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25화
250. 너는 누구냐 (2).
중갑의 기사와 함께 숲을 걸었 다.
걷는 와중에도 그는 정중함을 잃 지 않았다.
“그곳은 끝이 없는 늪이 있는 곳 입니다.”
“아. 죄, 죄송합니다.”
“제가 만든 길에서 벗어나지 마 시길 부탁드립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 숲을 이루는 모든 나무와 늪,지형은 모두 어르신께서 직접 준비하신 겁니다.”
“잠깐.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을 전부요?”
“그렇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아주 오래 사신 분입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암흑시대에도 존재했다고 알려진 것이 바로 교율이다.
그런 만큼 이정도 숲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르신께서 가꾸신 정원에 들어 오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아 안타깝 습니다.”
“귀하께서는 참으로 온화하신……유아랑이 웃으며 말하려는 찰나, 중갑의 기사는 진지하게 내뱉었다.
“쓸데없는 비료를 나무들이 흡수 하게 되었으니까요.”
“……아. 예.”
침입자들에 대한 걱정이 아닌 숲 에 대한 걱정뿐이다.
그의 설명에 유아랑은 긴장하며 요한을 보았다.
하지만 엘마를 어깨에 매달고 있 는 요한은 조금의 긴장도 하지 않 고 있었다.
그저 걷는 것을 꽤나 지루해할 뿐이었다.
“어르신께서 계시는 곳은 얼마나 떨어져 있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말을 마친 그가 다시 걸었다.
여기저기 박살 나 있는 숲을 보 며 유아랑은 요한에게 물었다.
“공자님. 이렇게 숲을 박살 내면서 가도 되는 겁니까?”
“뭐 어때. 우리가 박살 내는 것 도 아닌데.”
그의 심드렁한 태도에 유아랑은 뻘쯤함을 느꼈다.
어째 이 자리에서 긴장하는 것은 자신뿐인 듯싶었다.
엘마마저도 파헬벨에게 배운 노 래를 훙얼거릴 정도로 즐거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 왔습니다.”
숲을 빠져나오자 넓은 공터가 보 였다.
중갑의 기사가 가리킨 곳은 작은 저택이었다.
그 저택을 보던 유아랑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저기……여기까지 이끌고 온 중갑의 기사 와 같은 기사들이 수백이 넘게 있 었다.
그리고, 그 기사들이 있는 곳 주 변에는 철창이 있었다.
철창 안에는 인간,엘프,하플링, 드워프.
그 외에도 수인이나 어인 같은 이들까지 잡혀 있었다.
“살려줘!! 살려줘!!”
“제발!! 다시는 이곳에 들어오지 않을게!! 살려줘!”
“으아아아!! 내보내 줘!!”
철창을 잡고 신음하며 고통스러 워하는 이들.
아예 다 포기하고 정신을 놔버린 자들.
요한과 유아랑도 같은 꼴이 될 거라 조소를 보내는 자들.
다양한 자들의 모습을 본 유아랑 은 긴장하며 물었다.
“저,저건 뭡니까?”
“감히 주제 파악 못 하고 주인님 의 영역에 들어온 자들입니다.”
그때 였다.
진한 녹색 머리칼의 아름다운 미 녀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르신께서 기 다리고 계십니다.”
이 세상의 것이라 생각되지 않을 아름다움이었다.
유아랑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 리며 그녀를 바라보자 여인은 빙긋 웃었다.
“저에게 관심이 있으십니까?”
“어…… 그게.”
“관심 없다. 안내나 해. 야. 유아 랑. 넌 저게 뭔 줄 알고 그러고 있 냐?”
“저,저 여인은 누구입니까?”
“보면 몰라? 드라이어드다.”
존재 자체가 유혹인 자다.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미소 를 지으며 살짝 묵례했다.
“이곳으로 오시지요.”
앞서 걷던 그녀는 철창을 한번 스치고 지나갔다.
절망감에 빠져 있던 자들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여인을 멍하니 바 라보았다.
간단히 그들을 조용하게 만든 드 라이어드는 요한 일행을 보고 빙긋 웃었다.
“저자들은 저 드라이어드의 식 량…… 일까요?”
“그런 건 아닐걸.”
“예?”
“저 드라이어드는 이 숲의 양분 을 먹고 살아. 그리고 엘마랑 비슷 한 경우라서……식욕을 자제할 수 있다.
요한의 답에 유아랑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런데 공자님께선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까 넘어가지.”
그저 회귀 전에 들었을 뿐이다.
요한이 대충 넘기자 유아랑은 한 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공자님은 알다가도 모 를 분이십니다.”
“뭘 굳이 알려고 하냐? 아. 저기다.”
여인이 데리고 간 곳은 집 뒤쪽 이었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세 명의 사람 이 있었다.
“내가 너희들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도대체 너희는 어쩌려고 이러는 거냐?”
"아니 그 어르신.”
“전부터 말했지? 요즘 어린 것들 은 주제 파악 못 하고 내가 잘났 네. 네가 잘났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거냐? 나 때 는 말이야……꽤나 긴 훈계 말씀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무둥치에 앉은 채 지팡이를 휘 두르며 노인은 계속 떠들었다.
잔소리의 정석이다.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 꼬투리 를 잡으며 그는 열심히 떠들고 있 었다.
“네 이놈!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어디 눈을 감아!? 넌 진짜 안 되겠 구나?”
“아,아니. 어르신. 그게 아니 라……"시끄럽다! 에레갈! 에레갈!”
“예. 어르신.”
여인이 에레갈이었나보다.
그녀가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다가가자 노인은 지팡이로 그들을 가리켰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을 철 창에 가둬두거라. 반성의 시간을 가진다면 어른의 말씀을 잘 들을 자세가 되겠지.”
"어르신!! 어르신! 아닙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거기에는 보내지 말아주십 시오!”
“어르신! 어르신의 금과 같은 말 씀은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 르신!!”
그들이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에 레갈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손을 뻗자 주변의 나무들 에게서 덩굴이 뻗어졌다.
그 덩굴에 감싸진 자들은 울고불 고 생난리를 쳤다.
하지만 잠시 후 다가온 중갑의 기사들은 그들을 그대로 들고 숲으 로 가버렸다.
“뭐,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자세를 바 로 하고 들어야지. 쯧.”
노인은 불만스럽다는 듯 투덜댄 후 고개를 돌렸다.
그는 요한과 유아랑을 향해 지팡 이를 겨눴다.
“오. 너희들이냐? 그래. 여기 와 서 좀 앉아봐라.”
요한은 말없이 그의 앞으로 다가 갔다.
그를 따라간 유아랑이 쭈뻣거리 며 앉자 노인은 입을 열었다.
“그래. 내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 왔다고? 잘 왔다. 일단 내 소개부 터 해야겠구나. 나는 태초부터 살 아온 자로서 이 세상의 모든 진리 를 깨우치고 있는……“교율 님이시지요. 어르신에 대 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 그래? 나에 대해서 잘 알 아? 그럼 한번 말해 보거라.”
“태초에 만들어진 세계의 관리자 중 하나이며. 모든 세상을 관조했 고,진리를 깨우치신 분. 아니십니 까.”
“오호……요한의 말이 마음에 들었나 보 다.
교율은 꽤나 흡족해하며 말을 이 어나갔다.
“그래. 내가 바로 진리를 깨우쳐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아는 자. 교율이다.”
“저…… 교율 님. 한 가지 질문 이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유아랑.”
유아랑은 흠칫 놀랐다.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않았다.
그런데 교율이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이다.
놀란 그를 향해 교율은 여유롭게 말했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 지. 탄생의 진리와 멸망의 진리까 지. 그런데 녹색 산맥의 검은 열매 부족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옆집 여자아이에게 첫 패배를……"히 익!?”
세상으로 나온 이후 한 번도 말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교율이 떠들자 유아랑은 당황했다.
“그리고 자네의 첫사랑은 옆집의 부인이었지. 참으로 조숙한……“어,어르신!!”
유아랑이 황급히 외치자 교율은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 교율이다.”
“그,그렇군요. 그런데 어르신은 왜 나무를 심으시는 겁니까?”
“취미생활이다.”
“……아. 예,유아랑은 요한을 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으며 요한은 피식 웃었다.
“거봐. 보통 아니라고 했잖냐.”
“으…… 그렇군요.”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교율 은 껄껄 웃고 엘마를 잡았다.
“아주 잘 키웠구나. 꽤나 많은 애정을 담아서 키웠어. 자라난다면 에레갈에 못지않은 미녀가 되겠군.”
“저와 유아랑이 고생해서 키웠습 니다.”
"드라이어드를 이렇게 키우는 것 은 쉽지 않았을 텐데. 이 방법은어디서 배웠나?”
교율의 질문에도 요한은 대답하 지 않았다.
그저 웃기만 할 뿐.
그 웃음을 향해 인상을 쓴 교율 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렇게 드라이어드를 키 워 데리고 왔으니 칭찬해줘야겠군. 좋다. 너를 내 제자로……"제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나에게 배운다면 탄생과 멸망의 진리를 알게 될 텐데?”
교율의 대답을 들은 요한은 고개 를 저었다.
그런 것 따위에는 관심 없다.
“뭣이라? 요즘 젊은것들은……교율이 으르렁거리며 손을 들려 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냈다.
하이데의 저주가 담겨 있는 단검 이었다.
“이거 재밌는 물건이구나. 꽤나 고대의 저주가 맺혀 있는 것 같은 데…… 페돈!! 페돈!!”
잠시 후 중갑의 기사가 다가왔 다.
교율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는 철창 하나를 끌고 왔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다 시는 이곳에 들어오지 않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흉악한 얼굴을 한 남자였다.
그가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페돈 이라 불린 기사는 그를 끌어낼 뿐 이었다.
“아악! 놔! 놔라!! 놔라!!”
“허어. 남의 영역에서 다른 자들을 잡아와 겁간이나 하던 *자가•• …“저자는 누굽니까?”
“노예상인 기네스 발로라는 자 다…… 내 영역에 들어오는 자들을 잡아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에서 실종되었다 떠들던 자지. 쯧쯧. 이 놈도 어렸을 때는 꽤나 괜찮은 녀 석이었는데 말야..”
“간도 크네요.”
“욕망은 가끔 진리를 넘어서는 법이니까. 자. 그럼.”
교율은 들고 있던 단검으로 그를 쓱 그었다.
고통스러워하던 남자의 몸이 서 서히 돌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악! 아아아아아!!”
순식간에 그의 몸이 석상이 되었 다.
끔찍한 몰골이 되어 있는 석상을 이리저리 살피던 교율은 손에 들린 단검을 보았다.
“저주가 맺혀 있기에 베는 것만 으로도 석화를 걸 수 있는 것이군. 요즘 것들은 재밌는 것을 만든단 말이지.”
단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교율 은 웃었다.
“꽤나 재미있는 장난감이구나. 이 것을 나에게 보여 준 이유가 있겠지? 어디 보자……교율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 었다.
그 안을 뒤적거리던 교율은 한 자루 검을 꺼냈다.
요한이 지닌 미스릴 검에 비교해 도 밀리지 않을 좋은 검이었다.
"이것과 교환하는 것은 어떠냐?”
“전 이게 있어서……요한이 미스릴 검을 들었다.
그것을 본 교율은 다른 것을 꺼 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냐.”
아공간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청 색의 갑옷이었다.
척 봐도 귀해 보이는 갑옷이었지 만 요한은 그것도 거절했다.
"욕심이 없는 아이로구나. 좋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교율이 묻자 유아랑은 의아해했 다.
뭔가 이상했다.
“저. 교율 님.”
“모든 것을 안다고 하면서 내가 왜 저 녀석이 원하는 것을 모르냐 는 질문이겠지?”
"예.”
교율은 싱글거리는 요한을 뚫어 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모르겠다. 이 녀석만큼은 모르 겠어.”
저주 걸린 단검을 이리저리1 만 지며 교율은 넌지시 물었다.
“너는 대체 누구냐.”
그 질문에 요한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