 화살이 꽤 떨어져 있 는 나무에 박혔다.
어찌나 강한 힘이 실려 있는지 나무가 크게 흔들릴 정도였다.
“한 놈이 아니구만.”
또다시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쏘 아진 화살들이다.
-챙! 챙! 챙! 챙!
이제는 완전히 선명해진 핏빛 오 러 블레이드를 가볍게 휘둘렀다.
그것만으로 간단히 화살을 튕겨 낸 요한은 숨을 들이마셨다.
“뭐하는 자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잡히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거다!!”
크게 포효한 요한이 뛰었다.
그의 질주는 평소 요한이 달리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일곱 개의 코어가 만들어낸 효용 이었다.
“피해라!!”
생각 이상으로 빠른 요한의 접근 탓일까?
나무 위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 렸다.
그 외침이 터져 나온 쪽을 향해 요한은 단검을 던졌다.
“아악!!”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누군가가나무 밑으로 떨어졌다.
당나귀처럼 긴 귀.
짙은 적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엘프 남성 이었다.
심장이 관통당한 그를 무시한 채 요한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화살을 들어 던졌다.
“크억!!”
또다시 터진 고통 섞인 신음성.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 자 요한은 그쪽으로 다가갔다.
이번이는 적발의 엘프 여인이었 다.
어깨가 관통된 그녀가 신음하는 것을 요한은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일단 둘은 잡았고.”
나머지는 어디 있을까.
요한은 화살을 들어 올린 후 몇 곳을 향해 던졌다.
“끄악!!”
“커억!!”
“어,어떻…… 게……나무 위.
수풀 속.
바위 뒤쪽.
단번에 세 곳에 숨어 있는 엘프 들에게 화살을 맞춰버렸다.
“왜 그딴 눈으로 날 보냐?”
자신을 질린 듯 올려다보는 여인 을 잡은 채 요한은 터덜터덜 원래 있던 자리로 복귀했다.
“솔직히 딱히 궁금하지는 않지만 잡았으니 물어주마. 너희 뭔데 날 공격했냐?”
엘프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표독스러운 눈으로 요한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 시선을 마주하던 요한은 유아 랑을 불렀다.
"얘 혹시 초만 족이냐?”
“에…… 어디 보자. 아닌데요? 초만 족은 특유의 귀걸이를 하고 다닙니다.”
“그래? 그럼 얘는 뭔데 우릴 공 격한 거지?”
“글쎄요……“네놈! 엘프이면서 이런 위험한 자와 함께하다니!! 제정신이냐!?”
그녀는 유아랑을 보며 강하게 외 쳤다.
그 날선 반응에 유아랑은 인상을 찡그렸다.
“토가림 족입니다. 순혈파의 대 표적인 부족입니다.”
“토가림 족?”
“예. 아. 공자님. 엘프들이 둘로 나뉘는 것은 아십니까?”
“바깥과 교류를 하며 발전을 해 야 한다는 교류파. 그리고 엘프의 순혈을 보장하며 살아야 한다는 순 혈파.”
“토가림 족이 순혈파의 대표입니 다.”
“거기 내가 알기론 약세 부족으 로 알고 있는데.”
“역시 잘 알고 계시는군요."
애초에 순혈을 유지하자며 발전 을 버린 이들이 얼마나 강하겠나.
"너는 어느 부족 소속이냐?”
“저는 교류파의 대표라 할 수 있 는 사이먼 족 출신입니다. 영역도 제일 넓죠.”
자랑하듯 유아랑이 말하자 그녀 는 빠득 이를 갈았다.
"더러운 놈들. 엘프의 순수성을 저버리고 살아가는 추잡스러운 놈들!”
“우리의 선조이신 동방 엘프들께 서도 교류를 택하셨는데 무슨……"아무튼 적대관계라는 거네? 그 런데 얘들이 왜 여기 있냐?”
“글쎄요. 토가림 족이 머무는 곳 은 이곳에서 꽤 떨어진 곳인데. 왜 이곳에 온 거지?”
“하니 잡종들과는 이야기하고 싶 지 않다!”
“잡종이란다. 너희 선조 중에 다 른 종족이 있냐?”
“뭐 찾아보면 있겠죠. 동방 엘프 들은 교류를 중히 여겼으니까요.”
"그럼 하프?”
“하프라고 볼 정도는 아닙니다. 애초에 녹색 산맥에 사는 엘프들은 대부분 엘프들과 맺어지니까요.”
다른 종족과 맺어지는 엘프는 다 른 곳에서 살지 녹색 산맥에서 안 산다.
유아랑이 웃으며 말하자 여인은 이를 갈며 외쳤다.
“수치도 모르는 더러운 자식!! 고귀한 피를 더럽게 만드는……여인은 열심히 떠들며 비난과 욕 설을 내뱉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요한은 싸늘 히 웃었다.
“이런 애들이 노예상에게 잡히면 참 재밌던데.”
회귀 전 노예생활을 할 때 순혈 파 엘프가 잡혀 왔던 것을 보았다.
그때 그 순혈파 엘프의 꼴이 어 땠는지.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두려워하 는지.
요한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묻는 말에 답만 제대로 한다면 곱게 죽여주지.”
“대답하지 않는다면……?”
표독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 보는 여인을 향해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나랑 친한 노예상에게 너의 새 로운 직업을 소개시켜 줄 수도 있 어.”
“ 지 ”
“너의 그 깨끗하고 순수한 피가 다른 종족과 섞이게 만들어 주마.”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